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315
많은 이들이 이야기한다.
결정적인 순간에 나타나는 것이 바로 주인공이라고.
장삼태는 생각했다.
결정적인 순간을 만들어 고난을 이겨 내면 자신이 주인공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말이다.
유덕천과 가독군.
이 두 사람은 분명 장삼태가 넘을 수 없는 산이다.
또한 공력이 몹시 떨어져 있어서 그들을 상대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아주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다.
장삼태는 지금 이곳까지 오는 도중 곳곳에 강사를 뿌려 놓는 함정을 파 놓았다. 또한 벽력탄까지 이용하려 하였으니,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홍원창을 비롯하여 포졸들과 매향까지.
이 많은 이들 앞에서 저 두 사람을 이겨 내는 모습을 보이고, 다시 한번 인생의 주인공이 되려 했던 장삼태였다.
“아니, 시벌, 왜 나타나냐고!”
그런데 느닷없이 단우현이 나타났다.
그가 나타나는 순간 느껴지는 그 강한 압박을 모를 리가 없다. 그를 바라보고 있자 저도 모르게 몸이 위축되고 떨려 왔다.
장삼태가 이를 갈며 단우현을 쏘아봤다.
역시 자신은 그의 손바닥 위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인가?
아니면 단우현이 설마 이런 상황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었다.
멋지게 등장하여 영웅처럼 사람들의 마음을 뒤흔드는 그런 역할을 맡기 위해.
장삼태가 인상을 찌푸렸다.
“아니, 왜 여기 있는 겁니까? 사람을 헌신짝처러 버려 놓고는!”
“무슨 소리인지 하나도 모르겠군.”
단우현이 가면을 고쳐 쓰며 무시했다.
장삼태가 하는 말이 무슨 소리인지 전혀 모르겠다는 듯이 시치미를 뗀 것.
귀면자의 가면을 쓴 그는 더 이상 단우현이 아니다, 마치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다.
시치미를 뚝 떼는 그의 모습에 장삼태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저…… 주군…….”
“나는 네 주군이 아니다.”
홍원창이 삐질 식은땀을 흘리며 어색하게 웃었다.
어디를 어떻게 보아도 단우현이다.
숨길 거면 말투부터 어떻게 숨겨야 하지 않을까 싶었지만 단우현은 그저 덤덤한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들키든가 말든가.’
사실 조금도 신경을 쓰는 것 같지 않았다.
오로지 자신의 생각을 밀어붙일 뿐. 그것만 보더라도 틀림없이 단우현이었다.
그때, 다시금 가면을 고쳐 쓴 단우현이 시선을 돌렸다.
그의 눈빛이 한곳을 향했다.
“지나가는데 재미있어 보이더군. 유덕천과 가독군이라 했나?”
“뭐…… 뭐 하는 놈이냐…….”
“설마…… 소문의 귀면자?”
유덕천은 의아한 표정을 거두지 못했고, 가독군은 귀면자의 소문을 떠올리며 경악했다.
오황칠성에 버금가는 자.
느닷없이 등장하여 이 중원을 떠들썩하게 만든 강자.
물론, 그 소문 전부를 믿을 수는 없고, 또한 혹자는 비웃기까지 했으나 실상 그 존재가 눈앞에 있다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법이다.
“채주님-!”
그때, 녹림과 강수채의 산적과 수적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그 수가 백은 족히 넘을 것 같았다.
가독군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손을 들어 올렸다.
그 순간, 그의 수하들이 단박에 칼을 뽑으며 상대를 향해 겨누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물러나지 않겠다는 듯이 짙은 살기까지 흘렸다.
“으하하-! 귀면자와 섬전각을 모두 죽인다면 또 한 번 이 가독군의 이름이 만천하에 퍼지겠구나.”
가독군이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조금 전, 귀면자의 기세에 기가 죽었던 것은 마치 착각이라는 것처럼 기세등등한 표정으로 칼을 겨누며 이죽거렸다.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들이 이긴다는 것은 변하지 않다는 듯이 말이다.
“이 미친놈아, 좀 닥쳐 봐! 죽는다고 진짜!”
장삼태가 귀면자의 눈이 가늘게 변하는 것을 바라보며 크게 소리쳤다. 이미 장백산에서 그 많은 시체들을 보았던 그였다.
이곳 또한 그리되지 말라는 법이 없었기에, 장삼태는 괜스레 두려운 마음부터 들었다.
사람이 죽는 것에는 이미 익숙해졌지만, 그렇게 많은 시체들을 또 한 번 보게 되는 것만큼은 사양하고 싶은 장삼태였다.
“죽고 싶으냐! 네놈은 곱게 죽지 못할 줄 알아라!”
유덕천이 호통을 치며 기세를 뿜었다.
더 이상의 말은 무의미했다.
수적 우세라는 점에서, 유덕천과 가독군은 더욱 자신만만하였고 자신들이 진다는 생각 따위는 단 일 할조차 하지 않았다.
“죽여 버려!”
이윽고 유덕천이 쩌렁쩌렁 소리를 내질렀다.
그 명령과도 같은 한마디는 모든 이들의 귀를 울렸다.
우와아아-!
엄청난 함성과 함께 산적과 수적들이 모조리 칼을 들고 덤벼들기 시작했다. 마치 거친 물살이 밀려오는 것처럼 달려드는 이들의 모습은 기겁할 정도로 매서웠다.
“아아, 미친놈들…….”
“헐…….”
장삼태가 미간을 부여잡고 주저앉았다.
매향이 작은 신음을 삼키며 등을 돌리고 귀를 틀어막았다. 주저앉아 버린 그녀는 더 이상 아무것도 보고 싶지 않은 것 같았다.
그저 아무것도 모르는 포졸들과 홍원창만이 멀뚱멀뚱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터벅-
그때, 단우현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한 발 앞으로 내딛는 순간 가장 앞에 있던 이가 칼을 뻗어 단우현의 머리를 노렸다.
그러나 칼날은 어느새 단우현의 손에 붙잡혔다. 안간힘을 써도 빠지지 않는지, 사내의 얼굴이 시뻘겋게 변했다.
이윽고 단우현이 앞에 있는 사내의 복부를 걷어차고 쥐고 있던 칼을 던졌다.
“크악!”
“커어억!”
맹렬히 회전하는 칼이 달려드는 사내들을 모조리 베어 내기 시작했다. 어떤 공력이 실려 있는지 막아 보려 해도 불가능하였고 피하려 해도 그마저도 불가능했다.
캉!
위협을 느낀 유덕천이 강맹한 도술을 펼치며 회전하는 칼을 쳐 냈다.
하나, 칼은 산산조각이 남과 동시에 천지사방을 향해 흩뿌려졌다.
퍼퍼퍼퍼퍽-!
“꺼억!”
“크아아아악!”
칼을 부수려 했던 유덕천은 도로 파편을 쳐 내며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털썩털썩-!
백여 명이 넘게 서 있었던 그 자리에는 어느새 절반조차 남지 않았다.
“마…… 말도 안 돼…….”
가독군과 유덕천은 이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이는 아무리 칠성과 같은 수준에 올랐다 할지라도 흉내 낼 수 없는 고절한 수법이었다. 심지어 오황이라 불리는 자들조차 해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그런 무시무시한 수법을 펼치고도 여유가 있다고?
도깨비 가면을 뒤집어쓴 귀면자의 모습이 그들에겐 악귀 나찰처럼 보이기 시작했다.
“아이고…… 내 이럴 줄 알았어…….”
“우웩!”
“웩!”
“커어억!”
장삼태가 미간을 짚고 신음을 삼켰다.
이윽고 곳곳에서 토악성이 터져 나왔다. 죽은 이들의 수도 많았지만, 그중 평범한 죽음을 맞이한 이들이 없었다.
오랫동안 시체를 보아 왔던 포졸들마저 견딜 수 없을 정도로 처참했다.
장삼태가 그것을 바라보며 호흡을 삼켰다.
‘잠깐만…… 저 인간이 왔으면…….’
가만 생각을 해 보니 더 이상 자신이 나설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지금까지 단우현이 결코 나서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있었기에, 그렇게 처절하게 움직이며 일을 해결하려 했다.
하지만 단우현이 있다면?
아무런 걱정이 필요 없었다.
순간, 장삼태의 눈앞이 깜깜해졌다.
“자…… 장 소협!”
매향이 깜짝 놀라 쓰러지는 장삼태를 부여잡았다.
들려오는 소리에 단우현은 힐끗 뒤를 돌아봤다.
긴장이 풀린 탓인지 쓰러지는 장삼태가 보였다.
기실 지금까지 버티고 있는 것이 용할 정도인 상황이다. 장삼태는 본디 포기가 빠른 녀석인데, 죽기 직전까지 얻어맞으면서도 여기까지 온 것을 보면, 그 또한 상당히 노력했음을 알 수 있었다.
“주…… 주군, 이 녀석이…….”
“걱정하지 마라, 죽지 않았으니. 그리고 난 네 주군이 아니다.”
들려오는 소리에 홍원창이 삐질 식은땀을 흘렸다.
이런 상황에서도 발뺌할 생각인가?
이미 귀면자가 단우현이라는 사실을 단가의 사람들 중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인데, 그는 아직까지 자신의 정체가 들키지 않았다 생각하는 것 같았다.
다소 엉뚱한 단우현의 모습에 홍원창이 헛웃음을 지었다.
“이곳은 나에게 맡기고 가거라. 있어 봐야 좋은 꼴을 보지 못할 것 같군.”
단우현의 말에 홍원창이 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창피한 말이기는 하지만 단우현이 나타난 이상 자신이 이곳에 있을 필요는 없었다.
오히려 자칫 발목을 잡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홍원창이 매향을 바라보자 그녀마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 그럼 먼저 가겠습니다.”
그의 한마디에 단우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포졸들이 쓰러진 장삼태를 챙기고 그곳을 벗어나기 시작하자, 유덕천과 가독군이 이를 갈며 움직이려 했다. 그러나 갑작스레 느껴지는 강한 압박에 발을 뗄 수조차 없었다.
“녹림의 유덕천과 강수채 채주 가독군이지?”
“크윽…… 네, 네놈 대체…….”
가면을 뒤집어쓴 단우현이 힐끗 두 사람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러나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단우현은 품에서 용모파기 두 장을 꺼내 들었다.
그들의 얼굴 생김새와 현상금 액수가 적혀 있었다.
두 사람 목에 걸려 있는 현상금은 금자 백 냥에 가까울 만큼 어마어마한 금액이었다.
단우현이 피식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천생이 도둑놈이라 그런지 돈을 끌어오는 놈이로구나.”
이윽고 단우현이 그 자리에 있는 이들을 바라보며 천천히 손을 뻗었다.
“제법 실력이 있는 것 같지만 녹림과 강수채를 건드리고도 무사할 것 같으냐?”
“네놈들이야말로 호남단가를 건들고도 무사할 것 같으냐?”
단우현의 반문에 두 사람은 오싹함을 금치 못했다. 화를 내는 것인지 아니면 그저 내뱉은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담담하게 들려오는 한 마디 한 마디가 비수처럼 그들의 가슴을 후벼 팠다.
심지어 뭐라 했는가?
호남단가?
가독군은 신음을 삼켰다.
마천군이라는 고수의 소문은 들었다. 하지만 직접 본 적이 없었기에 가독군은 그저 조금 강한 이가 있구나, 하고 웃으며 넘겼었다.
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귀면자는 격이 달랐다.
이런 이가 또 있단 말인가?
도대체 호남단가라는 곳이 어떤 곳이기에!
가독군이 침을 삼키는 순간, 유덕천이 도를 치켜들었다.
그냥 죽지 않겠다는 살벌한 시선.
무슨 짓을 해서든 죽이겠다는 살기.
그것이 강렬하게 느껴지자 축 가라앉았던 사기가 조금씩이지만 부풀어 오르는 것 같았다.
이미 단우현의 실력에 기가 죽었던 가독군조차 조금씩이지만 용기를 되찾는 것 같았다.
“…….”
그러나 단우현은 그들의 모습을 비웃으며 슬쩍 발을 놀렸다. 그의 발밑에 떨어져 있던 장검 하나가 훌쩍 날아올라 어느새 손에 들렸다.
“우리 못난 녀석이 신세를 졌구나. 보답을 해야겠지?”
단우현이 눈을 빛내며 천천히 그들을 향해 다가서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