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320
“후우…….”
제갈운은 식은땀을 닦아 내며 숨을 골랐다.
벌써 며칠째 꼬박 밤을 지새우며 혈마신교에 대해 알아보고 있었지만, 이렇다 할 내용이 나오지 않은 탓에 답답함을 금치 못했다.
“대부분 허황된 이야기들이로군.”
제갈운은 하하 작은 웃음을 터트렸다.
죽은 사람을 소생시켰다든가, 사람에게 초인적인 힘을 내주고 광인으로 만든다든가, 그런 말도 안 되는 것들만 눈에 보였다.
다른 것들이야 납득을 할 수 있다.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지만 사내 구실을 할 수 없는 동자공 또한 존재하니까.
하지만 죽은 사람을 되살린다?
어찌 보면 강시를 말하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정보들을 종합해서 판단하면, 강시가 아니라 정말로 사람을 소생시킨다는 뜻 같았다.
허황돼도 이렇게 허황될 줄이야.
‘하지만…… 모용혁문의 부활과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생각해 보자면 딱히 틀린 것도 아닌데…….’
그렇다면 정말로 혈마신교가 존재했었다는 말이 되고, 단우현이 단신으로 그들을 멸문시켰다는 말이 된다.
도대체 단우현의 강함은 어디까지인가?
제갈운은 식은땀을 흘리며 어색하게 웃었다.
“이런 것으로는 도움이 되지 않겠구나.”
후우-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단우현이 숨어 있는 혈마신교를 부쉈다. 그 과정에서 도망친 이들이 현재 사파를 습격하여 세력을 휘어잡고는 무림맹을 몰락시키며 그 위세를 떨쳤다.
혈천(血天).
현재 이 중원에 그 이름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모든 무림의 눈과 귀가 그곳을 향해 있었으며, 많은 사람이 저들과 손을 잡아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를 재고 있을 터.
‘하지만 이상하군……. 우두머리를 놔두고 도망친 이들이 다시 뭉치다니?’
장삼태의 말로는 상당히 많은 이들이라 하였다. 그 수를 손으로 다 셀 수 없었다 하였으니, 백은 능히 넘을지도 몰랐다.
그들은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여 도망친 자들이다.
또한 주군을 버렸으니 더 이상의 충성심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이들이 다시금 한데 뭉쳐 행동한다는 것은 꼭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있거나 혹은…….
‘머리가 될 새로운 자가 나타났거나.’
단우현은 틀림없이 혈마신교의 우두머리라 할 수 있는 혈마를 죽였을 거다. 다른 사람도 아닌 단우현이 직접 나섰다면, 두말할 필요조차 없을 터.
과연 누굴까?
무림맹을 박살 낼 정도의 고수들을 통솔할 수 있는 존재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가 없었다.
제갈운의 한숨이 점점 더 깊어져 갔다.
“바람 잘 날 없다더니…….”
그 말이 틀리지 않았다.
지금까지 벌어진 일들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면, 최근 무림은 급속도로 기이한 형태로 흘러가고 있었다.
느닷없이 숨어 있던 혈마신교가 암약을 하다 멸문을 당했고, 무림맹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구파일방의 명맥을 잇고 있던 소림마저 봉문하였으니, 어쩌면 무림은 전에 없는 큰 혼란에 빠져드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호남단가가 있지.’
언제나 그렇다.
모든 일의 중심에는 호남단가가 있다. 아니,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단우현이 그곳에 있다. 혹은 단우현이 만들어 낸 행동 하나에 일이 커지거나 터지는 것이 다반사였다.
‘하하, 어쩌면 호남단가가 제일 위험할지도 모르겠군.’
제갈운이 그런 생각을 하며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가 볼까요?”
누군가가 말을 내뱉었다.
깜짝 놀란 제갈운이 황급하게 뒤를 돌아보니,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는지 제갈연이 검 한 자루를 들고 우두커니 서 있었다.
허락만 한다면 당장이라도 하남을 향해 나아갈 것 같았다.
“아니, 되었다. 너무 위험하다.”
“그런 거 일일이 신경 쓰면서 어떻게 살아요?”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제갈연이 인상을 찌푸렸지만, 제갈운은 자신의 뜻을 굽힐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만큼 현 하남의 상태가 위험천만하다는 말이다.
후우 한숨을 내쉰 제갈연이 생각을 접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제갈운이 이 정도까지 걱정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이는 필시 그녀가 생각하고 있는 것보다 좋지 않은 것이다.
“참, 들으셨어요? 최근 만금객잔으로 수 명의 무인들이 들어갔다고 하던데요.”
“아…… 그것도 있었지, 참…….”
제갈운이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한숨을 내쉬었다.
무림맹이 무너진 일 탓에 가뜩이나 정신이 없는데, 만금상단 측 움직임마저 심상치 않으니, 머릿속이 더욱 어지러웠다.
“만금상단의 움직임이 갑자기 활발해진 것 같구나.”
문을 열고 들어온 것은 다름 아닌 단우현이다.
그는 마치 모든 해답을 알고 있는 사람처럼 부드러운 표정이었다. 그 탓에 제갈운은 더욱 머릿속을 헤집을 수밖에 없었다.
‘마치 문제를 내고 맞히라는 것 같지 않은가…… 이 천하의 제갈운을!’
말을 하지는 않지만 표정이 그렇다.
때문에 제갈운은 다소 어두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혹 아십니까? 혈천의 우두머리가 누구인지…….”
“글쎄다…… 정확한 건 모르겠군.”
단우현이 눈매를 좁혔다.
짐작한다고 해야 할지, 확신해야 한다고 해야 할지.
지난번 느꼈던 바람의 기세가 틀림없다면, 아마도 한 늙은이가 뒤에서 일을 꾸민 것은 아닌가 하는 추측이 들었다.
그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꼬리가 밟히지 않는구나.’
위치만 알아낸다면 당장 찾아가 일검에 머리통을 깨부술 수 있지만 그 종적을 제대로 찾을 수가 없으니, 단우현의 입장에서도 답답할 뿐이다.
“잘 생각해 봐라.”
단우현은 그런 말을 하며 등을 돌렸다.
고작해야 이 한마디를 하기 위해 일부러 제갈운의 거처에 들른 것인가?
제갈운은 걸어가는 단우현의 뒷모습을 가만 바라보다 이내 헛웃음을 지었다.
“정말 모르는 것이 없는 자로군.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단 가주님은 은근히 묘한 매력이 있다니까요.”
어깨를 으쓱하며 답하는 제갈연을 바라보며 제갈운이 움찔 몸을 떨었다. 그러고는 이내 슬그머니 손을 떨며 마른침을 삼켰다.
“너…… 설마?”
“농담 그만해 줄래요?”
날카로운 시선에 제갈운은 그만 입을 다물고 말았다.
딸아이이긴 하지만 도무지 속을 알 수 없었다.
* * *
네 명의 인물들이 도란도란 모여 무언가 작당을 하고 있었다.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거만하게 앉아 있는 사도학이었다.
그가 험악하게 인상을 썼다.
최근 두 곳에서 들어오는 돈이 줄어든 탓에, 용돈마저 삭감되어 버린 네 사람은 억울함에 한데 모여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그냥 가서 다 때려 부수면 어때? 어차피 죽을 놈들인데 뭔 신경을 쓰고 있어?”
“옳소! 옳습니다, 어르신!”
곁에 있던 장삼태가 맞장구를 치며 좋아했다.
호남단가에 시비를 건 이들 중 제대로 살아남은 이들은 없다. 그렇다면 만금상단이나 객잔 또한 마찬가지일 것 아닌가?
그렇다면 놈들이 수작을 부리기 전에 박살 내는 것이 나을 거다.
사도학의 판단은 지극히 단순했지만, 확실하게 상대를 엎어 버리겠다는 의도가 다분했다.
하지만 남궁천은 고개를 저었다.
그놈들 탓에 용돈이 줄어들어 좋아하는 술과 먹거리를 사지 못하고 있는 실정에 통탄함을 금치 못하지만, 그렇다고 아무 짓도 하지 않은 이들을 건드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네. 적이라는 것은 분명하지만 지금은 그저 지켜봐야 할 때이지 않은가? 함부로 살생하는 것은 옳지 않다네.”
정파인다운 말이다.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을 내뱉고는 있지만 알게 모르게 강인한 기세를 뿜으며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었다.
물론 그것이 통할 만한 상대는 고작해야 장삼태 정도다.
“당연합지요! 남궁 어르신 말이 맞습니다요! 적도 적이지만 때론 자비를 베풀 줄 알아야 진정한 협객이 아닙니까요?”
장삼태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 역시 협객을 꿈꾸는 무인 중 한 명, 때로는 적에게 자비를 보여야 한다는 것 정도는 안다.
그렇기에 사도학의 말보다 남궁천의 말이 조금 더 멋있게 보였다.
사도학과 남궁천이 힐끗 장삼태를 바라봤다.
하지만 두 사람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다시금 고개를 돌렸다.
“내가 봤을 때 말이야. 이런 놈들은 조금만 손봐 주면 돼. 우리가 아닌 척하며 몇 개 부숴 놓고 자비롭게 손 좀 내밀어 주면 덥석 물어 온다니까? 그럼 그때 꿇리면 되는 거야.”
적무성이 콧구멍을 후벼 파며 말했다.
적에게 자비를 베풀면서 때론 강하게 휘둘러 공포를 심어 준다. 하면 자연스럽게 상대가 두려움을 깨닫게 되니 저절로 고개를 숙일 것이다.
사파인들이 주로 쓰는 방법으로, 채찍과 먹이를 동시에 주니 일석이조.
이만큼 좋은 방법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때, 장삼태가 짝짝짝- 손뼉을 쳤다.
“그거 완전 좋은 방법입니다요! 자비도 베풀고 채찍도 주고! 저절로 고개까지 숙이면 그게 일석삼조 아닙니까? 캬아-! 역시 우리 종놈들이 머리 참 잘 돌아간다니까요!”
세 사람의 시선이 장삼태를 향했다.
무엇이 그리 좋은지 박수를 치며 환한 웃음을 짓고 있는 장삼태는, 쏟아져 오는 시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해도 들을 것 같지 않았다.
“야…….”
사도학이 천천히 장삼태를 향해 다가섰다.
그 의미 모를 압박감에 장삼태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쳤다. 하지만 천하의 마황 앞에서는 간격조차 의미가 없는 법이다.
퍼걱-!
“꾸웨에엑!”
장삼태가 배를 부여잡고 토악질을 했다. 그러고는 이내 추욱 바닥에 늘어진 채 꿈틀거렸다.
“쯧쯧, 매를 벌어요, 매를.”
“허허허.”
“그만 좀 때려라. 또 가출할라!”
남궁천이 웃고 적무성이 한숨을 쉬었다.
여기저기 붙어 다니며 맞장구를 친 장삼태 역시 잘못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매일같이 맞는 모습을 본다면 괜스레 불쌍해지는 법이다.
“이런 곳에서 무슨 작당을 하고 있는 거지?”
그때 단우현이 모습을 드러냈다.
갑자기 그가 나타나자 네 사람이 깜짝 놀라 눈을 치켜떴다. 어떤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았으니, 그들 입장에선 당황을 금치 못한 것이다.
“크큼! 자, 작당이라니? 그냥 이야기를 나누는 것뿐이지.”
사도학이 어색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꿈틀거리며 바닥을 기고 있던 장삼태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리며 단우현에게 무언가 이야기를 하려는 순간.
퍼걱-!
“커억!”
느닷없이 뻗어 온 남궁천의 발길질이 그의 안면을 후려쳤다. 냅다 땅을 구른 장삼태가 눈을 까뒤집은 채 바들바들 몸을 떨었다. 척 보아도 이미 정신이 날아간 것 같았다.
적무성을 그것을 바라보며 식은땀을 흘렸다.
‘불쌍한 놈…….’
괜히 입을 나불댈까 싶어 미리 혼절을 시킨 것이 분명했다.
알고 보면 남궁천 또한 사도학 못지않게 잔인한 성품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무슨 작당들을 꾸미고 있는 거냐?”
단우현이 묘한 표정을 지으며 이들을 바라봤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천하의 단우현이다. 기척조차 내지 않고 다가왔으면 응당 그들이 하는 말을 듣지 못했을 리가 없다.
입가에 살짝 웃음을 짓고 있는 것을 보니, 그 역시 이 상황에 상당히 흥미가 있는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만금상단과 객잔 탓에 수입이 줄어들어 고민이 가장 컸던 것은 다름 아닌 단우현이었기 때문이다.
세 사람이 서로를 마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속삭이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말이야…….”
사도학이 처음부터 다시금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