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29
“기분 좋으니?”
“네!”
남궁소혜와 화소미는 손을 잡고 학당으로 향했다. 오늘은 처음으로 학당에 가는 날이므로 꽃단장하여 평소보다 입고 있는 옷이 화려했다.
“호호, 분명 좋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 거야.”
“그랬으면 좋겠어요.”
미소 짓는 화소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사실 남궁소혜는 다소 불안한 면이 있었다.
권력과 돈을 가진 집안의 자식들이 배경 없는 이들을 얼마나 천대하는지 모르지 않기 때문이다.
이 여리고 여린 것이 견딜 수나 있을는지.
“소미라면 걱정하지 말고 데려다 주어라. 어차피 너도 악양에서 할 일이 있을 테지?”
걱정하지 말라는 단우현의 말을 곧이곧대로 따를 수는 없었다. 그녀가 보기엔 상당히 무책임한 것처럼 보였으니까.
그렇다고 결사반대를 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었으므로 그녀는 불안한 마음으로 학당에 도착했다.
“자, 힘내렴! 뭐든 기세를 잡는 게 중요해.”
“기세요?”
“그래, 절대 기죽지 말고! 저들보다 네가 못난 것은 없으니까.”
“헤헤, 알았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화소미가 고개를 끄덕이며 학당 안으로 들어섰다. 불안한 마음은 쉽게 가시지 않았으나, 그렇다고 그것만을 붙잡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럼 나는 어쩐다?’
학당 안으로 들어간 화소미가 더 이상 보이지 않자, 남궁소혜는 작게 한숨을 쉬며 등을 돌렸다. 최근 저녁 마다 악양의 거리를 돌아다녔지만 이렇다 할 정보를 찾지 못하였다.
기껏 낮에 악양에 들어왔으니, 이 기회를 결코 놓쳐서는 안 된다.
벌써 나흘이라는 시간이 지났고, 이대로 더 지체하다가는 악양에 숨어 있는 고수의 정체는 고사하고 장원의 시녀가 되어 버릴 것 같았다.
아픈 머리를 부여잡고 또다시 한숨을 쉬었다.
“일단 탐문이나 하자.”
중요한 정보 하나라도 있으면 된다. 쥐꼬리만 한 것이라도 잡힌다면 그것을 더듬어 몸통을 잡을 수도 있으니까.
남궁소혜는 가장 먼저 저잣거리로 향했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니, 여러 가지 정보를 얻기에는 이보다 좋은 곳은 없을 테니까. 다만 그녀만 그리 생각한 것이 아닌 듯했다.
저잣거리는 무척 시끄러웠다.
나흘 전에 비하면 많이 빠지기는 했지만, 무림인도 보였고 콩고물이라도 떨어질까 찾아온 파락호들도 있었다.
곳곳에서 상인들의 호객 소리와 맛있는 음식들의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오기는 왔는데…….’
남궁소혜는 끙 하며 신음을 삼켰다.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간혹 돈이 필요할 때가 있다. 하지만 전낭 속에는 먼지만 가득했으니 돈을 주고 정보를 얻는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포기할쏘냐?
마음을 굳게 먹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절대 포기하지 않을 거다.
그녀가 빠르게 주위를 탐색하며 사람들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저 여자인가?’
두 사내가 용모파기가 그려진 그림 한 장과 남궁소혜를 비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틀림없이 의뢰인이 말했던 여자가 맞았다.
저 여인을 찾기 위해 며칠째 악양을 빙빙 돌았던 것을 생각하면 울분이 치솟았다. 그러나 이제라도 발견을 하였으니 계획한대로 일을 진행해야 할 차례였다.
“잘 들으시오. 이 그림 속 여인에게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흘려야 하오. 그리만 된다면 이 돈은 당신들의 것이오.”
고작해야 말 한 마디 하는데 은자 다섯 냥이라면 상당한 금액이었다.
본디 입으로 먹고사는 그들이었기에 여인 하나 속여 넘기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그들은 자연스럽게 남궁소혜 근처로 다가갔다. 다행히 인근에는 노점 하나가 있었기에 아무렇지 않게 그곳에 앉아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현령 뒤에는 엄청 대단한 고수가 있다니까! 내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고!”
“미친놈, 그래서 그자가 혼자 흑도회를 쳤다는 거야?”
“누가 혼자래?! 한 사람이 아니었다니까.”
남궁소혜는 번뜩 눈을 떴다.
흑도회라는 말이 귀에 들리는 순간 정신이 들었다.
남궁소혜가 그들을 향해 슬쩍 다가갔다.
“방금 그 이야기 다시 한 번 해 보세요.”
“엉?”
고개를 돌린 사내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남궁소혜를 바라봤다. 그 아리따운 얼굴에 한순간 넋을 잃은 듯하더니 이내 표정을 고치며 큼! 헛기침을 했다.
“이보시오, 내가 무슨 말을 했다고 그러오?”
“방금 한 말…… 다시 해 보세요.”
남궁소혜가 슬그머니 검을 들어 올렸다.
푼돈이라도 받을 줄 알았던 사내의 안색이 사색이 되었다. 남궁소혜의 시선이 소름이 끼칠 정도로 차가웠다.
“그, 그것이 말이오…….”
사내는 긴장한 듯 목소리를 최대한 떨었고, 결코 의심당하지 않을 수 있도록 조심스레 운을 뗐다.
* * *
“화…… 화소미예요…… 잘 부탁해요…….”
수줍은 표정으로 학당의 있는 아이들을 바라보며 꾸벅 고개를 숙였다. 나이가 많은 이들도 있으며 적은 이들도 있지만, 다소 어색한 것인지 존댓말을 이어 나갔다.
아이들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화소미를 바라봤다.
대답없이 주시하는 꼴이 영락없이 무시하는 듯하다. 그들은 천천히 움직여 자리에 앉는 화소미를 쳐다도 보지 않았다.
그러나 한 아이만큼은 다르다.
‘저 아이…… 분명!’
집에서 보았던 그 아이가 틀림없다.
‘왜 이곳에 있는 거지?’
눈썹을 들썩인 홍진랑은 쪼르르 곁으로 다가와 앉는 화소미를 주시했다. 눈이 마주치자 화소미가 얼굴에 환한 미소를 머금었다.
“뭐야, 왜 웃어?”
“헤헤, 안녕?”
서슴없는 말투와 티 없이 맑은 웃음.
그간 만났던 아이들과는 어딘지 모르게 다른 그 행동거지에 홍진랑은 당황하면서도 내색을 하지 않은 채 고개를 돌렸다.
‘재수 없어.’
인상을 찌푸리며 눈썹을 들썩였다.
몇몇 아이들이 그런 홍진랑을 바라보가다 그와 시선을 마주치자 허겁지겁 고개를 돌리기 바빴다. 커다란 덩치와 무지막지한 주먹, 그리고 거침없는 행동은 많은 아이들의 공포가 되기 충분했으니까.
“화소미, 내 이름은 화소미야.”
옆에서 작게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한데, 아무런 대꾸도 해 주지 않자 오기를 부리는 것인지 계속해서 이름을 말한다. 아니면, 홍진랑에게 이름을 알려 달라고 하는 것인지도 몰랐다.
물론, 홍진랑은 철저히 무시했다.
몇 번이나 들려오는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며 시간을 보냈다.
* * *
“찾았어요!”
장원으로 되돌아온 남궁소혜는 큰 소리를 내며 단우현을 향해 달려갔다. 하지만 그 모습이 보이지 않자 의아함을 머금었다.
그러자 마당을 손질하고 있던 장삼태가 인상을 썼다.
“밖에 있소 밖에. 들어오면서 못 봤어? 낚시하고 있는 거.”
“…….”
남궁소혜의 얼굴이 붉어졌다. 면박을 주는 장삼태를 한 번 쏘아보고는 조심스럽게 장원을 나섰다. 딱히 보지 못한 것은 그녀의 탓이 아니다.
단우현은 원체 존재감이라는 게 없다.
옆에 있어도 직접 눈으로 보지 않는 이상 느껴지지 않았다. 막상 대화를 할 때도 가끔 허공에 대고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나한테 존재감 없다고 하면서 자기는 완전히 공기잖아?’
남궁소혜가 툴툴거리며 단우현에게 다가갔다.
사실 보고할 필요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너무 기분이 좋았던 나머지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러다 제일 먼저 생각난 것이 바로 단우현이었다.
왜 그런지는 잘 모른다.
그저 그부터 찾게 되었을 뿐.
“그래, 뭘 찾았다는 거지?”
낚시를 하고 있는 단우현은 태평했다.
낚싯대를 드리워 놓고 주저앉아 지그시 눈을 감고 있다. 저래서야 고기가 물어도 알 수가 없을 터였다.
하지만 오랜만에 느끼는 기분 좋은 조용함에 평소 무표정했던 것과는 다르게 약간이지만 변화가 있었다.
남궁소혜가 생긋 웃었다.
“현령 뒤에 있을 것 같다는 고수요!”
“……찾았다고?”
“네! 엄청 힘들었다니까요.”
단우현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녀의 행동을 보고 있자니 못 찾은 것 같아 보인다.
“못 찾은 것 같은데?”
“아니, 정말이라니까요! 직접 만나지는 못했지만 이따 저녁에 그 사람들을 만나기로 했어요.”
“그 사람…… 들?”
남궁소혜는 홍원창의 뒤를 봐주는 사람이 한 명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추측을 했었다. 하긴, 흑도회를 제거하는 데 고작 한 사람이 나선다고 생각하는 게 오히려 상식을 벗어난 것일 테지만 말이다.
“들어는 봤어요?”
“뭘 말이지?”
“호남오검!”
단우현은 고개를 갸웃했다.
당연한 말이지만 들어 본 기억이 없었다. 호남오검은 도대체 어디서 나타난 이들인가?
영 의미를 알 수가 없었던 탓에 지그시 남궁소혜를 바라봤다.
“너는 아느냐?”
“아뇨. 몰라요.”
“…….”
사실 남궁소혜는 호남오검이라 불리는 자들이 있다는 것조차 몰랐다. 그렇게 유명한 이들도 아닌 데다 활동이 전무하다시피 했기에 무림맹에서도 파악을 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였다.
“그 정도 이름을 가지고 있으니 필시 대단한 사람들 일 거예요, 제가 찾던 사람들은.”
남궁소혜는 기분이 좋았다. 다른 이들보다 먼저 호남오검을 찾았다는 뿌듯함 마음이 들었다. 이제 더 이상 시녀 생활을 하지 않아도 되고, 마음 편안하게 맹에 알린 후 돌아가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이 지긋지긋한 생활과도 이제 안녕이다.
“호남오검이라…… 정말 고수들인가 보군. 흑도회라는 곳을 제거 할 정도면.”
단우현은 피식 웃었다.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남의 공을 가로채려는 사기꾼들이 있는 모양이다. 하긴, 본인이 직접 나서지 않는 한 정체가 알려질 일은 적을 테니, 사기를 치기에는 제격이었다.
단우현은 봉황단 단주인 남궁소혜가 얼마나 대단한 인물인지 몰랐다. 무림맹이 얼마나 크고 대단한 영향력을 주는지도 알지 못했다.
그의 입장에선 남궁소혜는 물론이며 세간에 이름난 고수들조차 송사리나 다름없었으니까.
“그자들을 만나기로 한 건가?”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보고 무림맹으로 영입 의사를 전해야죠.”
들뜬 마음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았다.
사실상 무림맹의 비밀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그녀였으니, 누구에게도 떠벌려서는 안 되는 것이다.
하지만 단우현의 앞에 있는 그녀는 입이 가벼운 사람마냥 재잘거렸다. 자연스럽게 피어오른 단우현의 부드러운 기운이 그녀의 마음을 놓게 만든 것이다.
“저녁이라…… 그럼 함께 가지.”
“에?”
“나도 보고 싶구나, 호남오검이라는 자들이.”
단우현은 웃었다.
도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 자들이기에 이리도 대담하게 사기를 친단 말인가. 사실 자신이 행한 일을 다른 사람이 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무렇지 않다.
애초에 그런 것에 신경을 썼다면 홍원창에 모든 것을 넘기지는 않았을 테니까. 그런데도 따라가려 하는 것은 오로지 한 가지 때문이었다.
그들이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꾸밀지, 또 어떤 식으로 이 여인을 속이려 들지 궁금했던 것이다.
“얌전히 있겠다고 약속한다면요. 그리고 돌아갈 때 돈도 좀 많이 챙겨 주고…….”
남궁소혜가 힐끗 단우현을 바라봤다.
살짝 변화가 있었던 표정은 어느새 덤덤해졌다.
살짝 눈치가 보인 탓인지 그녀의 시선이 파르르 떨렸다.
단우현은 신경 쓰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구경이나 한번 해 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