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339
방 안에 남아 있던 장삼태는 단소미를 돌보며 힐끗 창밖을 살폈다.
사도학을 비롯하여 남궁천과 적무성, 마장강까지 땅에 머리를 처박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무슨 잘못을 하였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단우현의 얼굴을 볼 때 상당히 화가 나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이는 필시 범상치 않은 일이리라.
“꼬시다. 흐흐흐.”
그러나 일은 일이고 마음은 마음이다.
본래라면 저기서 함께 머리를 박고 있어야 했던 장삼태였지만, 자신만 빼고 다른 사람들이 그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괜스레 우월감이 깃들었다.
어쩌면 머리를 박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다른 사람들이 이러한 기분으로 바라보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렇기에 단우현이 매일같이 머리를 박으라고 말을 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지!”
그때, 장삼태가 무슨 생각을 하였는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두리번거리며 방 안에서 무언가를 찾더니 그것을 손에 쥐었다.
그가 손에 쥔 것은 몽둥이였다.
“지들도 똑같이 당해 봐야 고통을 알지.”
장삼태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천천히 걸어 나갔다.
그가 머리를 박고 있으면 마장강이 몽둥이를 들고 곁에 선다.
조금이라도 자세가 흐트러지거나 혹은 편한 자세를 취한다면, 문답무용으로 몽둥이를 후려쳤다.
저 두꺼운 팔로 휘두르는 몽둥이에 한 대 맞는 순간, 저승 문턱을 건너는 기분이었다.
그 기분을 느끼게 해 줄 테다.
장삼태는 그런 생각으로 유유히 마당으로 향했다.
“장주님! 이 삼태가 곁을 지키겠습니다!”
당당하게 말을 하며 다가온 장삼태는 의기양양했다. 그렇게 자신을 괴롭히던 사도학은 물론이고 남궁천과 마장강을 때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기분이 좋은가?
생각하면 할수록 기분이 좋았다.
“…….”
입가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다가오는 장삼태. 무슨 이유에서인지 한 손에는 몽둥이마저 들고 있었다. 머리를 박고 있던 이들이 그것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저 망할 놈이!’
‘허허허…….’
‘미쳤나, 저게?’
마장강과 남궁천, 사도학이 장삼태의 심산을 단박에 깨닫고 인상을 썼다.
치솟는 울분을 가라앉히며 장삼태를 위협하려는 찰나.
“너도 박아라.”
“예?”
느닷없이 들려오는 소리에 장삼태는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단우현의 말을 믿지 못하겠는지, 손가락으로 얼굴을 가리키며 고개를 갸웃했다.
“저요?”
“그래.”
“에이, 장주님. 왜 이러십니까! 하하하, 그런 표정으로 놀리시면 안 됩니다. 진심이라고 생각합니다요.”
장삼태는 재미있는 농담을 들었다는 듯 단우현의 어깨를 툭툭 두들겼다. 모든 이들이 곁눈질로 그것을 지켜보며 경악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단우현의 어깨를 두들기다니?
간덩이가 그냥 붓다 못해 터지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단우현이 피식하고 웃었다.
이윽고 가볍게 손을 뻗자 장삼태가 들고 있던 몽둥이가 어느새 단우현의 손에 들렸다.
“어…… 어? 컥!”
빠각-!
머리통이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 * *
윤공과 자학상은 신음을 삼켰다.
무언가 일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이미 도착했어야 할 수하들이 아직도 연락이 없었으며, 평소 만금상단의 일이라면 얼마든지 발 벗고 나섰던 금왕부가 재빠르게 손을 뺐다.
“그들이 영친왕과 친분이 있다는 사실을 생각하지 못했구나.”
윤공은 그것을 생각하며 이를 갈았다.
기껏 영향력을 빼앗아 놓았는데, 이들이 다시 호남단가로 들어가는 순간부터, 많은 이들이 다시금 그곳에 기대기 시작했다.
제갈운이 만들어 놓았던 노점 거리 또한 하루아침에 활기를 되찾았고, 만금객잔은 또다시 손님이 줄어들었으며, 만금상단을 찾는 발길 또한 끊겼다.
그건 알게 모르게 소문이 나고 있는 탓이었다.
만금상단이 금환객잔에 불을 질렀으며, 호남단가를 없애 버리기 위해 금왕부를 이용했다는 소문이 말이다.
하여 만금상단을 바라보는 이들의 시선이 곱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악양은 누가 뭐래도 호남단가의 영향력이 가장 큰 곳이기 때문이다.
쾅!
윤공이 탁자를 내려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를 갈며 자학상을 쏘아보곤 언성을 높였다.
“도대체 어찌 된 일이냐! 왜 귀영들이 도착하지 않는 게야!”
“……확인해 보고 있습니다만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바득바득
윤공은 이를 갈았다.
이번 일에는 무조건 귀영들이 필요했다.
특히 그들을 호남단가의 사람들로 위장시켜 여러 가지 일들을 벌이려 하였는데, 그 계획이 한순간에 수포가 되어 버렸다.
단가의 영향력을 단숨에 없앨 수 있으며, 재기불능으로 만들 수 있는 결정적인 한 방을 시도조차 못한 것이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화가 나는 상황이지만, 그는 분을 억제했다.
쾅!
그때, 거칠게 문이 열리며 만금객잔의 객잔주가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시퍼렇게 질린 표정으로 윤공을 바라보며 덜덜 몸을 떨었다.
“큰일…… 큰일 났습니다!”
“무슨 일이냐!”
호남단가를 완벽하게 처리하지는 못하였으나, 그들이 함부로 움직일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 놓았으니, 적어도 반격당할 걱정은 없었다.
그런데 큰일일니?
“여…… 영친왕부의 군대가 객잔을 포위하고 있습니다!”
이윽고 들려오는 한 마디에 윤공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창문을 열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무수히 많은 병사들이 객잔 전체를 둘러싸고 있었다.
또한 그 안에는 익숙한 면면들이 있었는데, 한 사람은 금왕야였으며, 또 한 사람은 악양의 현령 홍원창이었다.
“만금상단의 윤공! 순순히 나와 오라를 받으라-!”
쩌렁쩌렁!
홍원창의 목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아직까지 몸이 낫지 않은 탓에 근엄함은 존재하지 않으나, 죄인을 붙잡겠다는 의지가 느껴질 정도로 강인한 기세를 뿜었다.
윤공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나 얼굴을 내민 이상 대답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하, 무슨 일이십니까?”
얼굴에는 여유가 넘쳐 났다.
그러나 잔떨림이 일어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영친왕이 직접 군대를 이끌고 찾아왔을 정도면, 결코 우습게 생각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금환객잔을 불태우고, 관리를 암살하려 하였으며, 녹림을 사주해 무고한 상단을 도적질하고, 그 녹림도마저 살인멸구한 네놈의 죄가 하늘에 닿았으니,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느냐!”
파르르-!
어찌 그 모든 사태를 알고 있는가?
윤공의 시선이 홍원창을 향했다. 녹림도들을 죽인 것은 틀림없이 자학상의 수하이니, 그가 그들의 행방을 알고 있다는 소리가 되는 셈이다.
‘설마……!’
그렇다면 이미 호남단가에서 그들을 붙잡았다는 말인가?
윤공은 믿을 수 없는 시선을 보냈다.
“뭣들 하느냐! 모조리 포박하거라!”
“예!”
뒤이어 영친왕의 불같은 노호가 들렸다.
감히 이 악양 땅에서 그런 패악질을 아무렇지 않게 행했다는 것이 몹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심지어 돈으로 금왕부까지 움직였으니, 주지약이 아니었다면 아무것도 모른 채 호남단가가 망하는 꼴을 지켜보았을 것 아닌가?
생각하면 할수록 울분이 치솟았다.
그렇게 군졸들이 만금객잔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끄아아악!”
괴성이 들렸다.
동시에 가슴에 창이 박힌 이가 문을 부수고 튕겨져 나왔다. 부들부들 몸을 떨다 이내 축 늘어지는 것이 숨통이 끊어진 것 같았다.
영친왕과 홍원창이 깜짝 놀랐다.
안을 들여다보니 점소이 복장을 하고 있던 이들이 창칼을 쥐고 있는 것이 보였다.
“네 이놈들!”
들려오는 영친왕의 고함에 윤공은 한숨을 쉬었다.
저들은 이미 모든 증거를 모아 놓았다.
다른 곳도 아니고 만금상단을 상대하는 일이니, 증거 하나 없이 이렇게 극단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에는…….
‘망할…….’
속으로 욕을 내뱉으며 창문에서 멀어졌다.
벽에 걸려 있는 칼을 쥐고는 눈을 번뜩였다.
“자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나.”
“괜찮겠습니까?”
“이대로 붙잡혀 봐야 고문만 당할 것이고…… 돌아가 봐야 만금상단의 피해만 줄 것인데…… 내 갈 곳이 어디에 있겠는가?”
이미 윤공은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처음 이곳에 내려왔을 때부터 일말의 불안감은 있었다.
느닷없이 떠오른 신흥세가, 그리고 무너진 만금상단의 힘.
그들이 헤쳐 온 일들을 하나하나 생각해 보았을 때, 절대 만만치 않은 상대라 생각했다.
‘단순히 힘 싸움에서 진 것이지.’
한숨을 내쉬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윤공, 그는 지략과 전략에선 지지 않았다.
무려 제갈운을 상대로도 말이다.
하지만 호남단가가 가지고 있는 힘에 패배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지닌 힘의 차원이 다르다면 어쩔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된 것이다.
만약, 귀영들이 제때 도착해 영친왕을 암살하여 금왕야가 여전히 만금상단을 지켜 주었다면?
만약, 호남단가를 처음부터 힘으로 눌러 버렸다면?
그런 여러 가지 생각들이 머릿속을 자극했다.
‘처음부터 이렇게 진행했으면 안 되었다.’
윤공은 그런 생각을 하며 피식 웃었다. 천천히 걸어 나가며 문을 열자 격렬한 싸움 소리가 그의 귀를 자극했다.
만금상단이 가지고 있는 모든 힘을 이용했다면 어쩌면 다른 상황이 벌어졌을지도 모른다.
금왕야뿐만이 아니라 황실까지 움직일 수 있는 것이 만금상단이 지닌 금력인 만큼, 결코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터였다.
하지만 후회는 언제나 늦는 법이다.
‘이런 어이없는 결과라니…….’
윤공은 천천히 아래로 내려가며 칼을 휘둘렀다.
서걱-!
다가오던 군졸의 목이 날아가고 피가 튀었다. 그러나 멈추지 않고 나아간 그는, 눈앞에 있는 모든 적들을 베어 버릴 기세였다.
서거거걱-!
윤공은 절대 약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군졸 따위에게 질 리가 없었다.
순식간에 두세 명을 베어 버린 그가 정면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영친왕을 비롯하여 시퍼렇게 안색이 떠 있는 금왕야가 보였다.
서걱-!
사방에서 날아드는 창대를 피해 내며 검을 뻗었다. 그 순간, 기이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돌렸다.
저벅저벅-
누군가 다가오고 있었다.
가면을 쓴 외팔이.
소문으로만 들었던 군자검이었다.
호남단가의 인물이었던가? 저도 모르게 입가에는 실소가 맺혔다. 그것은 결코 기분 나쁜 미소가 아닌 마치 인정받은 듯한 뿌듯한 얼굴이다.
“이 윤공 하나를 잡기 위해 몸소 군자검이 나서다니 영광이외다.”
“허허허, 그러한가?”
남궁천은 여유롭게 걸어갔다.
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한가운데서 그 어떤 이들에게도 방해 받지 않았다.
마치 그가 품고 있는 기운이 자연스럽게 다른 이들을 밀어내는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윤공이 마른침을 삼키는 순간.
남궁천이 천천히 검을 들어 올렸다.
“이런 식으로 끝나서 참 안타깝네. 오랜만에 재미있는 경험을 많이 했으니 말이야.”
“그것참…… 고맙소이다.”
서걱-!
어느 누구도 그 일검에는 반항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윤공의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휘둘러진 남궁천의 검은 그대로 윤공의 몸을 갈랐다.
쥐고 있는 검마저 두 동강이 나 버리니, 모든 이들이 경악성을 터트릴 만했다.
윤공 또한 결코 약하지 않은 고수였기에 더더욱.
그러나 남궁천은 그것을 바라보며 혀를 찼다.
“건드려서는 안 될 이를 건드렸어…… 만금상단에 곧 폭풍이 몰아치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