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278
“특훈이에요, 특훈!”
“아니, 정말로 하는 거냐?”
“그럼 거짓말로 하겠어요? 저 사람들에게 본때를 보여 줘야죠!”
씩씩거리는 제갈연이 검을 쥐고 두 사내를 쏘아봤다. 의욕이 없다는 것은 진즉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안 느껴지면 화가 나는 법이다.
그녀의 날카로운 시선에 권무진이 작은 한숨을 쉬었다.
“우승을 목표라 한다라…… 좋은 생각이긴 하지만, 애초에 우릴 이길 수 있는 이들은 없을 거다.”
“또 안일하게 생각하시네.”
권무진은 자신들이 출전하는 순간 이미 우승하는 것이라 믿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은 마장강 또한 마찬가지였는데, 백대고수라는 것이 결코 허언으로 만들어진 명성이 아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갈연의 생각만큼은 달라 보였다.
“황실 사람들을 무시하면 안 돼요. 동창은 물론이고 금의위 같은 사람 중에는 무림에 나오면 백대고수는 능히 들 법한 인재들도 많으니까요.”
순간 권무진이 눈을 반짝 빛냈다.
그것은 그들이 알고 있었던 황실과는 조금 다른 것이었다.
황실 소속 무인들을 무림에서 이름을 얻지 못한 이들이 권력의 개가 된 머저리들이라고만 생각해 왔다.
“물론 그런 쓰레기들도 없지 않아 있지만, 높은 자리까지 올라가려면 그의 맞는 실력도 필요한 법이에요. 황실 전부가 바보천치들이라 생각하면 안 된다고요…… 그리고.”
제갈연이 가늘게 눈을 뜨며 힐끗 시선을 돌렸다.
아무도 보이지 않지만, 그곳은 바로 단우현이 앉아 있던 곳이었다.
돈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저 금귀(金鬼)가 과연 쉽게 포기할 것 같은가?
아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상금을 손에 넣으려 할 것이다.
‘반드시 이겨 주겠어!’
제갈연이 오랜만에 투지를 불살랐다.
저 고고하고 오만방자한 단우현의 콧대를 눌러 버리고 싶었다.
‘감히 누굴 건드려?!’
질근질근 엄지손톱을 깨물며 제갈연은 결심했다.
이번만큼은 절대 단우현의 손에서 놀아나지 않겠다고 말이다.
보다 완벽하게 해내기 위해서는 반드시 도움을 줄 사람이 필요했다.
그런 이유로 모셔 온 이가 바로.
“허허허, 잘들 하고 있느냐?”
남궁천이었다.
제갈연이 묘한 웃음을 지으며 남궁천을 반겼다.
“정말로…… 검황께서 저희를……?”
권무진이 눈을 반짝 빛냈다.
지금까지 남궁소혜를 제외하면 누구에게도 훈수조차 두지 않았던 것이 남궁천이었다.
그런데 남궁천이 자신들을 위해 이 자리에 있다?
그의 명성을 생각하면 이만한 기연이 또 없다.
“거창하게 가르치는 건 아니고……. 허허, 그저 훈수나 조금 두자고 하는 것이니 신경 쓰지 말게나.”
너털너털 웃음을 지으면서도 남궁천은 두 사람의 기운을 읽고 있었다.
‘과연, 연아의 말이 맞기는 하구나.’
앞으로 남궁세가를 책임지고 이끌어 가야 할 이는 다름 아닌 남궁소혜.
그 아이의 실력을 더 끌어올리려면 자극이 필요한 시기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이 세 사람을 이용할 작정이었고, 제갈연과 이해가 맞아떨어졌기에 승낙한 것이다.
남궁천은 천천히 연무장으로 들어섰다.
“그러고 보니 권 호위, 자네는 며칠 전 단 장주와 붙어 본 적이 있었지?”
“……붙었다기보단 일방적으로 당했습니다만.”
권무진은 그날 새삼 단우현의 위대함을 깨달을 수 있었다.
어떤 공격도 통하지 않고 어떤 수도 그의 앞에서는 의미가 없었다.
검황이나 마황조차 한 수 접어주는 진정한 천하제일인이라는 것을 마음속에서부터 인정했다.
그 생각을 눈치챘는지 남궁천이 슬쩍 손을 뻗었다.
한편에 마련되어 있는 목검이 빠르게 날아 들어와 그의 손에 들렸다.
“그럼 자네부터 시작해 보지. 어디 한번 전력으로 오게나.”
* * *
“…….”
“……저기.”
남궁소혜는 장삼태와 나란히 선 채 눈앞에 있는 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한쪽에는 사도학, 그리고 다른 한쪽에는 우두커니 앉아 있는 단우현이 보였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말 한 마디 꺼내지 않았던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리며 남궁소혜를 바라봤다.
“다들 왔구나.”
“아까부터 와 있었는데요……?”
이곳은 세가도 아니고 제법 떨어져 있는 공터였다.
처음 창천환조검을 연마할 때나 쓰던 곳인지라 오는 것도 상당히 오랜만이었다.
그런 곳으로 장삼태와 자신을 부른 단우현에게 묘한 불안감이 들었다.
심지어 곁에는 사도학마저 있으니 오죽 불안할까?
그녀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단우현을 바라봤다.
“오늘부터 너희를 가르쳐 줄 스승이다.”
“마천군이라 한다!”
검은 가면을 뒤집어쓴 사도학이 쩌렁쩌렁 목소리를 높였다.
“사 어르신…… 뭐 하시는 겁니까?”
“하아…….”
“이것들아! 마천군이라 하지 않았더냐-!”
쩌렁쩌렁-!
한숨을 쉬는 남궁소혜나 기겁하며 바라보는 장삼태 따위 아랑곳 하지 않고 사도학이 호통을 치며 검으로 땅을 내리쳤다.
쾅!
거대한 구덩이가 파이고 파편이 비산했다.
남궁소혜와 장삼태가 식은땀을 흘리며 서로를 바라봤다.
이거 장난이 아니다.
단순히 웃기려고 부른 것이 아닌 듯했다.
“이번 대회 말이다.”
“그…… 장사에서 열리는 거 말이죠? 홍 대인이 이야기했던……?”
“그래, 그거.”
단우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우리 얼굴이 있는데, 참가하기로 했으면 우승은 해야 할 것 아니냐?”
“……그거 연이한테 맡겨 놓으면 될 것 같은데…… 아닌가요?”
“그보다 확실해야 해야지…….”
슬쩍 말꼬리를 흐리는 단우현을 보며 남궁소혜가 눈을 가늘게 떴다.
결국, 단우현은 장삼태나 남궁소혜가 우승하기를 원하는 것이다.
“저기…… 장주님, 우승하면 그 돈은……?”
“떼어 주마.”
“아자-!”
장삼태가 주먹을 쥐며 좋아했다.
반드시 이번 대회에 나가 우승을 하고야 말겠다는 투지마저 느껴졌다.
그러나 사도학이든 단우현이든 장삼태에게는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러니 떼어 준다 했겠지.’
어차피 그가 우승할 순 없으리란 것을 아니 아무렇지 않게 약속한 것이다.
“저기…… 우승하면 상금은 제 돈 아닌가요?”
남궁소혜가 당연하다는 듯이 따지고 들며 단우현을 쏘아봤다.
그러나 단우현은 그게 무슨 소리냐는 표정을 지었다.
“네 조부를 치료해 준 값이…….”
“하아…… 알았어요, 알았어. 좀생이같이 진짜.”
그제야 남궁소혜는 왜 자신과 장삼태가 이 자리에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장삼태의 것은 오롯이 단우현의 것이나 마찬가지였고, 남궁소혜는 남궁천을 치료해 준 빚이 있으니 노예 부리듯 부리려는 것이다.
‘정말 저 사람은…….’
남궁소혜가 머리를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 뭘 하면 되죠?”
“창천환조검을 본격적으로 익힐 것이다.”
“지금까지 익힌 것은 가짜였나요, 그럼?”
“그건…… 그냥 연습이었지.”
피식하며 단우현이 웃음을 지었다.
마치 삼천의 무공을 얕보지 말라는 듯한 모습이었다.
남궁소혜가 당황을 금치 못하였으나, 이런 기회가 좀처럼 오지 않을 것임을 깨달았기에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는 뭐합니까?”
순간 들려오는 말에 단우현이 장삼태를 바라봤다.
지그시 쳐다보는 시선에는 무언가 기대 어린 표정이 가득했다.
잠시 장삼태를 주시하던 단우현이 머리를 긁적였다.
“너는…….”
“예! 말씀만 하십시오! 이 장삼태 죽을힘을 다해서 익히겠습니다.”
“…….”
단우현이 슬쩍 사도학을 바라봤다.
사도학이 어깨를 으쓱하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사실 누구도 장삼태에게는 별다른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저 남궁소혜의 발목만 잡지 않을 만큼, 다른 이들의 체력을 소모시키는 것에 중점을 둬야 했다.
하지만 저 기대 가득한 시선을 보고 있자니 차마 외면할 수가 없었다.
그때, 단우현이 슬쩍 다가온 무언가를 바라보며 웃음을 지었다.
“물론 너를 가르칠 스승도 있다.”
“정말입니까!?”
“그래, 당연하지 않으냐.”
장삼태가 사도학을 바라봤다.
오랜만에 그에게 수련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을 하니, 괜히 걱정이 들면서도 조금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가득했다.
“누구입니까? 저를 가르쳐 줄 스승님은 말입니다! 먼저 인사를 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요!”
장삼태의 열정을 담은 시선이 단우현과 사도학을 번갈아 바라봤다.
이곳에는 두 사람밖에 없으니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단우현은 남궁소혜를 가르칠 것 같으니, 아무래도 사도학이 될 가능성이 높았다.
한데, 사도학이 슬쩍 뒤로 물러섰다.
그리고 무언가가 슬쩍 앞으로 나왔다.
“…….”
“…….”
장삼태가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했다.
설마 그건 아니겠지 하면서도 불안한 표정으로 단우현을 바라봤다.
“누구…… 입니까?”
“…….”
“……사람이죠?”
되묻는 질문에 단우현이 고개를 돌렸다.
그 말인즉 사람이 아니라는 거다.
심지어 그것은 장삼태보다 훨씬 작았다.
냐옹.
작은 울음소리가 들렸다.
단우현의 다리에 몸을 마구 비비고 있던 백묘가, 슬그머니 장삼태의 앞으로 다가가 꼬리를 바짝 세웠다.
재미있다는 것인지 아니면 나만 믿으라는 것인지, 짧게 터트리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울음에 괜스레 마음이 아픈 장삼태였다.
“지…… 진심이십니까?”
“너를 가르치기에는 이 녀석만 한 게 없지.”
단우현이 하늘을 올려다봤다.
어색한 것인지 아니면 웃긴 것인지 모르겠지만, 입가에 작은 미소를 머금고 있는 것을 보니 후자인 것 같았다.
“아니, 이런 녀석에게 뭘 배웁니까?!”
“충분하다.”
냐옹.
백묘가 낮은 울음을 터트렸다.
마치 단우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것 같았다.
올려다보는 그 똘망똘망한 눈빛에서 나만 믿으라는 의지가 전해졌다.
장삼태가 울상을 지었으나 단우현은 결코 뜻을 물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잘 모셔라. 앞으로 네 스승이 될 터이니…….”
“차라리 저보고 죽으라고 하십시오.”
장삼태는 울상을 지었다.
사람도 아닌 영물에게 무언가를 배워야 한다는 것에 크나큰 충격을 받았다.
잠시 후, 마음을 정리한 그는 반드시 이놈에게만큼은 지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며 이를 갈았다.
장삼태의 투지가 활활 타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