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36
촤아아악-!
“커억!”
권무진은 느닷없이 느껴지는 차가운 감각에 눈을 떴다. 흐릿한 시야 속에는 수 명의 인물들이 있었고, 그 중심에는 익숙한 자들도 있었다.
여기가 어디인가?
혼절해 있는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가?
그 알 수 없는 상황에 어리둥절해 하며 상황을 살피자, 곧 자신이 밧줄에 결박되어 있음을 깨달았다. 이윽고 한 사람의 목소리가 바람을 타고 전해졌다.
“잘도 깨어났구나.”
“큭!?”
마독진이다.
그가 눈앞에 있었다. 너덜너덜해진 옷과 핏자국 가득한 모습.
깊은 내상을 입었음을 보여 주는 그의 모습은 심히 좋지 않았다.
얼굴마저 시퍼렇게 변했기에, 기맥 상당 부분이 막혀 있음을 알 수 있었고, 당분간 운공을 하는 것조차 어려워 보였다.
한데, 그의 시선이 예사롭지 않다.
“이게 어떻…….”
“이 개자식!”
그때, 마독진이 욕설을 내뱉으며 다가왔다. 주위에 있는 수하들을 물리며 한달음에 달려온 그가 거칠게 주먹을 내질렀다.
퍼억-!
“커억!”
아팠다.
얼굴을 후려친 그의 주먹은, 깊은 내상을 입은 사람이라 보기 힘들 만큼 강한 힘이 실려 있었다. 내상을 입었다 하여 내공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으니까.
다만 평소보다 약한 것은 분명했다.
“다 죽어 가는 놈을 살려서 키워 놨더니 감히! 네놈이 감히!”
권무진은 모든 상황을 알아챘다.
자신이 마독진을 배신하려 했던 모든 상황을 알고 있는 것이다.
하긴, 자신도 혼절한 상태에서 깨어나기까지 하였는데, 마독진이라고 못할 것은 없었다.
저 살벌한 눈빛을 보면 다 들은 것이 틀림없다.
“키워 주긴 누가 누굴 키워 줬단 말이오? 개먹이처럼 던져 놓고 방치했지.”
“이 자식이……!”
이미 들킨 것은 어쩔 수 없다. 비굴하게 살아남기 위해 고개를 숙이고 싶지도 않았다.
그러니 죽는 순간만이라도 마음껏 욕이라도 할 생각이었다.
퍽-!
“컥!”
그때, 느닷없이 주먹이 날아 들었다.
한순간 복부에 꽂히는 충격에 숨이 멎는 것 같았다. 그러나 이를 악문 채 똑바로 주먹을 휘두른 이를 쳐다봤다.
악균.
한때는 권무진의 오른팔이었지만, 저 살벌한 눈빛을 보고 있으니 이제는 아닌 것 같다.
하긴, 사파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반드시 위를 노려야 하는 법이다.
사파에서도 하극상은 금기였지만, 결과적으로 치고 올라가지 않으면 죽을 수밖에 없는 곳이 사파였다.
우습기 짝이 없는 법도다.
‘이놈……!’
권무진은 이를 갈았다.
악균의 행동을 납득하기는 했다. 이 강호는 누군가를 끌어내리지 않고는 권력을 쥘 수 없는 구조이니까.
권무진은 침을 삼키며 주위를 둘러봤다. 살벌한 눈빛이 느껴졌다.
권무진이 주군을 배신하였다.
그 사실만이 수하들의 머릿속을 뒤흔들고 있었다.
‘벗어나야 한다.’
권무진은 주위를 둘러봤다.
그가 평소 애용하던 두 자루의 도는 마독진 앞에 있다. 거리도 거리였지만, 마독진은 무시하고 애병을 쥘 정도로 녹록한 상대가 아니었다.
하나, 깊게 생각하고 있을 시간이 없었기에 피식 웃으며 마독진을 조롱했다.
“내 평생 그대에게 목숨을 바쳤지만, 항상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소. 솔직히 그대는 나에게 열등감이 있지 않소.”
“이…… 이 빌어먹을 새끼가!”
마독진은 이를 갈았다.
그렇지 않아도 단우현에게 패한 것 때문에 울화가 가라앉지 않는데, 평생 굽실거리던 권무진이 이러한 이야기를 하니 더욱 열불이 치솟았다.
대도를 움켜쥐었다.
단칼에 놈을 죽일 작정이었다.
“감히 모시던 주군에게 대들어!”
“수하를 죽이려는 놈이 주군은 무슨. 버러지만도 못한 새끼지!”
“이놈이 끝까지!”
마독진의 손아귀에 들어간 힘은 손잡이를 바스러뜨릴 것처럼 강했다.
절정에 오른 마독진의 살기가 넘실넘실 퍼져 나갔다.
“죽어라!”
그대로 대도를 휘둘렀다.
내상을 입었다고는 하지만 패력도라는 이름이 사라진 것은 아니다. 대도에는 단박에 권무진의 몸을 찢어발길 것 같은 힘이 실려 있었다.
쉐에엑-!
권무진이 대도를 똑바로 바라보며 급하게 몸을 틀었다. 찰나의 순간, 조금이라도 그 움직임이 늦는다면 목이 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사아악-!
“윽!?”
다행히 내상을 입은 마독진의 칼날은 그리 빠르지 않았다. 그 틈을 이용해 밧줄을 자른 권무진이 땅을 뒹굴었다.
단숨에 거리를 좁히고 땅에 떨어진 두 자루의 도를 쥐더니, 악균의 복부를 찔렀다.
푹-!
“컥!”
날이 상대의 몸 깊숙이 파고 들어가는 감각을 느끼면서도 방심을 하지 않았다.
거칠게 도를 뽑아내며 또다시 옆으로 몸을 굴렸다.
서걱!
패력도 마독진의 도가 스쳐 지나갔다.
완벽하게 피하지는 못하였는지 옆구리에서 피가 튀었다. 그러나 고통을 느끼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그는 몸을 비틀며 두 자루의 도를 휘둘렀다.
카캉-!
“이놈!”
권무진은 마독진의 한 수를 막아 냈다.
오랜 시간 수하 노릇을 하며 본 것이 있으니, 온전한 상태가 아닌 만큼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권무진이 빠르게 쌍도를 움직였다.
짧은 사정거리, 그러나 그만큼 변화무쌍했다.
거대한 대도에 묵직한 힘, 그리고 쾌를 추구하는 마독진의 도술은 일견 대단했지만, 그것을 펼칠 수 있는 시간조차 내주지 않는다면, 이 싸움은 결코 마독진에게 유리하지 않았다.
카카캉-!
서걱-!
“크악!”
변화무쌍하게 치고 들어가는 두 자루의 칼날이 마독진의 눈을 베었다.
한순간 피가 튀는 것을 봄과 동시에, 권무진은 반대 반향을 향해 몸을 날렸다.
이 모든 것은 그야말로 눈 깜빡할 사이에 벌어졌다. 수준이 낮은 다른 수하들은 제대로 된 대처조차 하지 못했다.
“크윽! 쫓아! 뭣들 하는 거야! 저놈을 죽이라고!”
마독진이 한 손으로 눈을 가리며 거칠게 소리를 쳤다. 쏟아지는 피가 멈추지 않아 차마 자신의 몸으로 쫓을 수 없는 것에 분노를 토했다.
“으아아아악! 저 개자식이!”
* * *
청송학당에 다니는 아이들은 대부분 있는 집 아이들이다. 함부로 건드렸다간 치도곤을 당할지도 모르는 그런 집 아이들 말이다.
“오늘은 어디 갈 거야?”
또랑또랑한 목소리의 여자아이 하나가 귀엽게 웃음을 지으며 단소미를 바라봤다.
학당이 끝난 시간, 단소미는 한 아이와 함께 학당을 빠져나왔다.
단우현이 올 때까지 아직 한 시진 정도 시간이 남으니, 그 시간 동안 이 아이와 노는 것이 이제는 하루일과가 되었다.
단소미의 곁에 있는 아이는 지약이라는 이름의 여아였다. 나이는 단소미보다 한두 살 정도 어려 보였는데, 알고 보면 한 살 많은 언니였다.
지약은 학당에서 처음으로 사귄 친구였다.
사실 단소미와 마찬가지로 친구가 없는 아이였는데, 어떻게 이 학당에 들어왔는지는 모르나, 은근히 마음이 맞아 이렇게 자주 돌아다니며 시간을 함께 보냈다.
단소미 또한 그것이 몹시 즐거웠다.
“으음- 저잣거리?”
“당과가 먹고 싶구나?”
“헤헤헤.”
지약의 물음에 단소미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과는 맛있다. 특히 악양에서 파는 당과는 장인이 만든 것처럼 달콤하며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렸다. 하루라도 먹지 않는다면 이제는 입에 가시가 돋을 것 같았다.
“그럼, 나는 만두! 만두가 먹고 싶어!”
두 아이가 까르르 웃음을 터트리며 달려 나갔다. 두 눈을 반짝거리며 신이 난 표정이다.
어느새 도착한 저잣거리는 시끄럽고 복잡했다. 워낙 많은 상인들이 있는 데다, 사람들의 발길 또한 많은 곳이니 만큼 자칫 미아가 될 수 있는 확률이 높은 곳이었다.
두 아이들은 서로의 손을 꼬옥 붙잡았다.
떨어지지 않으려 힘을 주어 붙잡고 인파를 헤쳐 나갔다. 이윽고 당과를 파는 가게 앞에 도착한 순간.
“진랑아?”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커다란 덩치, 험악한 인상.
홍진랑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당과를 입에 물고 고개를 돌리다 휘둥그레 눈을 떴다. 지약과 단소미가 보인 탓이다.
그는 허겁지겁 당과를 삼켰다.
“뭐야?”
“헤헤, 너도 이곳에서 당과 먹는구나?”
“신경 꺼. 내가 뭘 먹든 말든.”
홍진랑이 거칠게 쏘아붙였다. 그렇지 않아도 마음에 들지 않는 단소미가 같은 학당에 있다는 게 정말 싫었다.
사실 이렇게 마주하는 것도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때, 지약의 목소리가 들렸다.
“안 돼! 그렇게 말하면 못쓰는 거야.”
“윽…….”
떽! 하며 소리를 치자 홍진랑이 몸을 움찔했다. 슬금슬금 지약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 마치 호랑이 앞에 선 토끼 같은 느낌이었다.
단소미가 의아한 표정으로 지약과 홍진랑을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홍진랑은 매번 지약이 앞에선 힘을 못 썼다.
친해서 그런가?
“미, 미안.”
“잘했어! 그래야 남자지!”
방글방글 웃음을 짓자 홍진랑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힐끗 시선을 피하며 딴청을 부리는 이상한 모습도 엿보였다.
단소미는 그것을 보며 곰곰이 고민했지만, 지금은 당장 눈앞에 있는 당과가 우선이었다.
세 사람이 사이좋게 먹을 수 있도록 세 개를 샀다. 하나씩 손에 쥐어 주니, 홍진랑이 멍한 표정으로 당과를 내려다봤다.
하지만 단소미와 지약은 입에 당과를 물며 꺄르르 웃음을 터트리고 자신들끼리 대화를 시작했고, 홍진랑은 마치 꿔다 놓은 보릿자루 신세가 되어 버렸다.
결국 작은 한숨과 함께 한입 베어 물었다.
“진랑아, 다음은 저기! 만두는 네가 사 줘!”
“뭐어? 내가 그걸 왜 사 줘?”
단소미의 한마디에 홍진랑이 반발했다.
그러나 지약이 팔목을 붙잡고 이끌자, 당황하면서도 차마 그 손을 뿌리칠 수 없었던 것인지 큰 덩치를 가진 홍진랑도 어쩔 수 없다는 듯 쫓아갔다.
“만두는 비싸잖아.”
당과는 고작해야 철전 한 냥이다.
반면에 만두는 철전 두 냥에서 세 냥 정도 했다. 상대적으로 나가는 돈이 커졌으니, 어린아이들에겐 꽤 부담이었다.
한데 지약이 싱글벙글 웃음을 짓고 있는 게 보이자, 홍진랑은 결국 어쩔 수 없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만두면 되는 거냐?”
“응! 나보다는 지약이가 먹고 싶댔어.”
“그래, 배 터지게 먹어라.”
홍진랑의 한마디에 두 여아의 얼굴에 꽃이 피었다.
그가 주섬주섬 품에서 비상금이라 할 수 있는 은자 반냥을 꺼내자 상인이 재빠르게 만두를 내어 놓았다.
“대체 내가 왜…….”
“이제 먹을 것도 샀으니 다루(茶樓)에 가자!”
“윽……!”
홍진랑은 인상을 썼다. 당과를 사먹고 집으로 가 수련이나 할 생각이었는데, 이 여자아이들 손아귀에서 쉽게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단소미 하나만 있다면 신경조차 쓰지 않았을 테지만, 하필이면 곁에 지약이 있으니 그럴 수는 없었다.
더군다나 이것들을 둘이서만 놀게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고…….
작게 한숨을 쉰 홍진랑이 고개를 끄덕였다.
까라면 까야지 별수 있어?
그렇게 세 아이들은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며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