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331
무호는 숨을 헐떡이며 곁에 있는 단우현을 바라봤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무위.
언제나 그 등을 좇던 선진을 보는 것 같았다.
질끈 눈을 감은 무호가 호흡을 가다듬었다. 숨은 서서히 미약해지고 심장의 고동마저 숨을 죽이고 있었다.
회광반조(回光返照).
한순간이기는 하지만 무호의 안색이 돌아왔다.
“도…… 도와주시오…….”
그가 있는 힘을 짜내어 입을 열었다.
눈앞에서 격렬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지만, 마치 그 모든 광경을 극단의 한 장면으로만 치부하고 있는 사내, 단우현을 향해 내뱉은 말이다.
앞만을 바라보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던 단우현의 고개가 그제야 돌아갔다.
“무엇을 말이냐?”
짧게 숨을 헐떡이는 소리가 들렸다.
단우현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는 무호는, 조금이라도 더 살아 모든 것을 이야기하고 싶기에, 꺼져 가는 불꽃을 억지로 부여잡았다.
그가 손을 뻗어 단우현의 옷깃을 쥐었다. 손아귀에 힘이 꾸욱 들어갔다.
그러자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는 단우현의 시선에 흥미가 서렸다.
쾅!
그때, 격렬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 이들 탓에 파편이 몰아쳤다.
엄청난 기세가 뿜어져 오르고, 쏟아진 것들은 암기처럼 그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것을 바라본 무호가 기겁을 하며 소리를 내지르려는 찰나.
파삭파삭-!
날아든 파편들은 단우현의 몸에 닿지 못한 채 산산이 부서지며 사라졌다. 그 광경은 눈으로 보았음에도 믿을 수 없는 것이었다.
“도…… 도와주시오…….”
그렇기에 더욱 매달렸다. 이자가 아니라면 누구도 도움을 줄 수 없다고 판단을 하였기에, 무호는 있는 힘을 짜내며 단우현에게 다가갔다.
애타는 그의 말투는 실로 절박하여 절로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다.
단우현이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무엇을 도와 달라는 것이냐?”
“도…… 도우, 도움을…….”
컥컥거리며 무호가 토혈했다.
이제는 더 이상 몸이 버티지 못하는 것인지, 천천히 손을 뻗어 단우현의 손을 붙잡으려 했다.
그것은 무호가 할 수 있는 마지막 발악이었다.
“제, 제발…… 도…… 도와…… 주시…….”
한순간, 바들바들 몸을 떨고 있던 무호의 눈이 초점을 잃었다. 들어 올렸던 손은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한 채 처졌으며, 미동조차 없었다.
그것을 가만 지켜보고 있던 단우현이 인상을 썼다.
퍽!
그가 슬쩍 손을 뻗는 것과 동시에 무호의 몸이 들썩였다.
“커억!”
“말은 다 하고 죽거라.”
도대체 무엇을 도와 달라고 하는 것인지, 왜 도와줘야 하는지 알 수 없는 단우현은 답답함을 느꼈다.
그가 지닌 천일조화공의 내력을 실려 보내자, 죽어 가던 무호가 거칠게 호흡하며 눈에 생기를 되찾았다.
“이, 이게 대체…….”
“살고 싶다면 지혈부터 해라. 내력으로 목숨을 부여잡는 것 또한 한계가 있을 테니.”
단우현의 무심한 말에 무호의 안색이 시퍼렇게 질렸다.
마치 산 사람을 되살린 것 같지 않은가? 어디 이 무림에 그런 능력을 지닌 사람이 존재할 수 있단 말인가!
믿을 수 없는 일을 벌인 단우현을 바라보며, 무호는 서둘러 지혈을 시작했다.
금창약을 바르고 몸 깊숙이 숨겨 놓았던 단환을 입에 털어 넣었다. 소환단이기는 하지만 생명줄을 붙잡는 것에 문제는 없어 보였다.
“운기를 하고 잠시 쉬고 있는 게 좋을 거다. 다시 죽고 싶지 않다면.”
이윽고 들려오는 단우현의 말에 무호는 미친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주저앉았다.
자신이 죽었다 살아났다는 것을 다시금 인지하며 주르륵 식은땀을 흘렸다.
‘도대체 이자는……?’
믿을 수 없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해내는 자.
그야말로 신선경에 오른 전설이 아닌가 싶었다.
* * *
한편, 그 시각.
“하아, 하아, 하아…… 도대체 어디로 갔담?”
남궁소혜는 인상을 쓰며 걸음을 멈췄다.
장삼태는 단우현이 인정할 만큼 대단한 경공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이를 쫓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니, 그녀 또한 숨이 차 숨을 헐떡이며 주저앉았다.
“잘 따라온 것 같기는 한데……?”
예전의 장삼태는 경공으로 달아나면 흔적을 남겼다. 하지만 근래에는 그 흔적조차 남기지 않으니 앞서가는 그 모습을 놓치는 순간, 더 이상 장삼태를 쫓을 수가 없었다.
단우현이 무언가를 또 가르쳤는지 보다 상승의 경지를 밟은 것 같았다.
“이쪽!”
그때, 남궁소혜가 무언가를 발견하고 부리나케 내달렸다. 흔적이 없다 하여도 그녀의 감각을 속일 수는 없다. 오감은 장삼태보다 남궁소혜가 더 뛰어나니까.
그렇게 또다시 한참을 내달렸다.
장삼태도 체력적으로 지쳐 있던 터라, 둘의 간격이 급속도로 좁혀졌다. 그리고 어느 순간 남궁소혜는 장삼태를 바짝 뒤쫓을 수 있었다.
“그만! 그만 좀 도망가요!”
“그럼 쫓아오지 말라고!”
“어디로 갈 생각인데요?!”
남궁소혜는 답답했다.
또다시 가출을 했다간 좋은 꼴을 보지 못할 거다. 남궁천이나 사도학이 이를 갈고 있으니 단순히 웃으며 끝나지 않을 것이다.
“어딜 가긴! 장주님 쫓아간다, 왜!”
“어딘 줄 알고요!”
“가다 보면 나오겠지! 그 인간하고 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거든!”
장삼태의 한마디에 남궁소혜는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지었다. 여자도 아니고 남자가, 심지어 장삼태가 저런 말을 하니 괜스레 소름이 돋았다.
머릿속에 단우현과 장삼태가 함께 붙어 있는 그림이 그려지자 저도 모르게 속이 울렁거려 안색마저 창백해졌다.
“그런 몹쓸 소리는 하지도 마세요!”
“진짜라니까! 이쪽에서 장주님의 냄새가 나!”
“할아버지한테 혼나요! 제갈 가주님한테는 뭐라고 그럴 건데요?”
“그 인간은 악귀야, 악귀! 곁에 있으면 안 된다고! 장주님보다 더하면 더했지, 못한 인간이 아니야!”
남궁소혜가 주르륵 식은땀을 흘렸다.
머릿속에 그려진 제갈운의 느낌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장삼태가 고생하는 것을 곁에서 보며, 어쩌면 그에게 있어 제갈운은 악귀나찰보다 더한 인간일 수도 있겠구나, 하며 납득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 내팽개치고 도망갈 필요는 없지 않은가.
“어쨌든 난 돌아가지 않을 테니 너나 가서 실컷 돈 벌어라! 에라이, 퉤!”
“아-! 진짜!”
남궁소혜가 인상을 쓰며 장삼태의 뒤를 헐레벌떡 쫓았다.
* * *
“음, 결국 갔냐?”
호남단가에서 한참을 기다려도 장삼태와 남궁소혜가 돌아오지 않자, 사도학이 영 못마땅한 시선으로 힐끗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제갈운이 싱긋 웃었다.
“어차피 노점 거리는 이쯤에서 끝낼 생각이었으니 괜찮습니다.”
“쯧, 심심풀이 삼아 용돈 벌기에는 좋았는데…….”
사도학이 전낭을 매만지며 한숨을 내쉬었다. 근래 들어 했던 일 중에 가장 수입이 좋았다.
그저 지켜보고 있는 것만으로 하루 은자 수 냥을 벌 수 있었으니, 이만큼 짭짭하게 돈 들어오는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때, 마장강이 안으로 들어오며 꾸벅 고개를 숙였다.
“데려다 놓았습니다.”
“그래, 홍원창의 집이라면 다소 안심은 되지.”
남궁천이 고개를 끄덕였다.
단소미를 홍원창의 집에 데려다 놓은 것이다. 또한 곁에는 백호와 백묘가 있으니, 무슨 일이 생긴다 하여도 크게 걱정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래, 장삼태 놈을 보내고 이렇게까지 하는 이유가 무엇이냐?”
“하하, 그럼 대략적인 것들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갈운이 좌중을 훑어봤다.
정면에는 다소 지루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도학, 그 옆으로는 제갈운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남궁천이 있었다.
마장강 역시 제법 날이 서 있었는데, 이는 제갈운이 시킨 일 덕분에 상황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먼저, 며칠 전 하오문주가 납치되었습니다.”
“그래? 그놈이 납치되다니 별일이로구나.”
사도학이 껄껄 웃었다.
사람이 납치되었다는데 그리 크게 신경 쓰는 것 같지 않았다. 마치 예상이라도 했었다는 듯한 반응.
이는 남궁천도 같았다.
“이미 손을 써 두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정말 큰일 날 뻔했습니다.”
그때,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어둠을 헤치고 모습을 드러낸 이는 틀림없는 구무악이었다.
납치되었다던 이가 어찌 여기에 있는가?
“납치되어서 어디로 갔다더냐?”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폐가입니다. 대부분이 잡혀갔습니다.”
구무악이 피식 웃음을 지으며 자리에 앉았다.
만금상단에서 잡아간 이들은 모두 대역이었다. 사형을 코앞에 둔 복역수들을 홍원창이 여기저기에서 데려와 대역으로 세운 것이다.
그들에게는 살아남는다면 모든 죄를 면해 주겠다 하였고, 상당한 돈도 약속하였다.
더불어 사도학이 최면까지 강하게 걸어 두었으니, 무슨 일이 있어도 함부로 입을 나불거리지 않을 터였다.
“웃기는 놈들이로군. 굳이 하오문을 건드려서 뭐 한다고.”
쯧 하며 사도학이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오문은 약소 문파다.
문파라 말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무공이 약했고, 더러는 무공을 배우지 않은 자들도 소속되어 있다. 그런 이들을 데리고 가 무엇을 하려는 것인가?
“호남단가에 대한 더 완벽한 정보. 그리고 차단이 목적일 테지요.”
정보를 차단한다는 것은 귀와 눈을 막아 버린다는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고수들이 있다 하여도 정보가 없으면 당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역으로 당했더군……. 그래, 누가 있더라고?”
남궁천이 힐끗 마장강을 돌아봤다.
그가 슬쩍 고개를 숙이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윤공과 자학상입니다.”
“그들이 누구인가?”
남궁천이 묻자 이번에는 구무악이 앞으로 한 발 나서며 입을 열었다.
“윤공은 만후량의 오른팔과도 같은 자입니다. 실제로 만후량의 실종 이후 만금상단을 움직이고 있던 자 중 한 명이기도 합니다. 자학상은 만금상단에서도 숨은 힘이라 불린다 합니다.”
“오호……. 그것참, 대단하구나.”
남궁천이 흥미 어린 시선을 보냈다.
만금상단의 숨겨진 힘이야 오래전부터 이야기가 나왔었다. 많은 문파들이 만금상단을 집어삼키려 하였지만 실패한 이유 또한 그러한 숨은 힘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그런 힘 중 하나를 보다니.
운이 좋았다.
“그래서 우린 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 가서 죽여?”
사도학이 슬쩍 검을 들어 올렸다.
그러나 제갈운은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해서는 재미가 없지 않은가.
“철저하게 부숴야겠지요.”
“그래서?”
사도학이 다소 고까운 표정으로 제갈운을 바라봤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봐야 무슨 도움이 되는가? 그냥 다서 다 쓸어버리면 되는 것을.
“저희는 역으로 그놈들을 붙잡을 겁니다. 깔끔하게 뒤탈 없이……. 하지만 만금상단에게는 최악의 외통수가 될 테지요.”
제갈운이 묘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