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323
“하아…….”
“허어…….”
장삼태는 가출을 했다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물론 상처가 대부분 낫긴 했어도, 아직 무리할 수 없는 몸이었다.
조금이라도 쉬어야 하는 판국에 두 사람은, 집으로 들어가지도 못한 채 내쫓겨 악양 거리를 배회하고 있었다.
갈 수 있는 곳이 없다.
홍원창의 집은 안주인이 눈치를 주는 탓에 더 이상 갈 수 없고, 금환객잔은 단우현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는 곳인지라 더더욱 무리다.
악양 거리 한복판에 주저앉은 장삼태는 길게 한숨을 내쉬며 어깨를 축 늘어트렸다.
“어쩌다 이리되었지?”
“어쩌다 이리된 것인가……?”
두 사람이 같은 소리를 하며 어이없이 웃음을 지었다. 제갈운은 그저 만금객잔의 상태를 살피고 싶었을 뿐이고, 장삼태는 맛없는 음식을 만들어 내는 객잔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이다.
고작해야 그런 이유로 집에서 쫓겨나다니?
은자 한 푼 남아 있지 않은 그들의 입장에선 난감할 따름이다.
“자네는 어찌 된 것이 가진 돈을 다 썼는가?”
“쓰라고 준 거잖아, 이 인간아!”
제갈운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젓자, 장삼태가 버럭 화를 냈다. 쓰라고 줄 때는 언제고 인제 와서 이런 소리를 하는가?
“밥조차 제대로 못 먹지 않았는가!”
“밖에 나가면 쓸 데야 많다고! 도박도 좀 하고…… 매향이 선물도 사 주고…….”
“허…… 관심 없는 척하더니…… 쯧쯧.”
“그럼 어쩌라고? 데리고 간 집은 엄청 맛없고 개판치고 나왔는데. 나도 눈치 보였다고!”
돌아오는 길에 매향에게 비싼 가락지를 사 주었다. 눈이 돌아갈 만큼 비싼 것 말이다.
제갈운이 준 돈의 절반 이상을 지불할 정도였기에, 가락지 하나를 사고 근처에서 이것저것 사 먹으니 많던 돈은 어느새 홀라당 사라졌다.
“그 돈이라도 있었으면 객잔이라도 잡았을 것인데…….”
“이제 와서 그런 소리 해서 뭐 해? 이미 지나갔잖아! 지금은 앞일을 생각해야지.”
장삼태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제갈운을 바라봤다.
“앞일은 무슨 앞일 말인가? 그냥 시체가 되는 걸 기다려야지.”
제갈운은 죽은 생선과도 같은 눈빛으로 허공을 응시했다. 수개월이 걸려도 불가능한 일을 고작해야 한 달 만에 해내라고 한다.
그건 곧 죽으라는 말이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무심은 개뿔. 원래 하늘은 해 주는 거 없다.”
그러나 장삼태는 포기하지 않았다는 듯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조금 배가 고프고 지치기는 했지만, 늘어져 있는 것보다 움직이는 것이 백번 나았다.
“다른 사람도 아닌 그 인간이다. 한 달이라는 시간을 준 것을 보면 분명 뭔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말이다.”
“시체가 되기 전에 몸을 정갈하게 만든다든가…… 하는 것 말인가?”
“아니라고, 인간아!”
장삼태가 울화통을 터트리며 씩씩거렸다.
세상 다 산 사람처럼 중얼거리는 제갈운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긴, 단우현의 성격을 아는 자라면 응당 그의 말이 대부분 진심에서 우러러 나온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을 거다.
하지만.
“그 인간이 그래도 불가능한 건 시키지 않는다고…….”
“하하하, 자네는 거짓말도 잘하는군. 그냥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관이나 짜라고 하는 것 같은데 말이지.”
“아니라니까!”
제갈운이 소리를 치는 장삼태를 보며 피식 웃음을 지었다. 물론 단우현이라는 자를 장삼태만큼 알지 못한다고는 하지만, 다른 이도 아닌 그 인간이 불가능한 일을 시킬 것 같지 않았다.
“그러니까 일단…… 으음…… 음!”
장삼태가 머리를 부여잡고 신음을 흘렸다.
일단 무언가를 시작해야 할 것 같기는 한데, 무엇부터 해야 할지 도통 감이 오지 않았다. 한 가닥 실마리라도 붙잡기만 한다면 충분할 텐데 말이다.
그러다 제갈운이 힐끗 고개를 돌렸다.
무언가를 보았는지 저도 모르게 씩 웃음을 지었다.
“자네…… 목수질 좀 할 줄 아는가?”
뜻 모를 말에 장삼태가 고개를 갸웃했다.
* * *
“정말로 죽일 건 아니죠?”
이른 아침 연못에 풀어 놓은 잉어들의 먹이를 주고 있었던 단우현은, 느닷없이 찾아온 제갈연과 남궁소혜를 바라보며 의미 모를 표정을 지었다.
제갈연의 눈빛에는 다소 독기마저 서려 있었지만, 단우현의 마음을 움직이기에는 조금 모자란 감이 있었다.
단우현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아는 듯하면서도 모른 척 넘어가는 표정으로 살짝 웃음을 지으며 잉어의 먹이를 뿌렸다.
“무슨 소리인…….”
“말 돌리지 말고요. 천하의 단 가주가 제가 하는 말을 모를 리가 없잖아요?”
순간, 남궁소혜의 안색이 시퍼렇게 변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천하의 단우현이다. 그런 이를 향해 날카롭게 시선을 쏟아 내고 거침없이 막말하니 자신이 괜스레 겁에 질렸다.
‘조, 조심해, 연아야. 지금까지 네가 상대해 왔던 사람들과는 다르다고…….’
그런 말을 해 주고 싶지만 차마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것을 모를 제갈연이 아닌지라 그저 가만히 상황을 지켜봤다.
“저렇게 다소 멍한 느낌이어도 무림맹을 움직였던 사람이에요. 고작해야 웃기지도 않은 일 한번 했다고 죽인다는 건 말이 안 되니까 묻는 거예요.”
“그걸 판단하는 건 나다. 내 보기에는 네 아비나 삼태 녀석이나 뭐 하나 다를 것 없어 보이던데?”
“그건…….”
제갈연은 차마 부정을 하지 못했다. 언뜻 보기에는 제갈운이 나아 보일 수는 있어도 제갈운의 실제 성격을 아는 이들이 본다면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알게 모르게 멍하고, 알게 모르게 바보 같은 짓을 자주 저지르는 제갈운이었다.
“요…… 용케 파악하셨네요.”
제갈연이 주르륵 식은땀을 흘리며 의미 모를 표정을 지었다. 마치 다른 사람들에게 결코 걸릴 수 없는 것을 걸린 것처럼 놀라움이 가득했다.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닌 경우가 많다. 네 아비 또한 그렇지. 물론 삼태 역시 마찬가지고.”
“아니, 그 장삼태 그자는 그냥 보이는 그대로인데요?”
장삼태와 아비를 비교한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제갈연이 인상을 찌푸렸다. 아무리 비슷한 성격이라 해도 한 사람은 천하를 울렸던 책사이고, 다른 한 사람은 고작해야 백수 짓이나 하고 다니는 도둑이었다.
이 둘이 완전히 같을 수는 없는 법이다.
“뭐 어쨌든 간에 이상한 소리 하지도 말고, 실천해 옮기려 하지도 마세요! 그걸 말하려고 온 거예요.”
“걱정되느냐?”
단우현의 한마디에 제갈연이 다소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걱정되냐고 묻는다면 걱정되는 것은 당연했다. 돈 한 푼 없이 쫓겨난 데다 난감하기 짝이 없는 과제를 내주었으니까.
하지만 그것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것인지, 제갈연의 표정이 다소 새침하게 변했다.
“흐, 흥! 아니거든요?”
“하하, 그리 걱정된다면 가서 도와주거라. 한 달 동안 무엇을 하는지 직접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래도 돼요?”
“그래.”
단우현의 허락이 떨어지자 제갈연은 환한 웃음을 지었다. 그러나 남궁소혜의 시선이 느껴지자 저도 모르게 표정을 감추며 헛기침을 내뱉었다.
“거…… 걱정되는 건 아니지만 난제인 만큼, 제갈세가의 이름을 걸고 꼭 해내고야 말겠어요. 그러기 위해서 가는 것이니 오해는 하지 말아 주세요.”
그 말을 끝으로 제갈연은 등을 돌렸다. 멍하니 지켜보는 두 사람의 시선이 몹시 거북스러웠던 것인지, 총총 걷고 있는 발걸음이 조금씩이지만 확실하게 빨라지고 있었다.
그것을 바라보며 남궁소혜가 풉 하며 웃음을 터트렸다.
“저도 가 봐도 되나요?”
“그래, 가서 도와주는 것도 괜찮지.”
“……혹시 이런 걸 기대하고 있었던 건 아닌가요?”
남궁소혜가 의심스러운 시선으로 단우현을 바라봤다. 아무렇지 않게 도움을 주라고 말을 하는 것 자체가 평소 단우현의 모습과는 조금 동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이든 힘든 일이 있다면 제 스스로 헤쳐 나와야 한다고 생각을 하는 것이 단우현이었고, 지금까지 이 호남단가에 있는 사람들에게 그것을 철칙처럼 지키게 한 것도 단우현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유난히도 수월하게 도움을 주라 한다.
남궁소혜는 그 부분이 의심스러웠다.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지.”
웃음을 지은 단우현은 굳이 답을 주지 않았다.
하지만 그 한마디만으로도 남궁소혜는 어느 정도 깨달을 수 있었다.
‘천하의 무림맹 전 총사를 손아귀에서 가지고 놀다니…….’
물론 단우현의 성격을 생각해 본다면 딱히 누군가를 꼬집어서 걸려들 것이라고는 여기지 않았을 것이다. 장삼태를 제외하고는 말이다. 틀림없이 남궁천이나 사도학 같은 이들이 달려들 것이라 어느 정도 예상을 하고 있었을 거다.
‘용돈도 거의 끊어 버렸으니…….’
용돈을 끊은 것은 이런 덫에 걸리게 만들기 위한 함정이었던가?
남궁소혜는 주르륵 식은땀을 흘렸다.
“그래서? 그놈들이 만금객잔을 무너트리면 뭘 해 줄 건데?”
단우현의 곁에 슬쩍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름 아닌 사도학이다. 지난번에 만금상단을 먼저 공격하자고 말했을 때는 결사반대를 하더니, 다른 놈들에게 돌려 일을 시켜 버리는 꼴이 영 달갑지 않은 것 같았다.
그의 표정이 험악하게 굳어졌다.
“아무것도 없다. 무언가를 해 주길 바라냐?”
“뭔가 있어야 신이 나 할 거 아니냐.”
사도학이 어이없는 시선으로 단우현을 바라봤다.
채찍이 있으면 당근도 있어야 하는 법이다.
그래야 의욕도 생기며 또한 충성심도 생긴다.
단우현은 그런 것을 전혀 모르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군…….”
흠- 하며 단우현이 턱을 쓰다듬었다.
천하의 만금객잔을 쓰러트린다?
물론 집어삼킨다고는 하지 않았지만, 그리된다면 상당한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만금상단에 호남단가에 대한 경계심도 일깨워 줄 수 있는 만큼, 일석이조를 노릴 수도 있다.
“자네, 확인을 할 심산이로구먼?”
그때, 남궁천이 슬그머니 앞으로 나오며 중얼거렸다. 확인이라는 말에 다들 의아한 표정으로 단우현을 바라봤다. 도대체 무엇을 확인하고자 하는지 알지 못했던 탓이다.
“만후량이 여전히 만금상단을 움직이고 있는지 말이야.”
“하하.”
남궁천의 말에 단우현이 웃음을 지었다. 그것은 긍정도 부정도 아니었기에, 사람들은 남궁천의 말이 맞을 것이란 확신을 가졌다.
사라진 만후량과 지금까지 움직이지 않았던 만금상단.
관련이 아예 없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되었다.
“그놈이 머리는 뛰어나도 한 세력을 움직일 만한 힘은 없다네. 그러니 혈천의 우두머리는 아닐 테지. 하지만 만금상단을 움직이고 있다면 방해가 되는 건 틀림없지.”
남궁천이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하며 울분을 담았다. 아직도 그놈에게 갚아 주어야 할 것을 해결하지 못했으니, 눈앞에 있다면 사지를 갈가리 찢어 죽였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찌 되었든 단순한 찔러 보기다. 벌집을 건드려 놔야 분주하게 움직일 테니까.”
그 한마디에 사도학과 적무성이 인상을 썼다.
“쥐새끼랑 바퀴벌레 풀면 되는데…….”
“그냥 가서 박살 내자니까?”
두 사람이 억울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그러나 오히려 단우현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네놈들이 너무 단조롭고 무식하게 하려니 안 된다는 거다.”
“무…… 무식?”
“그래.”
사도학이 시뻘겋게 얼굴을 붉혔다.
그러나 흔쾌히 고개를 끄덕이는 단우현을 보며 차마 할 말을 잃었는지 굳게 입을 닫아 버렸다. 덤빌 수 없으니 더 억울해 하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