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338
“우웩!”
“윽!”
남궁소혜와 장삼태는 눈앞에 벌어진 참상을 바라보며 할 말을 잃었다.
본래 사람이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만큼 처참하게 짓뭉개진 탓에,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토악질이 터져 나왔다.
여전히 폭풍우가 휩쓸고 있는 그곳에 남은 것이라곤, 사람과 말의 형상이었던 육편과 주인을 잃은 투구 정도였다.
단우현의 심기가 얼마나 불편했는지, 죽은 이들 대부분이 반항 한번 제대로 해 보지 못했다.
그러나 정작 이런 참상을 만들어 낸 단우현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다. 칼을 갈무리하고 어느새 단소미를 등에 업었다.
혈을 짚어 놓은 상태인지라 잠에서 깨지 않는 단소미를 가만히 내려다보며 자애로운 시선을 보냈다.
오싹-!
남궁소혜는 그 광경을 바라보며 오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눈앞에서 사람을 이리도 처참하게 찢어 죽여 놓고, 저런 해맑은 웃음을 지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저…… 저기…….”
남궁소혜가 입을 열려 하였지만 장삼태가 그녀를 잡아끌었다. 웃고 있기는 하지만 단우현의 기분은 바닥을 기고 있다.
자칫 말실수라도 했다가는 결코 웃을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장삼태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를 깨달았는지, 남궁소혜 또한 급하게 입을 다물었다.
하긴, 제일 말이 많은 장삼태가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 것만 보아도 단우현의 기분이 좋지 않음을 깨달았어야 했다.
“누구냐, 이것들은?”
“귀…… 귀영이라 합니다…… 마, 만금상단의 수족들 같습니다.”
장삼태가 서둘러 대답했다.
단순히 묻는 말에 지나지 않건만 온몸이 바늘에 찔리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만큼 단우현의 살기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한숨을 내쉰 단우현이 고개를 돌렸다.
“어째서 이 아이가 나와 있는 것이냐? 이런 폭퐁우 속에…….”
“저, 저희도 잘…….”
호남단가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전혀 알지 못하는 장삼태와 남궁소혜였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을 벌이다 이들을 발견했고, 뒤따라 온 것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우현이 눈을 가늘게 뜨며 두 사람을 바라봤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는뎁쇼…….”
“모르겠어요…….”
“…….”
단우현이 할 말을 잃은 표정이었다.
분명 무슨 일이 생긴 것 같기는 한데, 그것을 전혀 알 지 못하고 있으니 당혹스럽기 짝이 없었다.
장삼태는 원래 다른 것에 신경을 잘 쓰지 않는 녀석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지만 남궁소혜는 아니다.
제갈연만큼은 아니더라도 나름 총명한 여인이라 생각을 하였기에, 그의 당혹스러움은 더 컸다.
“일단 돌아가도록 하지.”
“예…….”
“아, 알겠습니다요.”
* * *
“히익?!”
“헉!”
“워메…….”
호남단가로 돌아온 단우현이 장원에 들어섰을 때는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폭풍우가 멎고 하늘은 잔잔해졌다.
그러나 곳곳에서 신음이 들려왔다.
제갈운을 비롯하여 남궁천과 사도학 심지어 적무성과 마장강까지.
단우현을 보는 순간, 마치 무언가를 숨기는 것처럼 시선을 돌리고 식은땀을 흘렸다.
그 연유를 알 지 못하는 단우현이 인상을 썼다.
이윽고 등에 업혀 있는 단소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매향은 어디갔나?”
“그…… 글쎄, 잠시 산책간 거 아닌가 모르겠네.”
단우현의 한마디를 듣는 순간 사도학은 아직 저 녀석이 이곳에서 벌어진 일들을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아챘다.
이제 막 장원을 되찾고 청소를 하고 있었던 탓에, 다소 소란스럽기는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단우현이 보기에는 그저 평소와 같은 광경일 것이다.
아니, 그래야만 했다.
“아이고, 일은 안 하고 도대체 뭐 하고 돌아다니는 거야?”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챈 장삼태가 입을 맞추며 슬그머니 손을 뻗었다.
단소미를 달라는 그 시선에, 단우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씻겨 놓고 잘 갈아입힌 채로 방에 재워 놓겠습니다.”
“……그래.”
장삼태가 서둘러 그 자리를 빠져나갔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사라져 가는 장삼태를 향했다.
‘혼자 빠져나갔군!’
‘도망쳤어…….’
여기저기에서 느껴지는 분노에 찬 시선에 장삼태는 보이지 않게 웃음을 흘렸다.
상황을 보아 분명 무슨 일이 벌어졌다. 그러니 이 시간에 단소미가 밖을 돌아다녔을 테고, 또한 단우현을 보는 순간 놀랐을 터였다.
그러나 장삼태는 전후 사정을 전혀 모르고 있으니, 괜히 엮이는 것보다는 빠르게 빠져나가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판단했다.
‘흐흐, 알아서 해결하시라고…….’
장삼태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장내를 벗어났다.
그사이, 단우현이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킁킁거리며 냄새도 맡아 보고, 손가락으로 바닥도 쓸어 보았다.
그러다 갑자기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모르는 자의 냄새가 나는구나.”
그 한마디에 모든 이들이 움찔 몸을 떨었다.
특히 남궁천과 사도학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네놈이 개냐? 어떻게 냄새만 맡고 알아?”
“본디 사람에게는 특유의 향이 나기 마련이지.”
“그걸 알아채는 사람이 있다는 게 더 신기하구먼…….”
주룩주룩 식은땀을 뽑아냈다.
애초에 냄새를 맡았다는 것도 웃기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단순히 냄새로 낯선 이가 있었다고, 단정 지을 수 있단 말인가?
사도학이 고개를 젓다가, 무언가 깨닫고 급하게 단우현을 쳐다봤다.
“그런데 너는 왜 여기 있는 거야?”
“그게 이상한 건가?”
“당연히 이상하지, 이놈아!”
남궁천도 고개를 갸웃했다.
녹림의 잔당들을 토벌하러 간다고 떠난 지 상당 시간이 되었으나 아직 그곳에 도착할 시간은 되지 못했다.
또한, 설령 도착하였다 한들 이곳까지 돌아오는 시간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런데 어찌 이 자리에 있단 말인가?
심지어 함께 간 권무진과 제갈연은 보이지도 않았다.
“연이와 무진이는 함께 온 것 아닌가?”
“……아직 가고 있을 거다.”
“응?”
남궁천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어디를 가고 있다는 말인가?
가만히 단우현의 얼굴을 바라보았는데, 그는 아무렇지 않게 궁금증을 해결해 주었다.
“융중산 말이다.”
남궁천과 사도학이 서로의 얼굴을 응시했다. 하면 그 두 사람만 먼저 융중산으로 보내고 단우현 혼자 되돌아왔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단우현 먼저 와 있는 것이 납득되었다.
“허허, 처음부터 그 둘을 보낼 작정이었다면 따라갈 필요도 없었던 것 아닌가?”
“조금 전까지 함께 있었다. 낌새가 이상해서 되돌아온 것이지.”
“뭐라!”
“쿨럭!”
너무 엄청난 말을 내뱉는 단우현을 바라보며 다들 할 말을 잃은 표정이었다.
시간을 따져 본다면 이미 호남을 벗어나 호북으로 가고 있었을 텐데, 조금 전까지 함께 있다가 혼자 내려왔다는 것이 어디 말이나 될 성싶은가?
하나같이 믿기지 않아 얼빠진 표정들이다.
그러나 다른 사람도 아닌 단우현이었다.
농으로라도 이런 말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
모두의 얼굴에 식은땀이 흘렀다.
“그건 그렇고…….”
단우현이 슬그머니 주위를 둘러보다 무언가를 발견하였는지 손을 뻗었다. 이윽고 그것을 붙잡고 들어 올리자 다들 안색이 시퍼렇게 변했다.
“이건 무엇이냐?”
단우현이 손에 쥔 것은 누군가의 호패였다. 금왕야를 호위하던 자의 물건인지 이름조차 모르는 이였다.
그것을 가만 바라보며 웃고 있던 단우현은, 대답이 들려오지 않자 천천히 입을 열었다.
“최소 스무 명이다…… 이 장원에 머물렀던 모르는 인간들이…… 누구더냐?”
“아니, 그것이 말이네.”
흐르는 땀이 멈추지 않았다.
어젯밤부터 미친 듯이 쏟아진 폭풍우 탓에 사람의 발자국 따위 남아 있을 리 만무하거늘, 단우현은 미세한 흔적까지 놓치지 않고 발견해 냈다.
“말해 봐라.”
어느새 툇마루에 앉은 그가 날카롭게 눈을 빛냈다. 숨길 수 있는 것은 없다.
마치 그렇게 엄포를 놓듯 시퍼렇게 날이 선 눈빛을 보냈다.
“하하하, 그거야 당연히 단 가주님을 위해서 이 제갈운이 기지를 발휘했기 때문에 생긴 흔적 아니겠습니까?”
그때, 제갈운이 까랑까랑한 웃음을 터트리며 슬그머니 단우현의 곁에 붙었다.
그 행동이 얍삽해 보였기에 진즉 사라진 장삼태가 떠오른 것은 결코 착각이 아닐 것이다.
이윽고 제갈운이 품에서 한가득 전표를 꺼내 단우현 옆에 두었다.
“이것은?”
“크큼! 만금상단 쪽 뒤처리를 하면서 번 것입니다. 액수가 제법 많으니 확인해 보십시오.”
단우현이 의심스런 표정으로 제갈운을 바라봤다. 그러나 돈이 눈앞에 있기 때문인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전표를 확인했다.
잠시 돈을 세더니 자연스럽게 그것을 품에 넣는 단우현.
“잘했다.”
“하하, 이게 다 단 가주님 덕 아니겠습니까? 천하의 만금상단을 엿 먹이고 돈도 벌고. 호남단가는 참으로 얻은 것이 많습니다.”
제갈운은 어떻게 해서든 이 장원에 다른 이들이 묵고 있었다는 사실을 숨기려 했다.
또한 홍원창이나 호연지가 습격당한 일 또한 아직 이야기할 때가 아니었다.
단소미의 상태로 보아 좋지 않은 일이 벌어졌고, 그렇기에 단우현이 꽤 날이 서 있는 상태인 만큼, 조금이라도 진정을 시켜 놓은 상태에서 이야기를 진행해야 했다.
“그래, 그런데 말이다…… 금환객잔은 어쩌다 불탄 것이냐?”
“엑…….”
“오면서 보았다. 불탄 것 말이다.”
“…….”
어색하게 웃음을 짓고 있던 제갈운이 한순간 입을 닫았다.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지 도무지 머리가 돌아가지 않았다.
나름 책사의 직책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기이하게도 단우현의 앞에만 서면 머리가 굳어 버리는 듯했다.
그것을 바라보며 단우현이 좌중을 응시했다.
피식 웃음을 짓고는 입을 열었다.
“내가 한 번 맞춰 볼까? 꼼짝하지도 않는 만금객잔 탓에 기세등등하고 하고 있었는데, 놈들이 수작질을 부리기 시작했겠지. 처음에는 잘 회피한 것 같지만, 화가 난 녀석들이 우리 주변 사람들을 공격하기 시작했을 테고. 먼저 정보를 차단하기 위해서 하오문을, 금환객잔의 영향력을 무너뜨리기 위해 호연지를, 마지막으로 놈들은 관아의 권력을 두려워하니 홍원창까지 처리했겠지.”
그게 바로 금환객잔이 불탄 이유라며 혼자 중얼거리고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화가 난 것인지 아니면 이미 지나간 일이기에 아무렇지 않은 것인지 그 표정만 보곤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까지 몰아붙인 다음엔 뭘 했을까? 당연히 이 장원을 걸고넘어졌겠지.”
사납게 눈을 켜뜬 단우현은 당연하다는 듯 예측을 이어 갔다.
마치 처음부터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던 사람처럼 하나하나 정답을 맞추는 그의 모습에 모든 이들의 이마에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또한,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던 남궁소혜는 입을 쩍 벌렸다.
“그렇게 장원에서 쫓겨나고 안가에 숨어 반격을 시도하는 사이, 소미가 뛰쳐 나왔다…… 대략 이 정도인가?”
“…….”
단우현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동시에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이미 그쳤던 폭풍이 다시금 불어오는 것처럼 세차게 몰아치니, 그 기세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이들은 사지가 떨려왔다.
“머리 박아.”
그 힘에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머리를 땅에 박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