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319
“그것이 말입니다…… 만금상단의 힘이 워낙 막강하다 보니, 그들과 척을 지지 않으려는 이들이 저희에게서 등을 돌리고 있는 실정입니다만…….”
금은학이 식은땀을 흘리며 답했다.
나름대로 열심히 궁리하여 단우현을 설득시키기 위해 한 말이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틀린 말도 아니었기에, 스스로 위안을 삼았다.
하지만 단우현의 시큰둥한 시선은 좀처럼 거둬지지 않았다.
“네가 그 사람들에게 믿음을 줬다면 등을 돌릴 이유가 없었겠지.”
“윽…….”
금은학은 움찔 몸을 떨었다.
확실히, 금은학은 호남단가의 힘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상계의 지식은 작은 것들밖에 없었으며, 아무리 태연한 척 의연하게 행동을 하려 해도 오랫동안 몸에 밴 것들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단우현이 후우- 하며 작은 한숨을 쉬었다.
이윽고 고개를 돌려 장삼태를 바라봤다.
“삼태야.”
“예?”
“금환객잔주를 데려오너라.”
“또요?!”
머리를 박고 있던 장삼태가 어이없는 시선으로 단우현을 쳐다봤다. 이미 한 번 악양에 갔다 온 지가 한 시진조차 되지 않았다. 그런데 다시 가려고 하니 당황스러웠다.
“데려와라.”
그러나 또다시 들려오는 단우현의 말에 장삼태는 꿀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물어야 했다. 가지 않으면 결코 가만두지 않겠다는 시선이 매섭게 그의 시선을 자극했다.
장삼태가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나 머리를 털었다.
조금 오랫동안 박은 탓에 혹이 난 것 같았다.
“다, 다녀오겠습니다요…….”
기가 죽은 그가 조심스레 말을 하며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 * *
금환객잔의 객잔주는 호연지다.
한때는 제대로 된 끼니조차 챙길 수 없을 만큼 가난했던 그녀이기는 하지만, 이제는 산해진미를 하루 세끼 챙겨 먹는다 한들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거부로 변했다.
고작 객잔 하나 운영하여 얼마나 벌겠어, 하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지만 이 호남 땅에서 가장 유명하고 가장 질 좋은 술을 팔고 있는 금환객잔이니 만큼, 하루 백여 명이 넘는 손님들로 북적거렸다.
들어오는 돈 또한 거액인 까닭에 그녀의 모습 또한 전과는 판이하게 뒤바뀌었다.
“…….”
단우현을 비롯하여 남궁소혜마저 눈앞에 서 있는 호연지를 바라보며 할 말을 잃었다.
비싸 보이는 궁장에 온갖 귀걸이와 장신구. 그녀가 걸치고 입고 있는 것들만 팔아도, 장원 한 채는 능히 지을 수 있을 듯했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과거에는 빼빼 말랐던 호연지가 지금은 상당히 살이 쪄 있었다.
바라보는 것조차 다소 안쓰러울 지경이다.
“마, 많이 변했구나.”
단우현마저 당황한 표정을 입을 열었다.
지난번에 보았을 때에도 꽤 쪘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예전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게 돼지인지 사람인지 구분조차 안 될 지경이다.
“호호호, 변하다니요?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걸요.”
아무리 봐도 변했다.
살이 쪄도 너무 심하게 쪘으니 정작 본인이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호연지가 웃음을 지으며 부정을 하는 것은, 현실을 직시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인 것 같았다.
단우현은 굳이 더 지적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장부를 보았다. 무슨 말인지 알겠지?”
“예, 잘 알고 있습니다.”
호연지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 차례 심호흡을 했다.
그렇지 않아도 말을 하려던 참이다.
“최근 호남 인근에 새로운 객잔이 세워졌습니다. 아시나요?”
“모른다.”
알 리가 없다.
단우현은 최근 악양에 간 일이 없었고, 또한 간다 하여도 저잣거리 근처나 조금 돌아다닐 뿐이지, 새로 생긴 객잔을 눈여겨보며 다니지는 않았다.
그가 고개를 젓자 호연지가 다소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저희 금환객잔 앞에 만금객잔이 생겼습니다. 꽤 커다랗지요.”
“그래서?”
“그쪽에 손님을 다 빼앗기고 있습니다. 술 또한 북경에서 직접 공수해 온 것인지라 꽤 평판이 좋지요.”
단우현은 인상을 찌푸렸다.
금환상단은 만금상단에, 금환객잔은 만금객잔에게 밀리고 있으니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길게 한숨이 새어 나오자 두 사람이 어색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결국 만금상단 녀석들이 문제로구먼. 하하하.”
사도학이 크게 웃음을 지었다.
만금상단은 어디서든 문제를 일으켰다. 심지어 지금은 그 우두머리라 할 수 있는 만후량마저 사라졌으니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제멋대로 행동했다.
“피할 수는 없을 테지…….”
남궁천이 작게 중얼거렸다.
주먹을 쥐고 있는 그의 시선이 제법 날카로웠다.
그는 모용혁문과 만후량이 필시 관련이 있을 것이라 짐작하고 있었다. 어쩌면 만금상단과 피할 수 없는 운명을 가진 것은 남궁천일지도 모른다.
단우현이 고개를 돌려 제갈운을 바라봤다.
시선에 맺힌 뜻을 알아들은 것인지 제갈운이 깊게 고개를 숙였다.
“확인해 보겠습니다.”
* * *
단소미의 시선은 언제나 낮은 곳에 있다. 다른 아이들보다 키가 작은 탓에 항상 사람을 올려다봐야 하는 것이 일상이다.
“조금 컸지?”
“응! 새끼손톱만큼 컸어.”
“야호-!”
키를 재고 있던 단소미가 주지약의 말을 듣고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벌써 주지약은 단소미와 한 뼘 차이가 날 정도로 성장을 하였는데, 단소미만 그대로이니 상당히 억울했던 모양이다.
“그냥 밟고 있는 땅이 조금 높은 거 아니야?”
홍진랑이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새끼손톱만큼이라는 것은 결국 뭘 밟고 있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거다. 지금 다소 지대가 높은 곳에 있으니 조금 커 보이는 것인지도 몰랐다.
정곡을 찌르는 한마디에 주지약의 쌍심지가 돌아왔다.
“아, 응, 컸어. 내가 알지…….”
“헤헤헤, 정말?”
배시시 웃음을 지으며 다가온 단소미를 바라보며 홍진랑이 고개를 푹 숙였다. 저 순진무구한 아이의 표정보다 뒤에서 살벌하게 눈을 부라리고 있는 주지약이 두려웠기 때문이다.
저도 모르게 헛바람을 들이켜며 숨을 삼켰다.
“그건 그렇고 저기가 네가 말한 만금객잔이야?”
주지약이 시선을 거두며 홍진랑을 향해 물었다.
이 악양 땅에 새로 생긴 객잔.
기실 객잔이든 뭐든 간에 워낙 치열한 상권 탓에 문을 연다 해도 곧 망하기 마련인데, 만금객잔은 은근히 사람이 많았다.
고급스러운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척 보아도 값비싼 음식들을 파는 것처럼 보였다.
홍진랑이 침을 주르륵 흘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우리 어머니 때문에 간 적 있는데 엄청 맛있더라고! 꼭 가 봐야 해, 저기는.”
홍진랑은 두근거리는 마음을 주체하지 못했다. 당장 만금객잔으로 달려가 이것저것 시키며 많은 음식들을 입에 쑤셔 넣을 기세였다.
“하지만…… 저긴 비싸지 않아?”
단소미가 불안한 시선으로 물었다.
코앞에 금환객잔이 있었다. 그곳 또한 꽤 웅장하고 멋들어지게 보이는 곳이지만, 만금객잔은 도가 지나칠 정도로 화려했다.
밖에 나와 있는 점소이들의 모습 또한 일반적으로 보는 것들과는 많이 달랐다. 헤실헤실하며 손님을 대하는 것이 아니라, 온갖 예의범절을 다 익히고 있는 사람 같아 보였다.
들어가는 것조차 거북스러웠다.
“왠지 엄청 힘 주고 먹어야 할 것 같은데?”
주지약조차 마음에 들지 않는지 인상을 찌푸렸다.
저런 식으로 격식을 차린 채 밥을 먹는 것은 집에서만으로도 충분하다. 편한 친구들을 만나 재미있게 노는 시간에 왜 그렇게 밥을 먹어야 할까?
주지약이 휘휘 손을 저었다.
“돈 낭비야, 돈 낭비.”
“그…… 그렇지만 엄청 맛있는데……?”
“더군다나 너희 집은 소미네 집과 깊은 사이 아냐? 만금객잔에 갔다는 걸 네 아버지가 알면 어떻게 될까?”
주지약이 묘한 표정을 지으며 키득거렸다.
그 웃음이 맺혀 있는 표정은 마치 소악마(小惡魔)를 보는 것 같았다. 마치 당장 현청으로 달려가 홍원창에게 이를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 그러면 안 돼-!”
홍진랑은 사색이 되어 크게 소리 지르며 주지약을 말렸다. 하지만 놀리는 것에 재미가 들린 주지약은 신경조차 쓰지 않고 도망 다니며 웃음을 터트렸다.
그때였다.
툭!
악!
뛰어다니던 주지약이 누군가와 부딪치며 넘어질 뻔한 순간, 어느새 곁으로 달려간 단소미가 그녀를 받아 들었다.
“괜찮아?”
“으, 으응.”
주지약이 살짝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는 단소미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다소 풀리는 것 같았다.
이윽고 힐끗 옆을 돌아보는 순간, 한 무리의 사내들과 시선이 마주쳤다.
“조심하거라.”
오싹-!
검을 차고 있는 무인이다.
갓을 쓰고 몰려 있는 대여섯 명의 사내들이었는데, 그 눈빛을 바라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오싹함을 느꼈다. 마치 눈빛만으로 사람을 벨 수 있다는 것을 증명이라도 시킬 것 같은 사내들이다.
홍진랑조차 움찔 몸을 떨며 한 걸음 물러섰다.
내뱉은 한마디에 위협이 담겨 있었다.
사내들은 그런 아이들을 한 차례 훑어보더니 이내 저벅저벅 만금객잔을 향해 움직였다.
“어, 엄청 무섭네.”
주지약과 단소미가 홍진랑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이 노려보는 것이 이리도 무섭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세 명의 아이들은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않은 채 사라지는 사내들을 지그시 주시했다.
* * *
앞서 걷고 있던 사내들은 힐끗 뒤를 바라보며 세 명의 아이들을 주시했다. 이윽고 한 사내가 아이 한 명을 잠깐 응시하더니, 반짝 눈을 빛내며 앞서가고 있는 이를 향해 입을 열었다.
“저 아이 말입니다.”
“알고 있다. 어린아이의 몸놀림이 아니더군.”
남과 부딪친 아이를 단박에 받아 들었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였지만, 저 자그마한 아이의 발걸음으로는 쉽게 닿을 수 없는 곳이었다.
그럼에도 넘어지려는 아이를 부축했으니 필시 상당한 고수에게 무공을 하사받은 것이 분명했다.
“이곳에 호남단가가 있다고 하더니 그쪽 아이가 아닌가 싶습니다. 저 정도 나이에 저런 몸놀림은 명문가에서도 나오기 쉽지 않으니 말입니다.”
“하하, 그럼 호남단가가 명문가보다 더 강하다는 것이냐?”
“그러니 우리가 온 것 아닙니까?”
수하의 말에 사내가 피식 웃음을 지었다.
다시금 호남에서 세력을 넓히기 위해 찾아온 만금상단의 고수들이었다.
그렇기에 그들이 해야 하는 일은 호남단가를 무너트리고 호남 땅의 세력을 되찾는 것이었다.
사내들은 표정 없이 길을 걸으며 어느덧 만금객잔 앞에 도착했다. 그들이 도착함과 동시에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나타난 점소이가 활짝 문을 열었다.
양문을 다 열어젖히고 내부를 바라보니, 객잔에서 일을 하고 있던 모든 이들이 고개를 숙이며 사내들을 반겼다.
“잊지 마라. 상단주님의 명령은 절대적…… 반드시 호남단가를 무너트린다.”
“예!”
작게 들려오는 소리이긴 했지만, 객잔에서 일하는 모든 이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