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357
장삼태는 어딘지 모를 산중에 서 있었다.
사람의 기척이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그곳에서 사람의 흔적을 찾으라 한다면 그것은 한 사람이 살 수 있을 법한 허름한 천막 정도일까? 그 또한 허름하여 추운 겨울이 되면 바람이 몰아쳐 올 것 같은 곳이다.
언제나 그의 배를 채워 주던 음식들은 물론이고, 따스한 이불 하나 없어 보였으며 장삼태의 모든 것으로 생각해도 과언이 아닌 단소미 역시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를 괴롭히던 단우현이나 사도학, 혹은 적무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 정도였지만, 그런 것만으로 이 기분을 전부 형용할 수는 없었다.
장삼태가 멍한 시선으로 앞을 바라봤다.
고고하게 서 있는 사내.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우두커니 선 채 장삼태를 지켜보는 자.
삼광이라 불린다지?
이름이 삼광이었던가?
단우현의 지인이며 세 명의 오황을 동시에 상대할 만큼 강한 존재.
우두커니 서 있는 것만으로도 드러나는 그 존재감은, 마치 저 사람 하나만으로 천지를 뒤집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자가 슬그머니 주위를 거닐며 입을 열었다.
“강해지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아느냐?”
“…….”
장삼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저 어이없는 시선으로 사내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사내는 그러한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을 이어 나갔다. 마치 누군가를 가르치듯,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가르치며 우월감에 젖어 있는 사람의 표정이 드러났다.
“섬광(閃光)처럼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각력이며, 힘으로 능히 강철도 때려 부술 수 있는 주먹이니라.”
그 말을 듣고 장삼태의 눈썹이 들썩였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전혀 보이지는 않았으나, 아마도 내뱉고 있는 사내의 말이 얼토당토않게 느껴지는 것일 터다.
“물론 그만이 아니다. 죽음에 직면한다 해도 그것을 돌파해 낼 수 있는 강인한 정신력과 끈기다. 지금부터 네가 배울 것들은 바로 이러한 것이다.”
사내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장삼태를 바라봤다.
이 모든 것을 배우고 익혔을 때, 지금의 너와는 다른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라 확신하는 표정이 여실히 드러났다.
뿌듯함 혹은 반드시 그리 만들어 내겠다 하는 시선이다.
장삼태가 그것을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그가 가지고 있는 일생일대 최고의 웃음이다.
“좆 까쇼.”
툭 내뱉는 말에 사내의 표정이 구겨졌다.
그러나 그 역시 싱긋 웃음을 지으며 바닥에 떨어진 몽둥이 하나를 주워 들었다.
“안 돼, 저 새끼는 글렀어.”
“아니 시벌! 무슨 말 같은 소리를 해야 알아먹지! 주먹으로 강철을 그냥 치면 그게 부서져? 말이 됩니까요?”
호남단가로 돌아온 장삼태와 천무광은 마치 서로 경쟁을 하는 것처럼 중얼거리며 단우현을 괴롭혔다. 고작해야 반나절 수련을 하러 떠난 것이었는데, 무에 그리 할 말들이 많은 것인지.
단우현의 입에서 기나긴 한숨이 터졌다.
“알았으니 그만해라. 네놈들은 어찌 그리 닮았느냐.”
“이런 놈이랑 닮았다니요! 형님! 그건 모욕입니다!”
“하! 장주님! 차라리 욕을 하십쇼!”
장삼태와 천무광이 서로를 바라봤다.
시선이 마주침과 동시에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았다. 그만큼 서로에 대해 이를 갈고 있었다. 도대체 산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기에 이리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인가?
단우현의 입가에 한숨이 좀처럼 가시지 않았다.
“애초에 말입니다, 형님. 무공의 기초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놈한테 무얼 가르칠 수 있겠습니까? 형님이 그냥 버려 둔 것도 이해가 될 정도입니다.”
천무광은 인상을 찌푸렸다.
무릇 무공을 익히기 위해서는 그 기본적인 개념을 이해하고 있어야 함이다. 그런데 장삼태는 아무것도 모르는 데다 무엇 하나 알기 위해 노력조차 하지 않는다.
마치 될 대로 되라, 하는 식으로 내뱉으며 행동을 하니 천무광 딴에도 울화통이 터졌다.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씩씩거리니 장삼태 역시 할 말이 있다는 듯, 단우현에게 다가와 중얼거렸다.
“아니 장주님, 생각 좀 해 보십쇼. 내공이 무슨 애들 장난도 아니고 갑자기 늘리라고 하면 그게 됩니까요? 심지어 섬전같이 움직이고 강철을 때려 부수라니? 그게 사람입니까요?”
장삼태가 투덜투덜거리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천무광이 내뱉은 말 한마디 한마디는 장삼태에게 통용되지 않는 것들이다. 무인마다 그 고유의 색이 있고 고하가 나뉘는 법인데, 느닷없이 섬전처럼 움직이고 강철을 때려 부수라 하니 장삼태 입장에선 답답하기 그지 없었다.
“아니 내가 언제 당장 그렇게 하래? 그걸 배우라는 소리잖아!”
“인간적으로 그걸 배운다고 사람이 어찌 그리됩니까요?!”
“이 답답한 새끼 보소?”
“아오, 이 답답한 사람아! 내가 진짜 내 명에 못 살겠네!”
두 사람이 또다시 언성을 높이며 티격태격하기 시작했다. 자신의 의견이 절대적인 것처럼 한 치도 물러서지 않으니 언성은 더욱 높아지고 시끄러움은 배가 되어 퍼져 나갔다.
“…….”
“저 둘 말일세.”
어느새 다가온 남궁천이 어색하게 웃음을 지었다.
가만히 저 두 사람을 바라보며 느꼈던 것을 이야기하려는 것이었는지, 슬그머니 입을 떼려는 순간 단우현이 손을 뻗어 남궁천의 입을 막았다.
“무슨 말 하려는지 알 것 같으니 말하지 마라.”
“허허, 그래도 꽤 재미있는 자가 아닌가? 그 강함마저…… 말일세.”
남궁천이 뜸을 들이며 단우현을 바라봤다.
오황 셋을 상대로도 전혀 밀리지 않는 신위. 심지어 사도학과 같은 마기를 몸에 품고 있다는 점에서 떠오르는 이가 한 사람 있기는 했다.
하지만 좀처럼 믿을 수 없는 일이었으며, 설령 그것을 믿는다 하여도 말이 되지 않는 것이기도 했다.
‘하긴 더 말이 안 되는 이가 눈앞에 있다만…….’
무신(武神).
그야말로 전설이라 불리는 존재.
천 년 전 인간이라고는 도무지 믿을 수 없는 자가 눈앞에 있으니, 이미 죽은 삼천 또한 다시 나타난다 한들 이상한 일은 아니지 않은가?
이 중원은 예로부터 신기한 이야기들이 많이 내려왔으니, 남궁천은 확신을 가진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
다만 사도학만큼은 아무런 말없이 천무광을 바라보만 보고 있었다.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보다 그의 존재가 신경 쓰이는 자.
만약 남궁천의 생각이 정확하다면, 눈앞에 있는 이는 사도학이 결코 고개를 들고 쳐다볼 수 없는 지고한 자임이 분명했다.
“왜, 그런 느낌이 없는가?”
남궁천이 힐끗 사도학을 바라보며 물었다.
보통 어느 정도 눈치를 챘다고 하면 직접 가서 물어볼 법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사도학인데, 입을 다문 채 그저 지그시 지켜보고만 있다.
그런 남궁천의 질문에 사도학이 턱짓으로 천무광을 가리켰다.
“저 봐라.”
“응?”
사도학이 천무광을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다른 사람도 아닌 장삼태와 나란히 서 있다. 서로를 바라보며 욕설을 내뱉고 있는 대로 화를 내며 고함을 내지르고 있었다.
어디를 어떻게 보아도 장삼태와 똑같은 인간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저런 이가 그 사람이라고? 농담도 정도껏 해야지.”
“허…… 허허…….”
사도학이 현실을 부정하며 슬그머니 고개를 돌렸다.
지난번 남궁세가의 사람들이 남궁천을 보고서도 못 본 척하며 지나갔던 것을 떠올렸다. 아마도 그들 심경이 이러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절대 아니야!’
머릿속에 있는 삼천의 천무광은 저러한 이가 아니다.
마교인들을 통합하여 천마신교를 세웠으며, 아직까지도 최고의 무공이라 칭송받는 천마신공을 창안하여 무릇 마교인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자.
그런 전설과도 같은 이가 장삼태와 동급이라고?
결코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사도학은 저도 모르게 이 모든 상황을 외면해 버렸다.
“아- 시벌! 진짜 아니라니까 그러네!”
“이런 망할 놈에 새끼 같으니라고! 야, 인마! 내가 너보다 나이를 먹었도 더 먹었어!”
“어쩌라고!?”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의 소리가 크게 퍼져 나갔다.
그와 동시에 사도학과 단우현이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난감한 모양이다.
“대사께서는 괜찮은가?”
당중악의 질문에 팽도웅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주위에 있는 이들은 물론이고, 정작 두 사람마저 표정이 좋지 않았다.
선진을 구한다는 목적은 달성했다.
하지만 그 결과, 혈천이 움직이기 시작하며 무수히 많은 중소 문파와 세가들을 자신들 밑에 꿀리며 그 영향력을 넓혀 나가고 있었다.
이는 가볍게 웃으며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 결코 아니다.
많은 세력들이 이탈 혹은 그들 밑에 굽히기 시작하였는데, 이는 결코 좋은 현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천도회 역시 급속도로 흔들리고 있었다.
놈들은 압도적인 힘으로 정도인들을 굴복시켜 나갔다. 어쩔 때는 힘과 함께 피를 흘렸으며 또 어떤 때는 손을 내밀고 권력과 부를 주기도 했다.
한두 곳이 굴복하기 시작하니, 그동안 눈치를 보고 있던 다른 곳들 마저 하나둘 고개를 숙이며 그들 밑으로 들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본디 팔대세가 혹은 구파일방에 치여 그 이름을 날리지 못했던 곳들이, 이때야말로 기회인 것처럼 거칠 것 없이 그들에게 고개를 숙이는 일도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오랫동안 이 무림을 대표해 온 구파일방 혹은 팔대세가.
너무나도 고여 있었기에 새로이 이름을 날리고자 하는 이들에게 있어 이만큼 큰 기회 역시 없는 것이다.
고작해야 며칠 만에 중원 판도가 달라져 버렸다.
“현재 호북을 경계로 최대한 그들을 막아 내려고 노력 중에 있습니다만…… 얼마나 버틸지…….”
“무당의 힘이 약해졌으니 그 자리를 노리는 놈들인가?”
“그렇게 보입니다.”
그들이 머물고 있는 곳은 호북이다.
무당에서 선진을 구하였고 다친 이를 먼 곳으로 데려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렇기에 무림맹 안가에 머물고 있었는데, 혈천인들은 마치 노리고 있었다는 것처럼 사방을 둘러싼 채 그들을 옭아매고 있는 실정이었다.
“뿐만 아니라 호북에 있던 무림맹 소속 문파들도 속속 혈천에 합류를 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곧 정도무림 절반이 혈천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 생각됩니다.”
“……그렇군.”
팽도웅이 후우- 하며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이렇게 된다면 하나하나 되찾아 가야 하는 것이 정석이다. 하지만 지금 가지고 있는 천도회에 힘으로는 당장 눈앞에 있는 것들을 돌파하는 것만으로 힘에 부쳤다.
“사천의 힘을 조금 끌어오면 어떻습니까?”
팽도웅이 당중악을 향해 물었다.
그나마 온전한 것이 사천이다. 혈천의 본거지와 가장 거리가 먼 만큼 영향을 적게 받은 탓도 있었지만, 본디 사천당가가 가지고 있는 힘이 대단하여 어느 누구도 쉽게 당가에게 등을 돌리지 못한다는 이유도 있었다.
그러나 당중악이 신음을 흘렸다.
“전서를 날린다 한들 도착하는 데 수일이 걸리오. 심지어 이곳까지 오는 것에도 시간이 걸리니…… 아마 그들이 도착할 때면 우린 이미 시체이지 않겠소이까? 하하하.”
당중악의 웃음에 팽도웅을 비롯하여 많은 이들이 보이지 않게 인상을 찌푸렸다.
당중악의 의도가 눈에 보인 탓이다.
사천당가의 전력을 깎아내릴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이는 추후, 다시 중원무림을 되찾는다 하여도 힘이 약해진 팔대세가를 노릴 이들은 반드시 나타나게 되어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팽도웅은 내심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받아들여야 했다.
전력을 온존하려는 것은 누구나 다 마찬가지였으며, 설령 그렇지 않다 하여도 당중악의 말이 딱히 틀린 것은 아니다.
지금 당장 이 호북을 되찾을 수 있는 방법.
그때, 당중악이 씩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호남단가에게 부탁을 하는 것은 어떻소?”
그가 내뱉은 말에 지금까지 입을 다물고 있던 남궁용이 당중악을 돌아봤다. 그의 눈빛이 가라앉은 채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