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351
“구해 줘서 고맙네.”
무당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
그곳에는 선진을 구하기 위해 몰려든 이들이 한데 모여 있었다. 무림맹의 사람들은 물론이며 천도회의 인물들까지.
심지어 그 안에는 단우현을 비롯하여 제갈연과 권무진까지 있었기에, 어찌 보면 무척 이상한 조합이었다.
하지만 선진은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았다.
깊게 고개를 숙인 그의 모습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대사를 구하는 것이 정도무림의 미래를 구하는 것이라 생각했을 뿐입니다. 고개를 숙이지 마십시오.”
팽도웅이 다가가 선진을 일으켰다.
비록 구파일방과 팔대세가는 서로 다른 길을 택했다.
하지만 현 상황은 정도무림의 위기였으며, 그렇기에 등을 돌렸다 하여도 모른 체하고 있을 때가 아님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또한 무림맹의 영향력이 과거만큼 크지 않은 상황이니, 팔대세가의 적수가 될 수 없어 조금 더 마음 편히 손을 내민 것일 수도 있다.
이 자리에 있는 이들의 머릿속에는 온갖 생각들과 득실이 머릿속에 들어 있었다.
그것을 깨달았는가?
제갈연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웃음을 지었다.
물론 다른 이들 또한 그러한 사실을 모르지 않는다. 그저 알면서도 쥐 죽은 듯 조용히, 지금 당장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입을 다물고 있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일이 수월해서 다행이었소. 대사를 붙잡은 그 두 고수가 느닷없이 사라지는 통에 말이지.”
당중악이 힐끗 단우현을 바라봤다.
격렬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을 당시 느껴졌던 거센 기세.
그것을 느끼기 무섭게 두 사내가 사라졌다.
종국에는 끝까지 돌아오지 않았으니 급한 일이 있었든가, 혹은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걸었든가, 둘 중 하나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 자리에 없었던 자.
자연스럽게 단우현에게 시선이 갔다.
그러나 단우현은 아무렇지 않게 그의 시선을 받아넘겼다.
“혹, 그 두 사내를 보았소?”
“누구를 말하는지 잘 모르겠군. 나는 그저 잠을 자고 있었는데…….”
“그런 엄중한 상황에서 잠을 잤단 말이오?”
“허! 어찌 저런…….”
몇몇 이들이 쯧쯧 혀를 차며 못마땅한 시선을 보냈다. 많은 이들이 죽고 쓰러졌다. 정파무림을 위기에서 구하고자 칼을 쥐고 목숨을 걸고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런 곳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잠을 잤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특히, 평소 호남단가를 눈엣가시로 생각했던 천도회 사람들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팔대세가라는 이름을 노리고 있는 중소 문파인들에게 있어, 호남단가는 그야말로 골칫덩어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 자리에는 알게 모르게 호남단가의 적이 많았다.
그러한 낌새를 알아차리지 못할 리가 없는 제갈연은, 불만 가득한 시선을 보내며 인상을 찌푸렸다.
‘단 가주님이 아니었다면 다 죽었다는 것도 모르고…….’
많은 이들이 죽었다.
이는 무림맹이나 천도회 역시 마찬가지다.
상대는 그만큼 강했으며 또한 이 자리에 있는 이들마저 압도하는 전력이었다. 그들이 고작해야 수하들이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실제 선진을 붙잡은 두 사람이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면 설령 싸움에서 승리를 했다 하여도 결코 무사치 못할 것이다.
무림맹 혹은 천도회 절반 이상 타격을 입었을 것이며, 이곳에 서 있는 가주들 중 몇 명 혹은 전부가 송장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러한 것을 알 리 없는 자들이 중얼거리는 소리는, 짜증이 날 정도로 듣고 싶지 않았다.
“아무래도 좋으니 이만 가도 되겠나?”
그때, 단우현이 중얼거렸다.
선진을 구하겠다는 목표는 이미 달성했다. 완전히 무탈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호남단가 입장에선 최선을 다하였고 결국 그들 손으로 선진을 구해 내었다.
이 정도면 해 줄 것은 전부 해 주었다.
단우현의 입장에선 더 시간을 끌고 싶은 생각이 없었다.
그에게 있어 이 모든 것들은 단순한 유희에 지나지 않았으니까.
“허허, 그래. 그대들에겐 죽어서도 갚지 못할 빚이 생겼네. 고맙네, 고마워. 내 바쁜 이들을 붙잡고 시간을 너무 할애한 것 같으이.”
선진이 기분 나쁜 기색 하나 없이 웃음을 지었다. 실제 눈앞에서 단우현의 힘을 보았기에, 저들이 아니었다면 결코 성공하지 못했다는 것 역시 알고 있다.
그러나 숨기려 하는 것을 굳이 드러낼 필요는 없다.
그래 봐야 득 되는 것은 없다.
“선진 대사뿐만 아니라 소림 역시 대협의 은공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소림승 한 명이 앞으로 나서며 고개를 숙였다.
이미 제갈연에게 무호에 대한 일을 들었기에, 그가 살아 있는 것도, 또한 그런 상황에서 서슴없이 무당으로 달려와 준 것도 소림의 입장에선 고마울 수밖에 없는 일이다.
단우현이 힐끗 그를 바라봤다.
한데 동시에 황보세가는 물론이고 남궁세가마저 포권을 취하며 고개를 숙였다.
이는 마치 이 모든 상황이 그의 덕이라 말하는 것처럼 그들의 행동은 조심스러웠고, 모든 공을 그에게 돌리는 것 같았다.
물론 그렇지 않은 자들도 있다.
느닷없이 벌어지는 소림과 남궁세가, 그리고 황보세가의 행동에 당황을 금치 못하면서도, 여기저기에서 인상을 찌푸리는 자들 또한 있었다.
“그렇군.”
단우현은 그것을 바라보며 웃으며 등을 돌렸다. 온갖 시선들이 오가고 있으나, 마치 그마저도 즐기듯 부드러운 웃음이었다.
그때, 선진의 자그마한 목소리가 흘러들었다.
“혹…… 나중에라도…… 한 번 정도는 힘이 되어 줄 수 있겠는가?”
“생각해 보지.”
툭 내뱉은 단우현이 걸어 그곳을 벗어났다. 동시에 제갈연과 권무진마저 빠져나가니 곳곳에서 탄식이 들려왔다.
특히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이들의 소곤거림이 끊임없이 울려 퍼졌다.
“가주!”
산을 내려가던 단우현을 붙잡는 소리가 들렸다. 우뚝 멈춰 서는 것을 보는 순간, 누군가 헐레벌떡 달려오고 있었다.
심신이 지친 탓인지 단우현의 앞에 서는 순간 숨을 헐떡이며 식은땀을 흘렸다.
“무슨 볼일이냐?”
단우현이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현 남궁세가의 가주이자 검황의 아들 남궁용이다.
“이번 일…… 정말 감사드립니다. 가주께서 나서지 않았다면 얼마만큼 사람들이 죽어 나갔을지…….”
“내 힘이 아니다. 너희들이 구하고자 하였고, 해내었으니 너희들의 공이지.”
“그 두 사람을 가주께서 처리해 주시지 않으셨다면 참사가 벌어졌을 테지요.”
“…….”
남궁용이 내뱉은 말에 단우현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남궁용은 그것을 바라보며 자기 생각에 확신했다. 느닷없이 사라졌던 그 두 사람을 죽인 것이 바로 단우현이라는 것을 말이다.
그 생각을 하니 저도 모르게 허탈한 웃음이 나왔다.
‘아버님이 곁에 있는 이유를 조금이나마 알 것 같군.’
남궁용은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며 다시금 말을 이었다. 사실 이 말을 전하기 위해서 급하게 뒤를 쫓아온 것이었다.
“앞으로 무림은 더욱 험해질 것 같습니다…… 여유가 되신다면 꼭 한 번 저희를 살펴 주셨으면 합니다.”
“그것은 내가 할 일이 아니다. 너희가 알아서 할 일이지.”
단박에 거절하는 말이었지만 남궁용은 어떤 대답이든 듣기만 하면 되었다.
자기 생각을 단우현에게 전달하였다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둔 것이다.
“그렇습니까?”
“그래.”
“하하, 그보다…… 그분께서는 잘 계십니까?”
“꼬장꼬장하게 잘 있다. 데려갈 테냐?”
“가자고 해도 갈 분이 아니시지요.”
남궁용이 씁쓸히 웃었다.
여전히 남궁천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기는 하였으나, 본인이 원하지 않는 이상 억지로 데려올 수 있는 이가 아니었다.
또한 곁에는 남궁소혜마저 붙어 있으니, 오히려 잘된 일이다.
소혜는 남궁세가의 귀중한 전력이자 앞으로 이 무림을 이끌어 갈 여인.
그 아이의 곁에 남궁천이 남아 모든 것을 가르쳐 준다면, 남궁세가로서 그보다 더 값진 일은 없을 것이다.
더군다나.
‘이 인간을 꾀면 더 좋고…….’
힐끗 남궁용이 단우현을 바라봤다.
인물 좋고 실력도 좋다.
돈도 많은 데다 거칠 것이 없는 성격. 애가 딸려 있다는 것이 좀 흠이기는 했지만, 듣기로는 친딸도 아니고 양녀라 하지 않던가?
그런 아이를 거두는 마음 씀씀이를 생각해 본다면, 결코 나쁜 이라 할 수 없으니 남궁소혜의 배필로는 충분하다 할 수 있었다.
또한 남궁세가의 입장에선 경사스러운 일이고.
남궁용이 그런 생각을 하며 ‘하하!’ 크게 웃음을 짓는 순간, 제갈연이 설레설레 고개를 저으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꿈은 꾸라고 있는 거죠.”
“커흠! 어찌 되었든 가주께 도움을 받은 것은 틀림없으니…… 무슨 일이 생기면 언제든지 말씀만 해 주십시오. 저희 남궁세가,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최우선으로 달려갈 것입니다.”
“고마운 말이로구나. 하지만 우리보다는 너희나 먼저 살펴라.”
“…….”
단우현의 한마디에 남궁용이 주르륵 식은땀을 흘렸다.
하긴, 호남단가에 무슨 일이 생긴다면 그것은 중원무림 전체가 뒤흔들릴 만한 큰일이리라.
단우현도 단우현이지만, 그곳에는 검황과 사도학이 있다.
천하 오황이라 불리는 이들 둘이 머물고 있고, 삼천에 버금간다 해도 과언이 아닌 단우현이 있으니, 단가에 일이 생기는 것은 곧 누구도 막을 수 없는 파도가 몰아친다는 것과 같은 이치다.
“조언…… 감사합니다.”
툭 내뱉은 단우현의 말에도 싫은 내색 하나 보이지 않고 고개를 숙이는 그 모습은, 다소 우습기까지 했으나 어느 누구도 뭐라 하지 못했다.
눈앞에 있는 단우현은 능히 존경받아 마땅한 존재이며, 그것은 설령 상대가 남궁세가라 해도 변하지 않는 진리였으므로.
그때, 남궁용이 힐끗 주위를 살폈다.
곳곳에서 여러 사람들의 기척이 느껴졌다. 누구라 할 것 없이 단우현을 감시하는 시선들. 호남단가의 이름이 커지면 커질수록 그들을 꺾어 부수려는 자들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그건 그렇고 조심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뭐가 말이냐?”
“최근 단가의 위상이 올라가면서 좋지 않은 시선들이 생겼습니다. 지금이야 조용하지만…… 오늘 일로 인하여 무슨 수작을 걸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남궁용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팔대세가라는 이름이 가진 무게감과 힘, 그리고 권력을.
그것을 손에 넣기 위해 많은 이들이 기를 쓰며 인생을 바치고, 또한 살인도 밥 먹듯 했다.
오늘 많은 이들이 직접 보았다.
호남단가가 선진을 구하는 데 막대한 공을 세운 것을 말이다.
그리고 남궁세가와 황보세가가 호남단가를 대하는 태도, 소림에서도 신뢰하는 듯했고, 구파일방이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팔대세가라는 이름을 노리고 있는 이들에게 있어 그리 좋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렇다면 어찌할까?
굴러 들어온 돌은 걷어차 낼 뿐이다.
설령 좋지 않은 수를 쓴다 하여도.
“신경 쓰지 않는다.”
“그럴 테지요.”
남궁용이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설령 어떤 식으로 걷어찬다 한들 흔들릴 호남단가가 아니다.
그곳은 이미 중원무림인들이 결코 건들 수 없는 성지와도 같은 곳.
그들을 향해 칼을 뽑는 순간.
남는 것은 오로지 그들의 피와 살점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괜한 말을 내뱉었다고 생각하는 남궁용이 또 한 번 어색한 표정을 짓는 그 순간.
단우현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다른 사람의 앞을 걱정하기보다는 당장 눈앞을 보는 게 어떻겠느냐?”
“예?”
뜻 모를 말에 남궁용이 휘둥그레 눈을 떴다.
그러나 단우현은 더 이상 대답을 하지 않고 등을 돌렸다. 이곳 주위로 불어오는 기이한 바람이 몹시도 불쾌한지 그의 표정이 조금 구겨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