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324
“맛있어요-! 맛있는 음식들이에요-!”
저잣거리 한복판에 단소미와 주지약이 서 있었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부여잡고 호객 행위를 하기 시작하니, 모두 걸음을 멈추며 침을 꿀꺽 삼켰다.
평소에는 없던 노점이 하나 생겼다.
비록 허름하고 당장 쓰러질 것 같은 노점이었지만, 안에서 흘러나오는 음식 냄새는 너무나 달콤하여 지나가는 사람들의 발길을 붙잡았다.
“어…… 엄청 맛있네……!”
“이, 이거…… 그, 금환객잔보다 더 맛있는 거 아니야?”
“만금객잔보다 훨씬 나은데?”
자리를 잡고 음식을 먹고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도 들렸다.
거대한 덩치를 지닌 남자가 한입에 소면을 후루륵 집어삼키니 보는 것만으로도 맛깔스러웠다.
그러나 내뱉은 말과 표정은 정반대였다.
“제대로 안 처먹어?”
요리를 하고 있던 장삼태가 험악하게 인상을 썼다.
그 앞에서 앉아 거북스러운 웃음을 짓고 있던 마장강은, 당장이라도 토할 것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소…… 소면 하나 더!”
“오오, 얼마나 맛있기에 저렇게 먹는 거지? 벌써 몇 그릇째야?”
“쌓여 있는 것만 열 그릇이 넘는데?”
사람들이 너도나도 우르르 몰려들기 시작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 소면을 먹고 싶게 만드는 광경.
물론 소면만이 아니라 다른 음식들 또한 기가 막히게 맛있어 보이는 탓에, 주린 배를 움켜쥔 이들은 물론이고, 배를 채운 이들까지 호기심 어린 표정으로 몰려들었다.
“하하하.”
제갈운은 그 광경을 바라보며 웃었다.
운이 좋았다.
어째서 그런 곳에 버려진 노점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간단한 수리만으로 충분히 쓸 법한 노점을 만들 수 있었다.
‘심지어 그릇과 냄비까지 있었으니 금상첨화였지.’
누가 버렸다고 하기에는 무척 이상한 상황이기는 했지만, 이미 수리를 끝냈고 장사를 시작한 지도 두 시진이 넘는 상황임에도 주인으로 보이는 자가 나타나지 않으니 버려진 건 틀림없는 듯했다.
‘시작은 좋다.’
제갈운은 턱을 쓰다듬으며 웃었다.
간단한 음식들만 판다.
술을 내주지 않고 소면이나 고기볶음 같은, 빠르게 먹고 빠질 수 있는 것들 위주로 팔고 있었다. 순식간에 사람들이 자리에서 빠지고 들어오기를 반복하니, 돈을 벌 수밖에 없는 구조다.
또한 만금객잔이나 금환객잔에서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몰렸던 손님들이 이곳에서 배를 채우니, 그 두 곳으로 흘러 들어가는 돈을 차단할 수 있다.
‘다만…….’
호연지의 날 선 시선을 받아야 했다.
제갈운이 힐끗 고개를 돌렸다.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금환객잔 가장 높은 층 창문이 열려 있었다. 그곳에서 노려보는 살찐 호연지의 날카로운 시선이 이곳까지 느껴지는 것 같았다.
‘미안하네. 하지만 살려면 나도 어쩔 수 없다네.’
제갈운은 호연지를 향해 눈인사를 하며 그 시선들을 무시했다.
“좋은 발상이기는 한데, 정말로 괜찮은 건가요?”
음식을 나르고 있던 남궁소혜가 힘든 표정으로 다가와 물었다. 기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대부분이 남성들이었는데, 그 이유인즉, 남궁소혜와 제갈연의 미모를 코앞에서 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하지만 남궁소혜는 다소 꺼림칙한 모양이다.
“크흠! 뭐가 말이냐?”
“이렇게 하면 금환객잔까지 흔들릴지도 모르는데요…… 그러면 단 공자가…….”
남궁소혜는 눈에 불을 켜고 달려올 것 같은 단우현의 표정을 상상했다. 그렇지 않아도 만금객잔이나 상단 탓에 여러모로 타격을 받고 있는데, 이런 식으로 또 들어오는 돈이 줄어들면 결코 웃으며 그를 바라볼 수 없게 될 것이다.
남궁소혜가 걱정하는 것은 그 부분이다.
“하하, 걱정하지 마라. 고작해야 한 달만 하는 것이고 만금객잔의 손님을 빼앗는다는 것에만 중점을 두었으니까.”
제갈운이 피식 웃었다.
노점은 노점이고 객잔은 객잔이다.
이곳에서 술을 팔지 않는 이유 또한 금환객잔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다. 악양에서 가장 맛있는 술을 파는 곳이 어디냐고 물으면 모두가 금환객잔을 손꼽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그들이 노점을 낸 곳은 만금객잔과 가까운 곳.
자연스럽게 그곳으로 향하던 사람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해 봐야 얼마나 빼앗겠어요?”
제갈연이 시큰둥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노점 특성상 앉을 수 있는 자리가 부족했다. 줄을 기다리며 먹는 이들도 있지만, 그 기다림이 싫어 돌아가는 이들 또한 적지 않았다.
그렇기에 상당히 많은 이들이 노점을 포기하고 만금객잔으로 들어가는 것을 이미 수차례 보았다.
이런 상황만 놓고 보면, 노점 영업이 만금객잔에 어느 정도 타격을 줄 수는 있을지언정, 무너트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다른 곳도 아니고 만금이라 이름 붙은 곳.
한 달 만에 무너트린다는 것은 결코 불가능했다.
“하하하.”
그러나 그러한 사실을 제갈운 또한 모르지 않았다.
평범한 이를 상대한다 한들 결코 쉽지 않을 텐데, 만금이라 이름 높은 곳을 상대해야 하니, 어려운 일 정도가 아니라, 불가능하다는 점 또한 잘 알았다.
“걱정하지 마라. 하루하루 애가 타게 될 테니까.”
제갈운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마치 평소 단우현이 보여 주는 미소 같았다. 남궁소혜와 제갈연이 그것을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상하니까 하지 마요…….”
“하아…… 아저씨…….”
두 여인의 말에 제갈운은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괜스레 억울한 느낌이 들었다.
* * *
“별짓을 다 하는군.”
윤공은 바깥 상황을 확인하며 어이없는 미소를 지었다. 고작 한다는 짓이 노점을 차리고 호객행위라니?
그런 얕은수에 이 만금객잔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주변에 있는 노점들만 영향을 받을 것이고, 그리된다면 사람들이 자연스레 호남단가를 나쁘게 볼 테니, 악양에 대한 영향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었다.
“제 스스로 무덤을 파는구나.”
윤공이 쯧쯧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시선을 이리저리 움직이며 노점 상황을 살폈다. 남궁소혜로 추정되는 여인과 제갈연이 보였다.
이미 조사를 끝마친 탓에 그들이 있다는 사실도 크게 놀랍지 않았다.
‘한데, 제갈운이라?’
하지만 한쪽 구석에서 유유히 노점을 바라보고 있는 자는 틀림없이 무림맹 최고의 두뇌라 불렸던 제갈운이 분명했다.
어렴풋이 보이는 데다 얼굴에 이것저것 덕지덕지 묻히고 있는 탓에 정확하진 않았지만, 척 보이는 인상착의는 틀림없다.
애초에 제갈세가에 돌아오지 않았던 제갈연도 있었으니, 제갈운의 존재를 예측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었다.
“어찌 생각하느냐?”
윤공이 시선을 돌려 자학상을 바라봤다.
그가 지그시 아래를 내려다보며 한 어린아이를 주시하고 있었다.
“피라미들입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그렇지. 하지만 그런 식으로 할 수 없는 노릇이지.”
흠- 하며 윤공은 신음을 삼켰다.
천하제일상단이라면 응당 막대한 부를 지키기 위해 전력을 갖추기 마련이었고, 그 덕분에 만금상단은 구파일방조차 함부로 건들 수 없는 전력들을 보유하고 있었다.
자학상의 실력은 만금상단에서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다. 또한 근처에 숨어 있는 수하들의 실력 역시, 절정을 오가는 고수들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실상 어지간한 중소 문파는 물론이고, 어쩌면 구파일방조차 씹어 먹을 수 있는 전력이라는 말이다.
그런 이들을 이끌고 있는 자학상의 실력이라면, 지금 눈앞에 보이는 이들을 쓸어 내는 것 정도는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오만하다면 오만한 것이고 자신감이 넘친다 한다면 넘치는 것이다.
“내 생각은 조금 다르네만…… 자네의 생각이 그렇다면 그런 것이겠지.”
“다르다 하심은?”
자학상이 묘한 시선으로 윤공을 바라봤다.
기실 만금상단의 머리라 불리는 윤공이지만, 그만한 강자 또한 없을 것이다. 어쩌면 십존이나 칠성에 달하는 실력을 지니고 있는 터라, 모든 이들이 함부로 할 수 없는 존재이기도 했다.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니 괜스레 의구심이 들었다.
“자네의 수하들 대부분이 남궁소혜에게 막힐 것 같네.”
“……잘못 보신 겁니다.”
“하하, 그런가?”
윤공은 씩 웃음을 지었다.
자학상은 자존심이 상했는지 표정이 매우 좋지 않았다. 실력에 나름 자신이 있는 데다, 수하들을 굳게 믿고 있는 그는 진다는 가정도 하지 않았다.
“어쨌든 잠시 지켜보도록 하지. 저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말이야.”
윤공은 그런 말을 남기며 등을 돌렸다.
제갈운이 있다는 것이 살짝 걸리기는 했지만, 지금 벌이는 일을 가지고 자신들을 어찌할 수 없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그렇기에 그는 그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며 비웃었다.
* * *
푸드득-!
전서구를 받은 단우현이 발에 묶여 있는 서찰을 조심스레 펼쳐 보았다.
빽빽하게 적힌 시꺼먼 글씨들은 보는 것만으로도 눈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하오문주인가?”
“그래.”
단우현에게 전서를 보낼 사람이라고는 고작해야 하오문주 정도였기에, 남궁천은 아무런 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서찰을 읽는 단우현의 모습은 평소와는 꽤 달랐다. 마치 집중을 하는 모습이었다. 언제나 물 흐르듯 흘러가는 사람인지라 그 모습이 몹시 기이해 보였다.
“심각한 내용인가 보군.”
“그런 것은 아니다.”
단우현은 저도 모르게 웃음을 흘렸다.
사람의 표정을 보고 무언가를 확인하려 하는 남궁천의 모습이 제법 우습게 느껴졌다.
이 서찰의 내용으로 심각해질 사람은 단우현 본인이 아니었다.
“오황 중 한 명인 방노백이 실종되었다고 한다.”
“뭐라!?”
남궁천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무림맹이 박살 난 것 또한 어이없는 상황이거늘, 그 중심에 있었던 방노백이 실종되었다니?
이건 중원 백도 세력의 중심이 될 인물을 잃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시…… 실종이라니 어쩌다? 아니, 그 늙은이라면 그럴 만해. 이리저리 몸을 잘 숨기고 다니니까. 그렇게 걱정할 만한 일은 아니지, 암!”
남궁천이 애써 마음을 진정시키며 식은땀을 닦아 냈다. 크게 요동치는 심기를 억지로 다스리며 자신을 납득시키고 있었다.
그러나 단우현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예나 지금이나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는 것은 여전했다.
“하남 어귀에서 사람의 육편이 발견되었다.”
“……육편?”
“그래. 말 그대로 육편이라 하더군.”
파르르-
남궁천이 격렬하게 손을 떨었다. 떠올리고 싶지 않은 것이 계속해서 머릿속에 맴돌았다.
“사람의 형태를 찾아볼 수 없다고 한다.”
“그만…… 그만해라!”
“한데, 그 육편 주위에…… 방노백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호리병이 발견되었다는군.”
“……!”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인정을 해야 하는 상황도 있는 법이다. 천하의 방노백이 그리되었다는 것이 여전히 납득할 수 없는 문제였지만, 호리병까지 곁에 있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제길! 제길!”
남궁천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서며 인상을 썼다.
당장 하남으로 달려갈 것 같은 기세였다. 어느 누구도 그의 앞을 막아서지 못할 것 같은 위압감이 뿜어져 나왔다.
천하의 검황이 다시 한번 세상을 향해 그 검을 치켜 들려는 순간이었다.
그러나.
퍼걱-!
“커억, 자…… 자네…….”
남궁천은 단우현의 주먹을 이기지 못하고 쓰러졌다.
힘없이 늘어지는 남궁천을 바라보며 단우현이 쯧쯧 혀를 찼다.
“가 봐야 육편이 되는 것은 네놈도 똑같을 테지.”
그런 말을 남기며 단우현이 와락 서찰을 움켜쥐었다.
한순간에 서찰은 잿더미가 되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