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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콰다당-!
날아간 마독진의 몸이 몇 개의 나무를 부수고 땅에 처박혔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온몸이 산산조각 났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 숨통은 확실하게 붙어 있었다.
‘지…… 지금 내가 본 게 대체…….’
혼절해 있다가 조금 전 충돌을 느끼고 깨어난 권무진이 눈을 부릅떴다.
그의 시선은 우두커니 서 있는 단우현을 향해 있었다. 처음 마주 보았을 때부터 강할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자신을 장난감처럼 다룬 데다 마독진마저 날려 버리다니?
‘도대체 저자는 정체가 뭐지?’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것은 비단 권무진만이 아니었다. 남궁소혜도 온몸을 파르르 떨며 그 광경을 주시했다.
절정에 오른 고수들의 싸움은커녕 일방적인 폭력,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남궁소혜가 떨리는 시선으로 단우현을 바라봤다.
그는 쓰러진 마독진을 향해 움직였다.
“크으윽…….”
신음을 내뱉은 마독진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크게 휘청거리면서 몇 번이나 넘어질 것 같은 몸을 간신히 추슬렀다.
일어설 기력조차 없는 듯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있을 수 없다! 내가 힘으로 밀리다니!”
마독진은 도무지 이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상대가 강하다는 것은 인정했다.
세상엔 모래알만큼 많은 무림인들이 있으니, 자신보다 강한 이도 있는 게 당연했다.
때문에 경지가 정체되는 것 같을 때부터 그는 힘을 길렀다.
이 대도를 나뭇가지처럼 빠르게 휘두를 수 있는 힘을 기른 것이다.
한데, 지금 눈앞에 서 있는 이에겐 모든 것이 밀렸다.
힘, 파괴력, 그가 내세울 수 있는 자존심이 모조리 짓뭉개졌다.
주륵 이마에서 흐르는 피를 닦아 낼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단우현을 향해 다시금 대도를 치켜들었다.
“이건 불가능해! 말도 안 된단 말이다!”
“멍청한 놈.”
단우현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패기가 제법이기는 하나 패기 하나만으로는 넘을 수 없는 벽도 있는 법이다.
마독진이 무슨 짓을 한다 하여도 자신을 이길 수는 없었다.
그것이 현재 두 사람의 격차였다.
“대도는 묵직하게, 그리고 단조롭게 움직이는 법이지. 근력을 키워 쾌를 추구한 것은 제법 괜찮은 발상이었다만, 그만큼 대도의 장점을 죽이는 방법이었다. 빠름에 치중하여 공격에 모든 힘이 온전히 담기지 않으니…….”
단우현은 슬쩍 검을 들어 올리며 조소를 머금었다.
대도는 본디 쾌를 추구하는 무기가 아니라, 일격에 상대를 압살하는 것이다.
한데, 마독진은 쾌를 추구했다. 근력을 키워 대도를 자유자재로 다루었고, 그 빠름 속에 파괴력을 담았다.
하수들은 그 파상공세를 견디지 못하고 질 수밖에 없었다.
하나, 일정 수준에 오른 고수들이라면?
상황은 전혀 달라진다.
결국 그의 빠름은 검에 미치지 못하고, 파괴력은 일반적인 대도에 미치지 못하니 살짝만 정신을 차린다면 쉽게 이길 수 있다.
“뭐라고 지껄이는 것이냐, 이놈!”
그 순간, 자세를 잡은 단우현이 한 걸음을 내디뎠다.
사악-!
“……?!”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아니, 보이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그때, 어느새 눈앞에 다시 나타나 있었다.
깜짝 놀라 다급하게 대도를 들어 올리자, 마치 폭풍을 머금은 듯한 검날이 다가왔다.
콰아앙-!
지축을 울리는 거대한 굉음,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한 마독진의 몸이 허망하게 날아갔다.
무수히 많은 수풀과 나무를 부수고 날아간 그의 몸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단우현은 가볍게 검을 회수하곤 남궁소혜 앞에 던졌다. 처음 한 수가 부딪친 그 순간. 이미 싸움은 끝난 것이다.
“당신, 무공을 익혔나요?”
“못한다는 소리를 한 적은 없는데?”
덜덜 떨며 말하는 남궁소혜에게 단우현이 익살스럽게 대꾸했다.
가만 생각을 해 보니 그의 말이 맞았다.
지금까지 단우현은 단 한 번도 자신이 무공을 익히지 않았다는 말을 하지 않았으니까.
“설마 당신이 흑도회도?”
“괜히 쓸데없는 일에 관심 주지 마라. 세상에는 보고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해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윽…….”
단우현의 서슬 퍼런 눈빛 때문에 남궁소혜는 숨이 막힐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침을 삼켰다.
“그래도 운이 좋았구나. 그 자만심 가득한 검술을 가지고도 저자를 상대로 죽지 않았으니 이 또한 천운 아니겠느냐?”
“자만심…….”
처음 만났을 때에도 비슷한 말을 들었다.
남궁소혜는 지금까지 스스로 어떤 자만심조차 없다고 생각했으나, 단우현의 눈에는 그녀가 모르는 무언가가 보이는 것 같았다.
그것이 몹시 분했으나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어느새 단우현은 등을 돌려 사라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크윽……!”
수풀 사이에 널브러져 있던 권무진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마독진이 패했다. 그것도 너무나도 처참한 패배를 맞이하였다.
세상에 강자는 많다고 하나 어느 누가 마독진을 저리 만들 수 있단 말인가?
적어도 오황칠성십존(五皇七星十尊)은 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나이는 결코 적지 않았다.
그렇다면, 저 사내는 젊은 나이로 이미 그러한 경지에 올랐다는 말이었다.
생각을 하면 할수록 온몸이 마구 떨려왔다.
결코 적으로 돌려서는 안 되는 자.
그렇기에 더욱 두렵기 짝이 없는 자.
하여…….
‘나를 더욱 끌어올려 줄 수 있는 자!’
권무진은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나 단우현의 뒤를 쫓기 시작했다. 걷는 것조차 힘이 들 정도인데, 그럼에도 놓치지 않으려 애를 썼다.
앞서나가고 있는 단우현이 인상을 쓰며 멈춰 섰다.
“왜 따라오는 것이냐?”
“크윽…… 그대의 곁에 머물게 해 주시오.”
“싫다.”
단우현이 휘휘 손을 휘저었다.
그것은 한 차례 거대한 바람을 만들어 권무진의 몸을 날렸다. 강한 바람에 뒤로 밀려난 그가 땅을 뒹굴며 신음을 흘렸다.
고작 손짓에 사람을 날릴 정도의 힘이 실려 있다니?
‘어쩌면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대단한 고수!’
생각을 마친 권무진이 다시 움직였다. 이를 악물고 자리에서 일어나, 휘청이는 몸을 간신히 추스르며 단우현을 향해 걸었다.
여전히 우두커니 서 있는 그의 앞에 도착한 권무진이 털썩! 무릎이 부서질 정도로 거칠게 꿇어앉아 고개를 숙였다.
“이게 무슨 짓이냐?”
가늘게 눈을 뜬 단우현의 입에서 사나운 소리가 들렸다. 기분이 상했음을 드러내듯, 주변 공기마저 날카롭게 변했다.
그것들은 송곳처럼 권무진의 전신을 찔렀다.
찌릿찌릿-!
숨을 삼키는 것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막대한 힘이 느껴졌다.
앞에 서는 것도 힘들 정도로 무서운 힘이었다. 목소리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았으나, 그럼에도 권무진은 온 힘을 짜내어 입을 열었다.
“나를 데려가 주시오!”
“싫다고 하였다.”
단호하게 내뱉는 한마디에 권무진은 울컥했다.
이럴 것이라면 뭐하러 살려서 이곳까지 데려와 희망을 보여 주었단 말인가!
차라리 아무것도 보지 못하였더라면, 아무런 생각조차 하지 않고 그저 평소와 같이 마독진을 따랐을지도 모른다.
“받아주지 않을 것이면 차라리 나를 죽……!”
퍼걱-!
복부 깊숙한 곳에 쑤셔 박히는 감각은 필시 평범한 사람이라면 죽을 수밖에 없는 고통이었다.
“커어억……!”
권무진은 숨이 멎는 것 같은 감각에 이를 악물었다. 그러나 아무리 정신을 차리고 싶다 한들, 몸은 그에게 어떠한 도움조차 주지 않았다.
눈앞이 흐릿해지며 몸에 힘이 쭉 빠졌다.
‘빌어먹을……!’
털썩-!
한순간 의식이 끊기며 그대로 엎어졌다.
“흠…….”
그 모든 순간을 단우현은 눈에 담았다.
제법이기는 했다. 젊은 나이에 상당한 경지에 오른 것도 그렇지만, 눈에 맺혀 있는 한(恨)은 마치 과거의 자신을 보고 있는 것만 같았다.
위로 올라가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하려고 했던 그때를 떠올리게 만드는 눈빛이었다.
무인의 자긍심을 가진 것은 좋으나…….
‘위험하지.’
단우현은 안다.
저런 눈빛을 가진 자일수록 위험하다는 것을.
무조건 오르겠다는 의지를 가진 자는 결코 주변을 보지 않으니까.
물론 당장 그 정도 수준까지 간 것은 아니다.
다만,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뜻이지.
“마음을 다스리지 못한다면 얼마 가지 못할 테지.”
단순히 강함만을 추구해서는 아무것도 안 된다.
그것을 깨닫지 못한다면 이자는 결국, 욕망에 사로잡혀 걸어선 안 되는 길을 걷게 될 것이다. 이 정도 재능을 지녔으니 무림이 한바탕 뒤집어지는 것 또한 예상이 되었다.
차라리 죽여 놓을까?
단우현은 슬쩍 손을 들었다.
어쩌면 그것이 이자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닐까 싶었지만 이내 고개를 저으며 손을 물렸다.
죽이는 것 따위 일도 아니나, 확정된 일도 아닌데 괜한 목숨 하나를 빼앗는 짓 따윈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팔선이 아니다.’
선계에 올라 중원을 항상 둘러본다는 이들.
그들이 권무진을 보았다면 필시 중원을 위한다며 생명을 앗아 갔을 것이다.
그러나 단우현은 팔선이 아니었고, 그들과 같은 짓을 하고 싶지 않았다.
중원을 수호하고자 하는 마음도 없고, 누군가의 인생에 크게 개입하고 싶지 않았다.
그저 모든 일들은 흘러가는 대로 놓아두면 알아서 진행될 것이다.
그것이 단우현의 주위에서, 단우현에게 실질적으로 피해가 오는 형태가 아니라면, 그의 입장에선 아무래도 상관이 없었다.
단우현은 혼절해 있는 그를 내버려 두고 등을 돌렸다.
저벅저벅-
산길을 따라 내려가자, 많은 것들이 보였다.
여전히 몸을 떨고 있는 남궁소혜, 게거품을 물고 혼절해 있는 마독진과 권무진, 다른 쪽에 쓰러져 있는 마독진의 수하들, 그리고 호남오검의 시체.
‘마치 예전의 강호를 보는 것 같구나.’
단우현은 그런 생각을 하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