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287
“장주님-! 장주님-!”
헐레벌떡 집으로 달려온 장삼태는 급하게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벌컥!
열린 문이 당장이라도 부서질 듯 격한 소리를 내었지만 장삼태에게는 그런 것 따위 조금도 문제가 되지 않는 듯했다.
그가 숨을 헐떡이며 안을 둘러봤다.
있어야 할 이들이 보이지 않는다.
사도학이나 남궁천은 바둑을 두며 앉아 있기는 했지만, 단우현은 없었다.
시퍼렇게 질린 장삼태가 바들바들 몸을 떨었다.
“왜 그러느냐?”
그 모습을 본 남궁천이 물었다.
느닷없이 들어와선 봐선 안 될 것을 본 사람처럼 몸을 떨고 있으니 어찌 우습지 않은가?
그 질문에 장삼태가 꿀꺽 침을 삼켰다.
“자…… 장주님은 어디 가셨습니까요?”
“으응? 그러고 보니 뒷간에 간다고 한 지 좀 된 것 같은데…….”
“엑……?”
장삼태의 숨이 조금 거칠어졌다.
“왔느냐?”
그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뒷간 쪽에서 걸어오고 있는 단우현의 목소리였다.
평소와 다름없는 복장이고 표정 또한 다르지 않았다. 그것을 보는 순간 장삼태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으나, 괜스레 불안한 마음에 입을 열었다.
“어디 갔다 오셨습니까?”
“뒷간.”
“……정말입니까?”
“그렇다만?”
단우현은 진심을 담은 표정으로 말했다.
“제 얼굴을 똑바로 보십시오!”
“그래.”
“정말로 뒷간입니까?”
“같은 이야기를 몇 번이나 해야 직성이 풀리겠느냐?”
장삼태가 게슴츠레 눈을 떴다.
‘정말로 아닌가?’
하지만 그 뒷모습이 너무나도 닮아 다른 사람이라 볼 수가 없었다.
아무리 가면을 썼다 해도 단박에 알아차릴 정도였으니까.
“허허, 무슨 일인데 그러는가?”
“아니…… 그 혹시…… 장주님이 대회에 출전하신 거 아닌가 싶어서 말입니다.”
“이 멍청아! 그런 삼류대회에 우리가 왜 나가? 그리고 우리가 나갈 거였으면 네놈들한테 가면을 씌웠겠느냐?”
사도학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쏘아봤다.
심지어 다른 사람도 아닌 단우현이다.
이미 그 경지가 하늘에 닿아 있는 사람이거늘, 어린아이들 싸움 같은 대회에 끼어든다는 게 말이나 될 법한가?
또한 권무진에게는 군자검을, 장삼태에게는 마천군의 가면을 씌워 출전을 시켰다.
사실상 영친왕부에서 믿고 있는 것은 그 둘이기 때문이다.
하여 단우현이 나갔다면 다른 이들에게 가면을 씌우지 않고 남궁천이나 사도학이 직접 나섰을 것이다.
“하지만 진짜로 장주님 같았다니까요!”
“허허, 단 장주. 정말로 그 대회에 나갔는가?”
“우습지도 않은 소리를 하는구나.”
진심으로 가당치도 않다는 듯 단우현은 장삼태를 바라봤다. 질렸다는 표정이 절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았다.
장삼태가 신음을 흘렸다.
정말 다른 사람인가?
하지만 그 행동과 전체적인 분위기가 단우현이 분명했거늘!
“……차, 착각했나 봅니다. 하하하. 그렇죠? 우리 장주님이 그런 데 나갈 리가 없죠?”
“그래, 잘못 생각했다.”
단우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장삼태를 스쳐 지나갔다. 저도 모르게 자연스레 단우현의 주먹을 보게 되었는데, 시뻘건 피 한 방울이 튀어 있는 것이 보였다.
오싹-!
장삼태가 소름 돋는 표정으로 단우현을 바라봤다.
그 시선을 깨달은 단우현이 아! 하며 작은 소리를 냈다.
“뒷간에 멧돼지가 나타나서 말이다.”
“그…… 멧돼지는…… 어디에 있습니까?”
“버렸다.”
“……어디에다?”
“글쎄…… 잘 모르겠구나.”
장삼태가 할 말을 잃은 표정으로 단우현을 바라봤다.
피식 웃고 지나가는 그를 보는 순간, 진심으로 자신의 앞날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 * *
이틀 뒤, 무림대회의 본선이 환호성과 함께 막을 열었다.
평소보다 몇 배나 크게 준비되어 있는 대회장에는 왕부의 인물들이 속속들이 모여들기 시작하였고, 주변에는 무수히 많은 포졸들과 제법 실력 있는 호위들이 사방에 진을 치며 그들을 호위했다.
이번 대회를 위해 상당히 많은 공을 들인 만큼, 성공적으로 끝을 내고픈 마음들일 것이다.
특히 금왕부의 입장에서는 말이다.
“하하하, 크게 연 보람이 있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들려오는 말에 영친왕은 부드럽게 웃음을 지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을 불러 모은 것은, 만인 앞에서 영친왕부에 창피를 줄 심산이었다.
그것을 모를 리가 없기에 속이 말이 아니었지만, 대놓고 욕을 할 수가 없으니 떨떠름한 미소라도 지어 줘야 했다.
“듣자 하니 악양 신흥세가 중 한 곳이 왕부의 대표로 나왔다 들었습니다만……?”
“그…… 그렇습니다. 호남단가라는 곳인데 제법 실력이 있지요.”
영친왕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그래 봐야 팔대세가만큼 영향력이 있는 곳이 아니니 괜스레 불안한 마음이 든 것이다.
금왕부의 왕야가 껄껄거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것은 마치 비웃는 것 같았기에 저도 모르게 인상을 썼다.
“괜찮아요, 아버지! 분명 이번에는 저희가 이길 거예요!”
“하하하, 지약이 저리 말하니 어디 한번 지켜봐야겠습니다.”
“하…… 하하…….”
한껏 여유를 부리며 말을 하는 금왕부 왕야의 말에 영친왕은 괜스레 울컥 치솟는 화를 억누르느냐 꽤 힘이 들었다.
‘이번에는 반드시 눌러 주마!’
그는 그런 다짐을 하며 호남단가의 승리를 기원했다.
* * *
그야말로 사람으로 산을 이루고 바다를 이룬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태어나 처음으로 이리 많은 사람을 보는 단소미 또한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 채 눈을 반짝였다.
“봐요! 사람들이 엄청 많아요.”
“허허, 정말 그렇구나.”
대회장 안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은 남궁천과 사도학은 한가득 모여 있는 인파를 바라보며 껄껄 웃음을 지었다.
비록 다른 이들에게 얼굴을 들키고 싶지 않아 죽립을 쓰고 있지만, 오히려 그것들이 더욱 사람들의 시선을 모으고 있는 것 같았다.
“저 인간들 앞이 보이기는 하는 거야?”
“엄청 답답할 것 같은데 말이지.”
곳곳에서 소곤거리는 음성이 들렸다.
두 노인은 괜히 쓰고 왔나 싶었는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무인들 앞에서 맨얼굴을 보일 수는 없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그런데 아빠가 안 보이네요.”
“조금 이따가 올 것이다. 뒷간 간다고 하지 않았더냐?”
“네에…….”
단소미가 다소 처진 어깨로 고개를 끄덕였다.
뒷간에 간다고 한 지 벌써 반 시진은 된 것 같은데, 아직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
“변비가 심한가 보지.”
“그런가요?”
“나중에 좋은 걸 먹여 보자꾸나. 허허허.”
단소미가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는 찰나, 느닷없이 사람들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우와아아아!
본선을 치를 이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팔대세가의 인물들은 물론이고, 낭인들 중에서도 제법 이름을 날린 이들.
덕분에 예선보다 더욱 많은 사람이 이 자리를 찾았고, 함성은 도무지 끊이지 않았다.
“도박은 이미 끝났겠지?”
“어허- 그런 것은 함부로 손을 대는 게 아닐세.”
“뭐 어때? 소미야.”
“네?”
“저 사람들 중에서 누가 우승을 할 것 같으냐?”
사도학이 반짝 눈을 빛내며 물었다.
도박을 즐기는 것은 아니지만 재미 삼아 맞춰 보는 것 또한 나쁘지 않다고 생각을 한 것인지, 이들 중 가장 운이 좋은 단소미에게 물었다.
소미가 으음- 하며 작은 신음을 삼켰다.
먼 거리에서 보이는 사람들을 하나둘씩 살펴보았다. 남궁소혜도 보였으며 장삼태 또한 있다. 익숙한 면면들이 많으니 누구를 고른다 한들 선택 받지 못한 이들은 실망을 금치 못할 거다.
그러다 단소미가 누구를 가리켰다.
“저기 저 아저씨요.”
“누구?”
“저 도깨비 가면을 쓴 아저씨요.”
“도깨비?”
두 사람이 묘한 표정을 지으며 단소미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봤다. 그러자 정말로 도깨비 가면을 쓴 이가 우두커니 서 있는 게 보였다.
“…….”
“…….”
그 순간, 두 사람이 할 말을 잃었다.
가면을 쓰고 있는 탓에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사람마다 기본적인 체형이 있고 고유의 기운이 있는데, 그런 이들 중에서 단우현은 조금 특별한 기운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기에 두 노인은 단박에 알아봤다.
“저놈은 저기서 지금 뭐하는 거야?”
“허…… 허허…….”
“왜요? 아는 사람이에요?”
“아, 아니 아니다.”
둘은 식은땀을 흘렸다.
그러고 보니 예선이 끝날 무렵 장삼태가 부리나케 달려왔던 기억이 떠올랐다. 아마도 이 일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닌가 싶었다.
“애들 싸움에 어른이 끼어드는 거잖아? 생각이 있는 거야?”
“뭐…… 무슨 생각이 있어서 그런 것이지 않겠는가?”
두둔하고는 있지만 남궁천 또한 그리 못마땅한 표정이다. 이렇게 되면 이미 우승자는 이미 확정된 것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두 사람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
그러다 문득 무언가를 떠올렸는지 남궁천과 사도학이 서로를 바라봤다.
한동안 침묵.
같은 것을 생각했음을 깨닫는 순간 서로 헛기침을 뱉었다.
“크큼…….”
“허험…….”
두 사람이 주섬주섬 품 안을 뒤졌다.
무언가를 확인하며 하나둘씩 세어 보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소미야.”
“네?”
“잠시 혼자 있을 수 있겠느냐?”
“물론이에요! 금방 오실 건가요?”
“허허허, 일다경도 걸리지 않을 거다.”
“네!”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는 단소미를 바라보며 두 사람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섰다. 어디론가 향하는 발걸음이 무척이나 빨라졌다.
무수히 많은 인파를 지나가 뒷골목으로 들어섰다.
보통이라면 사람들조차 없는 곳인데, 오늘따라 무수히 많은 이들이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두 사람이 그곳에 멈춰 섰다.
“아니, 뭐…… 그냥 한번 해 보는 거지…….”
“크큼, 가끔 이런 놀이로 유익하지 않겠는가. 허허.”
서로 어색함을 감추며 한 사내 앞에 섰다.
접수를 하고 있던 이가 슬쩍 고개를 들어 올리자, 남궁천이 다소 어색함을 참아 내며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마치 어른 몰래 장난을 치는 어린아이 같은 표정이었다.
“혹, 도깨비 가면 쓴 사내에게 돈을 건 이들이 있는가?”
질문에 사내가 종이를 뒤적거리기 시작했다. 한참이나 그것을 바라보더니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 두어 명 있습니다. 그중 한 명이 꽤 큰돈을 걸었습니다만…… 사실 확률은 별로…….”
사내가 비웃음을 머금으며 답했다. 이번 대회 우승은 틀림없이 금왕부의 사람들, 즉 천도회에서 나온 후기지수들일 텐데, 어떤 멍청한 이가 십만 냥이라는 거금을 걸어 놓은 것이다.
절레절레 고개를 젓는 그 순간.
“이 돈 전부 도깨비 가면을 쓴 이에게 걸겠네.”
“나도.”
“저…… 전부 말입니까?”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자 사내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무시무시한 가면을 쓰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런 가면을 쓴다 하여 전부 강한 것이 아니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도깨비 가면을 쓴 이를 논외라 생각하며 돈을 걸었기에, 십만 냥이라는 거액을 건 이가 있음에도 대회에서 가장 큰 배당률을 가지고 있다.
만에 하나 그자가 이긴다면 어마어마한 돈을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사내가 생각하기에 그럴 확률은 정말 희박했지만 말이다.
사내는 그런 생각을 하며 조소를 머금었다.
“어서 걸고 확인증이나 주게! 애가 기다리고 있네!”
“알겠습니다.”
사내는 묘한 표정을 지었으나 말릴 이유는 없었다. 재빠르게 손을 뻗어 수금한 뒤, 확인증을 건네주었다.
“흐흐…….”
“허허허.”
두 노인이 보이지 않는 웃음을 지으며 유유히 걸었다. 실실 흘러나오는 웃음은 어딘지 모르게 꺼림칙한 느낌까지 들게 했다.
사내가 그것을 바라보며 왠지 모를 불안감에 몸을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