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352
“…….”
“끄응…….”
호남단가를 향해 돌아가고 있음에도 제갈연과 권무진의 기분은 그리 좋지 못했다. 앞서가고 있는 단우현의 표정은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음이 가득했다.
제갈연은 그 이유를 몇 가지 추려 보았다.
하지만 생각할 필요도 없다.
‘아무것도 얻지 못했으니 그렇지.’
이 호북행에는 목적이 있었다.
하나는 녹림으로부터 빼앗긴 물품을 되찾는 것.
두 번째는 녹림이 가진 것을 모조리 빼앗아 오는 것.
천하의 녹림이다 보니 모아 둔 재물도 많을 것이다.
단우현의 목적은 거기에 있었는데, 어느새 녹림은 불타 사라졌고, 잃은 물건들도 되찾지 못했다.
게다가 수고스럽게 싸움에 끼어들게 되었는데, 거기에서도 얻은 것이라고는 은자 한 푼 없었으니 단우현의 심기가 불편할 만도 했다.
“그런 것이 아니다.”
“아무 말 안 했는데요?”
느닷없이 들려오는 말에 제갈연이 싱글벙글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표정에 드러난 본심을 읽은 것일 테지만, 입 밖으로 내뱉은 것이 없으니 잡아떼면 그만이다.
장삼태처럼 있는 것을 그대로 드러낼 제갈연이 아니다.
단우현이 인상을 썼다.
혀를 내미는 제갈연을 보고 있자니 괜스레 짜증이 난다는 표정이다. 그러나 더 말을 내뱉지 않고 길을 재촉했다.
“하온데, 주군. 선진을 붙잡았던 두 고수 말입니다.”
“그래.”
“정말로 어르신들과 동격이라 생각하십니까?”
권무진의 질문에 단우현은 흠하며 턱을 쓸었다. 다시 한번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 보더니 이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공력 면에서는 틀림없이 비슷할 거다. 하지만 그 두 사람과 비교하기에는 아직 멀었더군.”
“…….”
그 한마디에 권무진은 숨을 삼켰다.
단우현의 말은 결국, 내공 수위가 비슷하기는 하나 부족한 점도 많다는 뜻이다.
결국 오황에 버금가긴 했다는 셈이니,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만약 그런 이들이 더 있다면…… 중원 무림은 아주 큰 위기겠네요.”
제갈연이 절레절레 고개를 내저었다.
지금도 충분히 힘든 상황이었다.
무황성과 무림맹은 멸문했고, 그 자리에 혈천이 세워졌다.
그런데 정도 무림의 기둥이라 할 수 있는 선진 대사마저 상대할 수 없는 자들이 더 있다면 정도 무림엔 희망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심각한 표정으로 얼굴을 굳혔다.
“더 있을 거다.”
“예?”
“네?”
“더 강한 이들이 말이지.”
단우현의 생각은 지극히 단순했다.
정말로 영풍과 마철 정도의 실력자가 두 사람밖에 없었다면, 선진 하나를 붙잡기 위해 그들이 움직였을 리 없었다.
결국 그 두 사람과 비슷하거나 혹은 더 대단한 자들이 있다는 말과 같았다.
단우현이 동쪽을 바라봤다.
그가 바라보는 방향에는 하남이 있다.
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나 단우현의 눈에는 마치 혈천의 깃발이 휘날리는 커다란 전각이 보이는 것 같았다.
그는 잠시 고민에 잠겼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제갈연과 권무진이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혹 지금 당장 혈천을 부수기 위해 움직이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저 인간이라면 능히 해낼 것 같았기에 더더욱 그랬다.
하지만 이내 시선을 돌린 단우현이 남쪽을 바라봤다.
호남단가가 있는 곳.
그곳을 한참 동안 응시하던 그가 고개를 저었다.
“어…… 어서 돌아가죠!”
“그…… 그렇습니다, 주군. 어서 가서 소미를 좀 돌봐야 할 것 같습니다.”
“…….”
불길한 마음 때문인지 제갈연과 권무진이 단우현을 재촉했다.
오황에 버금가는 고수들이 더 있을지도 모르는 지옥과도 같은 곳으로 향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었다.
* * *
호남단가.
그 안에서 장삼태가 백호와 대치하고 있었다.
백호는 도망치려는 장삼태를 지그시 노려보며 언제든지 붙잡을 수 있도록 경계했다.
슬그머니 오른쪽으로 움직이려 하면, 백호 또한 그쪽을 바라보며 발을 디디려 했다.
벌써 일각이나 계속된 이 의미 없는 싸움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것이란 말인가?
“아, 좀 비키라고!”
크르릉-!
장삼태의 어깨에는 사슴 한 마리가 짊어져 있었다. 물려 죽은 모양새로 보아, 사람이 잡은 것이 아닌 짐승이 잡은 것으로 보였다.
고로 백호가 먹기 위해 잡아 온 것이 분명해 보였는데, 그것을 입에 넣지 않고 호남단가로 가지고 온 것이 실수였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 마땅한 저녁거리가 없었는데, 때마침 백호가 찬거리를 가지고 오니, 장삼태의 입장에선 만세를 부를 만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백호는 그게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기껏 사냥해 왔는데 다리 한쪽도 떼어 주지 않고 모조리 가져가는 장삼태 때문이었다.
“네가 이걸 먹으면 오늘 소미가 먹을 게 없다니까?”
크르릉-!
백호는 물러서지 않았다.
먹이를 내버려 두고 왜 사냥을 해 왔겠는가? 평소 장삼태가 주는 먹이가 시원찮기 때문이다. 사람이든 짐승이든 배가 불러야 무언가 살맛이 나는데, 지금까지 백호는 배부르게 먹은 적이 없었다.
단소미를 지키고 있는 통에 사냥을 나가지 못한 탓도 있었다.
그렇기에 이번만큼은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알았어! 알았다니까! 이거면 되지?”
결국 두 손을 든 장삼태가 슬쩍 뱃살을 잘라 내었고, 이내 백호 앞으로 고깃덩이를 던졌다. 툭 떨어진 그것은 고작해야 어른 손바닥 만 한 크기.
백호의 덩치를 생각한다면 간식거리도 되지 않을 양이었다.
짜증이 일었는지 백호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이번에는 조금 전보다 날카롭게 들려왔다.
전신을 오싹하게 만드는 그 소리에 깜짝 놀란 장삼태가 부리나케 몸을 날렸다.
쾅!
어느새 날아온 백호의 발톱이 장삼태가 서 있던 바닥을 후려쳤다.
깊게 파인 구덩이만 봐도 잘못 얻어맞는 순간 골로 갈 것이 분명했다.
장삼태가 주르륵 식은땀을 흘렸다.
“너 미쳤냐?!”
크르릉-!
백호가 사나운 시선으로 장삼태를 쏘아봤다.
예전 같았으면 피하지도 못할 공격인데, 이제는 여유롭게 도망치며 오히려 호통까지 치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화가 난 백호가 더욱 빠르게 달려들었다.
“이 미친 호랑이가-!”
장삼태가 소리를 내지르며 백호를 피해 폴짝폴짝 도망 다녔다.
반대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사도학은 혀를 찼다. 단우현이 있든 없든 간에 한시라도 조용할 날이 없는 곳이었다.
그리고 그 소란의 대부분은 장삼태가 원흉이었다.
사도학이 시끄럽다는 듯이 귀를 후벼 팠다.
“저놈은 어찌 된 녀석이 짐승하고도 싸우냐?”
사도학이 정녕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싸울 사람이 없어서 짐승과 투덕거리는 꼴이 영 보기 좋지 않았다.
“하하, 뭐 어떤가? 떠들썩하고 좋지 않은가?”
남궁천이 너털웃음을 지으며 그 광경을 바라봤다. 빠르게 경공을 펼치며 도망치는 장삼태의 몸놀림은, 어느새 백호와 백묘를 닮아 가고 있었다.
또한 은형보를 익힌 탓인지 흔적마저 거의 남지 않으니, 칼자루 하나를 쥐여 주면 웬만한 살수보다 낫지 않을까 싶었다.
이 호남단가 안에서 그만큼 빠르게 실력이 늘고 있는 이는 없을 것이다.
‘어쩌면 정말로 저 녀석이 무림을 이끌어 가게 될지도 모르겠구나.’
남궁천이 돼먹지도 않은 생각을 하며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그러한 일이 벌어지는 순간, 무림의 앞날이 참으로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쓸데없는 생각하지 마라. 상상만 해도 토악질이 나오려 하니.”
“허허허,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네.”
“네놈 얼굴만 봐도 알아.”
사도학이 질린다는 표정으로 장삼태를 바라봤다.
저런 녀석이 오황이 된다고 생각해 봐라. 그만큼 머리 아픈 일은 또 없을 것이다.
“아무래도 좋다만 이렇게 느긋하게 있어도 되겠는가?”
그때, 적무성이 다가오며 물었다.
종일 밖에서 일하고 온 탓인지 여기저기 흙먼지가 잔뜩 묻어 있었다. 그가 툭툭 옷을 털자 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남궁천과 사도학이 손을 휘젓자 가볍게 바람이 몰아치며 먼지를 다른 곳으로 날려 버렸다.
“먼지 날려, 이놈아! 뭐 하는 짓이야?”
“일하다 왔으니 당연한 것 아닌가! 그보다 정말로 이렇게 있어도 되겠냐고 묻고 있잖아!”
“그럼 뭐? 바둑이라도 둘까?”
사도학이 삐딱한 시선으로 적무성을 바라봤다.
그들이 요즘 하는 일이라고는 신선놀음뿐.
만금상단과 객잔이 범죄를 저지른 탓에 몰수되어 사라지고 윤공과 자학상이 죽었다.
또한 호남단가의 힘이 날이 갈수록 강해지고 있으니, 범죄율마저 상당히 줄었다.
굳이 가면을 쓰고 군자검 노릇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할 만한 것은, 하루를 빈둥빈둥 보내는 것 정도일 터.
그러나 적무성은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무황성과 무림맹이 무너졌으니 다음은 천도회나 마교일 테지. 새외 세력들에도 놈들이 슬슬 손을 뻗고 있다고 들었다.”
제갈운은 끊임없이 혈천의 동향을 살피고 있었다.
그 옆에 있으면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들어오기 마련이었다.
아무리 은거를 택했다고는 하지만, 자신이 몸담았던 세력의 친우와 동도들이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놓여 있었는데, 남궁천과 사도학은 태평했다.
적무성이 보기엔 이렇게 놀고 웃고 떠들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당장 움직여도 시원찮을 상황이었다.
적무성, 그가 품고 있는 복수를 위해서도.
“들었다네.”
“그럼 우리도 움직여야……!”
“이보게, 무성이……. 자네가 무황성을 빼앗겨 화가 난 것은 알고 있네. 나 또한 잃은 게 참 많으니 말일세.”
적무성이 인상을 쓰며 남궁천을 노려봤다.
내뱉고 싶은 말은 아직도 많았으나, 사실상 세 사람 중 가장 많은 것을 빼앗긴 것은 남궁천이었다.
그의 분노는 적무성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을 것이다.
그때, 남궁천이 툇마루 한편에 놓아두었던 검을 슬쩍 들어 올렸다.
철컥 소리와 함께 그의 기세가 흘렀다.
“생각 같아선 모조리 죽이고 싶지. 안 그렇겠나? 무인이란 본디 죽이고 쟁취하는 것에서 삶의 의미를 찾는 법이니까.”
“…….”
“흥.”
남궁천의 말은 절대 틀리지 않았다.
칼을 들고 대의를 논한다.
칼을 들고 의협을 논한다.
정협을 들먹이며 사마를 뿌리 뽑고자 검을 휘두르고, 복수하겠다며 명분을 세워도, 타인의 생명을 빼앗는다는 것은 틀림없다.
결국, 무인으로 살아가겠다 결심한 순간부터, 생명을 앗아 가는 것으로 삶이 시작되고 끝나는 법이다.
“늙었다지만 아직 칼을 들 수도 있네.”
언제든지 복수를 위해 칼을 들고 뛰쳐나갈 수 있다.
하지만, 남궁천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많은 이들의 얼굴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그것은 사도학 또한 마찬가지였으나 그는 아무런 말조차 하지 않고 그저 지켜봤다.
“그러니 지금 이 순간을 즐기게나. 언젠가 우리가 마지막으로 칼을 들 때를 위해서.”
남궁천의 눈빛이 천천히 가라앉았다.
치솟는 살심을 마음속에 품고, 절대 잊지 않는다.
하나, 그것을 드러내지도 않았다.
언젠가 때가 되면.
이 삶이 끝난다 하여도 반드시…… 모든 것을 갚아 주리라.
그런 의지가 강하게 느껴졌기에 적무성은 더 이상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