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356
“으하하하!”
이른 아침 깨어난 단소미는 들려오는 소리에 저도 모르게 마당으로 향했다. 도대체 아침부터 무엇이 그리 기분이 좋아 이런 웃음을 터트리고 있는 것인지 의아함이 들었기 때문이다.
들려오는 웃음소리는 마치 천하를 다 얻은 이의 기쁨과도 같았으며, 또는 삶을 즐기는 이의 목소리와도 같았다.
듣는 것만으로도 절로 기분이 좋아졌다.
하지만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사람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소리는 계속해서 크게 들려오고 있었지만, 좀처럼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이런 아침부터 귀신이라도 나타난 것인가 하며 오들오들 떨고 있던 단소미가 한 걸음 물러서는 순간 무언가가 툭 하고 발에 걸렸다.
“하하하- 아이야, 아프구나.”
“…….”
단소미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발밑에는 어제 보았던 사내가 땅에 박혀 있었다. 누군가 땅을 파 사내를 집어넣고 머리만 내어놓게 만든 모양새다.
단소미가 저도 모르게 치맛자락을 움켜쥐었다.
“하하, 조숙하구나. 하지만 조금 더 큰 다음에 이 오라비를 꼬드기렴. 아직 너무 어리구나.”
머리만 덩그러니 마당에 놓여 있는 그 모습은, 누가 봐도 징그럽다는 말이 절로 나올 광경이었다. 하지만 사내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마치 이러한 상황마저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단소미가 포옥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는 잠시 하늘을 올려다봤다.
아직은 해가 쨍쨍하지 않아 사람이 묻혀 있다 한들 별 이상이 있을 것 같지 않았다.
힐끗 옆을 돌아보니 일찍 일어난 남궁소혜는 물론이고 제갈연과 마장강, 심지어 권무진마저도 이 사내를 신경 쓰지 않고 있었다.
마치 없는 사람 취급이다.
하지만 그들의 눈은 상당히 퀭한 모습이었는데, 이는 밤낮 가리지 않고 웃음보를 터트리는 사내의 목청 때문이었다.
단소미가 그 사내의 얼굴을 툭툭 건드렸다.
그마저도 재미있는지 웃음소리가 터졌다.
“하하하! 나와 놀고 싶으냐? 어디 한번 더 해 보거라!”
그 소리를 들은 단소미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이윽고 슬그머니 등을 돌리며 총총걸음으로 자신의 거처로 돌아갔다.
‘신경 쓰지 말아야지.’
쓸데없는 것에 신경을 쓰는 것은 괜한 정신력 낭비다.
단소미는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 * *
“아이고, 삭신이 쑤시는구나.”
하루 동안 묻혀 있었던 천무광은 자력으로 땅을 파고 올라오며 온몸을 두들겼다.
땅속에 묻힌 것도 묻힌 것이지만, 기실 어제 단우현에게 붙잡혀 얻어맞은 곳의 고통이 아직도 가시지 않았다.
여전히 사람의 주먹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것이다.
“후우, 살아 있는 게 용하기는 하군.”
옷을 툭툭 털어 내며 땅바닥에 주저앉았다.
걷어 낸 흙으로 파인 땅을 슬그머니 메우며 저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 이런 식으로 단우현의 화를 돋운 것이 얼마만이던가?
천 년이 조금 넘은 것 같았다.
오랜만에 느끼는 즐거움이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괜찮습니까요?”
그때, 느닷없이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사내는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돌렸다. 마치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을 진즉부터 알고 있었다는 듯이 자연스러운 몸놀림이었다.
“오? 그대는 이곳의 종놈이 아니던가?”
“예! 장삼태라 합니다요! 잘 부탁드립니다요!”
“나도 잘 부탁한다요! 하하하!”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사내가 박장대소하며 그의 말투를 따라 했다. 하나부터 열까지 그의 행동은 천하 오황조차 씹어 먹는 절대고수라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었다.
장삼태가 인상을 썼다.
‘미친놈인가?’
단순한 미친놈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 않고서 이 정신 상태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래도 강하니까…….’
장삼태는 머리를 굴리며 씩 웃음을 지었다.
상대가 미친놈이든 아니든 간에, 남궁천이나 사도학보다 강하다는 것은 확실하고, 그 단우현에게서 도망칠 수 있는 인간이라는 점이 중요했다.
“그런데 이름이 어찌 되십니까요? 듣질 못했는데 말입죠.”
“이 몸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이 중원을 수호하는 팔천선(八天仙)의 수장인! 삼광! 천무광 님이시다!”
장삼태가 뚫어지게 천무광을 바라봤다.
한껏 자세를 잡고 말을 하고 있는 그의 모습에는, 자부심이 철철 넘치다 못해 흘러내렸다. ‘내 대단함을 알아라!’라고 말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것을 바라보던 장삼태는 ‘그게 뭐야?’하고 영문을 알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웃했다.
무언가 대단한 이름이 나온 것 같기는 한데, 흥미가 없었으며 또한 지금까지 들어 본 적이 없었으니 알고 싶지도 않았다.
지금은 그저 무공을 가르쳐 줄 인간이냐 아니냐, 그것만 생각했다.
“그럼 거두절미하고 부탁드리겠습니다! 삼광 님! 이 삼태를 제자로 삼아 주십시오!”
“삼광이 아니다! 무광이다!”
“삼광이든 무광이든 어떻습니까? 어차피 이상한 이름인 건 똑같은데!”
“뭐라고!?”
천무광은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눈앞에 있는 이를 바라봤다. 거침없이 내뱉으면서도 겁없는 눈빛을 보내고 있다.
이놈은 천무광 본인이 누구인지 전혀 알지 못하는 것 같았으며, 그런데도 제자로 삼아 달라 말을 하고 있었다. 그것이 너무나도 재미있어 저도 모르게 고소를 지으며 물었다.
“……종놈 주제에 내 무공을 배우겠다고?”
“이 장삼태! 종놈이기는 하지만 삼광 님의 무공을 배울 만한 자격이 있습니다!”
뚜렷하게 들려오는 한마디에 천무광이 반응했다.
마치 재미있는 장난감을 발견한 것 같은 표정이었다.
“오냐, 그래, 삼태야! 네놈은 나의 무엇을 보고 반하여 제자로 들어오겠다 하는 것이냐?”
천무광은 흥분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 천하의 단 한 사람을 제외하면 어느 누구도 천무광의 무예를 따라잡을 수 없다. 이는 그의 재능과 힘, 오로지 무신을 잡기 위해 수없이 노력했던 결과물이다.
그것을 가르쳐 달라고 하는데 당연히 이유가 궁금했다.
장삼태가 퍼뜩 고개를 들어 천무광을 바라봤다.
진지하고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시선이다.
그는 어떠한 망설임도 없었으며 또한 갈등도 없어 보였다.
당연하다는 듯이 천무광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우리 장주님에게서 도망친 것에 감명받았습니다!”
그 한마디에 천무광이 숨을 멈췄다.
천하의 천무광의 무공을 뭐?
마교를 세우고 그 기틀을 마련하고 천마신공을 창안하였으며, 아직까지도 마교의 우상이며 천하 삼천이라는 이름으로 그 빌어먹을 땡중 녀석과 비견되는 자신의 무공을 지금 뭐라 했는가?
“……뭐?”
천무광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장삼태를 바라봤다.
아직까지도 정녕 이해가 되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러니까! 우리 장주님한테 걸리지 않고 도망치는 그 모습에 감명을 받았습니다요!”
“이런 미친놈을 보소……?”
어이가 없어 헛웃음과 함께 거친 말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천무광의 무공을 배우고 싶어 하는 이들은 아직도 널려 있다.
천무광의 비동이 발견되었다고 소문이라도 나는 날에는, 정사마는 물론이고 새외까지 나서며 찾아와 그 비급을 얻으려 피를 흘렸다.
그런 이를 앞에 두고 경공을 배우겠다?
더군다나 그 이유가 단우현에게서 도망치기 위해서라니?
천무광이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골이 아프다는 듯이 미간을 짚었다.
“너…… 내가 누구인지는 알아?”
“삼광 님이시지 않습니까!”
“…….”
삼광은 삼광인데 그게 보통 삼광은 아니다.
본래 삼광이라는 칭호는 천무광을 비롯하여 다른 두 명이 있기에 완성되는 말이지, 딱히 천무광을 가리키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장삼태는 마치 삼광이라는 것이 천무광을 말하며 그의 이름이라 여기고 있는 것 같았다.
결국, 천무광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았다는 말이 된다.
“가르쳐 주는 게 어떠냐?”
그때, 기척조차 느껴지지 않았는데 목소리가 들렸다. 힐끗 시선을 돌린 천무광의 눈에는 우두커니 한쪽에 앉아 웃음을 짓고 있는 단우현이 보였다.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입가에 머문 미소가 가시지 않았다.
“형님,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십니까?”
“너와 비슷한 녀석이니 제자로 키워도 괜찮지 않으냐? 그놈 밑에 그놈이라고 말이다.”
“욕입니까!?”
단우현이 피식 웃음을 짓자 천무광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가 알고 있는 단우현은 절대 저러한 말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
제자를 추천한다?
그런 우습지도 않은 짓을 할 바에야 조금이라도 더 칼을 휘두르는 것을 낙으로 살던 자였다.
하지만 지금 내뱉고 있는 말이 농 같지 않았다.
천무광이 인상을 쓰며 장삼태의 맥을 짚었다.
그의 마공이 슬그머니 퍼져 가자 장삼태가 인상을 썼다.
“이건……?”
“왜 그러십니까요?”
천무광은 당황을 금치 못했다.
무슨 놈의 인간이 이리도 잡다한 기운을 가지고 있는가? 정사마는 물론이고 새외의 기운까지 섞여 뒤죽박죽이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기맥이 터져도 벌써 터져 나갔을 것이다.
그럼에도 살아 있다?
그것은 아주 미약하기는 하나 장삼태의 몸에 흐르고 있는 천일조화공 덕분이었다.
“아니, 사람을 뭐 이리 만들어 놓으신 겁니까?”
천무광이 어이없는 시선으로 단우현을 바라봤다.
다른 사람도 아닌 단우현이다.
그의 곁에 있었으니 응당 이러한 결과가 나와서는 안 된다. 하나의 공력조차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놈이 다른 기운들마저 품고 있으니, 기실 장삼태의 남은 수명은 아무리 천일조화공으로 붙잡고 있다 한들 십 년이 넘지 않을 것이다.
“녀석의 목숨은 네게 맡기마.”
“엑?! 자…… 장주님,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요?”
느닷없이 들려오는 말에 장삼태가 휘둥그레 눈을 치켜뜨며 물었다. 단우현의 표정이나 천무광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심각한 일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목숨이라는 말까지 오가고 있으니 괜스레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때, 천무광이 미간을 부여잡았다.
“아이고, 이 병신아. 무슨 생각으로 잡스러운 무공들을 죄다 익힌 거냐?”
“아니, 알려 주니까 익힌 거지! 그게 무슨 상관이야?”
자신의 말에 대답조차 해 주지 않고 알 수 없는 소리만 해 대는 이를 보며 장삼태는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이런저런 무공을 익힌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장삼태 본인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러나 천무광은 대답을 하지 않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에는 다소 복잡한 심경이 스쳐 지나갔다.
그것을 바라보며 단우현이 입을 열었다.
“누구와 닮지 않았느냐?”
“시끄럽습니다.”
천무광은 인상을 찌푸렸다.
그래, 닮아도 너무 많이 닮아 짜증이 날 지경이다.
아주 오래전, 몸에 맞지도 않은 온갖 무공을 익히면 강해지겠다는 일념만으로 살아온 천무광 본인을 말이다.
단우현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마교는커녕 흑풍신마와 싸워 보지도 못한 채 시체가 되었을 자기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
“손은 이미 써 놨다. 남은 것은 네놈이 하기 마련이지. 살릴 것이냐, 죽일 것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에라이, 시벌…….”
단우현의 한마디에 천무광은 더욱 인상을 썼다.
말은 저리 해도 반드시 살려 내라는 뜻이었다. 본인이 직접하면 되는 것을 다른 사람의 손에 맡긴다는 것은 필시…….
‘키우려는 심산이로군.’
천무광의 시선이 장삼태를 향했다.
허둥지둥거리며 지금까지 내뱉은 이야기를 따라오지 못해 당황하는 모습이 보였다.
마치 과거의 자신을 보는 것 같아 더욱 짜증 나는 상황임에도 천무광은 어쩔 수 없다는 듯 허탈한 웃음과 함께 입을 열었다.
“이미 죽었다고 생각하고 해 봅시다. 뭐 그러다 진짜 죽으면 어쩔 수 없고…….”
간단하게 한 생명을 포기하는 천무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