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316
“이…… 이봐, 저거 혹시…….”
“저, 정말인가?”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하겠군.”
줄줄이 포승줄에 끌려가는 이들을 바라보며 모든 이들이 중얼거렸다. 지금까지 많은 범죄자들이 악양 관아로 끌려가는 것을 보았지만, 이 정도 거물을 잡아들인 것은 처음인 탓이다.
녹림왕 유덕천.
강수채 채주 가독군.
그 외에 그들의 손발이라 할 수 있는 이들 모두 처참한 몰골로 끌려가고 있으니, 사람들이 놀라워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힘없이 포승줄에 묶여 있는 가독군이나 유덕천 또한 마찬가지다.
그들의 이름값을 생각한다면 격렬한 저항을 해도 이상하지 않을 터인데, 마치 죽어 버린 듯 혹은 무언가에 겁을 집어먹은 것처럼 눈에 두려움이 가득했다.
평소의 모습보다 늙어 보이는 것은 틀림없이 단전이 파훼된 탓이리라.
“정말로 악양 관아 뒤에 누군가 있나 보군. 단순히 관졸들이 할 수 있는 짓이 아니야.”
“호남단가라는 소문이 확실한가?”
“아마도…….”
낭인들을 비롯하여 정보를 수집하는 이들마저 이런저런 추측을 내놓기 시작했다.
유덕천과 가독군을 붙잡은 것은 그만큼 충격적인 일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사파 쪽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데…… 어쩌면 호남단가야말로 우리 정도무림의 구세주가 될지도 모르겠구나.”
여러 사람들이 입을 모아 그런 말을 했다.
그만큼 호남단가라는 이름이 확실하게 사람들 뇌리에 각인되어 버린 사건이기도 했다.
* * *
“끄으응…….”
장삼태가 신음을 흘렸다.
눈을 뜨고 싶지만 천근만근 무거운 눈꺼풀은 좀처럼 들어 올려지지 않았다.
한순간, 머릿속에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일이 스쳐 지나가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눈을 감고 한숨 더 잠을 잤을지도 모를 일이다.
“헉?!”
장삼태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서며 헛바람을 집어삼켰다.
언제 칼날이 날아 들어올지 몰라 저도 모르게 손을 뻗어 얼굴을 막아 냈다.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그 손짓은 마치 그 일을 지금 겪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느끼게 했다.
“놀고 있구나.”
그러나 칼날은 날아 들어오지 않고 익숙한 목소리만이 들려왔다.
눈꺼풀을 파르르 떤 장삼태가 가까스로 눈을 뜨며 주변을 살폈다.
익숙하기 짝이 없는 방 안 풍경.
심지어 그 곁에는 시큰둥한 표정의 단우현도 보였다. 그 무릎 위에는 곤히 잠을 자고 있는 단소미가 있었는데, 상당히 지쳐 있는 것인지 새근거리는 소리가 몹시 기분 좋게 들렸다.
장삼태가 어색하게 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아…… 안녕하십니까요?”
“벌써 해가 중천이다.”
“점심 드셨습니까요?”
“…….”
“…….”
얼토당토않은 소리를 하는 이를 보며 단우현이 길게 한숨을 토했다. 죽다 살아난 놈이 아직까지도 그 주둥이가 살아 있으니 웃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난감한 모양이다.
후우- 하며 심호흡을 한 단우현이 입을 열었다.
“그래, 몸은 괜찮은 것이냐?”
“아픕니다요.”
“그렇군.”
보통은 아파도 괜찮다고 말을 하지 않던가?
장삼태의 머릿속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점점 더 궁금해지는 단우현이었다.
하지만 더는 신경 쓰지 않고 입을 열었다.
“기맥이 다소 막혔다. 무리를 했나 보구나.”
“수십 대 일로 싸워 이 장삼태, 버텨 냈습니다요! 굉장하지 않습니까?”
“얻어맞은 것을 버텼다고 하지 않는다.”
한순간 장삼태가 인상을 썼다.
‘보고 있었던 거야?’
빌어먹을! 보고 있었으면 도와주든가.
그럴 때는 안 나타나다가 좋은 부분만 혼자 쏙 빼먹는다. 장삼태는 저도 모르게 속으로 불만을 토했다.
“네놈 몰골만 봐도 알 것 같다.”
“어쨌든 저는 나름대로 열심히 했습니다요.”
“그렇지, 아니었으면 죽었을 테니까.”
단우현이 피식 웃음을 짓자 장삼태의 안색이 시퍼렇게 변했다. 죽음을 눈앞에 둔 적은 많지만, 정말로 죽는다고 생각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만큼 두려운 상황이었다. 생각을 하니 저도 모르게 손아귀가 떨렸다.
“그래도…… 이길 수 있었습니다요.”
“함정을 쳐 놓은 것은 보았다. 제법이구나, 거기까지 머리를 굴리다니. 하지만 얕아. 진짜 붙었다면 필패. 오초지적도 되지 않았을 거다.”
확신 어린 단우현의 말에 장삼태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자신은 나름대로 열심히 한다고 한 것인데, 신랄하게 평가당하니 저도 모르게 분이 차오른 것이다.
하지만 장삼태는 당당했다.
호남단가의 이름을 더럽힌 것은 아니었으니까.
“그렇다면 이기려면 어찌해야 하는 것이었습니까요?”
“죽이는 거다. 상대를……. 그것이야말로 이기는 방법이지.”
“……염병.”
죽인다는 이야기가 너무나도 쉽게 나온다.
그럴 실력이 있었으면 애초에 위험한 상황까지 가지 않았을 것이다.
장삼태는 과거에 비해 무공이 부쩍 늘기는 했지만, 유덕천 같은 고수들을 상대하기에는 다소 모자란 면이 있었다.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인상을 찌푸리는 것을 보며 단우현이 슬쩍 손을 뻗었다. 그러고는 무릎 위에서 잠을 자고 있는 단소미를 장삼태가 앉아 있는 침상에 눕혔다.
“죽이지 못한다면 제압하면 된다. 그것도 불가능하다면 도망치면 된다.”
“그래선 해결이 안 되지 않습니까요.”
“이것들마저 불가능하다면…….”
자리에서 일어선 단우현이 가볍게 아래를 내려다봤다. 침상에 앉아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장삼태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단우현은 저도 모르게 씩 하며 웃음을 지었다. 그의 입에서 말이 흘러나왔다.
“압도적인 강함으로 상대의 기세를 꺾어 버리면 된다.”
“…….”
그 말에 장삼태가 입을 다물었다.
어떤 말조차 하지 않은 채 멍하니 앉아 있으니 단우현이 등을 돌렸다.
더 이상 무슨 말을 해 줄 생각조차 없다는 듯이 문을 열고 나가 버렸다.
그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고 있던 장삼태가 인상을 썼다.
“미친놈, 지랄하네. 내가 지야?”
어이없는 말에 저도 모르게 욕을 뱉었다.
순간.
퍼억-!
“끄아아아악!”
느닷없이 날아든 무언가가 머리를 가격했다.
* * *
“쯧쯧, 저 녀석은 어째 성장을 안 하는 것 같아.”
사도학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별채가 있는 쪽을 바라봤다.
이 정도쯤 되었으면 아무리 작게 내뱉은 말이라도 듣지 못할 리가 없다는 것 정도는 인지하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장삼태는 여전히 입 밖으로 욕을 뱉었다.
마치 단우현이 들으라는 듯 말이다.
그러니 얻어맞는 거다.
“허허허- 하지만 이곳은 이래야 하지 않은가?”
남궁천은 몹시 기분 좋은 표정으로 웃음을 지었다. 장삼태가 없었던 며칠 동안 호남단가는 무척 조용했다.
단소미와 아이들이 찾아와 떠들기는 했지만 무언가 부족한 느낌이 있었던 것 역시 사실이다.
그것이 바로 장삼태라는 인물이었으니, 그의 빈자리가 얼마나 큰지는 본인들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사도학 또한 투덜거리며 놈을 욕하는 듯하면서도, 은연중 웃음을 짓고 있는 것이 이 상황이 나쁘지는 않은 것 같아 보였다.
그때, 별채를 빠져나온 단우현이 다가왔다.
살짝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것이 욕을 들어 기분이 썩 좋지 않은 것 같았다.
“허허허. 그래, 상태는 어떠한가?”
“죽지는 않을 것 같다.”
“요양이 더 필요하다는 소리지?”
“…….”
남궁천의 말에 단우현이 말을 잃었다.
죽지 않을 것 같다는 말을 어떻게 들으면 그런 식으로 받아들일 수 있단 말인가?
단우현이 미간을 들썩이며 놓여 있는 술잔을 집어 들었다.
“그래, 조금은 성장한 것 같으냐?”
“음…… 그리 좋은 모습을 보지는 못한 것 같군.”
함정을 파 놓는다든가, 이기지도 못하는 상대를 눈앞에도 두고도 여전히 기세를 잃지 않는 점은 확실히 예전보다 나았다.
하지만 아직도 멀었다.
그런 상황일수록 침착하게 움직였어야 했는데, 장삼태는 오로지 복수를 하겠다는 일념만으로 움직였다.
그것이 결국 화가 되어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오히려 자신과 자신들의 동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는 결과를 가져왔다.
무인으로서는 최악이지만, 장삼태 본인만 놓고 보자면 확실히 예전보다 성장했음을 알 수 있었다.
예전이었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부리나케 도망을 쳤을 테니까.
단우현이 피식 웃음을 짓자 세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대강 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으니, 단우현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또한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건 그렇고, 녹림왕과 강수채 채주를 붙잡았으니 한바탕 난리가 날 걸세.”
“그 정도인가?”
단우현의 말에 모든 이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적무성의 안색이 그리 좋지만은 않았는데, 녹림은 사파에서 다소 동떨어져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사파에 영향을 주고 있는 존재들이었던 탓이다.
이로 인해 사파의 전력이 날아간 것이나 다름없다.
“강수채는 잘 모르겠지만 녹림은 사파에서 나름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단체지. 그런 곳을 박살 내고 녹림왕을 가뒀으니 좋게 끝나지는 않을 것이네.”
어쩌면 유덕천을 구하기 위해 사파인들이 작당을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만큼 유덕천이란 이름이 사파인들에게 주는 무게감이 큰 탓이다.
“그렇군.”
단우현은 대수롭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영향력이 있든 말든, 그에게는 하등 상관이 없었다.
그저 호남단가를 건드리느냐 마느냐, 그 차이가 있었던 것인데 유덕천은 최악의 선택을 하였고 결국 그 결과가 이리된 것이다.
“녹림은 내버려 둬라. 더 이상 신경 쓸 가치조차 없을 테니.”
“철저하게 밟았구나.”
사도학이 끌끌거리며 웃음을 지었다.
그 자리에 자신이 있었다면 재미있었을 텐데, 하며 다소 아쉬움까지 내비쳤다.
쾅-!
그때, 느닷없이 호남단가의 대문이 활짝 열렸다.
느닷없는 소리에 시선이 한곳으로 쏠렸다.
그곳에는 헐레벌떡 안으로 들어오는 제갈운의 모습이 보였는데, 평소에도 저와 같은 모습을 보이는지라 단우현이 ‘또야?’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뒤에서 쫓아오는 제갈연의 표정 역시 마찬가지였다.
늘 침착한 제갈연이 안색이 변할 정도라면 정말 큰일이 터진 것이다.
남궁천과 사도학, 적무성의 시선이 그들을 향했다.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인데 또 그렇게 호들갑이더냐.”
사도학이 인상을 찌푸렸다.
또다시 쓸데없는 이야기라면 이번에는 머리통을 때려 주겠다는 듯이 주먹을 말아 쥐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제갈운이 움찔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결코 단순한 일이 아니다. 어쩌면 이 중원이 송두리째 바뀔 수 있는 그런 일이다.
제갈운이 꿀꺽 침을 한번 삼키고는 목구멍까지 올라와 있는 말을 입에 담았다.
“무림…….”
“무림맹이 무너졌어요!”
헐레벌떡 뛰어온 제갈연이 뒷말을 이었다.
그러나 나온 말은 결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뭐라……?”
“진짜냐?!”
남궁천과 사도학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서며 놀란 눈을 치켜떴다.
이 중원무림 역사상 무림맹이 무너진 일은 단 한 번도 없었기에 그들의 놀라움은 더욱 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