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299
“그게 무슨 소리냐?”
황보원은 돌아온 수하들을 바라보며 인상을 썼다.
횡설수설하고 있으니 당최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인상을 찌푸리며 강하게 채근하자 수하들이 움찔했다.
“그…… 그러니까 카…… 칼날이 막 날아다니고 아무튼 저곳은 절대 건드려서는 안 되는 곳입니다.”
“뭐라고?”
황보원이 어이없다는 듯 콧방귀를 뀌었다.
칼날이 날아다닌다는 것은 무슨 소리이며, 검기가 어쩌고 어째?
무슨 세가 한 곳에 오황 세 명을 모아 놓은 것 같은 소리를 하지 않은가.
실제로 그게 어디 말이나 될 법한 일인가?
오황이라면 능히 태산을 때려 부수는 절대자들이다.
그런 이들이 호남단가라는 한미한 가문에 모여 있다?
우습지도 않은 헛소리였다.
황보원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수하들을 바라봤다.
“그래, 그 오황의 버금가는 놈이 뭘 했다고?”
“괘…… 괭이질을……!”
“이 미친놈들…….”
황보원이 눈썹을 들썩이며 어이없는 시선을 보냈다.
오황 정도나 되는 실력자가 괭이질을 한다고?
어디서 그런 소리를 했다가는 당연히 미친놈이라는 소리를 들을 것이다.
황보원이 지끈거리는 머리를 붙잡았다.
이런 놈들을 수하라고 믿고 보낸 자신의 잘못이었다.
그의 입에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
“믿을 만한 놈들이 이리 없으니…….”
“가주님, 정말로 그곳은…… 절대 건드려선 안 됩니다!”
“닥쳐라! 황보세가의 일원으로서 부끄럽지도 않느냐!”
황보원이 언성을 높였다.
팔대세가의 주축이라 불리는 황보세가였다. 그런데 이제 갓 떠오르는 신흥세가 한 곳 어찌하지 못한다면 강호의 수많은 이들이 손가락질하며 비웃을 것이다.
생각만 해도 짜증이 솟구치는지 황보원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런 놈들을 믿고 있던 자신이 바보다.
‘호남단가 놈들이 직접 찾아오게 해 무릎 꿇리고 싶었거늘…….’
황보원은 자신이 직접 움직여야 한다는 사실이 무척 마음에 들지 않았다.
본래 호남단가의 사람들이 부리나케 찾아와 무릎을 꿇고 빌어도 모자란 상황이었다.
바득바득 이를 갈며 검을 집어 들었다.
이렇게 된 이상 두 번 다시 황보세가를 건들 수 없을 만큼 철저하게 짓밟아 놓을 생각이다.
* * *
호남단가로 들어가는 길은 생각했던 것보다 멀었다.
악양을 벗어나 서남쪽으로 이동을 해야 하는데, 길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은 탓이다.
험지를 걸어가야 하니 힘이 드는 데다, 보이는 광경 자체가 비슷비슷하니 자칫 길을 잃을 수도 있었다.
황보원과 황보세가의 일원은 식은땀을 흘리며 걸었다.
“드…… 듣기론 신선이 산다고 했습니다만…….”
“신선은 무슨…….”
황보원이 콧방귀를 뀌었다.
그 역시 호남단가에 대한 소문을 들어 본 적이 있었다. 하루아침에 집이 지어졌다든가 혹은 신선이 살고 있다든가 하는 것들 말이다.
분명 무공을 모르는 이들의 눈으로 본다면, 경공을 펼치거나 공력을 이용하는 능력을 신선술이라 오해할 수도 있다.
그만큼 신기한 것들이니까.
“저놈들이 신선이면 우리도 신선이다.”
“하하! 확실히 그런 것 같습니다.”
몇몇 이들이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러나 들려오는 비웃음에 몇몇은 시퍼렇게 안색이 질려 있었다.
이미 호남단가에 가 봤던 사내들이었다.
“그건…… 신선 정도가 아니었는데…….”
“그…… 그렇지.”
“정말…… 괜찮은 건지 모르겠네.”
그들의 얼굴에는 불안감이 가득했다.
눈앞에서 본 것들이 결코 거짓이 아닌데도 제 눈으로 보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사람을 바보 취급하고 있었다.
틀림없이 괭이질을 하는 고수도 있었고, 허공섭물을 펼치며 무식한 검기를 날리는 자들이었다.
저곳은 결코 건드려서는 안 되는 복마전이었다.
“죽는 건 아니겠지?”
“죽을지도…….”
“…….”
세 사람이 반쯤 혼이 빠진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 소리를 앞에 있는 황보원이 듣지 못할 리가 없었다.
그 옆을 나란히 걸어가고 있는 황보권조차 인상을 찌푸렸다.
“나약한 놈들, 황보세가의 가솔이 어찌 그런 약한 소리를 하느냐!”
“아니…… 그런 것은 아닙니다만.”
“또 그 헛소리를 하려는 것이냐? 괭이질을 하는 절대고수가 있다고?”
“…….”
몇 번을 말해도 믿어 줄 것 같지 않다.
사내들은 한숨을 내쉬며 모든 것을 운명에 맡겼다.
그러나 마음속 깊은 곳까지 파고든 불안감은 좀처럼 쉽게 가시지 않았다.
이윽고 한참 동안 숲길을 걷자, 드디어 목적지라 할 수 있는 호남단가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
“…….”
그리고 그 순간, 황보원은 무언가를 보았다.
지게를 짊어지고 있는 사내였다.
고약한 냄새가 나는 것을 보면 틀림없이 똥지게인데, 주변에 거름을 뿌리고 있는 것인지 코를 찌르는 냄새가 진동했다.
‘어디서 본 얼굴인데…….’
황보원은 그 얼굴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빠졌다.
자꾸만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딱히 떠오르는 이가 없었다.
똥지게를 짊어질 정도로 미천한 이들 중 그가 기억할 사람은 없었으니까.
“네놈! 이곳이 호남단가가 맞느냐?”
거름을 뿌리던 남자가 두 눈을 껌뻑였다.
잠깐 고민하는가 싶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저 뒤에 있는 놈들은 아침에 보았던 녀석들이고, 감히 호통을 친 놈은 황보세가의 가주였지?’
몇 번 본 적이 있었기에 확실히 기억하고 있었다.
확실히 기분 좋은 만남은 아니었다.
게다가 황보세가라면 사파에서도 이를 가는 문파들이 많을 정도로 스스로 대단하다고 여기는 시건방진 놈들 아니던가?
촤악-!
적무성은 그냥 거름을 뿌리며 무시하기로 했다.
저런 놈들을 일일이 상대해 봤자 도움 될 것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황보원은 그게 몹시 기분이 나빴는지 뻘겋게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이놈-! 말이 들리지 않느냐! 썩 안으로 들어가 네 주인에게 황보원이 찾아왔다고 전해라.”
촤악-!
적무성이 다시금 인상을 찌푸리며 거름을 뿌렸다.
어제부터 왜 이리 거슬리는 놈들이 많이 찾아오는 것인지.
그가 슬쩍 거름 바가지를 들어 올리며 힐끗 황보원을 쏘아봤다.
“뭐냐……?”
황보원은 괜스레 불길한 느낌이 들었다.
딱 봐도 종놈 같은데, 왜 대답도 없이 거름 바가지를 들어 올리는가?
심지어 흉흉하게 인상마저 쓰고 있었다.
그때, 적무성이 한 걸음 황보원을 향해 다가갔다.
그와 동시에 기세에서 밀린 황보원이 반보 뒤로 물러섰다.
“노…… 놈! 내 말이 들리지 않느냐?”
“더럽게 빽빽거리네. 이 썩을 것들이…….”
적무성이 거름 바가지를 손에 쥐고 천천히 그들에게 향했다.
* * *
“으히히! 아이고 배야!”
“우욱……!”
“냄새 한번 지독하군…….”
장삼태가 땅을 뒹굴며 박장대소를 터트렸다.
기세등등하게 찾아온 황보세가의 사람들이 거름 바가지에 얻어맞고 온몸이 퉁퉁 부어 있었다.
한 사람에게 얻어맞았다고는 생각할 수도 없을 정도로 처참한 몰골.
황보세가의 자존심이라 할 수 있는 황보원은 거름 바가지로 얻어맞은 맞은 것도 모자라, 거름통을 짊어진 채 밭일을 하고 있었다.
그의 얼굴은 이미 형태를 찾을 수가 없었고, 그의 주위로 다가가면 역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똑바로 해라.”
적무성이 시큰둥한 시선으로 그것을 바라봤다.
그의 한 손에는 여전히 거름 바가지가 들려 있었는데,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이가 있으면 거침없이 휘둘렀다.
촤락-!
“끄아악!”
순식간에 날아간 거름이 게으름을 피우던 무인의 뺨을 후려쳤다.
한 사내가 기겁을 하며 얼굴을 마구 닦아 냈다.
정신이 번쩍 드는 고통보다 더러운 것이 정말로 싫다는 표정이었다.
그걸 본 황보세가의 모든 이들이 공포에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차라리 죽도록 맞았으면 나았을 것이다.
자존심은 상하지 않았을 테니까.
무엇보다 치욕적인 것은 거름으로 얻어맞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팔대세가에서도 나름 그 입지가 탄탄하고, 정도 무림에서 그 위치가 대단한 황보세가의 정예들은 난생처음 치욕을 당하자 눈물이 앞을 가렸다.
“뭐야? 이 녀석들 또 왔냐?”
그때, 사도학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깨에 커다란 멧돼지 한 마리가 들려 있었는데, 보아하니 사냥을 갔다 돌아온 듯했다.
가면을 쓰고 있지 않은 탓에 황보원은 단숨에 그 정체를 알아보았다.
“마…… 마황……?!”
“응? 이놈, 황보 뭐시기 아냐?”
“그래, 황보세가 가주란다.”
적무성이 거름 바가지를 치며 답했다.
내뱉는 말투에 황보세가에 대한 두려움 따위는 조금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나 반대로 황보세가의 무인들은 바들바들 몸을 떨었다.
다른 이도 아니고 마황이 눈앞에 있었다.
정사를 가리지 않고 언제나 상대에게 죽음을 선사하는 자.
오황의 일인, 검황이 아니라면 상대할 수 있는 이가 없다고 전해지는 절대고수.
그야말로 천외천이다.
그렇다면 그런 괴물을 향해 아무렇지 않게 반말을 내뱉고 있는 저 거름 바가지를 든 사내는 누구인가?
황보원이 뚫어지게 적무성을 노려봤다.
무언가 생각이 날 것 같지만 나지 않는. 기억 한편에 깊게 박혀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 그것을 가까스로 끄집어냈다.
“여…… 염황?!”
“히익?!”
“저, 적무성!”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인가?
마황과 염황이 같이 있다니?
심지어 염황 적무성은 이미 죽은 것으로 알려지지 않았던가?
그런 이가 어찌하여 악양에서 똥지게를 짊어지고 종놈들이나 할 법한 일을 하고 있는 것인가.
“허허허, 무슨 일인데 그러는가?”
그때, 어디선가 부드러운 음성이 들려왔다.
먼 곳에서 걸어오고 있는 그는 한 손에 커다란 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낚시를 했는지 파닥파닥 물고기가 몸부림을 치는 것이 보였다.
황보세가의 무인들의 눈이 또다시 찢어질 듯 커졌다.
“어…… 어찌……!”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실제로 이런 일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놀라웠다.
정파의 절대자, 무적의 하늘이자 태양과도 같은 존재.
모든 이들이 그를 숭배하였고, 경외하며 고개를 숙였다. 존경하지 않았던 이가 없었으며, 정파의 무인들은 그를 따라잡고자 검을 휘둘렀다.
황보원이 눈물을 흘렸다.
저도 모르게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거…… 검황께서…… 어찌…….”
그의 마음이 크게 요동쳤다.
두 번 다시 보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검황 남궁천의 모습을 눈에 새기는 순간, 저도 모르게 심장이 터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