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330
“후우…… 힘들구나.”
마지막 정리를 끝낸 장삼태가 한숨을 쉬며 주저앉았다. 그의 표정은 그리 썩 좋지 않았는데, 그 이유는 음식을 만드는 것 자체가 즐겁지 않기 때문이다.
웃음을 지으며 돈을 세고 있는 제갈운을 바라보고 있자, 왠지 모르게 단우현이 생각나는 것은 결코 착각이 아닐 것이다.
장삼태의 이마에 주르륵 식은땀이 흘렀다.
“우하하! 오늘 최고로 많이 번 날이로구나!”
“그렇게 좋으쇼?”
“당연히 좋지! 이렇게만 가면 인근에 있는 객잔들 전부 탈탈 털어 버릴 수 있을 것이야.”
제갈운은 신이 났다.
노점 거리를 만든 것은 제갈운이다.
또한 이 노점 거리 연합수장이며 모든 것을 관리하고 있으니 만큼, 한 달 수익의 이 할을 받아 챙긴다.
인근에 있는 상점들마저 이 노점에 필요한 것들을 팔기 위해 제갈운에게 손바닥을 비비며 뒷돈을 찔러 주니, 그야말로 무소불위와도 같은 권력을 지니게 되어 버렸다.
처음에는 단순히 만금객잔을 부수기 위해 시작했던 것이었지만, 어느새 목적이 바뀌며 돈을 챙기고 수익을 올리고 있었다.
‘미친 새끼…….’
장삼태는 그런 제갈운을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
이런 식으로 판을 크게 벌여 놓고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제갈운밖에 없을 것이다. 어느 누가 이것을 관리하고 조금 더 많은 손님들을 올 수 있게 머리를 쓸 것이란 말인가?
하지만 장삼태만큼은 그리 좋다 생각할 수 없었다.
“여기 오늘 몫이네.”
“고맙수.”
장삼태는 돈을 받아 챙겼다.
손아귀에 쥔 것은 은자 다섯 냥.
고작 하루 일을 한 것치고는 확실히 많은 돈이라 할 수 있었다. 이대로 몇 년만 돈을 번다면 떵떵거리며 사는 것쯤은 일도 아니게 될 것이다.
한데, 돈을 받는 손이 덜덜 떨렸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제갈운이 장삼태의 어깨를 툭툭 두들기고는 씨익 하며 웃음을 지었다.
“내일도 잘 부탁하네.”
“…….”
장삼태는 할 말을 잃었다.
매일 아침 인시(寅時)에 일어난다. 준비를 하고 장사를 시작하면 자시(子時)에 일이 끝난다.
그렇게 한 달가량 일을 하니 장삼태는 산 것이 산 것이 아니고, 또한 죽은 것조차 아니었다. 퀭하게 보이는 눈 그늘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고, 심신은 이미 피폐해져 예전의 장삼태가 아니었다.
축 처진 그가 돈을 붙잡고 숨을 헐떡였다.
제갈운이 어깨를 두들길 때마다 움찔움찔 몸이 떨려 왔다.
‘도…… 도망가야 해.’
처음에는 단우현을 쫓아가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만 생각했다.
그 인간과의 여정이라면 온갖 고생을 다할 것이고, 필시 좋지 않은 기억들만 쌓일 거다.
그런 생각을 하며 신이 났었는데, 오히려 제갈운과 함께 있는 것이 더욱 고통스러웠다.
제갈운은 남궁천과 사도학에게도 돈을 건네주며 장삼태를 휘어잡고 도망치지 못하게 하고 있으니, 이 얼마나 암담한 상황인가.
“괘…… 괜찮아요?”
남궁소혜가 다가와 어색한 표정으로 물었다.
감시를 하고 있는 처지이기에 걱정을 하는 것도 우스운 일이기는 하지만, 손에 쥔 전낭 주머니를 차마 갈무리하지도 못한 채 덜덜 떨고만 있는 장삼태가 몹시 불쌍해 보였다.
“응…… 괜찮아…….”
장삼태는 마치 영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고 자시고, 이미 그런 수준을 넘어섰기에 머릿속에 아무런 생각이 나지 않는 사람 같아 보였다.
남궁소혜는 차마 뭐라 입을 열지 못하고 식은땀을 흘렸다.
“나는…… 술 한잔하고 갈 테니 먼저 가라.”
“저…… 정말로 괜찮아요? 그냥 들어가는 게…… 더 나을 것 같은데요.”
“하, 하하, 그럴 리가…….”
영혼 빠진 웃음을 지으며 장삼태가 고개를 저었다.
힐끗 주위를 둘러보자 남궁천과 사도학이 등을 돌려 세가를 향해 돌아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일이 끝났으니 더 이상 감시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장삼태는 이리저리 시간을 끌며 그들과 최대한 멀어지기만을 기다렸다.
“……너는 안 가냐?”
“같이 가요.”
그러나 돌아가지 않는 사람도 있다.
남궁소혜.
그녀는 남은 정리를 하고 있는 장삼태의 주변을 맴돌았다. 우두커니 서 있는 것이 전부이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장삼태에겐 꽤 신경 쓰이는 일이었다.
‘도와주든가.’
기왕 서 있는 거 도와주면 얼마나 편할까?
물론 해야 할 일이라고는 남은 뒷정리 정도이니 장삼태 혼자서 능히 가능한 일이기는 하지만, 우두커니 서 있는 남궁소혜가 손을 빌려준다면 그만큼 더 일이 빠르게 끝날 것 같았다.
하지만 남궁소혜는 진정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그저 감시만 하고 있었다.
그렇게 일각여 정도 시간이 흘렀을 무렵.
장삼태가 뒤조차 돌아보지 않고 내달리기 시작했다.
“아아앗!? 기…… 기다려요! 내가 혼난단 말이에요!”
남궁소혜가 그 뒤를 따르며 부리나케 추적을 시작했다.
* * *
다소 고전할 것은 이미 예측했던 일이다.
칼을 쥐고 있는 제갈연은 숨을 헐떡이며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권무진과 함께 이들의 합공을 깨는 것이 보통이 아니었다.
개인 한 사람 한 사람의 능력은 그리 대단치 못하다. 하지만 합공을 함으로써 자신들이 가진 능력을 몇 배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 같으니, 그것만으로도 상대하는 것이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인질이라 할 수 있는 무호가 아직까지 무사하다는 점일까? 비록 숨이 미약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긴 했지만, 조금은 더 버틸 수 있을 것 같았다.
“후우…… 곤란하네.”
“하하, 그렇군.”
제갈연의 한마디에 권무진이 식은땀을 흘렸다.
한 사람이라도 죽었다면 그 틈을 뚫을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저들의 합공은 마치 창과 방패처럼 뚫을 수 없고, 그 공격마저 맹렬하여 수차례나 위기를 맞았다.
상대의 표정이 득의양양하게 변했다.
자신들이 우위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였으니, 남은 것은 장난감 가지고 놀 듯하다 숨통을 끊는 일인 셈이다.
“이제 그만 죽거라!”
기세가 오른 이들의 말투는 거침이 없다.
그 눈빛과 표정마저 오만하여 이미 자신들의 승리를 예측하고 있는 것 같았다.
마음에 들지 않아 권무진이 게슴츠레 눈을 좁혔다.
진법만 아니었다면 진즉 이 상황이 끝났을 것이다. 개개인 간의 능력은 한참이나 낮으나, 서로 부족한 부분을 메워 가며 싸우는 저 능력은, 어쩌면 십존을 상대한다 하여도 부족함이 없을 것 같았다.
자박-
그때, 뒤에서 소리가 들렸다.
그 소리에 제갈연과 권무진이 소름 돋는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지금까지 우두커니 선 채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던 단우현이 모습을 드러냈다.
“주…… 주군…….”
“뭐 하는 짓들이냐?”
단우현의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이렇게까지 상황을 오래 끌 것이라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표정은 좀처럼 변하지 않았다.
“죄…… 죄송합니다.”
권무진이 죄스러운 마음에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단우현은 신경조차 쓰지 않고 저벅저벅 앞으로 나아갔다. 검을 뽑는 것조차 귀찮은지, 바닥에 떨어진 긴 나무 막대기 하나를 주워 들었다.
거침없이 상대를 향해 다가가고 있는 단우현의 모습을 두 사람이 지그시 응시했다. 그의 움직임을 무엇 하나 놓치지 않으려 시선을 주었다.
“진법이라는 건 단순명료하다.”
단우현이 사내들을 향해 걸었다.
그 거침없는 발걸음에 기세등등했던 이들은 아무런 기세조차 풍기지 않는 단우현을 바라보며 긴장 어린 시선을 보냈다.
“누구인지는 모르겠으나 죽고 싶어 환장을 하였구나!”
사내 중 한 명이 겁을 이겨 내며 소리쳤다.
다가오고 있는 단우현은 고작해야 한 사람. 제법 실력이 있어 보이기는 하지만, 진법을 펼치고 있는 자신들의 상대는 되지 않을 것이라 여겼다.
나무 막대기를 들고 있는 단우현이 어느새 그들의 간격 안으로 들어섰다.
사내들이 단숨에 진을 펼치며 단우현을 묶어 내는가 싶더니, 온 사방에서 칼을 뻗으며 단숨에 고깃덩어리로 만들어 내려 하고 있었다.
하나.
퍼억-!
콰다다다당!
단우현은 날아드는 칼날 중 하나를 피해 내고는 다른 칼들이 그의 몸에 닿기도 전에 막대기를 휘둘렀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날아든 막대기가 사내의 얼굴을 그대로 후려쳤다. 엄청난 소리와 함께 얻어맞은 이의 몸이 쏜살과도 같이 날아가며 더 이상 보이지 않게 되었다.
어디에 떨어져 나뒹굴고 있는지조차 모른다.
“한 명이다. 중심이 되는 놈을 하나만 잡으면 진법이란 그저 애들 놀이만도 못하게 되는 법이다.”
“…….”
“…….”
권무진과 제갈연은 할 말을 잃었다.
날아간 그의 모습은 여전히 보이지 않고, 그 대단했던 진법의 기세는 이제 사라져 느껴지지도 않았다. 두 사람을 고전시켰던 진법은 실로 단순하게 부서졌다.
말도 안 되는 단우현의 힘을 몸소 느끼며 제갈연과 권무진은 식은땀을 흘렸다.
“거기 네놈들.”
“큭?! 어, 엄청난 고수……!”
단우현이 가만 이들을 부르며 바라봤다.
자신들을 쳐다보는 시선에, 온몸이 마치 석상처럼 굳어 움직이지 않았다.
기죽지 않으려 애를 쓰고 있기는 하지만, 단우현의 힘이 그들이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 다른 것이었다.
잠시 그의 시선을 받는 것만으로도 텁텁하게 입안이 말라 왔다.
“장난하지 말고 진을 다시 짜 봐라.”
단우현이 툭 하고 말을 내뱉으며 한쪽 어귀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쓰러져 있는 무호 곁에 느긋하게 앉으니 마치 이 모든 상황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은 눈치였다.
“어서.”
이어 재촉하며 슬쩍 손을 뻗었다. 한순간 빛살과도 같이 날아간 무언가가 사내들의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자칫 맞기라도 한다면 치명상을 피할 수 없는 부위들이다.
죽음을 부르는 한 수.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이 깨달았다.
단우현이 마음만 먹으면 눈앞에 있는 사내들 따위는 고작 한 수에 쓸어 낼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사내들이 멍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살벌한 시선에 우물쭈물하며 자리를 잡았다. 그들 또한 단우현의 명령을 거부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대체 이게 뭐람?”
제갈연은 그 모든 상황을 어이없이 바라봤다.
서로 죽고 죽여야 하는 적이, 단우현에게 겁을 먹고 그의 말을 따르고 있다. 어떻게 보아도 말도 안 되는 일이기는 했지만, 저들은 자존심조차 없는 것인지 부들부들 몸을 떨면서도 자세를 잡는 것을 마다하지 않았다.
“뭐 하는 거예요?”
“보면 모르나? 진법 공부다.”
“…….”
기가 찬 소리에 제갈연의 입에서 헛바람이 새어 나왔다. 아마도 단우현과 유람을 나간 이들이 모두 겪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런 식으로 사람을 가르치다니.
다소 어이가 없었다.
“뭣들 하냐? 시작해라. 제대로 하지 않으면 팔다리 하나씩 내려놓게 될 줄 알아라.”
단우현의 시선이 사내들을 향했다.
그의 한마디에 사내들의 안색이 시퍼렇게 질렸다. 죽고 싶지 않고 성한 몸으로 돌아가고 싶은 이들의 투기가 매섭게 치솟았다.
이윽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단우현의 시선이 제갈연과 권무진을 향했다.
“너희도 말이다.”
또다시 들려오는 한마디에 권무진의 안색이 시퍼렇게 변했다. 단순히 말만 내뱉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그의 기세 또한 매섭게 치솟았다.
모든 광경을 지켜보던 단우현이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주섬주섬 품에서 육포를 꺼내 씹었다.
“뭣들 해? 시작해.”
이윽고 제갈연이 식은땀을 흘리며 칼을 쥐고 내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