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317
무림맹은 정파의 중심이 되는 곳이다.
오랜 정통과 명문, 그리고 역사를 지닌 문파와 세가들이 한데 모여 정파를 이끌어 가는 단체이고, 아주 오랫동안 단 한 번의 침략조차 받지 않은 채 정도인들을 다스리며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던 곳.
그곳이 바로 정도무림맹이다.
활활 타오르는 정도무림맹의 모습은 보는 이들이 실로 경악을 금치 못하게 만들었다.
많은 이들이 소곤거리며 손가락질하였다.
심지어 무림맹만이 아닌 구파일방의 수장격이라 할 수 있는 소림 또한 무사하지 못하였으니, 그야말로 정도무림맹의 뿌리가 뽑혀 나간 것은 아닌가 싶었다.
많은 이들이 죽었다.
얼마나 죽었는지 그 수를 셀 수조차 없을 것이다.
활활 타오르는 무림맹 안에서 지독하리만큼 코를 찌르는 역겨운 냄새가 풀풀 풍겨 왔다.
이는 틀림없이 시체 타는 냄새일 터였다.
사람들은 차마 그곳으로 다가가지 못하고 어물쩍거렸다.
“무…… 무림맹주님은 어찌 되었나?”
“그, 글쎄, 아마도 저 꼴을 보면…….”
틀림없이 죽었으리라.
누가 습격을 했는지 알 수 없지만, 소림과 무림맹을 단박에 박살 낼 만한 고수들이었다면, 무림맹의 중심 인물이라 할 수 있는 무림맹주와 구파일방의 수장들을 가만히 놔두었을 리가 없었다.
또한 그들이 살아 있었다면 무림맹이 저 꼴이 될 리도 없으니, 지금 눈앞에 보이는 상황이 결코 좋은 것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침을 삼키며 그 광경을 지켜봐야 했다.
세월의 흐름이, 시대가 변했음을 알리는 그 역사적인 순간을 말이다.
* * *
“무림맹을 습격한 것은 사파 쪽 인물들입니다. 지금은 혈천(血天)이라 자칭하는 단체이며, 무황성을 기점으로 서서히 아래로 그 세력을 넓혀 가고 있습니다.”
구무악의 설명에 남궁천은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혈천이 어디인지, 또 무엇을 하는 이들인지는 알 수 없으나 선진이 다스리고 있는 무림맹을 집어삼킬 정도라면 결코 무시하지 못할 세력임은 틀림없다.
심지어 소림마저 박살을 내다니?
평범한 단체들이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얼마나 죽었는가?”
남궁천이 툇마루 기둥을 꾹 잡았다.
콰직!
기둥이 부서져 나갔지만 누구 하나 신경 쓰는 이는 없었다.
“확인된 바로는…… 몰살이라 합니다.”
“허…….”
남궁천이 그대로 주저앉았다.
몰살이라는 말은 누구 하나 살아남지 못했다는 거다. 그것은 선진은 물론이고 남궁천과 함께 시대를 보내왔던 이들 대부분이 죽음을 피하지 못했다는 말과 같았다.
남궁천이 인상을 썼다.
도대체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인가?
어찌 정도무림맹이 이리도 쉽게 무너질 수 있는가?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어찌 되었나?”
남궁천의 침울한 음성이 들렸다.
구무악은 차마 다음 말을 잇지 못하였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남궁천의 입장에선 상당히 충격적일 것이므로.
그러나 사도학과 적무성, 심지어 단우현마저 눈치를 주니 차마 대답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혀…… 현재, 하남을 장악하고 그곳에 새로운 전각들을 짓기 시작했습니다. 혈천의 깃발이 내걸렸으며 이미 혈천의 땅이라 공표하였다 합니다.”
“도대체 그놈들이 누구이기에!”
쾅!
남궁천에게서 사나운 기세가 폭발하며 뻗어 나갔다. 어느 누구라 한들 그 기세를 버텨 낼 수 없으니, 앞에 있던 구무악은 물론이고 조용히 경청하고 있던 권무진이나 남궁소혜마저 어이없이 날아갔다.
그만큼 남궁천의 힘이 거세게 몰아쳤다.
사도학이 가볍게 기세를 풀어 그것을 막아 내고는 흥미로운 시선으로 구무악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천하의 무림맹이다. 그것을 부술 정도라면 강한 놈들이겠지?”
“정확한 것은 저희도 알 수 없지만…… 무림맹을 습격한 것은 소수. 그들 하나하나의 무공이 칠성, 혹은 오황에 버금가지 않을까 판단됩니다.”
구무악 역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정보를 모으지 못하였지만, 무림맹이 무너진 정황과 그 전에 있었던 지부가 몰살당했던 일들을 예측해 본다면, 이러한 추측을 할 수 있었다.
구무악은 힐끗 단우현의 눈치를 살폈다.
제대로 된 정보를 가져왔다고 생각을 했지만, 왠지 모르게 그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 정도는 근처에 사는 개들도 알 수 있는 것들이로구나.”
“윽……!”
단우현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에 구무악은 숨을 삼켰다.
개라니?
물론 정확한 사실이 아니라 상황을 판단하여 추측한 것에 지나지 않지만, 그래도 다른 어떤 곳보다 빠르게 내온 정보이다.
지금 이 상황에선 이 정도가 전부였다.
구무악이 욱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때, 단우현이 그것을 바라보며 비웃듯 웃음을 지었다. 이윽고 시선이 제갈운을 향했다.
“어떠냐?”
“이미 예측했던 범위 내입니다.”
제갈운이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구무악을 바라봤다.
나름 하오문을 높게 보고 있었던 제갈운은 그들이라 하여도 가지고 오는 정보들이 항상 대단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았다.
“쓸모가 없구나.”
쿵!
단우현이 내뱉은 한마디에 구무악은 숨을 삼켰다.
그에게 버림받는다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하는 것 같았다. 이미 구무악에 대한 모든 정보를 알고 있는 호남단가이니 만큼, 다른 어떤 단체들보다 두려울 수밖에 없었다.
“지, 지금 가진 정보로는…… 도무지…….”
하지만 구무악 딴에도 할 말은 있었다.
혈천이라는 단체가 어디서 나타났는지, 그리고 그들의 목적이 무엇인지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 마치 정보가 한곳에서 탁 틀어막힌 채 흘러나오지 않으니, 구무악의 입장에선 억울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단우현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또 뭐야?’
구무악은 그 웃음을 보자 괜스레 겁이 났다.
자신들이 모르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닌가 했기 때문이다. 그럴 리가 없다고 몇 번을 되새겨 보았지만 단우현의 웃음을 볼 때마다 불안감이 치미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설마…… 뭔가 알고 있는 건 아니겠지?’
정보를 사고파는 것이 구무악의 일이다.
그런 이가 한 세가의 사람보다 정보가 부실하다면, 이미 그 바닥에서 쓸모가 없다는 것과 같았다.
불안감이 점차 고조되는 그 순간.
단우현이 입을 열었다.
“삼태야.”
“예?”
작게 내뱉은 소리지만 장삼태는 단우현의 목소리를 또렷하게 들었다. 굳게 닫혀 있던 창문이 슬그머니 열리더니 장삼태가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그가 다소 의아한 표정으로 단우현을 바라봤다.
“혈천에 대해 아느냐?”
“뭐 하는 잡것들입니까요?”
장삼태가 고개를 갸웃했다.
혈천이라는 이들을 처음 들었던 탓이다.
구무악이 그럼 그렇지,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득의양양하게 이야기를 하기에 자신조차 모르는 정보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하였는데 아무래도 그건 아닌 모양이다.
구무악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씩 웃었다.
하지만 이내 단우현이 입을 열었다.
“지난번 장백산에서 도망친 녀석들이다. 어디 한번 네가 아는 것을 말해 보거라.”
“도망친 놈들이면 그…… 장백산에서 장주님이 때려죽이던 놈들 말입니까요?”
“……그래.”
때려죽였다는 표현이 다소 거북했는지 단우현이 인상을 썼다. 하지만 달리 생각나는 표현이 없었던 것인지 작은 한숨을 쉬며 장삼태를 재촉했다.
“꼭 해야 합니까요?”
“그래.”
장삼태가 인상을 찌푸렸다.
사실 두 번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내 힐끗 쳐다보는 단우현의 시선에서 무언가를 깨달았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두 사람이 뭔가 작당을 한 것처럼 보였다.
이내 장삼태가 눈을 반짝였다.
“크큼…… 그 말입니다. 아주 오래전부터 장백산에는 하나의 단체가 있었습니다요.”
장삼태는 ‘잘 들어 보시라니까요!’ 하는 눈빛으로 좌중을 바라봤다. 이미 이야기를 들었던 사도학이나 남궁천 또한 장삼태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이름하여 혈마신교!”
혈마신교라는 이름이 튀어나오자 모든 이들이 눈을 휘둥그레 치켜떴다.
그것은 이미 천 년 전, 무신이 살아 있었을 당시 중원을 일통했던 단체였지 않은가?
비록 그마저 무신의 손에 의해 어이없이 몰락해 버렸기는 했지만, 무신과 더불어 전설이라 칭해도 이상하지 않을 단체였다.
부르르-
구무악은 몸을 떨었다.
‘혈마신교라니? 그 단체가 아직까지도 중원에 숨어 있었단 말인가?’
오랫동안 정보를 수집해 온 구무악조차 알지 못했던 사실이다. 장삼태가 거짓말을 하는 것은 아닌가 싶었지만, 아무리 봐도 그의 얼굴에는 일말의 거짓조차 없었다.
“그놈들이 하도 우리 장주님 앞에서 깐죽거려서…… 우리 장주님이 화가 났습지요.”
“허허허, 그래서 어찌 되었는가?”
“뭐 뻔하지 않겠습니까? 장주님이 장백산까지 쫓아가서 아주 개 때려잡듯이 때려잡았습니다. 시산이라는 말이 실재할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지요.”
장삼태가 당시를 떠올리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
시체의 산?
그 정도가 아니었다.
만약 단우현이 아닌 다른 사람이 그 광경을 만들어 내려 한다면, 틀림없이 전쟁이라도 벌어져야 나올까 하는 풍경이었다.
“그러던 중에 도망친 놈들이 꽤 많았는데 말입죠. 그놈들이 뭉쳐서 만든 것이 바로 혈천이 아닐까 생각합니다요.”
“헛……!”
“윽!”
장삼태의 말에 가장 놀란 것은 적무성이었다.
그렇다면 무황성을 습격한 것은 다름 아닌 혈마신교의 잔당들이고, 그 원흉이 단우현이라는 말 아닌가?
그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라봤지만 단우현은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돌렸다.
“하아…… 만약 그렇다면 그 우두머리가 누구인지 궁금해지는군요.”
제갈운이 한숨을 쉬며 미간을 쥐었다.
설마하니 사상 최악의 사태를 만들어 낸 발단이 단우현이었을 줄이야.
어느 정도 예감은 하고 있었지만 직접적으로 들으니 괜히 머리가 다 아파졌다.
“글쎄, 잘 모르겠군.”
단우현이 당당하게 고개를 저었다.
우두머리가 누구인지는 알고 싶지도 않다. 혈마신교의 맥을 이끌어 갈 수 있는 놈들 대부분이 죽임을 당했다. 특히 장로와 호법은 물론이고 혈마까지 죽였으니 응당 다른 이들에게는 신경이 가지 않는 것이다.
단우현은 그렇게 모든 상황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넘기며 구무악을 바라봤다.
입을 쩍 벌리고 있는 그는 상당히 놀란 눈치다.
이 사태의 발단이 단우현이니, 그는 모든 정보를 추측하고 확신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 알았느냐?”
“아, 무…… 물론입니다.”
구무악은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지금 단우현의 입에서 나온 정보들은 결코 값으로 매길 수 없는 것들이다. 중원 전체를 뒤진다 하더라도 이만큼 완벽한 정보는 절대 알아낼 수 없을 테니까.
구무악이 마른침을 꿀꺽 삼키는 순간.
단우현이 씩 웃음을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그럼 정보료를 내야지?”
“예?”
뜬금없는 말에 구무악이 움찔했다. 잘못들은 것은 아닌가 하며 의아함에 단우현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의 표정을 보는 순간 결코 잘못 들은 것이 아님을 깨달았다.
“정보를 사고파는 네놈이다. 나 또한 네놈에게 정보를 사는데, 네놈 또한 나에게 정보를 사야 하지 않겠느냐?”
씩 웃음을 짓는 단우현의 표정을 보며 구무악은 전례 없이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숙였다.
한두 푼이 아님을 직감한 것이다.
조금 전 장삼태와 단우현이 눈을 맞춘 것은 이런 것이었던가?
괜스레 함정에 빠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