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325
단소미는 멍한 시선으로 저잣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틀림없이 다섯 명밖에 앉을 수 없는 그런 자리였다.
하지만 오늘 아침에는 모든 것이 뒤바뀌어 있었다.
주위에 있던 노점들이 마치 하나가 된 것처럼 판을 깔았고, 주변은 마치 노점들로만 이루어진 하나의 시장통이 되어 버린 것 같았다.
장삼태와 제갈운이 운영하는 노점 주위로, 온갖 것들이 다 몰려들어 있었다.
밥을 먹었으면 차를 마실 수 있는 노점이 곁에 붙어 있었으며, 차를 마셨으면 놀 수 있는 것들이 즐비해 있었다.
또한 한쪽에서는 악단이 노래를 부르거나 극을 하고 있으니, 마치 축제가 벌어진 것처럼 신기한 느낌이었다.
틀림없이 평상시 보고 있던 저잣거리 풍경인데, 어딘지 모르게 많이 달라져 있어 적응이 되지 않았다.
“우…… 우와…….”
“이…… 이게 뭐야…….”
단소미의 입에서 탄성이 터졌다.
또한 주지약 역시 마찬가지로 어이없는 시선을 보였다. 북경에서 축제가 벌어졌을 때나 볼 수 있을 법한 풍경들이 눈앞에 펼쳐져 있으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도…… 도대체 이게 뭐야…….”
주지약이 어처구니없는 시선으로 좌우를 돌아봤다. 놀 거리도 많고 먹을거리도 많다. 자연스럽게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니 이곳으로 발길을 돌리지 않을 수 없게끔 꾸며져 있었다.
“하, 하루아침에 이런 게 가능하다니…….”
놀란 것은 홍진랑 또한 마찬가지다.
저잣거리 특성상 노점들이 많기는 하였지만, 이렇게 한데 모여 있지 않았다. 다른 이들의 장사를 방해한다는 이유에서다.
때문에 이런 식으로 거리를 만들어 놓는 것은, 일치된 이익과 생각이 없으면 결코 불가능할 것이다.
“제갈세가…… 무서워…….”
홍진랑이 부르르 몸을 떨었다.
제갈운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다녔던 것은 안다. 어제부터 많은 이들을 만났으며 그들과 대화를 하는 것을 간간이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런 일을 가능하게 할 수 있는 것은 제갈세가밖에 없을 것이다.
“와…… 마치 다른 곳에 온 것 같지 않아?”
단소미가 반짝반짝 눈을 빛내며 물었다.
이 자그마한 아이의 말처럼 이곳 분위기는 평소와 달랐다.
매일 보았던 그 풍경과는 전혀 달라, 저도 모르게 그 안에 빠져들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 심지어 곳곳에 걸어 놓은 등을 보았을 때, 저녁이 되면 매우 아름다운 불빛이 켜지지 않을까 싶었다.
“밤에 오면 분명 더 대단할 거야!”
단소미의 말에 홍진랑이 고개를 끄덕였다.
밤에 등이 항상 켜지는 곳은 홍등가 정도지만 이런 곳에서 밤 장사를 한다면,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몰려들 것이다.
홍등가는 어른들만 들어가는 곳이고, 분 냄새와 여인들의 호객 행위 탓에 그런 것을 좋아하지 않는 이들은 가지 않기 때문이다.
세 명의 아이들은 제갈운의 머리가 대단히 좋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하하하, 놀랐느냐? 이게 바로 노점 거리라는 것이다!”
어느새 나타난 제갈운이 퀭한 눈빛으로 다가와 크게 웃음을 지었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 그대로 되어 버리니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는가?
“이게 다 뭐예요?”
“하하, 소미야, 즐거워 보이지 않으냐?”
“엄청 즐거워 보여요.”
반짝반짝 눈을 빛낸 단소미가 환한 웃음을 지었다.
어디를 어떻게 보아도 놀거리들이 풍부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의아함을 금치 못했던 사람들도, 어느새 어린아이나 연인의 손을 이끌고 찾아오기 시작했다.
금세 주위는 사람들로 북적대고 있었다.
“자, 서 있지 말고 어서 가 보거라. 다들 기다리고 있을 테니.”
흔쾌히 고개를 끄덕인 단소미는 장삼태가 있는 노점을 향해 내달렸다.
달리면서도 여기저기에서 보이는 신기한 것들을 둘러보았는데, 어린아이의 얼굴에 천진난만한 웃음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제법이구나. 이런 것을 생각해 내다니.”
그때, 어느새 다가온 사도학이 중얼거렸다. 곳곳에 떨어져 있던 노점들을 한데 모아 거리를 만들었다. 또한 이것저것 볼거리마저 준비하였으니, 응당 사람들의 시선이 이리로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자연스럽게 코앞에 있는 만금객잔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었다.
“하하, 확실히 대단하긴 합니다만 이런 것으로 만금객잔을 무너트리기에는 다소 힘이 들지요.”
제갈운이 씩 웃음을 지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만금상단은 천하제일상단.
그곳에서 파생되어 나온 만금객잔 또한 만만치 않은 돈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여, 이런 짓을 해 보아야 무너트린다는 것은 결코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이름값을 떨어뜨려 버리면 그냥 객잔 아니겠습니까?”
제갈운이 장삼태를 바라봤다.
장삼태는 땀이 흥건하게 젖을 정도로 열심히 요리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가 음식을 만드는 과정은 모두 공개되어 있으니, 사람들은 그가 결코 싼 재료를 쓰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심지어 어제와는 다르게 음식의 가짓수 또한 늘었다.
대부분이 만금객잔에서 팔고 있는 음식들로 주를 이루었고, 향신료로 본연의 냄새를 감추어 낸 만금객잔과는 다르게, 약하게 향신료를 쓰며 원재료의 맛을 그대로 살려냈다.
이것은 결정적인 한 방이 될 것이다.
처음에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할 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만금객잔 요리와 이 노점의 요리가 명백히 다르다는 것을 깨닫게 될 터였다.
그리된다면 승기는 확실하게 이쪽으로 기운다.
제갈운의 한 수는 그들의 품을 완벽하게 파고들어 심장을 꿰뚫게 될 것이다.
“흐음? 그것으로 정말로 된다고?”
“물론 변수가 있을 테지만 지금은 일단 두고 봐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씩 웃음을 짓는 제갈운은 어딘지 모르게 약아빠진 느낌이었다. 사도학은 내키지 않았으나, 제갈운의 말처럼 상황을 지켜봐야 하는 것에는 틀림없는 것 같았다.
‘먼저 손을 써 봐야 단가 놈이 화만 낼 테니…….’
사도학은 힐끗 만금객잔을 바라봤다.
평소보다 손님들의 발걸음이 확실하게 줄었다.
제갈운의 생각대로 되어 가고 있다.
‘하지만 제갈운 이놈아…… 만금상단을 너무 얕보지 말라고.’
사도학은 안다.
만금상단이 천하제일상단이라 불리는 이유를 말이다.
강하고 치밀하며 제갈운만큼 약아빠졌다.
그렇기에 괜한 걱정이 스며들었다.
‘그건 그렇고…….’
사도학은 힐끗 한쪽을 바라봤다.
이른 아침부터 땀을 흘리며 요리를 하고 있는 장삼태가 보였다.
매일같이 일을 시키면 딴청이나 부리는 놈이 제법 열심히 일을 하고 있으니, 그것은 그것대로 놀랄 일이다.
사도학은 저도 모르게 슬그머니 그곳을 향해 다가갔다.
“잘하고 있냐?”
장한 마음에 입에서 나오는 말투 또한 부드러웠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장삼태에게 이런 투로 말을 해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을 생각한다면, 꽤 파격적인 일이 아닐까.
“…….”
그러나 장삼태는 대꾸를 하지 않았다.
오로지 시선은 불에 가 있었고 그곳에서 완성되고 있는 음식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살짝 인상을 찌푸린 사도학이 다시 물었다.
“잘하고 있냐고!”
“아, 시벌! 눈깔이 고자야? 보면 몰라? 잘하고 있잖…… 아…….”
한순간, 장삼태는 사도학과 시선을 마주쳤다. 아무런 생각 없이 지껄이고 있던 그의 정신은 빠르게 현실로 돌아왔다.
시퍼렇게 안색이 죽은 장삼태가 헤실헤실 웃음을 지었다.
“헤헤헤, 이것 좀 드셔 보시렵니까? 엄청 맛있습니다요.”
장삼태가 이 어색함을 끝내려 하는 것인지 고기 한 점을 젓가락으로 집어 사도학의 입에 가져다 대었다. 하지만 그 고기가 입안으로 들어가는 일은 없었다.
젓가락을 쥐고 있던 장삼태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
사도학은 아무런 말 없이 장삼태를 향해 다가섰다.
그리고 그날 장사는 거기서 끝이 났다.
* * *
안휘성.
한때 그곳에 절대자라 할 수 있었던 남궁세가는, 한 차례 몰락을 겪으며 그 영향력을 잃었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도 신봉하듯 따르는 존재들이 많았다. 하여 다시금 그 영향력을 회복하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았다.
그 남궁세가의 영역 안으로 황보원이 들어섰다.
고작해야 둘밖에 되지 않는 호위를 데리고 간 것만 보아도 남궁세가를 적대할 의지는 없는 것으로 보였기에, 사람들은 의아한 시선으로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이윽고 남궁세가에 도착하는 순간, 황보원은 숨을 골랐다.
“거북하군.”
황보원이 어색하게 웃음을 지었다.
황보세가와 남궁세가는 그리 두터운 친분이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어린 시절부터 남궁용에게 지고만 살았던 황보원에 입장에선 남궁세가가 상당히 거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미 연통을 넣어 놓았고 스스로 찾아온 것이니 밖에 우두커니 서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가 남궁세가의 대문 앞으로 다가서자, 문지기로 보이는 이가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가주님께서 기다리십니다. 안으로 드시지요.”
호흡을 가다듬은 황보원이 시종을 따라 안으로 들어섰다. 아직은 다 고쳐지지 않은 남궁세가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그 안에서 보이는 세가 무사들의 눈빛은 그 어떤 이들보다 강한 위압감을 풍기고 있었다.
‘아직 죽지 않았다…… 이런 것인가?’
마치 그런 말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
황보원은 피식 웃음을 지으며 남궁용이 있는 집무실로 들어섰다.
“어서 오시게.”
집무실 한편에 앉아 있던 남궁용이 황보원을 반겼다. 웃음을 짓고 있기는 하지만 알게 모르게 위압감이 느껴지는 것으로 보아, 자신의 기세를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황보원은 그것을 깨달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사천당가의 당중악보다 강하거나 혹은 종이 한 장 차이 정도는 될 것 같았다.
“내 이번에 남궁세가를 찾아온 것은 다름이 아니네.”
“천도회의 일이라면 가지고 돌아가게나.”
남궁용은 고개를 저었다.
천도회의 목적은 안다.
또한 무림맹이 박살 나고 무너진 이상, 정파의 기둥이라 할 수 있는 것은 천도회밖에 없으니, 조금 더 강한 힘을 쌓아야 할 시기다.
자연스레 남궁세가에게 시선이 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본디 하나였던 무림맹을 두 개로 갈라놓았고, 그 탓에 무림맹이 무너진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남궁용에게는 그리 달갑지 않은 제안이었다.
“그런 것이 아니라네. 자네도 알고 있겠지만…… 지난번에 악양에 다녀왔네.”
“…….”
한순간, 남궁용이 말을 잃었다. 악양에 다녀왔다는 것은 곧 모든 것을 알고 찾아왔음이다.
남궁용은 저도 모르게 인상을 찌푸렸다.
“나는 그곳에서 많은 것을 보았네. 하여 꼭 그대들이 천도회에 들어오지 않아도 별 상관은 없다네. 단순히 이곳을 찾아오기 위한 구실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황보원은 피식 웃음을 지었다.
천도회 내부에 있었던 황보원이 남궁세가로 간다. 무언가 작당을 꾸미려 하는 것 아니냐 하는 시선들이 있을 것은 분명했다.
하여, 남궁세가를 포섭하기 위한 것이라는 걸로 납득을 시킨 것이다.
거기까지 이야기를 한 황보원이 반짝 눈을 빛냈다.
텁텁한 입을 적시기 위해 차를 마셨다.
“지금은 현저히 그 명성이 떨어지기는 하였지만, 구파일방은 아직까지도 팔대세가와 맞먹는 힘을 지니고 있는 곳. 그런 곳이 몰락했다는 것은 결코 웃으며 받아들일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을 테지?”
“…….”
남궁용은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역시, 이번 사태를 신중하게 살피고 있었다. 아무리 천도회가 떨어져 나갔다 하더라도 구파일방이 건재한데, 소림은 물론이고 무림맹까지 몰락당하는 것은 결코 보통 일이 아니었다.
“하여 그 대비의 일환으로 황보세가는 남궁세가와 손을 잡기를 원한다네.”
“우리와 손을 잡는다 하여 무엇이 달라지는가?”
남궁용이 의아한 시선으로 황보원을 바라봤다. 아직까지 예전의 영광을 완벽히 찾지 못한 남궁세가다.
손을 잡는다 하여 특별히 이득되는 것은 없어 보였다.
그 한마디에 황보원이 피식 웃음을 지었다.
찻잔을 내려놓고 지그시 남궁용을 바라봤다.
“앞으로 무림은 천도회가 이끌어 갈 수 없을 걸세. 그렇기에 나는 미리 연줄을 만들고 싶은 게야.”
솔직하기 짝이 없는 한마디에 남궁용은 그저 웃음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