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309
“끄응…….”
장삼태는 주저앉아 머리카락을 헝클어뜨렸다.
그의 주위로는 수십 명의 녹림도들이 널브러져 있었으며, 엉덩이 밑에는 균웅이라 불린 자가 눈이 뒤집어 진 채 엎어져 있었다.
모든 이들이 그 광경을 기겁하며 바라봤다.
무슨 일이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지 확인할 겨를조차 없었다.
무언가가 번뜩이며 날아가더니, 이내 하나둘씩 픽픽 쓰러진 탓이다.
“균웅…… 이란 말이지?”
찰싹찰싹-
장삼태가 엉덩이 밑에 깔려 있는 균웅의 얼굴을 때렸다. 다소 여유가 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이들 녹림도를 상대하는 데 그리 큰 힘을 들인 것 같지 않았다.
“끄으으…….”
“일어나 봐, 이놈아!”
슬슬 정신을 차리기 시작하는 균웅의 뺨을 더욱 거칠게 때리자, 균웅이 천천히 눈을 뜨며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헉?!”
이윽고 눈에 들어오는 그 상황에 기겁하며 숨을 삼켰다. 모든 수하들이 남김없이 쓰러진 그 모습은 보고도 믿기지 않았다.
“어…… 어찌 이런 일이…….”
“뭔 이런 일이야. 애초에 이런 약골들 데리고 이 섬전각 장삼태 님을 잡으려 한 것 자체가 실수지.”
장삼태가 조소를 머금었다.
사실 처음에는 굉장히 위험했다. 많은 이들이 한꺼번에 달려들기 시작하니, 자칫 순식간에 목이 베여 나갈 뻔하였다.
하지만 공간이 좁은 실내에서 다수보다는 혼자 움직이는 편이 유리한 법.
그 이점을 최대한 살려 몸을 놀리다 보니 어느새 적들을 제압한 장삼태였다.
균웅이 다소 어려운 상대이기는 하였지만, 속절없이 쓰러지는 수하들 때문에 마음이 크게 동요하였고, 경공 하나만큼은 누구보다 자신 있는 장삼태는 평정이 흔들린 상대를 순식간에 제압해 낼 수 있었다.
“이, 이 자식!”
들려오는 고함에 장삼태가 슬쩍 손을 들어 올렸다.
머리채를 잡아 올리지도 않았는데, 균웅의 머리가 저절로 들어 올려졌다.
“커어억!”
균웅은 강하게 목을 조이는 무언가를 느끼며 괴로움에 몸부림쳤다.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그의 목을 조르고 있었다.
“강사라는 거다. 얼마 전 이상한 놈한테 빼앗은 건데 제법 쓸만하네.”
그놈처럼 강사를 날리고 함정을 파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이런 식으로 써먹을 수는 있었다.
장삼태가 시뻘겋게 얼굴을 붉히며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 같은 균웅의 목에서 강사를 풀었다.
“허억…… 허억…… 허억…….”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여기 있는 놈들 다 누구냐?”
장삼태는 균웅 앞에 용모파기들을 나열했다.
하나같이 눈에 익은 이들이 있는 그것은, 틀림없이 녹림도들을 그려 놓은 것들이다.
“마…… 말할 것 같으냐……!”
촤락-!
이를 갈며 쏘아보는 균웅을 향해 거칠게 손을 움직였다. 무언가가 날아가 휘감기더니 이내 균웅의 목을 조였다.
“어서 말해 보라니까 이 새끼야?”
“꺼어어억!”
균웅은 또다시 목을 조이는 강렬한 강사에 숨이 턱턱 막혔다.
올려다보는 두 눈에 들어오는 장삼태의 얼굴이 제법 살벌하게 보였다.
슬쩍 손을 푸니 목을 조이던 힘이 약해졌다.
“외…… 왼쪽부터…… 크윽…… 소학상…… 야, 양자강…… 유…… 유덕천…….”
들려오는 말에 장삼태의 안색이 시퍼렇게 변했다.
전부 다 들어 본 이름들이다.
소학상은 녹림 서열 삼 위였으며, 양자강은 이인자였다.
심지어 유덕천은 녹림왕이라 불리며 가장 꼭대기에 있는 자였으니, 결코 웃으며 들을 수 있는 이름들이 아니었다.
‘이 정도면 녹림의 거의 전 전력이나 마찬가지잖아?’
주륵-
장삼태의 이마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녹림십팔채.
그중 최고 전력들이 현재 악양에 와 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다 문득 떠오른 것이 있는지, 장삼태가 균웅을 바라봤다.
“너는……? 뭐하는 놈이냐?”
“크…… 크윽…….”
“균웅은 수왕채 채주로 유명해요.”
그때, 슬그머니 계단을 내려오며 기녀가 중얼거렸다. 수왕채면 녹림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곳.
그곳에 채주인 균웅은 결코 쉽사리 제압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그런 이를 이렇게 간단하게 제압했다?
행실과는 달리, 섬전각이라는 이름이 거저 얻어진 것은 아닌 것 같았다.
기녀가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장삼태에게 다가왔다.
“대단하시네요. 녹림 서열 오 위인 균웅을 제압하시다니.”
“푸하하, 내가 한 가닥 하지!”
서열 오 위라는 말에 장삼태는 내심 깜짝 놀랐다.
자기가 그런 이를 이겼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으나, 기녀의 행동과 말투를 보아 틀림없는 것 같았다.
저도 모르게 콧대가 높아지자 기녀가 눈을 반짝 빛내며 달콤한 냄새를 풍기며 다가왔다.
“그래서 대협, 한 잔 더 어떠신가요?”
기녀가 고혹적인 눈을 빛내며 물었다.
이런 봉을 놓칠 수 없지.
마치 그런 생각을 가진 것 같았다.
그때, 끼익 하며 기루의 문이 열리고 누군가 안으로 들어왔다.
저벅-!
한 걸음 내딛는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기분 좋았던 장삼태가 그쪽을 바라보는 순간, 사색이 되어 덜덜 몸을 떨었다.
“당신…….”
부들부들-
매향이었다.
그녀는 장삼태 곁에 붙어 있는 기녀를 한 번 쏘아보고는, 장삼태를 향해 이를 갈며 다가왔다.
바닥에 떨어져 있는 나무 몽둥이 하나를 손에 쥔 그녀가 못 볼 꼴을 본 사람처럼 분노했다.
“야…… 자, 잠깐만…… 뭐하려는……?”
“감히 나를 두고 딴 여자를 품어?!”
“이건…… 오, 오해, 커억!”
빠각-!
휘둘러진 몽둥이가 장삼태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 * *
“크…… 큰일 났습니다!”
유덕천은 돌연 달려오는 수하를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하오문 대부분을 박살 내고 끌고 온 것까지는 좋았지만, 여전히 섬전각이 누구인지, 호남단가가 어떠한 곳인지 아는 이들이 없었다.
때문에 기분이 좋지 않았는데, 다급하게 달려오는 수하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괜스레 불안한 느낌이 골수까지 치밀었다.
인상을 찌푸린 유덕천이 수하를 바라봤다.
“무슨 일이냐?”
“규…… 균웅이…… 관아로 압송되었습니다!”
“관아?”
관아라는 말에 유덕천의 인상이 구겨졌다.
이 자리에 있는 이들 중 균웅의 실력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녹림 내에서도 나름 수위를 차지하는 만큼, 결코 관부의 인물들에게 붙잡힐 만한 실력은 아닌 셈이다.
그렇다면 결국 고수가 이 일에 끼어들었다는 말이었다.
유덕천의 시선이 더욱 날카롭게 변했다.
“어느 놈이냐?”
“그…… 그것이 듣기로는 섬전각이라는 자가…….”
섬전각이라는 말이 나옴과 동시에 유덕천의 살기가 진득하게 바뀌었다.
애초에 이번 여정 또한 그놈을 죽이기 위한 것 아니었던가?
이리도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내 주니 찾는 수고를 던 셈이었다.
“어디냐!”
“악양입니다.”
유덕천이 씩 웃음을 지었다.
이곳은 장사, 악양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기는 하지만, 마음먹고 달린다면 그리 먼 거리는 아니었다.
당장 말을 준비해 놈을 쫓는다.
하지만 그 전에 기본적인 목적을 잊어서는 안 된다.
“먼저 악양 관아로 간다.”
동료를 버리지 않는다.
그것이 유덕천이 가지고 있는 신념이었다.
또한 녹림의 모든 이들이 두려움을 가지고 있음에도, 유덕천을 따르는 진정한 이유이기도 했다.
“균웅부터 구한다!”
“예!”
쩌렁쩌렁 울리는 큰 소리에 유덕천이 만족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 * *
“아이고야…….”
장삼태는 머리에 붕대를 감으며 신음을 흘렸다. 얼마나 세게 얻어맞았는지 아직까지 띵한 느낌이 사라지지 않았다.
큰 혹도 났다.
한껏 인상을 쓰며 옆을 바라보자, 매향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이 계집애가 사람 머리통이 공인 줄 아나?”
“아니, 뭐…… 내가 잘못했나요?”
“그럼 네 잘못이지 내 잘못이야?”
“누가 바람피우래요?”
“너랑 나랑 무슨 사이라고 바람이야, 바람은?!”
장삼태가 억울한 마음에 가슴을 탕탕 두들겼다.
혼인을 약속한 사이도 아니고, 심지어 연인 관계도 아니었다. 일방적으로 매향이 따라다니는 그저 그런 관계인 셈이다.
한데 왜 얻어맞아야 하는가?
장삼태가 짜증이 난 표정을 짓자 뒤에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하하하, 네놈이 잘못한 것은 틀림없구나.”
“홍 대인께서 뭘 좀 아시네요.”
홍원창이 자신의 편을 들어 주자 매향이 신이 난 표정으로 화답했다.
장삼태의 생각 따위 아랑곳하지 않는 것을 보니 과연 서로 닮은 점이 많아 보였다.
“그건 그렇고 균웅을 붙잡다니 네놈 실력이 부쩍 늘었구나.”
“퉤! 그보다 이 썩을 홍가 놈아!”
그때, 화가 난 장삼태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홍원창을 향해 다가갔다. 어느새 손을 뻗어 멱살을 붙잡으니, 나름대로 위협적이었다.
“이거 뭐야? 용모파기 전부가 녹림도 새끼들 아니야? 날 죽이려는 심산이냐?”
“어허! 그럴 리가? 애초에 이 일은 자네 때문에 벌어진 것 아닌가? 그러니 자네 손으로 해결해야지.”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애초에 녹림도 일은 내가 아니라 우리 장주님이 벌인 일이라고!”
장삼태가 억울함을 금치 못한 채 소리쳤다.
녹림도를 박살 낸 것은 틀림없이 장삼태였다.
그 당시 일을 생각해 보면 말이다. 하지만 녹수채의 채주를 죽인 것은 단우현이었고, 애초에 그들을 건들게 된 이유 또한 단우현이었다.
이 모든 상황을 만들어 낸 원흉은 다름 아닌 단우현이다.
그렇다면 단우현이 해결해야 함이 맞지 않은가!
“그럼 주군께 따지든가! 왜 나한테 그러는가!”
“뭔가 이상하잖아! 설마 네놈 장주님한테 사주 받은 거냐?”
“그…… 그럴 리가…….”
장삼태가 말을 더듬기 시작한 홍원창을 살피며 이를 갈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나도 절묘한 상황이었기에, 의구심이 가시지 않았다.
녹림도들이 이 호남에 들어와 있고, 그들을 붙잡기 위해 장삼태가 나선 이 모든 상황.
마치 누군가 일부러 판을 짠 것 같지 않은가?
게슴츠레 치켜뜬 눈이 홍원창을 직시했다.
그가 어색하게 고개를 돌리며 시선을 피했다.
“거봐, 맞지!?”
“아니, 뭐…… 세상일이라는 게 다 그런 거 아니겠는가?”
순간 장삼태는 이 모든 사태의 중심에 단우현이 있음을 깨달았다. 결국에는 그의 손바닥 위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 역시 알아차렸다.
그는 다급하게 용모파기를 다시 살폈다.
“하나, 둘…… 셋…… 넷…….”
그리고 그들 밑에 쓰여 있는 현상금도.
전부 다 합치니 제법 큰돈이었다.
장삼태가 그제야 단우현의 계획을 눈치챘다.
“어윽…… 내 인생아…….”
“힘내요…….”
슬그머니 다가온 매향이 조심스레 장삼태를 토닥였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오늘따라 유난히 그가 안쓰러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