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33
마독진은 무림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한 자였다. 비록 무황성 내부 서열은 오십 위밖에 되지 않았지만, 사실상 서열이라는 것은 말하기 좋아하는 이들이 붙인 것이니 크게 의미가 없었다.
한마디로 마독진은 강했다.
절정에 오른 무공 실력과 오랫동안 강호에서 살아남은 경험, 또한 사파에서 그가 이름을 떨친 계기를 생각해 본다면 남궁소혜가 상대할 수 있는 자가 결코 아니었다.
‘심지어…….’
남궁소혜는 마른침을 삼키며 고개를 돌렸다.
마독진 옆에 서 있는 한 사내는 쾌도술의 고수 권무진이었다.
그는 최근 들어 마독진이 맡은 일을 대부분 대신 처리함으로써, 사실상 마독진보다 유명세를 타고 있는 고수였다.
‘권무진까지…….’
설마하니 이런 이들이 눈앞을 가로막은 줄이야.
“유명하신 마독진 선배를 뵙게 되어 영광이군요.”
남궁소혜가 검파를 쥔 손에 힘을 주고 주변을 훑어보더니, 다소 비꼬는 말투로 인사를 내뱉었다.
“크하하! 새파란 후기지수 따위의 귀에도 내 이름이 들어가기는 하나 보군.”
큰 웃음을 터뜨리는 것을 보며 남궁소혜는 깨달았다.
이것은 절대 꿈이 아니며, 살아남기 힘들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말이다.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검파를 더욱 움켜쥐었다.
그때, 마독진이 시선을 돌려 호남오검을 내려다봤다.
“네 뒤에 있는 자들이 흑도회를 쓸어버렸다던 호남오검이냐?”
남궁소혜는 대답하는 대신 힐끗 뒤를 바라봤다.
한데, 호남오검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두려운 것인가? 흑도회의 본거지에 쳐들어가서 회주를 제압한 고수들이?
‘무언가 잘못되었어.’
저들의 눈빛에 맺힌 공포를 떠올리며 그녀는 암담함을 느꼈다.
지난번 보았던 그 장력이 사실이라면 결코 마독진에게 뒤지지 않는 실력을 지니고 있을 터인데 두려움에 떨고 있다니?
“그…… 그렇다! 우리가 바로 호남오검이다!”
“흐음- 아무리 봐도 네놈들 따위가 흑도회를 어찌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은데…….”
마독진은 호남오검의 면면을 살피며 고개를 갸웃했다.
내부로 기세를 갈무리할 정도의 고수인가?
그런 수준이라면 가능했을 테지만 호남오검의 눈빛에 가득한 두려움을 마독진은 놓치지 않았다.
그는 묘한 표정으로 마일웅을 노려봤다.
‘제…… 제길! 여기서 이렇게 실패할 수는 없어!’
반면 마일웅은 침을 삼켰다.
자신이 누구인가?
사람을 등쳐먹는 사기꾼이다. 심지어 남궁소혜까지 그 속임수에 넘어갔는데, 상대가 마독진이라 하여 속이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
“네…… 네 이놈! 사파의 조무…… 조무래기 따위가 감히 우리 앞을 막느냐!”
호탕하게 소리를 치며 한 걸음 나섰다.
이럴 때는 오히려 대범하게 나가야 한다.
상대에게 떨리는 마음을 들키면 어떤 사기도 칠 수 없는 법이니까.
그때.
“크하하! 재미있구나! 내 너희를 보기 위해 산서에서 직접 이곳까지 달려왔다. 자, 어서 보여 다오. 흑도회주를 제압한 실력을 말이다!”
마독진이 거대한 기세를 토해 내며 소리쳤다.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 같은 흉폭함에 남궁소혜는 물론이고, 짐짓 호탕하게 소리를 친 호남오검까지 다시 몸이 떨렸다.
“거…… 걱정하지 마라. 이 형님이 알아서 할 테니.”
“도, 도망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호남오검들은 서로에게 중얼거렸다. 마독진의 이름을 모르지 않으니, 그가 얼마나 잔악하고 무서운 존재인지도 알았다.
하나, 마일웅은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을 지으며 남궁소혜의 앞으로 나섰다.
“호오?”
마독진이 흥미로운 표정을 짓는 순간, 마일웅이 자세를 잡았다.
“내 칼에는 눈이 없다. 뽑는 순간 죽을 터인데 그래도 괜찮겠나?”
“흡!”
기백이 느껴지는 그 말에 한순간이지만 마독진조차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러나 이내 침착함을 되찾은 마독진이 실실 웃음을 지으며 힐끗 권무진을 바라봤다.
챙챙-!
권무진이 두 자루의 소도(小刀)를 뽑았다.
권무진이 유명해진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다.
그는 두 자루의 도를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현란한 손놀림으로 상대를 제압했다.
“괘…… 괜찮겠어요?”
“흥! 걱정하지 마시오! 내가 고작 저런 놈에게 뒤질 리가 없소!”
마일웅은 호언장담했다.
한데 목소리가 살짝 떨리는 것은 기분 탓일까? 검파에 올려놓은 손조차 파르르 떨고 있는 것 같았다. 정말로 겁을 먹은 사람처럼.
“나는 분명히 말했다. 내 일검은 천지를 베어 낼 것이니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고 어느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죽고 싶지 않거든 당장 물러서라!”
“대단한 기백이로군. 하나 나 또한 주군의 명을 받은 이상 물러 설 수 없다.”
권무진은 긴장 어린 시선으로 두 자루의 도를 쥐었다.
권무진이 방심하지 않고 천천히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물러서라! 정녕 죽고 싶으냐!”
“…….”
권무진이 식은땀을 흘렸다. 손아귀에 쥔 검이 미끄러질 것만 같았다. 이런 긴장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이윽고 권무진이 또다시 한 걸음을 내딛는 순간.
“처…… 천지개벽검!”
우렁찬 소리와 함께 상대의 검이 뽑혀 나왔다.
한데, 그것은 아주 느렸다.
너무나도 느려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피할 수 있을 정도였다.
이윽고 칼날이 절정에 도달하는 순간, 갑자기 뒤에서 대나무 통이 날아들었다.
펑- 펑-!
연막탄이었다.
사방에서 연막이 피어올랐다. 순식간에 장내를 뒤덮은 연막이 시야를 완벽히 차단했다.
남궁소혜조차 뭐가 어떻게 된 것인지 의아해했다.
“튀…… 튀어!”
이윽고 뒤에서 들려온 소리에 남궁소혜가 깜짝 놀랐다. 정말 호남오검이 부리나케 도망치는 소리가 들렸으니까.
그녀가 손을 뻗어 누군가의 옷자락을 붙잡았는데, 순식간에 그마저 뿌리치고 도망쳤다.
“…….”
천천히 연막이 걷히자 세 사람은 우두커니 서 있었다. 반격을 위해 한껏 자세를 잡고 있었던 권무진은 어색한 표정을 지었고, 남궁소혜가 시뻘건 사과처럼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돌렸다.
“푸핫…… 푸하하하!”
그 정적을 깨트리고 웃음을 터트린 것은 다름 아닌 마독진이었다.
미친 듯이 웃어 대는 그를 보고 있노라니 남궁소혜는 창피함에 쥐구멍이라도 숨어 들어가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푸하하하! 무림맹에 망조가 들었나 보구나! 천하의 봉황단주가 저런 얼간이들을 영입하려 하다니! 천지개벽검? 천지개벽검이라니! 푸하하하! 실로 절세의 신공이 아닌가!”
“이…… 이…… 이익!”
남궁소혜는 분노와 부끄러움이 뒤섞인 시선으로 뒤를 돌아보았지만, 어찌나 빠른지 이제 보이지도 않았다.
“말도 안 돼…… 내, 내가 속았다니!”
“하하하! 푸하하하!”
마독진이 미친 듯이 웃어 댔다.
속인 놈도 나쁘지만, 속은 놈도 바보라는 사파의 격언처럼 지금 마독진은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한참을 웃던 그가 뚝 웃음을 그치며 차갑게 가라앉은 시선으로 남궁소혜를 바라봤다.
“날 헛걸음하게 만들어?”
우웅-!
송곳처럼 날카롭게 찔러 들어오는 마독진의 살기는 실로 감당키 어려울 정도였다. 시뻘겋게 달아올랐던 남궁소혜의 안색은 어느새 시퍼렇게 변했다.
마독진이 힐끗 고개를 돌려 권무진을 바라봤다.
“죽여라, 한 놈도 남김없이.”
“명!”
사삭-!
권무진이 빠르게 몸을 날렸고, 그 뒤로 다른 수하들이 움직였다.
“제법 재미있었다. 하지만 산서에서 이곳까지…… 대단한 고수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즐겁게 찾아왔는데…….”
끄아아아악-!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들으며 남궁소혜는 몸을 움츠렸다.
호남오검이 아무리 빨리 시야에서 벗어났다 하더라도, 무공을 익힌 이들을 따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모두 죽을 것이다.
하나, 지금은 그들을 걱정할 때가 아니었다.
‘눈앞에 집중해! 남궁소혜!’
권무진을 비롯한 수하들은 사라졌으나, 아직 마독진이 남아 있었다.
그리고 그는 투기를 버리지 않았다.
남궁소혜 또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을 쳐야 한다는 뜻이었다.
마른침을 삼킨 그녀가 천천히 내공을 끌어올리며 기세를 다잡았다.
“적어도 네년은 나를 즐겁게 해 주어야 할 것이다. 정말 사지가 찢겨 죽고 싶지 않다면.”
* * *
‘젠장 빌어먹을!’
달려가던 권무진은 호남오검의 누군가의 머리채를 잡아챘다. 그대로 칼을 뻗어 목을 꿰뚫고, 괴로워하는 녀석을 내팽개친 채 또다시 몸을 날렸다.
‘저 빌어먹을 놈의 콧대를 찍어 누를 수 있는 고수라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이런 나약한 놈들이었다니?
“사…… 살려 주시오…….”
그는 목숨을 구걸하는 한 놈을 지그시 내려다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고작 이런 놈에게 긴장했다니?
생각할수록 화가 나 미칠 것 같았다.
집안이 천하여 아무리 발버둥 쳐도 높은 곳으로 오르지 못했다. 그렇기에 더욱 노력했고, 누군가 자신의 진가를 알아줄 거라 믿으며 갈고닦은 무공이었다.
한데, 고작해야 이딴 놈에게 농락당했다는 사실에 생각할수록 화가 나고 열불이 치솟았다.
푸욱-!
“꺼어어억!”
그가 내지른 칼날이 마일웅의 심장을 꿰뚫었다. 살려 달라는 상대의 애원조차 지금 그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제길! 제길! 제길!”
권무진이 이토록 화가 난 이유는 이런 놈에게 기세에서 밀렸다는 것과 한순간이라고는 하지만 겁을 먹었다는 것이 자신의 무인 인생을 송두리째 부정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정리했습니다.”
뒤에서 모습을 드러낸 수하들이 고개를 숙였다.
‘빌어먹을, 나오라는 고수는 안 나오고!’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쯤이면 아마, 봉황단 단주는 마독진에게 장난감처럼 뭉개지고 있을 터.
시급히 가서 말리지 않는다면 무림맹과 전면전이 벌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등을 돌리는 순간.
“이런, 결국 죽었나?”
목소리가 들렸다.
누가 접근하는 기척도 기세도 느끼지 못했기에 모든 이들이 깜짝 놀랐다.
소리가 들린 쪽을 바라보니, 한 사내가 다가오며 죽은 호남오검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있었다.
시체에 남은 상처들을 확인한 그가 고개를 돌렸다.
“제법이군. 이처럼 깔끔한 솜씨는 오랜만이야.”
사내는 미소를 지으며 권무진을 바라봤다. 그의 눈동자에는 흥미가 가득했다.
그 시선과 마주하는 순간, 권무진은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다.
이상하게도 몸이 자연스럽게 뒤로 물러났다.
미간에 식은땀이 맺혔다.
“당신…… 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