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326
“하하하하!”
“끄응…….”
“음…….”
윤공은 현 상황을 바라보며 어이없는 웃음을 터트렸다.
만금객잔의 손님이 줄었다.
아니, 하루에 두세 명을 받으면 많이 받은 정도이니 손님이 끊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이런 식이면 이 객잔을 운영해 나갈 수조차 없다. 가진 자금이야 넉넉하긴 하지만, 상인이란 본디 손익을 따지는 작자들. 손해가 되는 짓은 하지 않는다.
덕분에 객잔에서 일하고 있던 점소이 대부분이 잘려 나갔으며, 이제는 호위하는 이들까지 내보내야 할 처지가 되었다.
고작해야 보름이다.
보름 만에 만금객잔은 운영할 수 없을 정도로 타격을 입었다.
“대단하군, 대단해.”
윤공은 이런 상황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제갈운의 계략이 어떤 것인지 지켜보자 했던 것은 그가 무슨 짓을 한다 해도 버텨 낼 자신이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은연중 도는 소문과 만금객잔의 실태를 파악해 버린 손님들이, 어느새 발걸음을 뚝 끓어 버리니 그것은 해결할 방도가 없었다.
윤공은 창밖을 바라보며 턱을 괴었다.
이제는 이 악양 저잣거리의 명물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노점 거리가 보였다. 북적거리는 손님들의 모습은 만금객잔과는 판이하였다.
“후우…… 한참을 웃었느니라.”
윤공은 눈가에 맺혀 있는 눈물을 닦아 냈다.
이런 식의 계략에 말려들었다는 것이 제법 우스웠던 모양이다.
하지만.
“보았느냐? 아무리 제갈운이라 해도 나를 이길 수 없음이야.”
“당연한 말씀이십니다.”
자학상이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이 만금객잔은 기실 쓸모조차 없는 객잔이다. 고급스러운 분위기로 돈 많은 이들을 이끈다 한들 그것이 얼마나 가겠는가?
추후에는 자연스럽게 사람들이 금환객잔으로 몰리게 될 것이다.
처음에만 신기하고 좋아 보일 뿐, 시간이 지나 음식 맛이 좋지 않음을 깨닫고 나면 비싼 가격이 부담이 될 테니까.
그렇다면 왜 일부러 만금객잔을 세웠는가?
이는 당연히 놈들의 눈을 돌리기 위함이다.
이 호남의 영향력을 회복하려 한다면 객잔은 필요 없다.
만금상단의 재력이라면 이런 것쯤은 장난삼아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하지만 상단은 아니다.
상단이야말로 상권을 장악할 수 있는 길.
그것이 바로 이 호남의 영향력을 다시금 회복시키는 한 수이기도 했다.
윤공이 씩 웃음을 지었다.
* * *
“뭐…… 뭐라고……?”
“그러니까…… 수…… 술을 공급받던 곳들이 일제히 받지 않겠다 선언하였고…… 북경으로 가던 상행은 녹림 잔당들에 의해 털렸습니다!”
금은학은 신음을 삼켰다.
이미 호남단가가 녹림과 척을 진 것을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그 우두머리가 붙잡혔다고는 하지만, 아직까지도 녹림의 세력은 건재했고, 그 위세를 떨치고 있다.
녹림십팔채라 불리는 곳 중 고작해야 다섯 곳을 부순 것에 지나지 않으니, 남은 곳들은 여전히 녹림의 이름을 가지고 새로운 녹림왕을 추대하며 그 영향력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렇기에 상행이 털리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였고, 수많은 고수들을 보냈는데도 당했다니?
“도대체 호위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던 게야?!”
“그, 그것이, 고용했던 이들 대부분이 죽고 살아남은 자들은 중상입니다. 몇몇은 도주하였습니다.”
“하…….”
금은학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이제야 다시금 단우현의 얼굴을 볼 면목이 생기나 싶었는데, 때아닌 날벼락에 그의 마음이 복잡하게 흔들렸다.
게다가 술을 공급하던 곳에서 느닷없이 술을 모두 끊어 버리다니?
금은학의 입장에선 이해할 수 없는 처사였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까…….”
숨을 고른 금은학이 어색하게 웃음을 지었다. 어디를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벌써 막막했다. 녹림에게 빼앗긴 것을 되찾는 것도, 다시금 거래를 트는 것도 모두 힘든 일이었다.
눈앞이 심히 막막해지는 느낌이었다.
“결국 이리되었구나.”
그때, 목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란 금은학이 고개를 돌리자, 언제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인지 단우현이 우두커니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웬만해서는 금은학을 찾아오지 않는 자이기에 그 놀라움이 더했다.
단우현의 곁에는 권무진도 서 있었는데, 표정이 굳어 있는 것이 지금 이 상황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았다.
금은학은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죄…… 죄송합니다…… 소인의 능력이 모자라…….”
“하하, 안다. 설마 네 능력도 모르고 일을 맡겼겠느냐?”
단우현이 대수롭지 않게 손을 휘휘 저었다. 처음부터 금은학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는 듯이 이야기하니, 괜스레 마음이 아픈 느낌이었다.
금은학이 어색하게 웃음을 지었다.
“현재, 금환상단과 거래를 하고있는 다른 상인들도 녹림에게 시달리고 있다 합니다. 하여, 모든 이들이 저희와 거래하기를 꺼리고 있습니다.”
금은학은 지금까지 들은 정보를 간추려 답했다.
녹림이 이렇게 극단적으로 움직이는 것도 예상 밖이기는 했지만, 금환상단만을 노리는 것뿐만 아니라 그와 거래를 틀고 있는 이들마저 가만 내버려 두지 않는 것에 새삼 기이함을 느꼈다.
아무리 녹림의 정보력이 뛰어나다 한들 금환상단이 가지고 있는 모든 거래처를 꿰뚫어 볼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들이 정보를 얻을 곳이라 해 봐야 하오문 정도인데, 하오문은 단가의 정보를 절대 팔지 않았다.
상황이 이러니 다른 상인들이 거래를 해 주지 않는 것 또한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 녹림에게 당한 곳은 어디더냐?”
단우현이 자연스럽게 자리에 앉아 찻잔을 매만졌다.
그것을 보는 순간, 금은학이 부리나케 다가와 차를 따라 주었다.
쪼르르-
빈 잔을 채우는 그 소리가 잔잔하게 울렸다.
“호북…… 융중산입니다.”
“호북이라…… 제법 멀구나.”
단우현이 자그마한 미소를 지었다.
그 의미를 어느 정도 파악했기에 금은학은 더욱 몸 둘 바를 몰랐다. 자신이 벌여 놓은 일을 해결하기 위해 직접 움직이려 하니 어찌 그의 시선을 똑바로 쳐다볼 수 있겠는가?
금은학이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너무 괘념치 마라. 때로는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져야 재미있는 법이니 말이다.”
“짐작하신 것 같습니다만……?”
단우현의 행동을 보면 이런 상황을 예상한 듯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상황을 보고하지도 않았는데 이곳까지 찾아올 리가 없었다.
“하하, 글쎄…….”
단우현이 대답을 해 주지 않은 채 웃었다.
그것을 보며 금은학은 확신했다.
단우현은 녹림이 나설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으나,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질 것이라 여기기는 했다. 때문에 이곳까지 찾아온 것이고, 심지어 직접 움직이려 하는 것이다.
“호북에는 내가 가도록 하지. 너는 천산 쪽으로 거래를 틀 수 있는 이들을 알아보거라.”
“천산 말씀이십니까?”
“그래, 사도학의 이름을 거론하면 무시하지는 못할 거다. 하남 상황이 좋지 않으니 위험을 무릅쓰고 굳이 그곳에 상행을 할 필요는 없지.”
단우현의 말에 금은학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일은 절대 실패하지 않을 것이라 굳은 결의를 했다.
“그리 결정되었으면 가 보거라. 천산으로 가는 길에 좋은 인연을 쌓으면 더할 나위 없겠구나.”
웃음을 지으며 하는 말에 금은학은 단박에 그 말뜻을 알아들었다. 천산으로 가는 길에는 수많은 상인을 만날 수 있을 것이고, 자연스레 그들과 거래를 틀 방법을 찾으라는 것이다.
금은학이 서둘러 고개를 숙이며 그 자리를 벗어났다.
“괜찮겠습니까? 금은학의 실수는 처음이 아닙니다만……? 차라리 제갈운에게 맡기심이?”
“실수해도 괜찮다. 사람이란 그런 것이니……. 다만 다소 번거롭기는 하구나.”
단우현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웃었다.
한데 번거롭다고 말하는 것과는 다르게 꽤 재미가 있어 보였다. 마치 놀이를 즐기는 사람처럼 얼굴에는 즐거움이 가득했다.
권무진이 저도 모르게 웃었다.
단우현이란 사람은 정말로 알다가도 모를 자다.
“하지만 이상합니다. 융중산에는 녹림이 없었을 텐데…… 그곳에서 털렸다는 게 말입니다.”
“가 보면 알 것 아니겠느냐. 어느 정도 짐작은 하고 있다만…….”
“…….”
권무진이 지그시 단우현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까지 상황이 묘하게 돌아간다면 바보라 해도 어느 정도 깨달을 수 있을 것이다.
만금상단의 짓이다.
객잔을 이용하여 시선을 돌리고 상단을 야금야금 씹어 먹기 위한 것.
그것은 완벽하게 들어맞아 호북에서 금환상단의 영향력이 서서히 사라지고 있었으며, 만금상단은 급부상하며 서서히 그 힘을 넓혀 나가고 있었다.
이대로 조금만 더 간다면 금환상단은 유지조차 하지 못한 채 무너질 것은 틀림없었다.
단우현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비어 있는 방을 뒤로하고 천천히 그곳을 벗어나니, 권무진이 조심스레 호위하며 뒤를 따랐다.
사실상 의미가 없는 호위라 하더라도, 곁에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엄연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그 또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때, 앞서가고 있던 단우현이 쭉 기지개를 켰다.
“그럼 한번 가 보자꾸나.”
“예?”
뜬금없이 들려오는 소리에 권무진이 의아함을 금치 못했다.
가자니? 어디를?
이야기를 종합해 보자면 분명 호북으로 가려는 것 같았는데, 장삼태도 아닌 자신에게 가자고 하니 귀가 잘못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멍한 시선으로 우뚝 걸음을 멈춘 채 단우현을 바라봤다.
“오랜만의 유람이구나.”
“호, 호북 융중산 말씀이십니까?”
“그래.”
“저와 함께 말씀이십니까?”
“그래.”
“저, 정말이십니까?”
계속해서 묻는 권무진 때문인지 앞서가고 있던 단우현이 우뚝 걸음을 멈췄다. 슬그머니 고개를 돌린 그가 한껏 인상을 썼다.
기분이 영 좋지 않다는 것이다.
“……그래.”
“사, 삼태가 아니고 저 말입니까?!”
눈치 없는 권무진이 다시 한번 되물으며 단우현의 심기를 건드렸다.
한껏 인상을 쓴 단우현이 후우- 하며 한숨을 쉬었다.
참고 있는 것인지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그래, 너 말이다.”
“이 권무진입니까!”
또다시 묻는 말에 단우현이 천천히 다가섰다.
그 의미를 알지 못하는 권무진은 그저 기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느새 코앞까지 다가온 단우현이 아무렇지 않게 주먹을 뻗었다.
빠각!
“꾸웩!”
복부를 얻어맞은 권무진이 토악질을 하며 무릎을 꿇었다. 어찌나 아프던지 정신을 차릴 수조차 없었다. 머리에서 아무런 생각조차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아픔만을 느꼈다.
“매를 버는구나, 아주.”
“죄…… 죄송합니다.”
길게 한숨을 내쉰 단우현이 고개를 저었다.
다시금 등을 돌린 그가 억지로 몸을 일으키고 있는 권무진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저잣거리로 가 제갈연을 불러오거라.”
“예?”
“제갈연이라 했다. 듣지 못하였느냐?”
“아, 아닙니다.”
권무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부리나케 내달렸다. 장삼태만큼 빠르지는 않지만, 저잣거리는 가까우니 금방 당도할 것이다.
서서히 사라져 가는 권무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단우현이 또 한 번 한숨을 내쉬었다.
“데리고 갈 놈을 잘못 고른 건 아닌지 모르겠군.”
처음 권무진을 보았을 때의 그 듬직했던 모습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고, 이제는 장삼태보다 어수룩한 느낌만이 남았다.
단우현이 미간을 짚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째, 호남단가에 머물고 있는 것들은 하나같이 제정신 박힌 이들이 없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