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284
무림대회가 열리기 닷새 전.
한껏 축제 분위기로 달아올랐던 장사 전체가 왠지 모르게 가라앉아 있었다.
힐끗힐끗 시선을 돌리는 무림인들의 눈동자에는 흉흉함이 엿보였고, 당장이라도 칼부림이 나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곧 대회가 열린다는 긴장감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최근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는 이들 탓이었다.
하루아침 사이에 동료나 친우, 혹은 친인척이 사라진 채 흔적조차 찾을 수 없었다.
자연스럽게 주변의 무림인들을 의심하며 그 복수를 하기 위해 이를 가는 중이었다.
그리고 이번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한 무리가 모여 있었다.
장삼태와 권무진, 그리고 홍원창.
소수이기는 하지만 이만큼 든든한 이들 또한 없었다. 그들은 장사 어귀에 있는 자그마한 객잔 앞에서 한 사내를 마주 보고 있었다.
부들부들 몸을 떨며 시퍼런 안색을 띤 그 사내는, 현령이라는 지위에 겁을 먹었는지 제대로 된 말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 말이 진정 사실이렷다?”
“정말입니다! 한 치 거짓도 없습니다.”
사내의 말에 홍원창은 신음을 삼켰다.
목격자라고는 이 사내 딱 하나밖에 없었다.
그러나 사내를 추궁해 보아도 딱히 나오는 것이 없었다. 검은 그림자를 보았다느니, 그 어둠 속에서 귀신이 웃고 있었다느니.
무척 빨랐고 사람을 안고 도주를 하는 모습이 마치 날짐승을 보는 것 같았다느니.
같은 소리를 몇 번이고 반복하고 있으니 단서가 될 만한 것은 없었다.
홍원창이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몇 번이나 더 추궁해 보았지만, 사내는 오들오들 떨기만 할 뿐이었다.
“정말 그밖에 다른 것은 없었는가?”
“몇 번이나 말씀드렸지만 너무 어두워서 보이지도 않았습니다. 동료가 잡혀간 것도 나중에 알았다니까요.”
사내가 답답한 듯 가슴을 두들기며 울분을 토했다.
동료가 잡혀가 사라진 것도 억울한데, 생각조차 나지 않는 그날의 일을 계속해서 캐물으니 짜증이 인 듯했다.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소.”
권무진이 중얼거리며 계속 다그치는 홍원창을 만류했다.
피해자이자, 목격자인 사내의 입장에서는 충분히 억울할 만도 했다.
“하아…… 이거 큰일이로군.”
홍원창이 인상을 찌푸렸다.
장사에 새로 부임한 현령도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포졸들을 풀어놓은 상태였으나, 이렇다 할 단서가 나오지 않아, 명성이 자자한 홍원창에게 애걸복걸하며 부탁한 일이었다.
곧 무림대회가 열리는데 그 전에 해결하지 못한다면, 그의 목이 온전치 못할 중차대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칫 잘못하면 그 불똥이 홍원창에게 튈지도 모르는 일.
“그런데 정말로 있는 겁니까?”
그때, 움츠러들었던 사내가 슬그머니 물었다.
두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할 일이었으나, 세간에 도는 소문이나 이들이 자신을 찾아온 걸 보면 틀림없는 것 같았다.
“인육귀(人肉鬼)가 말입니다.”
“어허! 어찌 그런 괴상망측한 소리를 하는 겐가! 아직 아무것도 확정된 것이 없는 헛소문이니라.”
“하지만 말입니다…….”
사내가 힐끗힐끗 눈치를 살피면서도 대답을 듣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동료가 눈앞에서 사라지고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다.
심지어 세간에는 인육귀가 돌아다닌다는 소문이 퍼지고 있으니,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생각이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런 것은 없대도! 내 나중에 다시 찾아올 테니, 쓸데없이 싸돌아다니지 말고 이곳에 머무르게.”
“끄응…… 알겠습니다.”
사내가 못마땅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천천히 객잔으로 들어가는 그의 뒷모습이 왠지 모르게 무거웠다.
“인육귀가 뭐요?”
그때, 얼굴이 퉁퉁 부어 있는 장삼태가 조심스레 물었다. 사람을 잡아가는 귀신이 나타났다는 소문이 돈 것은 고작해야 이틀 전이다.
그런데 뜬금없이 인육귀라니?
어디선가 인육이라도 발견되었단 말인가?
“듣지 못하였는가? 최근 중원 일대를 활보하며 인육을 먹는 귀신이 나타난다는 소문이 있네. 나도 듣기만 하였지 실존하는지는 잘 모르네.”
홍원창이 신음이 삼켰다.
대대적으로 퍼지지 않았고, 대부분 헛소문이라 생각한 탓에 우습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하루아침에 사람들이 사라지는 것 때문에 그 인육귀가 실존하고, 이 호남 땅에 들어와 있다는 이야기가 세간에 돌고 있는 것 같았다.
실로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사람 고기 처먹으면 더 맛있나?”
“소문이라 하지 않더냐. 더군다나 지금 상황과는 조금 다른 것 같군.”
권무진이 홍원창의 말에 무게를 실어 주며 생각했다. 인육귀가 실존하고, 호남에 나타났다면 어디선가 인육을 섭취한 흔적이 발견되어야 했다.
하지만 그런 것 하나 없이 단순히 사라지기만 하였으니, 인육귀와 현재 장사에서 사라지고 있는 무림인들은 연관점이 없었다.
장삼태가 벅벅 머리를 긁적였다.
“사실 이런 문제는…… 제갈운 그 사람이 와야 하는 거 아뇨? 왜 우리가 나서서 고생하는 거지?”
“그야…… 모르지.”
권무진이 뜸을 들이며 말을 하자 장삼태가 크게 한숨을 쉬었다.
이윽고 권무진과 홍원창을 번갈아 보며 어이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돌대가리들 모아 놓고 뭘 해결하겠다고…… 쯧쯧.”
“뭐야?!”
“뭐요?”
권무진과 홍원창이 장삼태를 노려봤다.
돌대가리라니?
장삼태는 몰라도 권무진이나 홍원창은 나름 머리를 쓸 줄 알았다.
그러지 않았다면 어찌 현령까지 올랐으며 사파에서 이름을 얻었겠는가?
하지만 장삼태는 그런 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아니, 생각해 보쇼. 제갈운, 그자가 어떤 자요? 듣기론 뱀처럼 교묘하고 머리 쓰는 것만큼은 천재적이라 하지 않았나?”
“뭐…… 소문은 믿을 게 못 되지만 그런 소문이 있는 건 분명하지.”
홍원창과 권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머리를 굴려 상대를 농락하는 제갈운은, 악귀보다 더 잔혹하다는 소문이 돌 정도로 대단했다.
그렇기에 사파나 마교조차 검황보다 제갈운을 최우선 제거 목표로 삼았을 정도다.
정작 제갈운이라는 이를 곁에서 지켜보고 있는 이들에게는 전혀 와닿지 않는 말이기는 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개고생하며 탐문하는 이유가 뭔 줄 아쇼?”
두 사람이 장삼태에게 귀를 기울였다.
이상하리만큼 집중이 되는 한 마디다.
하긴, 범죄자를 탐문하는 데 있어 똑똑한 제갈연이나 제갈운이 오지 않았다는 것부터 기이한 일이기는 했다.
장삼태가 아픈 얼굴을 문지르며 씩 웃었다.
“개고생은 우리가 하고 좋은 것만 차지하려고 그러는 거요.”
“미친놈…….”
“어이고…….”
한참이나 삐딱 선을 타는 장삼태를 바라보며 두 사람이 한숨을 쉬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한 세가에서 함께 살고 있는 사람을 이용해 먹겠느냐는 생각이 든 것이다.
“…….”
“…….”
그러나 권무진과 홍원창은 곧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며 고민했다.
그럴 가능성이 일 할조차 되지 않는다는 것은 알지만, 그래도 만약 제갈운이 탐문이 다 끝난 뒤에야 움직이려 한다면?
개고생은 자신들이 하고 공은 온전히 제갈운에게 돌아간다면?
상당히 기분 나쁜 상황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두 사람이 알게 모르게 이를 갈았다.
“크큼! 일단 더 돌아보도록 하지. 나는 저쪽으로…….”
“나는 이쪽으로 가마.”
권무진과 홍원창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였다.
사라지는 그들을 장삼태가 빤히 바라봤다.
그러고는 길게 하품을 하며 객잔 안으로 들어섰다.
“난 그럼 술이나 마시며 기다리지 뭐.”
개고생하고 누군가에게 공을 빼앗기고 싶지 않으니 차라리 처음부터 아무것도 하지 않는 선택을 한 장삼태였다.
* * *
“무엇을 그리 열심히 보고 있나?”
정보를 받아 보고 있던 제갈운이 신음을 삼켰다. 벌써 반나절 가까이 저러고 있으니, 남궁천과 사도학이 답답함을 금치 못했다.
그 상황에 침묵을 깨 준 것은 단우현이었다.
“아, 오셨습니까? 하오문에서 가지고 온 정보들입니다.”
“제법 양이 많구나.”
“하하, 이 정도는 되어야 뭘 좀 확인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웃는 제갈운을 바라보며 단우현이 혀를 내둘렀다.
한두 장이 아니라 수백 장은 족히 될 듯한 양.
한데 고작 반나절 만에 그것들 대부분을 읽어 버린 제갈운의 능력은 가히 괴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단우현에게는 도무지 할 수 없는 일이다.
“무언가 실마리라도 있나?”
“최근 중원에 흐르는 소문 같은 것들입니다. 인육귀라든가…… 점쟁이나, 청홍궁 같은 것들 말입니다.”
“아, 그건 나도 몇 번 들어 봤다.”
사도학이 질겅질겅 육포를 씹으며 답했다.
그 또한 천산에서 이곳으로 오는 도중 여러 가지 소문을 들었고, 그중 흥미로운 것들이 몇 가지 있었다. 제갈운이 내뱉은 것들이 전부는 아니었지만, 가장 웃긴 것들이기는 했다.
“사람 잡아먹는 귀신에…… 죽은 점쟁이가 살아 돌아왔다고들 하고…… 계집들만 있는 청홍궁은 사내새끼들의 정기를 빨아먹고 다닌다지?”
“하하, 아직 무엇도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제갈운이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게 무슨 필요가 있는가?”
남궁천이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갸웃했다.
홍원창이 해결하려는 일과는 연관이 없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탓이다. 현 상황에서 가장 의심 가는 이는 인육귀 정도일까?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만, 소문도 가끔 진실을 품고 있을 때가 많기에 알아보려는 겁니다.”
사도학과 남궁천이 두 눈을 끔뻑였다.
반나절 동안 열심히 저 많은 정보를 읽은 이유가 고작해야 소문을 듣고자 하는 것이라니.
사실상 별 의미가 없는 행동이지 않은가?
지금 가장 급한 일은 홍원창이 가지고 온 사안이었다.
“하면 홍원창의 일은……?”
“아…… 그것 말입니까?”
제갈운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이미 해결되었습니다만?”
“뭐…… 뭐라?”
“그게 무슨 소리야?”
뜬금없는 말에 두 노인이 화들짝 놀라 제갈운을 바라봤다.
지금까지 아무런 말조차 하지 않던 이가 느닷없이 일을 해결하였다고 선언하니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러자 제갈운이 두 사람을 진정시키며 입을 열었다.
“이번 일은 사실 제가 나설 것도 없었습니다. 애초에 범인은 처음부터 알고 있었으니까요.”
“빙빙 돌리지 말고 똑바로 해라. 동방구 놈도 매번 그러다 맞았다.”
사도학이 주먹을 움켜쥐며 인상을 썼다.
머리 쓰는 놈들은 꼭 저렇게 빙글빙글 말을 돌리다가 얻어맞았다.
제갈운이 식은땀을 흘리며 슬쩍 물러섰다.
“장삼태가 그러지 않았습니까? 그림자는 본래 검은색이라고.”
“근데? 그게 맞잖아.”
“하하, 이상하지 않습니까? 늦은 밤에 그림자 따위가 보일 리 없지 않습니까?”
그 한 마디에 두 사람은 충격 받은 표정을 지었다.
그렇다면 처음부터 장삼태는 정답을 이야기한 것이다.
그럼 도대체.
‘그놈은 왜 맞은 거야?’
두 사람이 묘한 표정으로 단우현을 바라봤다.
무표정하나 단우현은 속으로 식은땀을 흘렸다.
그저 평소처럼 장삼태의 헛소리로 치부했기 때문이다.
‘불쌍한 놈…….’
‘쯧쯧.’
장삼태에 대한 안쓰러움이 가시지 않는 사람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