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354
“오…… 이곳이 호남단가라고?”
사내는 그곳을 두리번거리며 놀라움을 표했다.
단순히 세가라고 하기에는 그 넓이도 넓이지만, 만들어 낸 풍경 자체가 너무나도 대단하여 감탄을 금치 못할 지경이다.
곁에 있는 단소미가 자신 있게 어깨를 펴며 웃었다.
“멋지죠?”
“으하하! 정말 멋지구나. 어디 이런 곳이 또 있을까?”
구 척 장신의 사내.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그를 단소미는 어찌하여 이곳까지 데려온 것인가?
단순히 나쁜 사람이라 생각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지만, 자칫 큰 사달이 벌어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크르릉.
특히, 곁을 지키고 있는 백호와 백묘의 모습이 기이했다.
커다란 덩치를 지닌 백호가 숨을 죽인 채 계속해서 경계하고 있었다.
그러나 차마 달려들 용기는 없는 것인지 단소미의 등 뒤에 숨어 있는 것이 이상했다.
백묘 역시, 단소미의 품 안으로 파고 들어가 나오지 않았는데, 마치 저 사내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만 같았다.
“동정호 앞에 세운 장원이라…… 이만큼 운치 있고 뜻있는 집은 또 없을 것 같구나.”
사내는 그런 말을 하며 동정호를 바라봤다.
잔잔한 물결조차 일지 않는 곳.
무슨 일이 생긴다 하여도 이곳만큼은 고요할 것 같았다. 딱 그 사람을 위한 장소이기도 하였으며, 그 사람이기 때문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기도 했다.
그런 생각을 하며 등을 돌렸다.
“들어오세요!”
“하하하, 정말로 내가 들어가도 되겠느냐?”
사내의 질문에 단소미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 세상에 나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말을 믿고 있는 단소미의 입장에선 누구든 착한 사람이며 누구든 나쁘게 보지 않았다.
그것을 깨달으며 사내는 몹시 큰 흥미를 나타냈다.
또랑또랑한 시선으로 사내를 바라보며 손짓하는 단소미는 일말의 망설임도, 혹은 어두운 마음도 없는 것 같았다.
“그렇구나……. 그러니 그 인간이 거둔 것일지도 모르지. 천성인가 아니면…….”
사내가 뒷말을 집어삼키며 어이없이 웃음을 지었다.
그러고는 천천히 단소미가 있는 곳으로 다가가자, 그 자그마한 아이가 신음을 흘리며 커다란 대문을 열었다.
동시에 내부 풍경이 드러났다.
마치 무릉도원을 연상케 하는 모습.
커다란 소나무를 중심으로 만들어져 있는 네 개의 전각들, 넓은 마당 한쪽에 마련된 자그마한 연못, 그 주위에는 마치 산세를 고스란히 담아 놓은 것 같은 풍경.
이것이 바로 단우현이 만들어 낸 것이다.
또한, 연못에 세워진 정자에는 세 명의 노인들이 앉아 도란도란 담소를 나누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안으로 들어오고 있는 단소미를 바라보며 이내 휘둥그레 눈을 치켜떴는데, 그것은 우두커니 뒤에 서 있는 구 척 장신의 사내 탓이다.
“소미야…… 그분은 누구더냐?”
가장 먼저 자리에서 일어선 남궁천이 서둘러 단소미 앞으로 다가왔다. 심각하게 굳은 표정을 보인 채로 경계를 풀지 않고 사내를 노려봤다.
이는 사도학과 적무성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느새 그들은 당장이라도 한 수를 펼칠 수 있게 내공을 끌어 올렸다.
그런 이상한 기류 때문인가?
연무하고 있던 남궁소혜는 물론이고, 마장강까지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내며 사내를 둘러쌌다.
“이건 또 뭐야? 어디서 주워 왔냐?”
그때, 슥슥 마당을 쓸고 있었던 장삼태가 단소미 곁으로 다가오며 물었다. 이렇게 커다란 인간은 처음 본다는 듯 위로 고개를 치켜뜨며 한껏 인상을 썼다.
“뭐 하는 작자요?”
“으하하! 나 말인가?”
크게 웃음을 지은 사내가 장삼태를 휙 노려봤다. 한순간, 그의 눈동자가 검게 빛을 내며 모든 것을 집어삼킬 것 같은 어둠을 머금었다.
움찔!
천하의 장삼태가 놀라 기가 죽었다.
“그러는 자네는 뭐 하는 작자인가?”
“나…… 나요? 나는 호남단가의 종놈이오!”
“호오…… 종놈이라고?”
사내가 허리를 숙이며 장삼태를 내려다봤다. 이리저리 무언가를 확인하는 듯한 시선을 보이더니,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크게 웃음을 터트리며 그의 어깨를 두들겼다.
“으하하하! 재미있는 작자로구먼! 무슨 놈의 기운이 이리 생겨 먹었는가?”
“하?”
뜻 모를 말이기는 하지만 남궁천과 사도학, 그리고 적무성은 그것을 알아들었다. 장삼태의 몸에는 온갖 무공들이 뒤섞여 있다.
고유의 내공을 단우현이 손본 탓도 있었지만, 그 때문에 장삼태는 보통 무인들과는 다른 기운을 풍겼다.
그것을 단박에 알아본 듯했다.
“자네는…… 적인가?”
그때, 남궁천이 한 걸음 앞으로 움직이며 손을 뻗었다. 한쪽에 놓아두었던 검이 빠르게 날아왔다.
그 놀라운 광경은 어느 누가 본다 한들 눈을 치켜뜰 법하지만, 사내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마치 저러한 것들은 지극히 당연하다는 듯한 얼굴이다.
그때, 사내가 가볍게 움직였다.
그러자 멀뚱멀뚱 서 있던 단소미가 쓰러졌다.
혼절한 것인지 고른 숨을 내쉬며 잠을 자고 있었다.
“내가 누구인지 소개하기 전에…… 내가 그대들을 먼저 알아야 할 것 같네. 어디 한번 보자…… 그분과 함께 있을 자격이 되는 것들인지.”
* * *
어느새 악양에 도착한 단우현은 지친 이들을 바라보며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따라오는 것이 그리도 힘이 든 것인지, 두 사람 모두 거칠게 숨을 헐떡이며 주저앉았다.
“그…… 그만, 조…… 좀 천천히 가요…….”
제갈연이 시퍼렇게 죽은 표정으로 숨을 내뱉었다.
벌써 열흘을 넘게 무리한 여정을 계속했다. 밥을 먹을 때나 잠을 잘 때를 제외하곤 계속해서 걸으며 이동을 하였으니 보통 사람이라면 이미 쓰러졌을 것이다.
여기까지 버틴 것만으로도 용하다 할 수 있었다.
“끈기가 없구나.”
“누구라 해도 이렇게 움직이면 다들 지치기 마련이거든요? 당신은 사람이 아니에요.”
“하하, 그래 보이더냐?”
단우현이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그로선 그리 무리한 여정이라 할 수 없었다. 그저 단우현의 걸음이 다소 빨랐던 것이고, 그것을 쫓는 저들이 힘이 들 법은 했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요? 이렇게 빨리 갈 필요는 없잖아요. 느긋하게 걸으면서 산세 구경도 좀 하고…….”
“매일 보는 산세가 무슨 재미가 있겠느냐? 그저 바람이 뒤숭숭하여 좀 빨리 가 보려는 것이지.”
“그럼 그때처럼 휙 하고 혼자 사라지면 되잖아요!”
제갈연이 앙칼지게 언성을 높이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단우현이 먼저 가 버린다면 권무진이나 제갈연은 다소 느긋하게 움직이면 될 일이다.
돈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긴 하였지만, 이미 그런 생활에 익숙해져 버린 지 오래인지라 이제는 사냥하거나 나물을 뜯어먹는 것 따위는 하등 신경 쓰지 않는다.
하루 이틀 배를 곯는 것 정도야 대수롭지도 않았다.
그때, 쾅! 하는 울림이 먼 곳에서 들려왔다.
지나가는 사람들조차 그 미약한 소리를 느끼고 고개를 돌릴 정도였다. 고개를 돌린 세 사람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돌아갔고, 소리가 난 쪽에 무엇이 있는지 단박에 깨달았다.
“저곳은 지…… 어?”
“벌써 갔어요.”
제갈연이 어깨를 으쓱하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이럴 거면 진작 가든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자리에서 일어선 두 사람은, 호남단가를 향해 맹렬히 돌진해 나아갔다.
* * *
“끄억!”
“끄아아악!”
“이런, 이런…….”
사내는 쓰러지는 이들을 바라보며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나름 이 중원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는 강자들이라고는 하지만, 고작해야 십초지적도 되지 않은 채 널브러졌다.
특히 가장 심하게 당한 것은 사도학이다.
기이하게도 남궁천이나 적무성에게는 손속에 사정을 둔 것처럼 보였으나, 사도학에게만큼은 적당히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몰아쳤다.
옷이 찢어지고 온몸에 상처가 생겼다.
마황이라는 별호를 얻고 난 직후부터, 단우현을 제외한 누구에게도 이리 당해 본 적이 없었던 사도학의 입장에선 참으로 개 같은 일이었다.
“제길!”
“푸하하! 기세가 좋구나. 어디 다시 한번 와 보거라, 아가야.”
“누가 아가라는 거야!”
사도학을 어린아이처럼 가지고 노는 그 광경은 참으로 기이했다.
지켜보고 있는 장삼태나 남궁소혜, 그리고 마장강은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차마 칼을 쥘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바라만 보고 있었다.
이윽고 다시금 일어선 사도학이 전력으로 사내를 향해 일장을 쏘아 냈다.
마공의 극에 달한 자답게 그의 몸에서 내뿜어지는 기세는 단순히 웃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마치 모든 것을 어둠 속으로 집어삼킬 것 같은 느낌.
마황이라 이름 붙은 그 본연의 힘이 고스란히 튀어나왔다.
사도학의 등 뒤로 시꺼먼 마기가 치솟았고, 그 형태는 마치 사신을 보는 것 같은 착각에 빠져들었다.
모든 이들이 숨을 죽이는 그 순간.
“으하하하! 재미있구나!”
사내 또한 웃음을 지으며 기세를 뿜었다.
그의 몸에서 검은 기운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사도학과 같으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다른 느낌. 그러나 전신을 집어삼킨 검은 기운은 틀림없이 마기였다.
“마…… 마공?!”
“천마신공이 아니던가!”
적무성과 남궁천이 휘둥그레 눈을 치켜뜨며 소리쳤다.
천마신공을 펼치고 있는 것은 사도학.
그러나 사내 또한 같은 천마신공으로 응수하고 있었다.
교주가 아니라면 절대 전수되지 않는다고 하는 그것이었기에, 달려들고 있는 사도학마저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네…… 네놈은 대체!”
“으하하! 재밌어!”
사내는 사도학의 의문에 답해 주지 않았다.
그저 웃음을 지으며 이 상황을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뻗어 오는 사도학의 마기를 단박에 집어삼키는 순간, 마치 흡수되어 사내의 기운으로 화하는 것 같았다.
점점 더 사내의 힘이 세지며 사도학의 기세는 한낱 반딧불에 지나지 않았다.
사내의 힘이 사도학에게 닿으려 하는 그 순간.
모든 이들이 벌어질 참상에 질끈 눈을 감았다.
빠각-!
“꺽!”
쾅-!
그때,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사도학에게 온 힘을 퍼부을 것으로 생각했던 사내의 머리가 땅에 틀어박혔다.
커다란 구덩이가 파이고, 그곳에 틀어박힌 사내가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전신 경련을 일으키며 미동조차 없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응당 즉사했을 만한 한 수였다.
그리고 그곳에는 단우현이 우두커니 선 채 인상을 쓰고 있었다.
“다…… 단 가주가 아닌가.”
“네, 네놈 어찌…….”
놀란 사도학과 남궁천이 얼떨떨한 시선을 보냈다. 아직 호북에서 돌아오려면 며칠은 더 걸릴 것이라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느닷없이 나타나 내지른 한 수.
무공인지 아니면 단순히 후려갈긴 것인지는 몰라도, 사도학 이상 가는 고수를 단박에 제압하는 신의 한 수를 선보였다.
“칠칠치 못하기는…….”
단우현이 혀를 차며 주위를 둘러봤다.
그 시선이 서늘하여 저도 모르게 기가 죽었다. 특히 엉망진창으로 당한 사도학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이며 부르르 몸을 떨었다.
그러나 단우현은 더 이상 그들을 바라보지 않았다.
눈앞에 엎어진 자, 경련을 일으키며 떨고 있는 이를 툭 걷어찼다. 그러자 박혀 있던 머리가 어이없게 쑥 빠지더니, 피를 흘리며 엉망진창이 되어 버린 사내를 쏘아봤다.
“네놈은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없구나.”
“쿠…… 쿨럭…… 개같이 아프오…….”
“아프라고 때렸다.”
“사, 살살 좀 때리시지…….”
“일어나라. 죽고 싶지 않으면.”
단우현이 말을 내뱉는 순간, 사내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섰다. 공손하게 그의 앞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는 것 또한 마다하지 않았다.
우두커니 서 있던 단우현이 그런 사내를 향해 물었다.
“그래서, 죽은 놈이 여기는 무슨 일이냐?”
“하…… 하하…… 그, 그게 말입니다……?”
사내가 어색한 표정으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