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342
“하면 그 아이들은 그곳에 버려 놓고 온 것인가?”
“버려 놓고 오다니…… 말이 좀 그렇군.”
남궁천의 말에 단우현이 인상을 찌푸렸다.
갔다 온다고 말을 한 것이지, 버린 것은 아니다. 지금쯤이면 어디선가 잘 버티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융중산은 갈 필요가 없었는데 말이야…….”
뒤늦게 녹림도들을 전부 죽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심지어 빼앗은 물품마저 불태웠다고 하니, 굳이 단우현이 나설 필요조차 없었던 일이었다.
“그렇다면 슬슬 돌아오겠구먼…….”
남궁천이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융중산에서 처참하게 폐허가 되어 버린 녹림의 산채를 발견하였을 테니, 굳이 그곳에 남아 있지 않고 되돌아올 것이다.
그렇다면 걱정할 것은 없다.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단우현이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마 무당으로 갔을 거다.”
“응? 무당? 그곳에는 무슨 이유로?”
“혈천이라는 놈들이 선진인지 뭔지를 잡아 무당산 앞에서 목을 베려 한다더군.”
“뭐야?!”
남궁천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선진이라 한다면 어린 시절부터 그와 함께 강호를 주유했던 자였다.
비록 많은 이들에게 밀린 탓에 소림이라는 이름을 빛내지는 못하였으나, 아직도 수많은 무림인이 그를 존경하고 따랐다.
검황이 없는 정도무림의 기둥과도 같은 존재가 아니던가?
그런 이의 목을 무당의 산문에서 베겠다는 것은, 정도의 뿌리를 통째로 뽑아내겠다는 말과 같았다.
남궁천이 손을 뻗었다.
방 안에 놓아두었던 검이 쏜살과도 같이 날아들었다.
그는 당장이라도 무당산을 향해 달려갈 것 같았다.
“그만둬라. 지금 달려 봐야 늦었을 테니.”
“그럼 어찌하란 말인가? 이대로 손을 놓고 있자고?”
남궁천이 단우현을 쏘아봤다.
당장이라도 그 멱살을 부여잡을 것만 같았다. 이는 남궁천의 화가 얼마나 큰지 보여 주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에 사도학이 귀를 파며 입을 열었다.
“선진 그놈도 무림인이다. 제 죽을 곳 정도는 스스로 찾겠지. 아직까지 죽지 않는 것으로 보아 뭔가 수가 있는 것인지도 모르고.”
“모르는 소리! 그 녀석은 누구에게 기댈 자가 아니네!”
“그럼 지금 네가 달려가서 뭐 하려고? 시신이라도 수습할래?”
호남에서 무당은 결코 가까운 거리라 할 수 없다.
짧게 잡아도 한 달은 가야 하며,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한다면 한 달 반 정도는 걸리는 거리였다. 장삼태라 하여도 고작해야 며칠 좁히는 것에 지나지 않는데, 남궁천이라 한들 다를까?
지금 가 봐야 무너진 무당과 선진의 썩어 빠진 시체만을 보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보지 않는 편이 나았다.
“그 아이들마저 죽을 것일세!”
남궁천의 말에 제갈운이 질끈 눈을 감았다.
선진을 붙잡을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이 되는 자들. 그런 이들이라 한다면, 아무리 발버둥 친다 한들 죽음을 피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단우현이 빠졌으니, 선진을 구한다는 것 역시 말이 되지 않는 상황.
그러나 단우현은 제법 태연했다.
그러든가 말든가 하는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슬슬 가 봐야겠군.”
“뭐? 진짜로?”
사도학이 깜작 놀라 단우현을 바라봤다.
여기저기 순식간에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하는 놈이니, 단숨에 호북에 가 있다 한들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제발…… 선진을 구해 주게나.”
그때, 남궁천이 중얼거렸다.
함께 갈 수 없다는 것은 안다. 아무리 검황이라 불리는 남궁천이라 하여도 단우현을 쫓는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맡겨야 한다.
남궁천은 어느새 단우현에게 다가가 그 손을 꼭 잡았다.
“마지막 남은 친우라네.”
“그런가?”
“그렇다네…….”
방노백의 죽음이 확실시된 것은 아니나, 아직까지 그 소문이 들려오지도 않고 찾아오지도 않는다. 설령 죽지 않았다 하여도 폐인이 되었을 가능성이 있으니만큼, 무슨 일이 있어도 선진만큼은 온전히 구해 내고 싶은 기분이었다.
곁에 있던 사도학이 혀를 찼다.
그는 이렇게 간절하게 구하고 싶은 이가 더이상 존재치 않았다.
그렇기에 남궁천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한편으론 부럽기도 하였다.
“되도록 살려 놓으마. 가능하다면 말이지.”
단우현이 등을 돌렸다.
그 정면에는 단소미가 불안한 시선으로 단우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떠나려 한다는 것을 눈치챈 것인지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이미 단우현이 부재 중일 때 상황이 얼마나 안 좋아지는지 뼈저리게 깨달았기 때문이다.
“가, 가세요?”
“그래, 잠시 나갔다 오마.”
“금방 돌아오세요?”
“물론이다. 집 잘 지키고 있어라.”
천천히 단소미에게 다가간 단우현이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 주었다. 그녀의 마음속에 있는 불안감 자체를 털어 버리려는 듯이, 한껏 웃음을 짓고 있는 표정은 몹시 인자했다.
순간, 단소미의 표정이 저도 모르게 풀어졌다.
자그마한 아이가 배시시 웃음을 지었다.
“그럼…… 다녀오세요!”
* * *
“흔적은 이쪽이네요.”
제갈연은 흐릿하게 보이는 흔적을 찾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동하는 이들의 기척을 찾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상당한 고수인지, 아니면 조심성이 좋은 것인지 좀처럼 찾을 수가 없었다.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 곳으로 움직이는 것 또한 이유이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제갈연을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누구인지도 모르는 이들의 흔적을 찾아야 하는 것이었다.
“도대체 이걸 어떻게 찾은 건가?”
“무공을 익힌 이들의 발자국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죠. 그러니까 아는 거예요. 이 정도는 상식 아닌가요?”
“상식이라니…….”
권무진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실제로 추적을 전문적으로 하는 이들이 아니라면, 이런 것을 알아챌 리가 없다. 그렇기에 제갈연이 더욱 대단하게 보였다.
“반하지 마세요.”
“한 번만 더 들으면 백 번이다. 나도 싫다니까?”
권무진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툴툴거렸다.
피식 웃고 있는 제갈연의 모습을 볼 때, 장난으로 내뱉은 말이라 생각은 되지만, 그것이 썩 마음에 들지만은 않은 상황이었다.
“제갈세가는 책략에 능한 곳이라 들었는데, 기관진법부터 시작해 추적술까지 못하는 게 없군.”
“추적술은 좋아서 배운 게 아니에요.”
“그럼 왜?”
그 한마디에 제갈연이 힐끗 권무진을 바라봤다.
이윽고 한껏 웃음을 짓더니 입을 열었다.
“사파의 어떤 분께서 굳이 하남까지 내려와 일을 벌인 적이 한 번 있었거든요. 그래서 그 사람 추적은 해야 하는데 할 줄을 모르니 개방에 가서 도움을 청했죠. 그때 배운 거예요.”
“그…… 그렇군…….”
권무진이 삐질삐질 식은땀을 흘리며 고개를 돌렸다.
무황성에 있었을 당시, 누군가 죄를 짓고 하남으로 도망을 친 적이 있었다. 마철권의 명령으로 권무진과 몇몇 수하들이 파견되었는데, 아마도 그때를 말하는 듯했다.
“아주 힘들었죠. 팔까지 다치고…….”
“그…… 그런 일이 있었군.”
제갈연이 싱글싱글 웃음을 지으며 소매를 걷었다. 흐릿하기는 하지만 검흔이 남아 있는 것이 보였다.
“봐봐요. 그 사람과 싸우다가 난 상처예요.”
“…….”
권무진은 식은땀을 흘렸다.
상흔으로 보아 틀림없이 권무진이 낸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사과를 할 생각은 없었다. 당시, 권무진은 일을 마치고 도주를 하는 상황이었고, 제갈연과 남궁소혜, 즉 봉황단은 그를 쫓고 있었다.
죽지 않은 것이 오히려 다행이라 여겨야 했다.
“그건 정사의 다…….”
“뭐, 아무래도 좋아요. 이미 지난 일인데요.”
‘그럼 말이나 하지 말든가!’
말을 툭 끊는 제갈연을 바라보며 권무진은 인상을 찌푸렸다. 할 말 못 할 말 다 해 놓고 이제 와 상관없다는 식으로 빠져나가는 그녀의 행태에 울컥 화가 치밀었다.
하지만 입에서 나오는 말은 달랐다.
“그, 그렇지, 이미 지난 일인데 어쩌겠나.”
“왜 그러세요? 식은땀이 많이 나시는데?”
“아, 아무것도 아니다.”
“정말요? 호호, 마치 뭔가 찔리는 사람 같아요.”
쿡쿡-
제갈연이 손가락으로 권무진의 가슴을 쿡쿡 찔렀다.
싱글싱글 웃고 있는 그 얼굴은 화를 내지도 못하게 만들었다. 오히려 부끄러움에 시뻘겋게 얼굴을 붉히며 저도 모르게 고개를 돌렸다.
‘부…… 불여시 같은 것.’
지난번 무림대회 당시, 마장강이 어이없이 제갈연에게 패배했던 것을 떠올렸다.
아마, 당시 마장강의 기분이 이러지는 않았을까 하는 추측을 해 보았다.
생각할수록 제갈연에게 넘어가는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았다.
“혹시 말이다.”
“네?”
“불여시라는 말 들어 본 적 있느냐?”
“아항-.”
제갈연이 자그마한 미소를 떠올렸다.
고소를 짓고 있는 것처럼 제법 매력적인 얼굴이다. 촉촉하게 젖은 표정으로 슬그머니 권무진에게 다가섰다. 그러고는 그 귀에 달콤하게 속삭였다.
“죽을래요?”
“…….”
할 말을 잃은 권무진이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다.
제갈연이라면 정말로 자신을 죽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탓이다. 하지만 그녀는 신경도 쓰지 않고, 후우 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이대로 따라가 봐요. 흔적을 보아 하루 이틀 정도 차이가 나는 것 같으니.”
“그럼 이미 늦은 것 아닌가?”
하루 이틀 차이라 말해도 무호를 만난 것은 벌써 수일 전이었고, 융중산에서 시간을 보내고 이제 와 뒤를 쫓고 있는 중이다.
어쩌면 흔적만 그러하고 그들은 이미 무당산에 도착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지는 않은 것 같아요.”
제갈연이 여기저기 주변을 살피며 무언가를 확인했다. 흔적 하나하나를 세밀하게 살피더니 힐끗 권무진을 올려다봤다.
“선진 대사가 잡혀가고 있다고는 했지만, 언제였는지 어디에서 잡혔는지조차 듣지 못했어요. 그러니까 제법 가까이 있었을 수도 있다는 말이죠.”
‘듣지 못했다고……? 그냥 버리고 간 탓에 듣지 못한 게 아니고?’
권무진은 그렇게 지적하고 싶었지만 꾹 집어삼켰다.
“그래도 지체하고 있을 시간은 없는 것 같지만요.”
제갈연이 어깨를 으쓱하며 시선을 돌렸다.
흔적으로 보아 거리도 상당하지만, 선진의 안위가 걱정이 되었다.
“일단 쫓죠. 망설이고 있을 때가 아니니까요.”
“그렇군. 그런데…… 주군은 어찌하지?”
“우릴 버렸으니 이제 우리가 버려 주죠!”
제갈연이 인상을 찌푸리며 중얼거렸다.
어떤 일이 있어도 싱글벙글 웃고 있기만 하는 여인이었는데, 단우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험악하게 찌푸리며 내키지 않은 표정마저 지었다.
그것을 바라보며 권무진이 어색하게 웃음을 지었다.
‘당돌한 불여시도 주군께는 어찌하지 못하는군.’
하긴, 그 어떤 이가 감히 단우현에게 뭐라 할 수 있겠는가?
천하의 오황이라 불리는 이들조차 꼬리를 마는데.
그런 생각을 하다 권무진은 추욱 어깨를 떨궜다.
누구도 감당치 못할 정도로 대단한 이의 곁을 지키고 있음에도, 권무진 본인은 아무런 도움조차 주지 못하고 뒤를 제대로 따라가는 것조차 힘겨웠다.
‘더군다나 장삼태…… 그놈에게조차 밀리니…….’
권무진이 씁쓸한 웃음을 짓는 그 순간.
탁!
제갈연이 어깨를 두들겼다.
“어깨 처지는 생각은 집에서 하시고 지금은 앞만 보세요.”
느닷없이 들려오는 한마디가 그의 정신을 일깨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