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277
아침 일찍 일어난 권무진은 땀을 빼며 수련에 매진했다. 세 시진 가까이 되는 수련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그의 일과가 시작되는 것이다.
간단하게 몸을 씻고 옷을 차려입고 나왔다.
이윽고 하염없이 호남단가를 서성인다.
“…….”
“크큼…….”
곁에는 마장강도 있었는데, 명목상 장원 경비를 맡은 두 사람이지만, 딱히 하는 건 없었다.
이 장원에는 도둑놈 하나 기어오지 못했다.
살수들도 감히 들어오지 못한다.
위협이 될 만한 이들도 없다.
가장 지켜야 할 단소미 곁에는 무시무시한 짐승 두 마리가 있다.
가문의 중심이고 구심점이라 할 수 있는 단우현의 강함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 밖에 노인들도 중원에서 둘째라면 서러울 실력이었다.
고로 이 호남단가는 호위나 경비라는 것이 있으나 마나 했다.
심지어 최근 공기처럼 옅어진 존재감 탓에 찾는 이들조차 얼마 없었다. 대부분 잡일이 있으면 장삼태를 먼저 찾았기 때문이다.
그는 경공도 빠른 데다 집안일에도 손을 대고 있으니, 이 두 사람에게 일을 맡기는 것보다 장삼태를 찾는 것이 더 편했다.
그렇다고 잡일을 하는 것은 성격에 맞지 않았으므로 수련할 때 외에는 하는 일 없이 빈둥빈둥 놀아야만 했다.
“지루하구만…….”
“그렇군.”
마장강과 권무진이 동정호 앞에 앉아 중얼거렸다. 그들의 손에는 각기 다른 술병이 들려 있었는데, 호연지가 만들어 놓았던 두 종류의 술 중 하나였다.
이곳에서 는 것은 수련 시간과 주량 정도였다.
‘이런 걸 바란 게 아니었는데…….’
권무진이 멍한 표정으로 동정호를 바라봤다. 격렬한 싸움과 피날림, 그런 전장에 몸을 맡기고 한층 더 강해지기 위한 한 걸음을 내딛는 것.
그것이 바로 권무진의 목표였다.
그런데 지금은…….
‘파락호나 다름없잖아.’
무언가 일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 거다.
장원을 고치는 것은 이미 끝이났으니 더욱 한가해졌다.
입맛을 다신 두 사람이 길게 한숨을 쉬었다.
“아마도 우리가 없어져도 모를 것 같다.”
“그런 말 마라. 그 정도는 아닐 테니.”
마장강의 한숨 섞인 말에 권무진은 그것을 부정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사람이 사라졌으면 알아차리기는 할 것이다.
아무리 존재감이 없다 해도 말이다.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 보며 침묵했다.
‘그럴 리가…….’
‘……’
그때,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한숨을 쉬고 있던 권무진이 슬쩍 그곳을 바라보자, 익숙한 이가 서서히 다가오며 방긋 웃음을 지었다.
“그런 곳에서 뭐 하고 있는겐가?”
“홍 대인……?”
“하하, 오랜만이구만.”
찾아온 이는 다름 아닌 홍원창이었다.
덥수룩한 수염, 헝클어진 머리카락, 얼굴 사이사이로 보이는 자국은 틀림없이 전에 있었던 일로 마누라에게 상당히 당한 것으로 추측되었다.
권무진과 마장강은 괜스레 미안한 느낌이 들었다.
“괜찮으십니까?”
“하하, 나야…… 뭐…… 안 괜찮네만…….”
홍원창이 죽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벌써 며칠이나 지났는데 바가지 긁히는 것이 멈추지 않았다. 각방을 쓰는 것은 물론이고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밥조차 제대로 차려 주지 않으니 홍원창은 미칠 것만 같았다.
“그래도 내가 저지른 일이니 어쩌겠는가.”
“하, 하하…….”
죽은 생선과도 같은 눈을 보이고 있는 홍원창을 바라보며 두 사람은 한숨을 쉬었다.
“그런데 어인 일로 오셨습니까? 혹 주군을……?”
“그렇다네. 일단 안으로 들어가서 이야기를 해야겠네.”
홍원창이 서둘러 두 사람을 이끌고 세가 안으로 들어섰다.
* * *
홍원창은 단우현의 앞에서 뻘뻘 식은땀을 흘리며 숨을 골랐다.
막상 이야기를 하기는 했는데, 그것을 어찌 받아들일지 모르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단우현의 성격을 파악하기는 했지만, 자칫 기분이 상했다면 좋지 않은 꼴을 당할 수도 있었다.
홍원창의 기가 죽은 이유는 또 있다.
바로 이 세가의 사람들이 한데 모여 있다는 것이다. 단우현의 오른 쪽에는 남궁천, 왼쪽에는 사도학, 그 외에도 제갈운을 비롯하여 남궁소혜까지.
이들의 시선이 한 번에 집중되니 말을 내뱉는 것도 조심스러웠다.
“황실무림대회?”
“에…… 예…….”
홍원창이 식은땀을 닦아내며 마른침을 삼켰다.
황실무림대회는 거의 매년 열렸다.
대부분 천자가 움직이기 쉬운 북경에서 가까운 곳이거나 북경에서 개최되었는데, 이번만큼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호남을 선택했다.
“호남에서 말이지?”
“예, 호남의 장사입니다만…….”
“보통 북경에서 하지 않았나요?”
“아, 그게 말입니다…….”
홍원창이 힐끗 남궁천과 사도학을 바라봤다.
그러고는 한 차례 꿀꺽 마른침을 삼키더니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사, 사실 이번 대회는 영친왕께서 직접 주관하시는 대회인데…… 출전하는 이들 대부분이 금왕야 쪽 고수들인지라…….”
“금왕?”
“예, 호북을 다스리시는 분이십니다. 그런데 영친왕과 사이가 좋지 않아서…….”
홍원창은 멋쩍은 표정을 지었다.
최근 몇 년간, 두 사람의 사이가 급격히 나빠졌다.
또한 매년 벌이는 황실무림대회에서 영친왕은 단 한 번도 이겨 보지 못했다.
그렇기에 홍원창에게 부탁을 하여 친분이 있는 군자검과 마천검을 대회에 내보내려는 것이다.
남궁천이 고개를 저으며 다소 불편한 표정을 지었다.
“노부는 나가지 않을 것이네.”
“에?!”
“허허, 그런 어린아이 장난 같은 곳에 나가서 무엇하겠는가?”
어린아이 장난이라는 말에 홍원창이 식은땀을 흘렸다.
사실 틀린 말도 아니었다.
남궁천이나 사도학은 이미 이 중원에서도 손꼽히는 절대 강자들인 만큼, 이미 우승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한 수조차 아까운 이들과 싸운다는 것은 이들에게 자존심 상하는 일이나 다름없었다.
“그렇…… 긴 하지?”
사도학이 멋쩍은 표정으로 남궁천을 바라봤다.
슬쩍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바라보며 그 역시 탁 하며 손바닥으로 탁자를 내려쳤다.
“맞지! 이 사도학이 어린애들하고 손을 섞어 봐야 무슨 재미가 있겠어?”
휙휙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며 되물었다.
그것을 바라보며 제갈연이 인상을 구겼다.
처음에는 출전할 생각 가득한 것처럼 보였는데 말이다. 사도학이 은근히 단순하다는 것을 재차 깨달으며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왕부에서 직접 주관하는 것이고 또 우승한다면 상당한 부와 명예, 그리고…….”
“하긴, 두 사람이 나가 봐야 뻔한 싸움이지.”
단우현마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애들 싸움에 어른들이 나서는 것과 같다는 것을 알기에, 자칫 대회 자체가 재미없어질 가능성이 높았다.
또한 왕부가 주관하는 대회라 한다면 좋든 싫든 간에 눈에 띄기 마련이니만큼, 오히려 이 중원에서 날뛰는 것보다 더 시끄러워질 수도 있었다.
그것만큼은 사양하고 싶었다.
단우현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우리는 나가지 않는…….”
“상금 또한 어마어마합니다.”
“너희들이 나가라.”
순간 단우현이 사도학과 남궁천을 제외한 이들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대수롭지 않게 넘기고 있었던 이들의 눈이 휘둥그레 변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단우현의 입에서 나온 말이라면 그것은 이미 거절 할 수 없음이다.
“저…… 저희가 말입니까?”
“다 나가면 되겠군.”
단우현은 생각했다.
남궁소혜, 제갈연, 마장강과 권무진, 마지막으로 장삼태까지 나간다면, 설령 뛰어난 고수가 출전한다 해도 다섯 중 한 명은 우승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아니, 잠깐만요! 정말로 저희보고 대회에 나가라고요?”
제갈연이 날선 시선으로 단우현을 쏘아봤다.
사람 앞에 나서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 그녀의 성격상, 그런 대회 따위에 나가고 싶은 마음은 티끌만큼도 없었다.
“그래, 어차피 할 일도 없지 않으냐.”
시큰둥하게 대답하는 단우현의 태도에 제갈연이 기가 찬 표정을 지었다.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는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것 또한 아니었다.
“저도 호위…… 거든요?”
제갈연이 힐끗 마장강과 권무진을 돌아보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장삼태처럼 잡일을 하고 싶지 않고, 부엌데기 노릇은 남궁소혜 하나만으로 충분했다.
은근히 호위가 쉽고 편해 보였기에 그것을 택한 그녀다.
그러나 이어진 단우현의 말은 호위에 대한 개념을 부서 버렸다.
“그러니 아무것도 하는 일이 없지.”
“맞네.”
“이곳에 호위들이 있긴 했습니까?”
“허허허, 빈둥거리는 것이 일이라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구나.”
곳곳에서 폐부를 찌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단우현과 사도학, 남궁천과 제갈운까지.
호위라는 것이 실상 존재치도 않았던 것처럼 행동하고 있었다.
그것을 바라보며 호위와 경비를 자처한 세 사람이 기겁했다.
그래도 나름대로 열심히 한다고 했다.
야밤에 간간이 순찰도 돌았고 어려운 일이 생기면 도움도 주었다.
하지만 저들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았다.
쿵!
결국, 화가 난 제갈연이 탁자를 내려치며 벌떡 일어섰다. 쌍심지를 켜고 권무진과 마장강을 쏘아봤다.
“당신들도 뭐라고 좀 해 봐요! 우리가 호위잖아요?”
“아니, 그게…….”
“크큼…….”
권무진과 마장강은 할 말이 없었다.
역시, 따지고 보면 딱히 특출나게 무엇을 하는 것도 아니었다.
있으나 마나 한 존재들이라 생각되자, 두 사람의 어깨가 축 하고 늘어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제갈연이 더욱 기가 찬 듯 언성을 높이며 단우현을 바라봤다.
“좋아요! 출전하죠! 출전해서 우승하면 되는 거죠?”
“그래.”
“하지만 확실히 하자고요. 출전하는 건 출전하는 거. 상금은 상금!”
“으음?”
순간, 단우현이 뜬금없다는 표정으로 제갈연을 바라봤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제대로 파악을 하지 못한 것 같았다.
제갈연이 씨익 하며 웃음을 지었다.
그것은 마치 단우현에 대한 선전포고처럼 보였다.
“우승한 건 우리들이니까 상금도 우리 거잖아요.”
“…….”
“설마, 재주는 우리가 부리고, 돈은 그쪽이 가져가겠다는 못된 심보는 아니겠죠?”
“……그렇지 않다.”
미세하게 떨리는 그의 목소리에 남궁소혜가 미간을 짚었다.
단우현은 틀림없이 상금을 가져가려는 심산이었으리라.
몇몇 이들이 그럼 그렇지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남궁천과 사도학마저 민망했는지 헛기침을 하며 다른 곳을 쳐다봤다.
동시에 제갈연이 저렇게 쏘아대면 천하의 단우현도 당황하는구나 하며 은연중 그녀의 무서움을 깨달았다.
“어쨌든 대회에 나가기로 정했으니 우린 당장 특훈을 하러 가죠!”
의욕으로 가득 찬 제갈연이 권무진과 마장강을 이끌고 자리를 벗어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