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32
* * *
“그럼…… 이제 언니를 볼 수 없어요?”
이른 아침, 학당을 향해 가고 있는 화소미는 단우현에게 물었다.
그렁그렁 눈물이 맺혀 있는 것을 보아하니, 남궁소혜와의 작별이 무척 마음 아픈 모양이다.
단우현은 천천히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인연이라면 또 볼 수 있을 테고, 그렇지 않다면 볼 수 없겠지.”
“네? 그게 무슨 말이에요?”
고개를 갸웃거리며 의아함을 표했다.
단우현의 말이 무엇을 뜻하는지 아직 이 작은 아이는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인연이 무엇이고 그렇지 않은 것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화소미의 입장에선 만나고 싶으면 만나는 것이다.
“너와 그 여인의 연은 쉽게 끊어지지 않을 것 같았으니, 조만간 또 보지 않겠느냐?”
“와! 정말이죠? 거짓말이 아니죠?”
다시 만날 수 있다는 말에 화소미가 함성을 터트렸다. 남궁소혜가 장원에 머물던 내내 함께 붙어 있었으니, 정이 들 만큼 든 것 같았다.
‘그래도…… 같이 살면 좋았을 텐데…….’
화소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장원에는 단우현과 장삼태가 있어서 쓸쓸하지는 않으나, 남궁소혜는 같은 여자이다 보니 통하는 것도 많았고, 왠지 모를 포근한 느낌이 들었다.
함께 있으면 그 어느 때보다 즐거우니, 차라리 장삼태처럼 장원에서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하나, 그런 마음을 티내지는 않았다.
남궁소혜 또한 무슨 일이 있으려니 하는 것이다.
“그건 그렇고, 학당은 괜찮으냐?”
“아, 네! 재미있어요!”
배시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학문을 배우는 것은 정말 재미있었다.
고작해야 천자문이고 아직 소학에도 들어가지 않았으나, 학당에서 가르침을 받는다는 것을 생각조차 해 보지 못했던 화소미에겐 굉장히 즐거운 일이다.
다만, 순간적으로 아이의 눈빛에 씁쓸함이 묻어났다.
그걸 깨달은 듯 단우현이 또 한 번 화소미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누군가와 어울린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하나, 그들이 결코 네가 살면서 만나게 될 전부라고는 생각지 말거라.”
“…….”
화소미가 멍하니 단우현을 바라봤다. 아무런 말조차 하지 않았으나 마치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소미가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려 단우현의 손을 붙잡았다.
온기가 느껴지자 더욱 세게 힘을 주었다.
“헤헤, 걱정하지 마세요! 소미는 아빠의 딸인걸요. 어디 가서 절대 기죽지도 않고, 밀리지도 않아요. 소미는 강하니까요.”
“그래, 소미 너는 강한 아이지.”
단우현은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작 일곱 살지만, 같은 또래의 아이들과 비교한다면 훨씬 철이 들었다. 어린 시절 겪은 고난과 역경이 있으니 그만큼 성숙해진 것일 터.
그것이 못내 아쉽기도 하고 불안해 보이기도 했지만 화소미는 단우현의 딸이었다.
소미의 앞에 주저앉은 단우현이 볼을 슬쩍 꼬집었다.
아픔이 느껴지는지 화소미가 악! 하는 작은 소리를 질렀다.
“내 이름은 단우현, 그리고 너는 내 딸 단소미. 무슨 일이 있어도 너는 내가 지킬 것이니 모든 일을 행함에 있어 두려워하지 말고 기죽지도 말고 나아가거라.”
그 한마디에 화소미, 아니 단소미는 마치 천군만마를 얻은 것처럼 든든했다.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 같았으며, 누구에게도 기죽지 않을 자신감마저 생겨났다.
단우현이 싱긋 웃으며 단소미의 볼을 재차 꼬집었다.
“……아파요.”
“하하하.”
* * *
소미를 학당에 데려다준 단우현은 오랜만에 찾아온 고요함을 만끽하며 거리를 걸었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흑도회 일로 분주하던 현의 분위기는 제법 가라앉은 것 같았다.
북적이던 사람들 또한 상당히 줄었으며, 무인으로 보이는 자들도 이제는 소수밖에 보이지 않았다.
저잣거리는 여전히 시끄러웠지만, 그래도 다소 한산해진 기분이다.
‘그러고 보니 홍원창 그자는 지금쯤 북경으로 갔겠군.’
길을 걷던 단우현이 우뚝 멈춰 섰다.
사실 홍원창을 찾아가 차라도 한 잔 얻어 마실 요량이었는데, 다시 발걸음을 돌려야 할 듯했다.
“응?”
그때, 단우현의 시선이 옆으로 돌아갔다.
그곳에는 한 무리의 인물들이 있었다. 칼을 차고 있는 것으로 보아 무림인, 몸에서 느껴지는 강대한 기세는 제법 봐 줄 만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중 유난히 눈에 띄는 이가 있었다.
저벅저벅.
아무렇지 않게 길을 거닐고 있는 사내.
지금까지 만났던 그 어떤 이들보다 강한 기세를 표출하고 있었다.
단우현이 흥미를 느끼며 그자를 주시하던 중 스쳐 지나가는 그자와 눈이 마주쳤다.
찌릿-!
‘뭐…… 뭐지?’
마독진은 한순간이지만 벼락을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단지 길을 걷다 눈을 마주친 것에 불과한데, 머릿속에는 경종이 일며 마치 이 자리에서 어서 도망가라, 경고하는 것 같았다.
맹수 앞에 선 토끼의 기분이 이러할까?
온몸에 식은땀이 흥건해지는 걸 느끼며 다시 한 번 고개를 돌렸다.
“어…… 없어?”
눈을 마주쳤던 사내의 모습이 어느새 보이지 않았다. 누군가 있었던 것은 분명한데, 마치 꿈인 것처럼 느껴지지도 보이지도 않았다.
마독진이 마른침을 삼키며 다시금 시선을 돌렸다.
‘착각이겠지.’
그리 생각을 하며 마음을 추슬렀다.
-대주, 놈들의 위치를 찾았습니다.
-어디냐?
-악양 북쪽으로 이십 리, 현재 호북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정신을 차린 마독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조금 전 일은 이미 머릿속에서 지웠다.
지금은 흑도회를 쓸어버렸다는 호남오검에 대한 생각만이 머릿속에 가득했다.
‘얼마나 대단한 놈들인지 보자꾸나.’
씩 웃음을 지으며 몸을 날렸다.
한순간, 그의 몸이 바람처럼 사라졌다.
“…….”
단우현은 그 모습을 먼 거리에서 주시했다.
평범치 않은 기세를 가진 사내가 그의 흥미를 끌었다. 하류 잡배가 아닌 진정 무도의 길을 걸어온 자라는 것이 단박에 느껴졌으니까.
흠- 하며 턱을 쓰다듬고 피식 웃었다.
“북쪽으로 이십 리?”
아무리 대단한 무위를 지녔어도 전음을 엿듣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한데, 단우현에겐 숨 쉬는 것보다 쉬운 것처럼 보였다.
미소를 머금은 그가 북쪽을 바라봤다.
재미있는 일이 벌어질 것 같았다.
* * *
남궁소혜가 무언가 이상하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은, 악양에서 호북을 향해 걸은 지 약 한 시진 정도 지난 뒤부터였다.
저번에 호남오검이 보여 주었던 그 힘은 남궁소혜로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고강한 무예였다.
그 때문에 지금 이 상황을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었다.
“헥…… 헥…….”
“흐음……!”
“헉…….”
호남오검이라 불리는 다섯 사람이 여정을 떠난 지 고작 한 시진 만에 식은땀을 흘리며 거친 숨을 내쉬고 있었던 것이다.
그나마 마일웅이라는 자는 제법 괜찮은 상태를 유지하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이마에 땀이 흐르는 것은 마찬가지였고, 코로 내쉬는 숨이 제법 가팔랐다.
‘뭐야?’
남궁소혜가 고운 아미를 좁혔다.
호남오검을 자세히 살피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에이, 그럴 리가 없잖아…….’
애써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부정하며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대단한 무공을 지니고 있는데 체력이 부족하다는 건 사실상 말이 되지 않으니까.
“쉬다…… 갈까요?”
“커험! 소저께서 정 힘드시다면 그래도 괜찮소. 우리야 사흘 내내 걸어도 거뜬하오만…….”
“그런데 왜 이렇게 땀을……?”
남궁소혜의 물음에 호남오검이 깜짝 놀랐다.
사기는 아주 잘 쳐 놓았다. 저 여인을 꼼짝없이 속였으니까. 하지만 저런 가냘픈 다리로 쉬지도 않고 한 시진을 내내 걸을 건 생각지도 못했다.
속도는 또 얼마나 빠른지 따라가는 것조차 힘들었다.
“커험! 요새 몸이 조금 안 좋아서 그렇소. 신경 쓰지 마시오.”
마일웅의 한 마디에 한쪽에서 피식 웃는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움찔한 마일웅이 매섭게 눈을 치켜뜨며 남궁소혜를 바라봤다.
“무엇이 웃기시오!”
“그렇게 고강한 무예를 지닌 이들이 고작 한 시진 걸었다고 지치는가 싶어서 말이에요.”
“크윽! 지치긴 누가 지쳤다고! 아직 팔팔하고 기운이 넘치는 게 보이지 않소? 어떤 놈이 와도 단숨에 쳐 죽일 수 있을 정도로 말이오.”
“그야 그럴 테지만…… 으음.”
지난번 그 장력이 거짓말이 아니라면 말이다.
그 말을 하고 싶었으나 남궁소혜는 입을 꾹 다물었다.
직접 눈으로 확인한 것에 대해 의심을 품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지난번에는 워낙 짧은 만남이었기에 그러려니 하며 넘어갔으나, 이렇게까지 오랫동안 함께 있다 보면 이상한 점 한두 개는 발견하기 마련이었다.
“혹시…… 걷는 것에 익숙지 않아서 그래요? 그냥 경공으로 갈까요?”
“헉?!”
“흡!”
내공을 쓰는 것과 아닌 것에는 엄연한 차이가 있는 법이었다. 만약 이들이 지금까지 일상생활에서도 내공을 써 왔다면, 어느 정도 체력이 부족한 것 또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경공을 펼쳐 나아가면 그만이었다.
한데, 다섯 명의 안색이 시퍼렇게 변했다.
그것을 보며 남궁소혜가 더욱 의아함을 머금은 순간.
불현듯 느껴지는 묘한 기척에 검을 잡고 자세를 낮췄다.
챙챙챙-!
세 자루의 암기가 그녀를 노렸다.
하나, 재빠른 발검술에 날아든 암기가 여지없이 땅에 떨어졌다.
“암기!?”
“뭐…… 뭐야!”
남궁소혜의 외침에 당황한 것은 호남오검이었다.
암기? 암기라니? 그게 갑자기 왜 날아온단 말인가?
온몸에 두려움이 스며들었다.
사사사삭-!
그와 동시에 복면인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고작 열 명이지만, 각양각색의 병장기들을 손에 쥐고 있는 그들은, 척 보아도 보통 고수가 아닌 것 같았다.
짙은 살기는 공기를 압박하고 숨을 쉴 수조차 없게 했다.
“무…… 무황성!”
이어진 남궁소혜의 외침에 호남오검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무황성이라면 사파 최고의 고수들만 모여 있다는 곳이 아니던가?
그러나 놀라움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저벅저벅.
무겁게 들려오는 발소리가 정신을 일깨웠다.
이윽고 발소리의 주인이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남궁소혜의 이마에 식은땀이 맺혔다.
“마…… 마독진……!”
무황성 서열 오십 위.
패력도(覇力刀) 마독진의 등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