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296
남궁천이 부들부들 손을 떨었다.
호남단가에서 제법 멀리 떨어진 산속.
사도학과 남궁천, 그리고 장삼태가 있는 그곳에서 한동안 어떠한 이야기들이 새어 나왔다.
천산에서부터 장백산까지 가면서 벌어졌던 일들 하나하나, 그리고 장백산에서 터진 혈사까지, 모든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있던 두 사람의 표정은 경악에 물들었다.
수천 구의 시체가 있었다고 한다.
사람이 사람을 베는 것은 쉬운 일이다. 하나, 그 수가 수십을 넘어가면 베는 것조차 힘든 법이다.
단우현은 그 수백 배를 살육했다.
그리고 그런 단우현을 피해 무수히도 많은 이들이 도망을 쳤다.
그 사실을 토대로 추측해 보았을 때, 사파의 몰락은 아마도 이들이 벌인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들이 혈의를 입고 있었다는 점에서 확신에 가까운 추측이라 할 수 있었다.
이러한 이야기들만으로도 이미 경악하며 믿을 수 없는 일이거늘, 뒤이어 흘러나온 말이 더욱 두 사람을 놀라게 했다.
“뭐…… 뭐라……?”
“그게 정녕 사실이더냐?”
멱살을 부여잡는 사도학을 바라보며 장삼태가 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아직도 믿고 싶지 않은 이야기였지만, 본인이 부정하지 않고 있으니 결코 거짓말 같지 않았다.
“무신…… 본인이라고?”
“뭐…… 그런 소리를 들었습니다.”
장삼태가 머리를 긁적이며 답했다.
어휴 하며 한숨을 쉬는 것이 괜한 소리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장삼태의 입장에선 무신이든 아니든 의미가 없었지만, 무림인인 두 사람에겐 상당히 커다랗게 다가오는 것 같았다.
“저게…… 그 전설이라고?”
사도학이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머릿속에 들어있는 수없이 많은 이야기들.
어린 시절부터 듣고 자라고 그 많은 전설적인 이야기들의 주인공.
그것이 다름 아닌 단우현이라니?
천하(天下)를 통틀어 나온 최고의 인재(人災).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가장 강한 제일(第一)의 사내.
그러한 수식어가 아직까지도 따라다니는 자.
천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아직 누구도 그를 따라잡은 이가 없으며, 넘어설 수 있다 자부하는 자 또한 없다고 전해지는 전설.
사도학은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
“내 돈이다.”
“……으음,전설.”
“돈이 없다.”
“내가 한 것이 아니다.”
“전설이…….”
사도학과 남궁천이 식은땀을 흘렸다.
틀림없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것이다.
장삼태 또한 그들이 무엇을 생각하는지 어느 정도 짐작이 되었는지, 저도 모르게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생각하면 할수록 제법 웃긴 것들이 많았다.
“무슨 이야기를 그리하느냐?”
그때, 슥 하며 수풀을 가르고 단우현이 모습을 드러냈다. 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고 하더니, 그 말이 꼭 맞는 것 같았다.
그의 기척조차 느끼지 못한 사도학과 남궁천이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이윽고 그 전설을 눈앞에 두는 순간.
“풉……!”
“크흐흐…….”
저도 모르게 웃음을 터트렸다.
아무리 생각해 봐도 전설과는 어울리지 않았다.
끅끅거리며 배를 잡고 웃음을 터트리니, 단우현의 눈빛이 착 가라앉았다.
“말해 봐라.”
“크흐흐, 아…… 아무것도 아니다.”
“껄껄껄-”
단우현의 시선이 슥 하며 장삼태를 향해 돌아갔다. 착 가라앉은 눈빛이 돌아오니 저도 모르게 몸이 움츠러들었다.
저 두 사람과는 다르게 단우현 앞에서는 생쥐 신세가 되어 버리는 장삼태이다 보니, 괜스레 위축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쓸데없는 말은 언제나 화를 부른다고 하지 않더냐?”
“벼…… 별말 안 했습니다요.”
단우현이 인상을 찌푸리자 장삼태가 기겁하며 머리를 땅에 박았다.
울상을 짓고 있는 것이 다소 억울한 감이 없지 않아 있는 것 같았다.
‘제길…… 애초에 저 두 늙은이가 묻는데 어떻게 대답을 안 해?’
다른 사람도 아니고 천하에서 손꼽히는 강자들이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라도 입을 열게 할 수 있는 이들인 만큼, 장삼태는 눈물이 앞을 가렸다.
“크흠! 뭐 어찌 되었든 간에 잘 알았네. 굉장히 놀라기는 했으나 뭐…… 풉……!”
“…….”
근엄한 표정으로 말을 하고 있었던 남궁천이 결국 웃음을 터트리며 고개를 숙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들이 알고 있던 그 전설과 단우현은 전혀 같은 사람이란 생각이 들지 않았던 탓이다.
역시 소문은 믿을 것이 되지 못했다.
“스읍……! 그래, 뭐 그건 그렇다 쳐! 어찌 되었든 사파에서 벌어진 일은 결국 네놈 책임 아니냐?”
“그게 왜 내 책임이냐?”
사도학이 찌릿 단우현을 쏘아보았다. 어찌 되었든 단우현이 준비도 없이 나선 탓에 그 많은 이들이 도망을 쳤고, 결국 그들이 살기 위해 단체를 형성하고 적무성을 끌어내렸다.
단우현이 이번 일에 관여되어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그놈들이 아무 짓도 못하게 확…….”
“전부 죽였으면 된 것이냐?”
오싹-!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이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툭 하고 내뱉은 말이기는 하지만 그 안에 실려 있는 위압감은, 남궁천과 사도학마저 짓누를 정도였다.
죽인다는 말이 이리도 공포스러웠던 적이 있던가?
주륵-
세 사람의 이마에 송골송골 식은땀이 맺혔다.
“그건 좀 그렇지…… 안 그런가?”
“그, 그렇군.”
남궁천의 물음에 사도학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고수 수천 명을 베었다고 들었다.
도망친 이들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지만, 그것만으로도 사도학이나 남궁천은 하지 못할 무위를 보여 준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하지만 이상하군. 그 우두머리가 죽었는데 체계적으로 움직여 무황성을 집어삼켰다라…….”
“살아있는 거 아니야?”
남궁천의 물음에 사도학이 인상을 쓰며 단우현을 바라봤다. 제대로 처리를 하지 못해 우두머리가 살아있는 경우도 얼마든지 있다.
모용혁문이 남궁천을 죽이려 했지만 실패한 것처럼.
혹은 적무성을 죽이기 위해 많은 이들이 날뛰었으나 그가 지금처럼 살아있는 것처럼.
하지만 그 질문에 단우현이 고개를 저었다.
“내 앞에선 누구도 도망칠 수 없다.”
굳은 표정으로 단호하게 말했다.
자신의 검 앞에서 누구도 도망칠 수 없다.
특히 혈마를 죽였던 일검은 그가 가진 진정한 힘 중 하나였으며 팔선마저 두려워할 힘이 깃든 한 수였다.
아무리 바퀴벌레처럼 끈질긴 혈마라 하여도 이번만큼은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단우현은 그런 확신이 있었다.
“심지어 어르신들만 한 고수가 열 명이나 있답니다! 그게 어디 말이 될 법합니까?”
땅에 머리를 처박고 있던 장삼태 또한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오황이라는 이름이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님에도 적무성은 그것을 입에 담았다.
결과적으로 정말로 오황 정도 되는 무인들이나 혹은 그에 버금가는 자들이 열 명이나 모여 있다는 것은 확실해 보였다.
그렇다면 의문이 들었다.
도대체 누가.
그들을 통솔하고 있는가?
단우현이 눈살을 좁히며 신음을 흘렸다.
지금까지 굳이 생각하려 하지 않았던 것들이 하나둘 떠오르고 있었다.
* * *
“후우……!”
적무성은 오랜만에 편안한 분위기에서 운기조식을 취했다.
곁에서 호법을 서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권무진.
그나마 무황성에서 한솥밥을 먹고 지내던 사이인 만큼, 다른 이들보다 신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를 곁에 세워 놓은 것 같았다.
수 시진의 걸쳐 운기조식을 하는 이의 호법을 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권무진은 한 시도 그 곁을 떠나지 않고 꿋꿋하게 자리를 지켰다.
이미 옛 주군에 대한 정은 사라져 존재치 않으나, 한때나마 섬기며 그를 위해, 그리고 사파의 영달을 위해 검을 들었던 권무진이니 만큼, 남아 있는 마음이 있었던 것 같았다.
호흡을 가다듬는 적무성을 보며 권무진이 조심스레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그래, 그나마 낫구나.”
완벽하게 공력이 돌아오지 않았지만, 어느 정도 수준은 회복하였다.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것이 바로 이 중원무림이니, 한 차례 고비를 넘긴 것이었다.
적무성이 힐끗 뒤를 바라봤다.
“그간 많이 변한 것 같더군.”
“다 주군의 은덕입니다.”
“주군이라…….”
적무성은 작게 웃음을 터트렸다.
예전에 권무진의 주군이라 하면 마독진을 뜻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가 마독진이 아닌 단우현을 따르고 있음을 알았다.
씁쓸하면서도 그 성장에 다소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정말 괜찮으신 겁니까? 무황성은 이대로…….”
“없어질 테지.”
적무성이 후우 하며 한숨을 쉬었다.
무황성은 우두머리를 잃었다.
사파의 절대자이자 오황의 일인이었던 적무성이 죽었다고 공표했고, 그 자리를 다른 이들이 차지했다.
처음에는 많은 이들이 반발할 테지만, 그것도 곧 잠잠해질 것이다.
절대적인 힘이란 원래 그런 것이다.
적무성이 단우현에게 꼼짝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하지만, 내가 살아 있으니, 아직 무황성은 죽지 않은 것이다.”
적무성이 두 눈에 살의를 담았다.
지금은 이렇게 물러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사파의 태양이라 불리던 적무성이 이렇게 끝난다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무황성을 되찾으리라.
저 무뢰배들에게서 자신의 성을 되찾겠다는 결의가 적무성의 눈빛에 깃들었다.
특히 무황성은 적무성의 인생이나 다름없는 곳이기에 더욱 그러했다.
“세가들이 배신한 것입니까?”
“그렇다고 봐야겠지.”
빠득!
죽어 가던 장로들과 호법들의 모습이 아직까지 눈에 선했다.
죽을 때까지도 잊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부디…… 원하시는 것을 이루시기를…….”
권무진이 꾸벅 고개를 숙이며 그의 결의를 응원했다.
자신은 더 이상 사파를 위해 칼을 쥐고 나설 수 없지만, 그곳에서 성장한 건 분명하니, 먼 곳에서라도 그것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적무성이 권무진을 바라봤다.
한때 사파의 자랑이었던 사내.
지금은 저 종잡을 수조차 없는 단우현이란 자의 곁에 있기는 하지만, 권무진이 가진 마음과 그 힘은 적무성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인가?
적무성이 권무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나와 함께 갈 생각은 없는가?”
그 한마디에 권무진의 눈빛이 흔들렸다. 다른 이도 아닌 사파의 태양이었던 자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마음이 요동치며 갈등이 일었다.
그러나 곧 후우- 하며 한숨을 내쉬고 마음을 진정시킨 권무진이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제 무덤은 이곳으로 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