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274
사파의 중심인 무황성이 무너졌다는 것은 전 무림에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팔대세가의 일원이며 천하제일세가라 불렸던 남궁세가가 몰락한 것만큼 큰 사건이었다.
심지어 사파의 주인이라 불리는 적무성의 죽음이 공표된 만큼, 무림은 한동안 크게 흔들릴 것 같았다.
무림맹 천도회를 비롯하여 마교까지 모든 상황을 주시하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느닷없이 나타난 이들이 무황성을 때려 부술 만큼 힘을 가지고 있다는 점과 그들이 누구인지, 또 어떠한 단체인지 그것을 알아내기 위해 온갖 정보들을 수집하고 있었다.
이미 모든 무림인의 머릿속에서 모용혁문이라는 이름 자체가 지워진 것처럼.
“도대체 이런 시기에 방 어르신은 어디를 간 것입니까?”
무림맹의 총사, 두중완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고 한숨을 쉬었다. 걸황이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은 보통이 아니었다.
검황이 사라진 순간, 무림맹은 오로지 걸황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입장이 되어 버렸다.
그런 상황에서 방노백의 부재는 은연중 무림맹에 불안감을 안겨 주었다.
“곧 다시 오실 것이네. 그보다 누구인지 알아는 보았는가?”
현 무림맹의 수장 선진의 질문에 두중완이 고개를 저었다. 어떤 식으로라도 정보를 얻고자 노력했지만, 아직까지 성과가 없었다.
정보를 차단시킨 것인지, 아니면 정말로 저들이 누구인지 전혀 알아내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것은 천도회 또한 마찬가지였다.
“모용혁문, 그자 때문에 가뜩이나 머리가 아픈 와중에 이런 일이 터지다니…….”
곳곳에서 신음이 새어 나왔다.
모용혁문은 잡지도 못했다.
남궁세가와 모용세가가 부딪치며 남궁세가의 승리로 끝났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으나, 그중에서 모용혁문으로 보이는 시체는 찾을 수 없었다.
그렇기에 모든 이들이 불안감을 감출 수 없었다.
또다시 구파일방이나, 그들을 따르는 무림맹 소속 문파가 공격을 받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여러 가지로 다급한 문제들이 연이어 터졌다.
선진 또한 골이 아픈지 미간을 짚었다.
“정말 기다렸다는 듯이 여기저기에서 일이 터지는구나. 허허허.”
그가 어이없는 미소를 지었다.
아직 방노백이 가지고 왔던 시체들의 정체조차 밝히지 못했다.
그사이, 느닷없이 주화입마에 빠진 모용혁문이 나타나 곤륜과 중소문파들을 때려 부쉈고, 그 후 얼마 있지 않아 장백산에선 묘한 일이 벌어졌다.
어렵사리 모용혁문의 꼬리를 잡고 그 뒤를 추적하는 사이, 사파의 기둥이라 할 수 있는 무황성이 무너지고 오황의 일인이 죽었다.
이 모든 상황은 마치 계획된 것처럼 느껴졌다.
곳곳에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이 무림이 끝없는 수렁 속으로 빠진 기분이다.
* * *
걸황 방노백이 악양을 찾은 이유는 지극히 단순했다.
모용혁문이 나타난 것과 남궁세가가 움직인 것, 그리고 동시에 이번 일 때문에 제갈운의 지혜를 구하기 위함이다.
무림맹에도 뛰어난 총사가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그 경험과 지식이 모자란 탓에, 제갈운의 지혜가 꼭 필요한 시점이었다.
‘마치 누군가 사건사고를 일으키고 있는 것 같은데…….’
물론 단순한 추측에 불과하다.
그렇기에 이 악양까지 찾아왔다.
악양에서 제갈운이 있는 호남단가까지 가는 길은 무척 잘 닦여 있었기에 금방 찾을 수 있었다.
이제 길을 따라 일각 정도만 걸어간다면, 틀림없이 그 이상한 세가, 호남단가가 나올 것이다.
첨벙-!
그때, 물소리가 들렸다.
지나가던 방노백이 우뚝 걸음을 멈추며 시선을 돌렸다. 누군가 근처에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리 오감을 끌어올려도 기척을 잡을 수 없었기에,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또 그 살황이나 남궁천인가 싶었다.
방노백의 이목을 숨길 정도라면 적어도 그 정도는 되어야 할 것이다.
작은 한숨을 내쉬며 소리가 난 쪽을 향해 움직였다.
그곳에는 두 명의 사내와 한 명의 여인이 있었다.
한 사내는 낚싯대를 드리운 채 술을 마시고 있었으며, 다른 사내는 배를 만들고 있는 것인지, 연신 망치질을 하며 식은땀을 뻘뻘 흘리고 있었다.
낚시를 하고 있는데 곁에서 망치질을 한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었다.
더군다나 이 근처는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곳이며, 있어 봐야 제갈운과 남궁천이 살고 있는 집밖에 없었으니 흥미를 가지는 것은 당연했다.
너무나도 기이한 그 모습에 방노백이 천천히 다가갔다.
“아- 그 이상 다가오지 마쇼.”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란 방노백이 그 자리에서 멈춰 섰다. 열심히 망치질하던 사내가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방노백이 제법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웃음을 지었다.
“왜인가? 낚시를 하는 사람 곁에서 배를 만드는 것보다는 나을 텐데?”
“냄새나니까 그러지.”
“뭐……?”
“냄새난다고, 당신!”
사내가 코를 틀어막고 휘휘 손을 저었다.
허- 하며 어이없는 웃음을 터트리고 곁을 돌아봤다. 시녀로 보이는 여인 또한 마치 벌레 보는 시선으로 방노백을 바라봤다.
‘이, 이것들이…….’
방노백은 화가 났지만 꾹 참아 냈다.
냄새가 난다며 쫓겨나는 것은 거지들에겐 흔한 일이다. 물론 개방에 입문하고 매듭을 단 뒤부턴 그런 일들이 없어지기는 했지만 말이다.
개방의 매듭을 알아보지 못한다면 저들은 무공조차 모르는 일반인이란 소리.
그렇기에 방노백은 참았다.
괜히 시비를 붙이고 싶지 않았다.
“그럼 하나만 묻겠네. 낚시를 하면서 왜 배를 만들고 있는가?”
“배를 타고 낚시를 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낚시를 하고 있던 사내가 대답했다.
첫마디에 반말을 툭 하고 내뱉으니 괜스레 기분이 상했다. 척 보아도 이립이 조금 넘은 것 같은 젊은 놈이 그러니 더더욱 말이다.
방노백이 슬쩍 사내를 바라봤다.
여전히 고개조차 돌리지 않은 채 동정호를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방노백 따위 아무래도 좋다는 태도였다.
“그럼 도와주는 게 더 빠르지 않은가? 되지도 않은 낚시를 하는 것보다는…….”
“잘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라.”
“…….”
방노백이 사납게 사내를 노려봤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반말을 지껄이다니.
어른에 대한 공경심도 없는지, 아니면 거지라고 무시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다소 짜증이 올라왔다.
“하, 잡지도 못하면서 말이냐?”
그때, 사내가 느닷없이 낚싯대를 들어 올렸다. 휙 하고 올라온 그것에 매달린 커다란 물고기가 날아올라 방노백의 얼굴을 향해 날아갔다.
철푸덕-!
물고기에 얼굴을 얻어맞은 방노백이 비린내와 역겨운 느낌에 인상을 찌푸렸다.
자신 같은 고수가 그것을 왜 막아 내지 못했을까에 대한 의문은 없는 것 같았다.
“이 망할 녀석! 어른 공경은 밥 말아 처먹은 것이냐?”
“네놈은 입을 똥통에 빠뜨렸나 보구나. 냄새나니 저리 가거라.”
“억……!”
뒤조차 돌아보지 않고 쏘아붙이는 사내의 모습에 방노백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힘을 보여 줘서라도 상대의 기를 죽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이었다.
“이놈! 감히 내가 누구인지 알고 그런 소리를 하느냐-!”
사아아악-!
방노백의 기운이 거침없이 퍼졌다.
잔잔했던 물결이 요동치며 바람마저 불어왔다.
갑자기 몰아치는 돌풍에 매향이 깜짝 놀라며 치맛자락을 붙잡았다.
“이…… 벼…… 변태 새끼가-!”
“뭐……?!”
“이 미친 거지야! 할 일이 없어서 여자 치맛자락을 들쳐? 거지 놈이 못하는 게 없구나!”
매향이 크게 소리를 치며 쏘아붙이기 시작했다. 바람에 휘날리는 치맛자락을 누르며 눈물마저 보였다.
“삼태야.”
“예!”
그때, 사내가 입을 열었다.
이어 망치질을 하고 있던 남자, 장삼태가 고개를 숙이며 다급하게 단우현을 향해 다가갔다.
“포졸들을 데리고 오너라. 여기 수상한 거지가 있다고…….”
“알겠습니다! 속히 다녀오겠습니다.”
“아, 아니, 잠깐 기다려 봐라! 그런 생각으로 한 게 아니야!”
“뭐라는 거야, 이 변태 새끼가!”
“이년이 그래도?! 방금은 중후한 이 방 어르신의 내력 때문에 벌어진 일로…… 무공조차 모르는 네놈들은 선뜻 이해할 수 없을 테지만…….”
“결국 네놈이 내 치마를 들쳤다는 거 아니야! 이 거지 새끼야-!”
“아니, 그게 아니라…….”
꺅꺅- 소리를 치는 매향은 정말로 화가 많이 나 보였다.
생판 처음 보는 늙은이, 심지어 거지한테 자신의 치마 속이 보였다고 생각을 하니 무척 치욕스러웠다.
“어서 가지 않고 뭐하느냐. 물 곤장을 때려야 할 놈 같다.”
“알겠습니다!”
“아니라고, 이놈들아-!”
싸늘한 바람이 불어왔다.
조금 전과는 다른 사람을 위협하는 날카로운 기세였다. 정면으로 힘을 받는 순간, 누구라 한들 몸을 떨며 주저앉을 것이다.
당연히 그래야 하는데…….
“…….”
이들은 아주 멀쩡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코를 후비는 장삼태는 뭔 일이 있었느냐 싶은 표정을 짓고 있었으며, 매향은 여전히 분한 표정으로 방노백을 노려봤다.
“뭐냐, 너희들……?”
방노백은 지금 이 상황을 선뜻 이해할 수 없었다.
보통 사람이라면 절대 이래서는 안 된다.
오황의 일인, 걸황의 힘을 눈앞에서 받고도 멀쩡할 수 있는 일반인은 없었으니까.
그러나 이들은 태연했고, 오히려 방노백이 당황하고 있었다.
그때, 낚싯대를 쥐고 있던 단우현이 그것을 슬쩍 내려놓았다.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고개를 돌렸다.
그제야 방노백은 처음으로 그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제법 준수하게 생긴 사내.
여인이라면 무릇 빠져들 수밖에 없을 것 같은 얼굴이다. 어찌 보면 백면서생 같기도 하였으나, 시큰둥한 눈동자는 무감정하게 방노백을 바라보고 있었다.
“거지와 얽히는 건 더럽다고 생각을 해서 지금까지 참고 있었다만…….”
“뭐…… 라?”
방노백이 당황한 표정으로 단우현을 바라봤다.
그와 동시에 마치 단우현의 말에 편승하듯 장삼태마저 중얼거렸다.
“왜 그런 것도 있잖습니까요. 때리면 주먹에 냄새가 밸 것 같기도 하고…….”
“그래, 그게 제일 싫었던 거다.”
우득우득 몸을 푼 단우현이 빤히 방노백을 바라봤다.
그의 허리에 있는 매듭에도 시선을 주었지만, 사실 그 매듭의 진정한 의미를 그는 알지 못했다.
그저 개방에서도 조금 높은 놈이구나 하는 생각만 들었다.
“도대체…… 뭐하는 놈이냐……!”
방노백은 그제야 심각성을 인지하고 착 표정을 가라앉혔다.
결코 평범한 놈들이 아니라는 것을 그제야 깨달은 것이다.
하나, 때는 이미 늦었고 그는 가만히 있던 단우현의 심기를 건드렸다.
장삼태가 손을 뻗어 매향의 눈을 가리는 순간, 곡소리가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