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334
만금객잔 안에 들어와 있는 윤공은 웃음을 지었다.
활활 타 이제는 잿더미가 되어 버린 금환객잔, 그리고 치명상을 입고 실려 나간 여인.
다소 예기치 않은 상황이 벌어지기는 했어도 목적이라 할 수 있는 홍원창마저 베어 버렸다.
아까운 수하 하나를 잃은 것이 영 내키지 않은 일이기는 했지만, 이 정도라면 충분히 놈들에게 경각심을 세워 준 것이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았다.”
윤공은 싸울 줄 아는 자다.
어떻게 싸워야 승리를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한번 몰아붙이는 그 순간, 더 강하게 압박을 해야 하는 법이다.
그것이 바로 싸움에서 승리하는 법이다.
“아무리 강하고 대단하다 한들 사람인 이상 틈이 있기 마련이다. 정면으로 부딪치지만 않는다면 깨부수는 것 따위는 어렵지 않은 법이지.”
호남단가를 뒤흔든다.
그들이 화가 머리끝까지 나게 함으로써,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첫 번째다.
그렇기에 아직 끝나지 않았다.
윤공은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돈과 권력.
만금상단이 가지고 있는 모든 것.
그런 것들을 이용한다면 얼마든지 부숴 놓을 수 있다.
힘이라는 것은 이렇게 쓰는 것이다.
* * *
“허허…… 이게 어찌 된 일인가…….”
남궁천은 한탄하며 하늘을 올려다봤다. 백호의 등에는 피를 흘리고 있는 홍원창과 혼절해 있는 단소미가 있었다.
급하게 두 사람의 상태를 살핀 남궁천은 사색이 된 얼굴로 숨을 죽였다.
단소미는 혼절한 것에 지나지 않지만, 홍원창은 치명상을 입은 탓에 당장 치료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그가 급하게 혈을 제압하여 지혈하고는 적무성을 바라봤다.
“자네! 어서 확인해 보게나!”
적무성이 다급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다가왔다.
의술에 나름 조예를 가지고 있는 적무성이기에, 남궁천은 초조한 시선을 보이면서도 내심 기대를 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리저리 홍원창을 살피고 있던 적무성이 그를 조심스레 안아 들고는 방으로 향했다.
“뜨거운 물과 적어 준 약재들이 필요해. 시간이 없으니 최대한 빨리!”
“알겠습니다!”
마장강이 고개를 숙였다.
물을 데우기 위해 급하게 불을 지피고, 약재를 사기 위해 당장 악양으로 뛰쳐나갔다. 적무성의 표정으로 보아 다급한 상황임이 틀림없었다.
“이것 참…… 어찌 된 일이야?”
그 모든 상황을 눈에 담으며 사도학이 인상을 썼다.
지금까지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나름 잘 헤쳐 나왔다고 생각했다. 또한 제갈운의 계획이 척척 들어맞고 있었으니 만큼, 자신들이 역공당할 것이란 생각 따위는 조금도 하지 않았다.
그 방심이 이런 결과를 불렀다.
“크윽…… 죄송합니다. 설마 이런 일을 벌일 줄이야…….”
제갈운이 이를 갈며 분노를 터트렸다.
완벽하게 몰아넣는 일만 남았다 생각했다.
살인을 저지른 자들이니 홍원창을 이용하여 그들을 궁지에 몰아넣고 단숨에 일망타진하는 것으로, 만금상단의 이름을 바닥까지 끌어내리려 했던 것이 제갈운의 계획이었다.
단순하지만 이만큼 효과적인 방법은 없다.
만금상단이 아무리 대단한 권력자들과 손을 잡고 있다 하여도, 홍원창이 가지고 있는 명성까지 무시하고 넘어갈 수는 없었을 테니까.
또한 궁지에 몰리면 쥐 또한 고양이를 문다고 하니, 제갈운은 한 발 옆으로 돌아서며 그들이 피해 나갈 수 있는 길마저 만들어 주었다.
오히려 그것이 독이 되어 버렸다.
자신의 실책이 여실히 드러나자 제갈운은 헛웃음을 지었다.
그때, 가까이서 느껴지는 기척에 남궁천과 사도학의 고개가 돌아갔다.
콰당-!
이윽고 느닷없이 대문이 부서지며 누군가 우르르 안으로 들어왔다.
하나같이 포졸 복장을 하고 있었는데, 그 면면들을 살펴보자 홍원창의 수하들은 아닌 것 같았다.
제갈운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이 무슨 짓이오?”
상대는 틀림없이 현령이다.
그러나 악양에는 홍원창이 있거늘, 어느 누구인데 감히 호남단가의 문을 박차고 들어올 수 있단 말인가?
그때 한 사람이 느긋하게 안으로 걸어 들어오며 주위를 바라봤다.
그 얼굴을 보는 순간, 제갈운은 인상을 썼다.
“좋은 집이로군.”
“금왕야…….”
호북을 다스리는 왕야.
금왕부의 절대자 주도겸이었다.
그는 근엄한 표정으로 한참 동안 주위를 둘러보다, 제갈운을 발견하였는지 피식 웃음을 지었다.
“오랜만이네, 제갈 가주. 이런 곳에서 자네를 볼 줄이야.”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하하하, 나야 뭐 잘 지내고 있네.”
주도겸은 제갈운에게 못마땅한 시선을 보냈다. 지난번 무림 대회에서 영친왕부에게 진 이유가 바로 호남단가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언젠가 한번 혼쭐을 내줄 생각으로 악양에 남아 상황을 살피고 있었는데, 때마침 윤공의 전언이 들어왔다.
한데 이런 곳에서 제갈운을 만나게 될 줄이야.
익히 알고 있었던 그 때문에 무림 대회가 망가졌다고 생각을 하니 괜스레 기분이 나빴다.
“하온데…… 금왕야께선 이곳에 어쩐 일로……?”
“하하, 내 못 올 곳에 왔는가? 이 땅은 황제 폐하의 것 아닌가, 이 친구야.”
한순간, 제갈운의 안색이 시퍼렇게 변했다.
그 말인즉, 이곳이 허락 없이 지어진 곳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말이나 진배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장원 말일세…… 도대체 어찌 지어진 것인가?”
“그…… 그것이…….”
제갈운이 침을 꿀꺽 삼켰다.
말을 잘 골라야 한다.
이미 호남단가에게 안 좋은 감정을 가지고 있는 금왕부이다 보니, 자칫 한마디가 엄청난 참사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있다.
제갈운이 인상을 쓰는 그 순간.
사도학이 앞으로 나섰다.
“어엉?”
그의 인상이 험악하게 구겨졌다.
왕부인지 황족인지 그러한 것 따위는 조금도 상관없다는 표정이었다. 수틀리면 이대로 머리통을 후려칠 것 같았다.
그 험악함에 주도겸이 움찔 몸을 떨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채채채챙-!
동시에, 사방에서 검과 창을 사도학에게 들이댔다.
“이놈! 무엄하구나! 뉘 앞이라고 그리 행동을 하느냐!”
쩌렁쩌렁 울리는 한마디에는 두려움이란 일체 없는 것 같았다. 자신의 주군에게 위협을 가하는 이를 향한 일갈이니, 공포나 두려움이 있어서는 안 되는 법이다.
사도학이 더욱 인상을 쓰는 그 순간, 앞으로 나선 남궁천이 그를 만류했다.
“그만하게나. 지금 이 자리에서 어찌할 수 있는 게 아닐세.”
“쳇…….”
남궁천의 말에 사도학이 혀를 차며 물러섰다.
마음만 먹는다면 죽이는 것 정도는 일도 아닐 테지만, 그렇게 된다면 어른들은 모르나 단소미의 앞날에 심각한 지장을 초래한다.
그것만큼은 결코 해서는 안 되는 일이다.
“자, 그래서 우리가 어찌하면 되는겠는가?”
남궁천의 질문에 금왕야가 피식 웃음을 지었다.
제아무리 강한 고수라 한들 황족의 권력에는 당해 낼 수 없는 법이다.
* * *
한참 동안 걷고 있던 단우현이 우뚝 걸음을 멈췄다.
남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심상치 않아 인상을 찌푸렸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한참 동안 지그시 눈을 감고 있었던 그를 제갈연이 인상을 찌푸리며 바라봤다.
“무슨 일이에요?”
“아니…….”
“네네, 아무것도 아니겠죠.”
무엇을 물어본다 한들 나오는 대답은 언제나 한결같다. 답해 주기 귀찮으면 아무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받아넘기니 제갈연은 그 대답을 굳이 들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제갈연이 어깨를 으쓱하며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 나갔다.
이제 융중산까지 얼마 남지 않았다.
거기에 녹림이 아직도 머무르고 있을지 의문이 들기는 했지만, 무당산의 일까지 하루속히 해결하고 싶은 제갈연에게는 시간을 지체할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단우현은 걸음을 멈춘 채 한동안 남쪽을 바라봤다. 지그시 응시하는 시선에는 어딘지 모르게 복잡한 심경마저 서려 있었다.
“주군, 괜찮으신 겁니까?”
“…….”
권무진의 질문에도 쉽사리 대답을 하지 않았다.
무언가 망설이거나 혹은 갈등하는 듯한 표정이다. 남쪽은 호남이 있는 방향이니, 혹여 그곳에서 무슨 일이 생긴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 역시 들었다.
그러나 이윽고 단우현이 고개를 돌렸다.
“아니다. 한 번쯤은 겪어 봐도 나쁘지 않을 테니…….”
“예?”
“하하, 그런 것이 있다.”
선문답을 하자는 것도 아니고 권무진은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제갈연의 마음을 조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묻는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이 돌아오지 않으니 괜스레 화가 났다.
하지만 그 불만을 표출하기에는 상대가 너무 무서웠다. 제갈연 정도로 간덩이가 붓지 않았다면 할 수 없는 일이다.
“이제 조금만 더 가면 융중산입니다.”
“그렇구나.”
단우현이 주변을 둘러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멀지 않은 곳에 융중산이 보였다.
한데, 비가 오려는지 짙은 먹구름이 깔려 있어 썩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다.
단우현과 권무진은 얼마 남지 않은 융중산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처음과는 다르게 걸음이 느려지고 있었기에, 앞서가고 있던 제갈연은 영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으로 두 사람을 쏘아봤다.
“빨리 와요!”
앞서 간 제갈연이 손을 흔들며 기다리고 있었다. 재촉하는 그 모습이 제법 귀여웠던 것인지 권무진이 피식 웃음을 흘려 버렸다.
“어린아이 같습니다.”
“그렇군…….”
약하게 들려오는 목소리에 권무진이 지그시 단우현을 바라봤다. 지금까지 이러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기에, 괜스레 느낌이 좋지 않았다.
“혹, 걱정되십니까?”
“걱정이라…… 그렇군…… 이런 것이 걱정이로구나.”
마치 새로운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단우현이 눈을 반짝였다.
이제까지 단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었기에, 본인 또한 그 심정을 뭐라 설명할지 모르는 듯 보였다.
권무진이 주르륵 식은땀을 흘렸다.
결국 걱정되는 일이 있는 것이다.
“하하, 신경 쓰지 마라. 그저 남쪽에서 부는 바람이 다소 좋지 않기 때문이었으니.”
“남쪽이라면…… 역시…….”
“흐음…….”
단우현이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더 이상 부정을 해 봐도 소용이 없으며 또한 무엇을 한다 한들 변하는 것이 있을 리 없다.
그저 빠르게 이 일을 해결하고 돌아가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사아아악-!
그때, 또 다시 바람이 불어왔다.
이번에는 동쪽에서 흐르는 바람이 잠시 머물다 사라졌다. 단우현이 또다시 우뚝 걸음을 멈추었고, 이내 인상을 찌푸렸다.
시선은 융중산으로 가 있었으나 곧 서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발길을 돌려야겠구나.”
“예?”
권무진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다시 호남으로 돌아가자는 말인가? 아직 녹림도들에게 아무것도 되찾지 못하였는데?
“먼저 가고 있어라.”
뜻 모를 말을 남긴 단우현이 신기루처럼 사라졌다.
“어?”
“응?!”
눈앞에서 갑자기 사라진 단우현의 모습에 권무진과 제갈연이 입을 쩍 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