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298
황보세가의 황보원은 자신감이 가득했다.
호남단가의 이름이 널리 퍼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팔대세가와 비교한다면 명성이나 전통성 따윈 찾아볼 수 없는 곳이다.
비록 상당한 고수들이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에 겁을 먹을 정도로 황보세가의 힘이 약하지 않으니, 당장이라도 호남단가를 때려 부술 심산으로 이를 갈며 악양을 찾았다.
“저거 봐…… 황보세가다……!”
“지난번 그 일을 보복하러 온 건가?”
수많은 사람들이 황보세가의 인물들을 바라보며 소곤거렸다. 한두 명도 아니고 적게 잡아도 수십 명.
황보세가의 정예들이 찾아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중원에 제법 이름이 알려진 이들뿐이었다.
하나같이 칼을 들고 걷는 모습은, 실로 살기등등하여 누구 하나 그들의 길을 막아서는 이들조차 없었다. 팔대세가, 그리고 천도회라는 이름이 주는 무게감이 그만큼 대단하다는 것이다.
이들이 이 악양을 찾아온 이유를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왕부에서 개최한 무림대회에서 황보영이 처참한 몰골로 패배를 겪은 모습을 모두 보았으니까.
호남단가에게 그것을 따져 물으러 찾아온 것이라 판단되니, 괜스레 이 악양에 피바람이 부는 것은 아닌가 다들 두려워하는 모습이었다.
“황보세가에게 밉보였다간 천도회 전체를 적으로 돌리는 거 아닌가 모르겠네…….”
“그래도 다른 곳도 아닌 호남단가잖아. 호락호락하게 당하고 있지는 않을 것 같은데?”
많은 이들이 두 곳에 싸움을 추측해 보았다.
황보세가의 이름이 대단하기는 하나, 신흥 세가인 호남단가 역시 못지않은 곳이다.
이번 무림대회에서 칠성에 버금가는 이의 존재가 확인되었으니, 어쩌면 황보세가가 밀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사람들의 눈과 귀가 또다시 호남단가로 향하는 순간이다.
* * *
‘대체 난 뭘 하고 있는 건가?’
적무성은 식은땀을 흘리며 괭이질을 시작했다.
퍽! 하며 한 차례 괭이를 내려치자, 넓은 땅이 직선으로 뒤집히며 튀어 올랐다.
밭을 일구기 위한 일임이 분명한데, 보이는 그 모습은 실로 경악스럽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였다. 한 번 괭이질에 수십 장을 뒤집어엎어 버리니, 소보다 더욱 일을 잘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거기 다 하면 저쪽도 좀 하쇼. 나는 점심 준비해야 해서 바쁘니.”
“…….”
적무성이 찌릿 장삼태를 노려봤다.
단우현만 아니었다면 진즉 저 주둥이를 찢어 버렸을 것이다. 며칠 동안 저놈 밑에서 고생을 한 것만 생각하면, 아직도 울화가 치솟았다.
그럼에도 놈을 건들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저런 이상한 녀석이 단우현에게 총애를 받고 있다는 것 때문이었다.
“뭐요? 왜 째려봐? 불만 있으쇼?”
한 순간, 적무성의 눈빛에 살기가 돌았다.
움찔한 장삼태가 몸을 떨더니 등을 돌렸다. 당장이라도 단우현을 향해 달려갈 것 같은 태세를 취하니, 결국 두 손을 든 것은 적무성이었다.
후우 하며 작은 한숨을 쉬었다.
“……아니, 그런 것은 아니네만 도대체 이 넓은 땅으로 뭐 하려는 건가?”
“보면 모르나? 작물 심으려 하는 거잖수.”
적무성이 입꼬리를 떨었다.
고작해야 그런 일에 오황의 일인 적무성을 가져다 쓴단 말인가?
울컥 화가 치솟았으나, 참을 인을 새기며 몇 번이나 호흡을 가다듬었다.
“그럼 수고하쇼!”
방긋 웃음을 지은 장삼태가 손을 흔들며 세가 안으로 들어섰다. 이 땡볕에서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 때문인지 몹시 기분 좋아 보였다.
그 상황에 영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적무성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쉬었다.
‘무공이 고강하면 뭐하나…….’
휙! 하고 괭이를 들고는 그대로 땅을 내려쳤다.
쿵! 하는 작은 소리와 함께 직선으로 땅이 파여 나갔다. 엄청난 면적을 단박에 파헤쳐 놓는 그 신위는 실로 대단했다.
‘하는 일이라고는 괭이질에 똥이나 푸는데…….’
적무성이 긴 한숨을 쉬었다.
힘든 일이라고는 무공을 연마하는 것이 전부라고만 생각했다. 오황이라는 이름을 달고 사파의 우두머리가 되었을 때는 세상을 다 가졌다고 여겼다.
그런데 이제는 똥지게를 짊어지고 괭이질을 하는 신세로 전락하고야 말았다.
이런 일을 할 것이라고 조금도 생각을 해 보지 못했던 탓에, 적무성은 아직 이 모든 것들이 현실이 아닌 꿈이라 생각을 할 정도였다.
“…….”
이틀 전에는 이 깨지 않는 꿈에서 벗어나기 위해 단우현에게 반기를 들었다.
미친 척하고 주먹을 휘둘렀는데, 그날 적무성은 하루 종일 눈도 뜨지 못한 채 쥐 죽은 듯 누워 있었다.
삼도천을 건널 뻔한 것을 권무진 덕분에 겨우 살았다.
‘차라리 그랬으면 좋았을 것을…….’
적무성이 재차 한숨을 내쉬고 다시 괭이를 들어 올렸다. 또다시 가볍게 수직을 내려치자 땅이 파헤쳐졌다.
“억…….”
놀람 섞인 목소리가 들린 것은 바로 그때였다.
그 자리에는 묘한 일행들이 있었다.
황색 도복을 입고 있는 자들.
수는 고작해야 셋밖에 되지 않으나 칼을 차고 있는 것으로 보아, 틀림없이 무림인인 것 같았다.
가슴에는 황보(皇甫)라는 자수를 새겨 놓았는데, 그것을 본 순간 적무성은 깨달았다.
‘황보세가인가?’
그러면서도 가볍게 한 손으로 괭이를 휘둘렀다.
손님보다는 먼저 땅을 파야겠다는 의지가 더 강했던 것 같다.
그 한 수로 인하여 수십 장이 한 번에 뒤엎어지니 그 광경은 실로 경악스러웠다.
그러나 적무성은 별다른 힘을 보였다고 생각하지 않는 것인지,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고개를 숙였다.
저런 젊은 녀석들이 얼굴을 알아볼 리 만무했지만,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을 한 것이다.
입술을 몇 번이나 움직이던 그가 입을 열었다.
“이런 곳엔 무슨 일이십니까?”
들려오는 목소리가 달라졌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근엄했던 적무성 본인의 목소리였다면, 지금은 다소 높아 마치 접객을 오래 해 본 이의 목소리 같았다.
“크흠…… 그대는……?”
“호남단가에서 일하는 사람입니다만……? 세가에 용무가 있으신 겁니까?”
적무성이 힐끗 고개를 들어 올렸다.
사내가 크게 헛기침을 하는 것이 보였다.
얼굴이 다소 시퍼렇게 질려 있었는데 그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저, 정녕 단가의 종인가?”
“그렇습니다만……?”
“…….”
사내들이 저도 모르게 질린 표정으로 적무성을 바라봤다.
더불어 기이할 정도로 말을 조심하고 있었고, 공손하게 손까지 모았다.
“자네…… 같은 이가 또 있는가?”
“저 같은 사람 말씀이니까?”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적무성이 묘한 표정을 지었다.
일하는 사람이 더 있냐는 물음인가? 하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안에는 장삼태라는 종이 있으니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만?”
“…….”
한순간, 사내들이 입을 다물었다.
조금 전 똑똑히 목격한 신위는 경악스럽다는 말조차 우습게 만드는 일이었다. 고작해야 한 번의 괭이질로 수십 장을 뒤엎다니?
단순히 범상치 않은 내공을 지녔다는 말로는 설명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그런 이가 또 있다?
“저자가 혹 마천군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 그렇겠지?”
듣기론 마천군은 검은 가면을 쓰고 있다고 했다.
그 모습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지만, 저 정도 힘을 가지고 있는 이가 마천군이 아닐 리 없었다.
그때.
파공음과 함께 무언가가 날아들었다.
퍽퍽퍽-!
연이어 들려오는 소리에 모든 이들이 기겁하며 시퍼렇게 안색이 질렸다.
수 명의 황보세가 사내들 사이를 스쳐 지나간 것은 다름 아닌 날붙이였다.
마치 암기처럼 쏘아져 날아온 것인데, 아슬아슬하게 그들 사이를 스쳐 바위와 나무에 틀어박혔다.
“뭐냐, 이놈들은?”
누군가가 담장을 넘어 밖으로 나왔다. 검은 가면을 뒤집어쓰고 있는 그는, 한 손에 술병을 든 채 무심한 시선을 보냈다.
“맞을 뻔했지 않은가!”
“안 맞으면 됐지. 뭘 그런 가지고 그래?”
적무성이 매섭게 사도학을 쏘아봤다.
조금이라도 움직였다면 벌집이 되었을 것이다. 그것은 적무성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만큼 매섭게 날아온 한 수였고, 혹 누군가 죽었다 해도 신경 쓰지 않았을 듯했다.
적무성이 미간을 찌푸리며 슬쩍 손을 들어 올렸다.
그 손 주위로 공력이 몰려들며 주변으로 뜨거운 공기가 퍼져 나갔다.
“억?!”
“헉!”
그러자 나무와 바위에 틀어박혔던 날붙이들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수십 개를 동시에 떠오르게 만드는 것만으로도 이미 사람의 무위라 할 수 없었는데, 그것들은 쏜살과도 같이 사도학을 향해 날아갔다.
“이 자식 보소?”
사도학이 성질을 내며 마주 손을 뻗었다.
뻗어 나온 기세가 쏟아져 오는 칼날을 막아섰다.
두 사람의 힘이 허공에서 부딪치니 사방으로 막대한 압력이 퍼져 나갔다.
파삭파삭-!
칼날들이 어이없이 부서져 나갔다.
“허…… 허공섭물을 저런 식으로 펼치다니…….”
꿀꺽.
옆에서 마른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렸다. 허공섭물을 이용해 수많은 날붙이들을 들어 올린 것도 모자라, 그것을 분쇄해 버리기까지 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오황에 버금가는 실력이란 뜻이었다.
심지어 그런 무시무시한 공력을 가진 이가 고작 종이라니?
“그리고 저자가…… 마천군……!”
부들부들.
저절로 몸이 떨려왔다.
이 강맹한 기세.
허공섭물을 펼치고 있는 거대한 공력에도 전혀 밀리지 않는 힘이다. 오히려 밀어내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강맹했다.
이런 이가 고작해야 칠성이라고?
아니었다.
틀림없이 오황에 버금가는 능력.
“도…… 도대체 여긴 뭐하는 곳인가……!”
황보세가의 사내들이 식은땀을 흘리며 몸을 떨었다. 인간의 경지를 뛰어넘은 이가 두 명이나 있다니?
“혹, 저자가 귀면자 아닐까요?”
어쩌면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귀면자의 정체를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나, 어떤 이는 그가 호남단가의 인물이라 추측하고 있었으니, 자신을 일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한 저자가 귀면자일 가능성도 있었다.
그때.
콰콰쾅-!
대치 중인 두 사람 사이로 거대한 힘이 날아들었다. 푸른 섬광이 강하게 뻗어 오더니 부딪치는 두 사람의 공력을 흩어 버리며 사라졌다.
그 광경에 모든 이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대체 무엇들 하는 겐가. 쯧쯧…… 애들 싸움도 아니고…….”
이윽고 그 자리에 검을 든 한 사람이 나타났다.
백색 가면을 뒤집어쓴, 촌극에서 나오는 군자검이 틀림없었다.
이제 경악할 기력조차 사라진 황보세가의 사내들이 자리에 털썩 주저앉은 채 바지를 적셨다.
이윽고 세 절세 고수의 시선이 그들을 향해 돌아갔다.
“해서 이것들은 무엇인고?”
누군가의 의아함 섞인 목소리가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