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302
“현청자?”
“에…… 제법 유명한 점쟁이랍니다.”
장삼태가 두 눈을 반짝 빛내며 답했다.
이 중원에서 그 점쟁이의 이름을 모르는 이가 몇이나 될까? 맞추지 못하는 것이 없으니 그야말로 천기를 읽는 늙은이라 한다.
“아, 그 소문 저도 들었어요. 악양에 있었다면서요?”
매향마저 호들갑을 떨었다.
다만 다소 아쉬워 하는 표정이었다. 그처럼 유명한 점쟁이가 악양 땅에 있었는데, 보지도 못한 데다 점조차 치지 않았으니 손해를 본 느낌이었다.
이는 제갈연 또한 마찬가지였다.
“확실히, 못 맞추는 게 없는 점쟁이라죠? 중원을 떠돌고 있다고 하던데 그 말이 맞는 모양이네요.”
“으음, 그런 소문이 있기는 합죠.”
들려오는 제갈연의 말에 장삼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무언가 미심쩍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단우현이 그것을 눈치채며 흥미 섞인 시선을 보냈다.
“무슨 다른 정보라도 있느냐?”
“아니, 듣기로는 흑도회주의 점을 쳐 주다가 목이 뎅강 잘렸다고…… 한 것 같은데 말입죠.”
“그러고 보니 그런 소문도 있었네요.”
남궁소혜마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죽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러한 소문이 돈 직후에도 단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탓에 소문은 거의 진실에 가까웠다.
그런데 느닷없이 악양에 죽었다던 현청자가 모습을 드러냈으니, 많은 사람들이 그를 찾는 건 당연했다.
“아! 소미는 봤어요.”
그때, 마당에서 뛰어놀고 있었던 단소미가 흥미진진한 표정을 지으며 쪼르르 다가왔다. 툇마루에 걸터앉으며 방긋 웃음을 짓자, 모든 이들의 시선이 단소미를 향해 쏟아졌다.
“봤다니? 현청자를?”
“네! 저잣거리에서 사람들 점을 봐줬어요. 소미도 봤고요.”
“헉! 진짜냐? 잘 맞더냐?”
깜짝 놀란 장삼태가 단소미를 부여잡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말로 잘 맞히면 당장 뛰어가 현청자를 찾아 점을 보려는 듯했다.
“으음…… 사실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던데요. 바람이 어쩌고 어둠이 어쩌고 했던 것만 기억해요.”
단소미가 어색하게 웃음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 순간, 단우현이 단소미의 얼굴을 바라봤다.
“뜬구름 잡는 소리를 했나 보구나.”
“으음…… 그런가요?”
소미가 고개를 갸웃했다.
확실히 지금도 무슨 소리인지 파악이 되지 않았다. 단우현조차 알지 못하는 것 같으니, 더 이상 생각을 할 필요는 없었다.
“그래, 그 인간은 어디로 갔냐?”
“그냥 휙 하고 사라졌는걸요?”
“윽……!”
많은 이들의 입에서 탄식이 새어 나왔다.
현청자에게 단 한 번이라도 좋으니 앞날을 점쳐 달라 하고 싶었던 이들의 어깨가 축 처졌다.
그런 이들을 바라보며 단우현이 쯧쯧 혀를 찼다.
“점을 맹신하지 마라.”
“아니, 그래도…… 그냥 재미 삼아 본다는데 뭐 어떱니까?”
장삼태가 불만 어린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점을 맹신하는 건 아니지만, 단순한 재미와 흥미위주로 해 볼 수도 있지 않은가?
굳이 찬물을 끼얹어야 하나?
장삼태와 매향이 보이지 않게 인상을 구겼다.
“허허허, 현청자라…… 확실히 천기를 읽는 재주를 지닌 늙은이라는 소문이 들리지.”
천기를 읽는다는 말에 단우현이 흥미를 가졌다.
그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남궁천을 향해 돌아갔다.
“재미있구나. 천기를 읽는다라……?”
“으응? 그렇게 흥미로운가?”
단우현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평범한 것에 관심을 가지는 인간이 아닌지라, 모든 이들의 시선이 단우현을 향해 돌아갔다.
“천기를 읽는다는 것은 이미 인간의 경지를 벗어났다는 의미다.”
“오호…… 그렇다면 그 현청자라는 자가 정말로 천기를 읽는다면 이미 탈각하여 선경에 올랐다는 소리인가?”
“그럴 테지.”
단우현의 말에 남궁천이 흥미를 가졌다. 다른 사람도 아닌 무신의 입에서 나온 말이니, 결코 거짓이나 장난은 아니리라.
“그것이 아니라면 단순히 사기꾼일지도 모르지. 안 그래?”
사도학이 피식 웃음을 지으며 다가와 앉았다.
선경에 올랐다는 말은 오황조차 도달하지 못한 경지라는 의미였으니, 결국 현청자라는 자는 사기꾼일 가능성이 높았다.
“이런 자이든 저런 자이든 이 중원에는 재미있는 이들이 많은 것 같네. 허허허.”
남궁천이 눈을 반짝이며 웃었다.
하지만 단우현만이 무언가를 생각하는지 입을 다물었다.
“무슨 생각을 그리 골똘히 하는가?”
“아니, 예전 생각이 나서 말이다.”
“예전…… 이라?”
남궁천과 사도학이 단우현을 바라봤다. 예전이라고 한다면 과거 그가 무신이라 불렸던 당시를 뜻하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기에 두 노인 모두 흥미 가득한 표정이었다.
“있었지 그때에도. 사람들에게 점을 쳐 주고 돌아다니던 기이한 청년이…….”
그런 말을 내뱉으며 단우현은 인상을 썼다.
애써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이를 떠올려 버렸다.
어찌 보면 혈마보다 더욱 말이다.
* * *
쾅-!
육중한 소리와 함께 무림맹 지부가 무너졌다.
와르르 부서지는 전각은 더 이상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지 않았다.
주변은 그야말로 시체들로 가득했다.
바닥에 보이는 것은 시체뿐.
산서와 하남의 경계에 세워진 무림맹 지부가 박살이 난 것이다.
그 일을 처리한 건 고작해야 다섯 명.
시체밖에 없는 그곳에 우두커니 서 있는 혈의인들의 짓이었다.
칼에 묻은 피를 털고 있는 그들은 아무런 말도 없었다. 이리도 많은 이들을 베었음에도 표정 변화조차 없는 것이 더욱 섬뜩한 느낌을 주었다.
그들이 다른 곳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바라보고 있는 곳은 무림맹이 있는 곳.
아직 상당한 거리를 더 가야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당도할 것이다.
그때, 슥 하며 누군가가 그들 앞에 나타나 부복했다.
“수고하셨습니다.”
“…….”
사내들은 대답 없이 나타난 이를 바라봤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사내는 아무렇지 않게 품에서 한 장의 서찰을 꺼내어 공손히 한 인영에게 건네주었다.
“지원은?”
“곧 모든 인원이 하남 땅으로 들어올 것입니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와락 서찰을 구겼다. 화륵 불꽃이 일어나며 서찰을 한순간에 태워 버리니 어느새 재만 남아 바람에 휘날렸다.
우두머리로 보이는 혈의인이 동료들을 바라봤다.
다섯밖에 없지만, 이 정도면 충분했다.
“다음은 소림이다.”
* * *
“…….”
단우현이 지붕을 쳐다보며 가만 시선을 주고 있었다. 한참 동안 그것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에, 단소미가 의아함을 머금고 다가왔다.
어느새 곁에 서서 똑같이 지붕을 올려다봤다.
“와…….”
무언가를 보았는지 단소미의 입에서 작은 탄성이 터졌다. 이윽고 단우현과 마찬가지로 한참 동안 지붕을 쳐다보며 움직이지 않았다.
두 사람이 마치 석상처럼 굳은 채로 멈춰 서 있으니, 지켜보고 있는 이들 모두가 저도 모르게 피식 웃음을 지었다.
누가 부녀 아니랄까 봐 이리도 닮았단 말인가?
한데 무엇을 보고 있기에 저리 한참 동안 쳐다보고 있단 말인가?
“도대체 뭘 보는 겁니까?”
결국 참다못해 다가온 것은 다름 아닌 마장강이었다.
두 사람 모두 입을 다문 채 바라만 보고 있으니 기이함을 느낀 것이다.
그도 어느새 단우현의 곁에 멈춰 선 채 고개를 들어 올렸다.
“억……!”
마장강의 입에서 신음이 나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시퍼렇게 안색이 질린 마장강이 말했다.
“배…… 뱀 아닙니까!?”
“그렇구나…….”
단우현은 슥 하며 뱀을 바라봤다.
칠점사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이상한 느낌을 주었다.
기둥을 타고 올라 나무 목 사이에 앉아 있는 뱀은, 지그시 단우현을 응시하며 혀를 날름거렸다.
그 색과 모습이 보통 칠점사라 하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화려하였고, 응시하고 있는 그 시선은 마치 당장이라도 모든 이들을 잡아먹을 것처럼 흉폭했다.
뱀의 시선이 단우현에게서 단소미를 향해 돌아갔다.
날름거리던 그것이 쩍 아가리를 벌렸다.
하품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단박에 아이의 몸을 삼키고 싶은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단순한 위협인지 알 수가 없었다.
하나, 어린 단소미에게는 충분한 위협이었는지 단소미가 움찔 몸을 떨며 두 걸음 물러섰다.
왠지 모를 서늘한 느낌에 저도 모르게 겁을 먹은 것이다.
“신기하게 생긴 뱀이로구나.”
남궁천 역시 그것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수많은 뱀을 보았지만 저처럼 요사스러운 것은 처음이었다.
그렇다고 영물이라고 할 만큼 영기를 품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집안에 뱀이 들어오면 안 좋은 일이라고 하던데 말이야…….”
사도학이 슬쩍 돌 하나를 손에 쥐고 인상을 찌푸렸다. 가볍게 던지기만 해도 뱀은 그 형태를 찾아볼 수 없을 것이다.
그때, 더 이상 볼일이 없다는 듯 뱀은 슥 하며 이동을 시작했다.
마치 이 호남단가를 염탐하려는 것 같기도 하였기에, 어딘지 모르게 꺼림칙했다.
그러는 순간, 새하얀 무언가가 빠르게 움직여 단박에 나무 기둥을 타고 올라가더니 도망가는 뱀의 뒤를 쫓았다.
너무나도 재빠른 그 몸놀림은 지켜보던 이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자신의 뒤를 쫓아오는 새하얀 백묘의 모습에 위협을 느낀 것인가?
뱀이 돌연 고개를 바짝 세우며 독니를 드러냈다.
독기가 상당했기에 물리는 순간 설령 백묘라 하여도 무사치 못할 것이다.
그러나 백묘는 재빠른 몸놀림을 이용하여 뱀의 사각을 파고들었고, 동시에 날카로운 이빨로 그 머리통을 단숨에 깨물었다.
아작!
끔찍한 소리가 들렸다.
단박에 머리통을 물어뜯어 버리고 그 몸통을 으적으적 씹어 먹기 시작하는 백묘.
바라보고 있는 단소미가 너무 끔찍하여 고개를 돌릴 정도였다.
이윽고 툭 하고 떨어진 뱀의 머리가 단우현의 발밑에서 뒹굴었다.
“…….”
단우현은 그것을 가만히 바라봤다.
머리만 뜯겨 나갔음에도 뱀은 날카로운 독니를 드러내며 눈앞에 있는 단우현을 물려 하고 있었다.
“아빠!”
깜짝 놀란 단소미가 목소리를 높이는 그 순간.
단우현이 피식 웃음을 지으며 슬쩍 발을 굴렀다.
그러자 뱀의 머리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재미있구나.”
“뭐가 말이냐?”
느닷없이 들려오는 한 마디에 사도학이 인상을 찌푸렸다. 이런 요상한 뱀이 집에 들어온 것은 좋지 않은 일인데, 재미있다며 웃다니?
머릿속이 어떻게 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오문주를 불러오너라.”
들려오는 말에 마장강이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인지는 알 수 없으나, 조금 전까지만 해도 웃고 있었던 단우현의 표정이 다소 굳은 것처럼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