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286
“범인이 잡혔다고?”
“죽었다고 하더군. 저쪽 구석에 있는 객잔에서 말이야.”
“허…… 도대체 어느 놈이었던가? 사파? 마교?”
“글쎄…… 그건 잘 모르겠지만 일단 홍 대인께서 시신을 수습하면서 사태를 일단락시켰다던데……?”
곳곳에서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장사 일대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흉수가 죽었고, 그 시신을 관아에서 가져갔다.
다른 곳도 아닌 관아에서 흉수를 잡아 죽였다고 선포를 하였으니, 이번 일이 마무리된 것은 틀림없는 것 같았다.
그러나 사람들의 뇌리에는 아직까지 많은 생각이 오가고 있었다.
누구는 모용혁문이 흉수일 거라 주장했고, 또는 사파나 마교의 인물이 아니냐며 온갖 추측을 내놓고 있었다.
사건은 일단락되었으나 사람들의 마음에는 불안감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한편, 시끄러운 장사와 다르게 평화로운 호남단가의 마당에서 단소미가 뛰어놀고, 연무장에선 권무진과 마장강, 그리고 제갈연이 미친 듯이 수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그러나 몇몇 이들은 태평하게 툇마루에 앉아 있었는데, 이는 다름 아닌 단우현과 장삼태 그리고 매향이었다.
“…….”
“…….”
단우현은 장삼태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그 시선을 느낀 장삼태가 고개를 돌렸다.
매향은 장삼태의 손가락에 깨끗한 천을 감아 주고 있었는데, 움직일 때마다 상당히 아픈 것인지 장삼태는 움찔거리며 인상을 찌푸렸다.
“손가락이 나갔다고?”
“……예.”
“그래서 출전을 못한다고?”
“아니…… 아프니까 못하는 거 아니겠습니까요.”
장삼태가 다소 억울한 표정을 지었다.
손가락이 맛이 갔는데 무림대회를 어찌 나가는가?
아니, 애초에 이런 위험한 무공을 익히게 만든 단우현이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닌가?
게슴츠레 눈을 뜨며 불만을 표했다.
“다른 한 손은 멀쩡하지 않으냐?”
“아니, 무기도 안 쓰는데 적어도 양손은 써야죠!”
“남궁천은 팔 하나로도 잘 싸운다.”
“제가 오황은 아니잖습니까?”
장삼태가 피식 웃으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어디 오황과 평범한 사람을 비교한단 말인가?
“같은 사람이지 않으냐?”
“무신하고 오황이 같은 사람일깝쇼?”
“……그럼 사람이 아닐까?”
“……헤헤헤.”
장삼태가 헤벌쭉하며 웃음을 지었다.
자신이 말을 해 놓고도 실수를 했다는 듯 딴청을 피웠다.
지그시 쳐다보는 단우현의 시선이 오늘따라 유난히 많이 아팠다. 다행인 점은 손이 날아오지 않았다는 것인데, 저 표정으로 보아 때리면 죽을 것 같기에 안 건드는 것 같았다.
장삼태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어찌 되었든 못하겠습니다! 아니, 애초에 이런 위험한 무공이라고 왜 안 알려 준 겁니까?”
그 말을 먼 곳에서 듣고 있었던 몇몇 이들이 꽤 놀란 표정으로 바라봤다.
다른 사람도 아닌 단우현이 직접 무공을 가르쳤다는 대목에서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것이다.
“너는 알려 줘도 난리로구나. 누구는 못 배워서 안달인데 말이지.”
“헤헤헤, 이 삼태! 위험한 건 필요 없고, 장주님과 소미 곁에서 안락하고 편히 살다가 죽고 싶습니다.”
“그렇구나.”
단우현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 표정은 매우 부드러웠는데 기이할 정도로 눈빛이 살벌했다. 장삼태는 단우현의 심사가 단단히 꼬였음을 눈치챘다.
“다녀와야 할 곳이 있다.”
“에이, 그럴 시간이 어디 있습니까요? 무림대회 준비해야 해서 바쁩니다.”
“…….”
“…….”
이대로는 죽는다.
장삼태는 본능적으로 생각했다.
어디를 보내려는 것인지는 잘 알 수 없지만, 지금 단우현이 시키는 일을 맡았다간 절대 성한 몸으로 돌아오지 못할 것이다.
“그래?”
“예! 열심히 해서 우승해 보이겠습니다 장주님을 위해서! 말입니다!”
“그렇군.”
연신 고개를 끄덕이는 장삼태를 보며 단우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싱글벙글 웃고 있는 녀석의 얼굴을 지그시 노려봤다.
그 시선이 매우 따가웠기에 장삼태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왠지 모를 불길한 예감이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 * *
무림대회 예선이 벌어지는 날
무수히 많은 무림인들이 모인 탓에 장사는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발 디딜 틈조차 없었으나 대회에 출전하는 이들은 생각했던 것보다 많지 않았다.
대부분이 구경을 위해 찾아온 이들이거나, 도박으로 큰돈을 만지기 위해 있는 모인 이들인 듯했다.
왕부의 주최로 열리는 데다 상당한 보상이 있기는 하지만, 천도회의 후기지수들이 참가한다는 것이 알려지자, 이길 가망성이 없다고 판단한 이들이 빠르게 발을 빼면서 생긴 일이다.
실제로 출전한 이들 대부분은 팔대세가의 후기지수들과 검을 맞대고픈 자들, 혹은 본인의 실력에 자신이 있는 이들뿐이었다.
“엄청나네…….”
예선장을 바라보고 있는 남궁소혜가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곳곳에서 펼쳐지는 격렬한 대결은 눈이 돌아갈 만큼 대단했다.
지켜보는 이들도 수준 낮은 싸움에는 야유를, 격렬한 공방이 이루어진다면 환호를 터트렸다.
그 우렁찬 소리가 온몸에 전율을 일으켰다.
“이대로 가면 당연히 우리는 본선행이네.”
곁에 있던 제갈연이 투지를 불태우며 중얼거렸다.
남궁소혜는 물론이고 호남단가에서 출전한 이들 대부분이 예선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떨거지들을 털어내는 목적인 예선이므로 큰 무리 없이 이겼으니, 본선행이 결정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저건……?”
“황보영…….”
우와아아아아!
이윽고 함성이 들려왔다.
한쪽에 마련되어 있는 커다란 대회장에서 황보영의 권각을 뻗어 자신보다 몇 배나 덩치 큰 이를 단숨에 쓰러트렸다.
그 순간, 들려오는 환호성은 지금까지 들렸던 그 어떤 환호성보다 대단했다.
팔대세가라는 이름이 주는 기대감과 화려한 무공이 만들어 낸 성과가 아닌가 싶었다.
제갈연이 그것을 바라보며 피식 웃음을 지었다.
입가에 떠오른 것은 명백한 조소.
“여전히 화려한 것만 좋아하네.”
“성격이니까.”
남궁소혜마저 어깨를 으쓱하며 어색하게 웃음을 지었다. 남들 앞에서 튀는 것을 좋아하는 황보영의 성격상, 화려하고 멋진 무공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건 당연한 결과였다.
그것이 생사가 걸린 실전에서는 치명적인 단점이라는 것을 본인 또한 알고 있으나, 고치기가 그리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반대로 관객들이 침묵하게 만드는 이도 있었다.
그곳에서 들려오는 것은 오직 쓰러진 이의 비명 소리.
“끄아아아아악!”
온몸이 시퍼렇게 변한 채 나뒹구는 자.
입술은 시퍼렇게 질렸으며 입에서는 울컥울컥 죽은피를 토해 내고 있었다. 이윽고 바들바들 몸을 떨다가 이내 축 늘어졌다.
“사…… 살인은…….”
“죽지 않았습니다.”
여인의 서늘한 대답에 심판이 조심스레 다가갔다. 쓰러진 이의 맥을 짚어 보니 다행히 숨을 쉬고 있었다.
그러나 영 상태가 좋지 않다.
이대로 놔두었다간 필시 목숨을 잃을 것 같았다.
당문혜.
사천당가의 일원인 그녀는 가볍게 손을 떨치며 등을 돌렸다.
일초식도 되지 않아 승부를 내어 버린 놀라움도 놀라움이지만, 그 손속 자체가 너무나도 잔혹하여 사람들의 말을 잃게 했다.
“한 시진 안에 풀릴 테니 놔두셔도 됩니다.”
“아…… 알겠소이다.”
들려오는 말에 심판이 가까스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서 빨리 사내를 내보내야 하는데 중독될까 두려워 함부로 손을 대지 못했다.
“최대 적수라면 저 아이인가?”
남궁소혜가 뚫어지게 당문혜를 바라봤다.
당문혜 또한 스쳐 지나가는 순간 남궁소혜를 바라보았는데, 여전히 차가운 그 눈빛은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것 같았다.
“무섭네.”
“그러게나 말이야.”
두 여인이 어깨를 으쓱하며 웃음을 지었다. 당문혜의 성격을 익히 알고 있는지라, 저 시선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지 않았다.
도발이다.
어디 한번 덤벼 보라는 뜻.
두 여인이 쓴웃음을 짓고 다른 곳도 바라봤다. 마침 마천군의 가면을 쓰고 출전한 장삼태가 각법을 써서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 보였다.
그 몸놀림이 제법 날쌔 놀라움을 자아냈다.
그때.
쾅-!
어디선가 굉음이 울렸다.
한순간, 모든 사람의 시선이 한곳으로 모였다.
커다란 대회장 한 벽면에는 팔 척 장신의 사내가 벽에 틀어박힌 채 주르륵 무너져 내리는 것이 보였다.
어떤 수법으로 당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상당한 타격을 입은 듯 눈동자는 이미 돌아가 있었으며, 얼굴이 피투성이가 된 상태였다.
“스…… 승리…….”
심판이 멍한 표정으로 사내의 승리를 입에 담았다.
고작해야 한 수.
당문혜처럼 독수를 쓴 것도 아니고 단 한 번의 휘두름이었다.
팔 척 장신의 건장한 사내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벽에 틀어박혀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아수라의 형상이 새겨져 있는 가면을 뒤집어쓰고 있는 그는, 마치 화를 내는 것 같았는데, 가면 탓에 그 본연의 얼굴이 드러나지 않아 더욱 사람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방금……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사람들이 소곤거려 보지만 누구도 답을 줄 수 없었다. 손이 눈보다 빠르다는 말을 실제로 본 것 같은 전율적인 한 수였다.
팔대세가의 후기지수나 제법 실력에 자신 있던 낭인들 중에서도 그 사내의 수법을 알아챈 이가 없었다.
터벅터벅-
가면을 뒤집어쓴 사내는 말 없이 위에서 내려왔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면 흥미가 없는 것인지 그는 아무렇지 않게 사라졌다.
“어…… 엄청난 고수네.”
남궁소혜가 혀를 내두르며 그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이제는 사라져 보이지 않지만, 지금까지 이 대회장에서 본 인물들 중 가장 강한 이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제일 조심해야 하는 인물은 당문혜가 아닌 조금 전 그 사내일지도 몰랐다.
“응, 강해 보이네.”
그런데 곁에는 무덤덤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이없는 표정으로 사내가 사라진 곳을 빤히 지켜보는 제갈연이다.
마치 질렸다는 표정이었고, 이건 도무지 어찌할 수 없다는 한숨마저 내뱉었다.
“왜 그래? 아는 사람이야?”
“으응? 아니…… 그냥 좀…… 누가 불쌍해서…….”
제갈연이 측은한 표정으로 장삼태를 바라봤다.
그는 경악 어린 시선으로 사라진 사내의 등을 쳐다보고 있었는데, 믿을 수 없다는 듯 몇 번이고 자신의 볼을 꼬집어 보다 이내 주저앉아 머리카락을 쥐어뜯었다.
“참…… 사람은 착하게 살아야 하는 것 같아. 그치?”
“으응?”
영문을 알 수 없었던 남궁소혜는 그저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전혀 갈피를 잡지 못하는 표정이다.
제갈연이 순진한 남궁소혜의 어깨를 두드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만큼 오래된 인연이면 딱 보고 알아차려야 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