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360
“그런데 사람을 찾는 건가요?”
“그래.”
“어떤 사람인데요?”
남궁소혜의 질문에 단우현은 신음을 흘렸다.
어떤 사람이라?
머릿속에 떠오른 이에 대한 설명을 해야 하는데, 그것에 잠시 뜸을 들였다.
무슨 생각을 하는 것인지 한참 동안 고민을 하더니 이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
“괴팍한 노인네다.”
“네?”
“맞아. 괴팍한 노인네지, 그 인간은.”
천무광 역시 길게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이를 떠올렸다는 듯, 인상을 찌푸리며 투덜투덜 입을 열었다.
“미친놈이야 그냥. 뭘 해도 이상해.”
“당신…… 같이요?”
“뭐야?”
“…….”
남궁소혜의 말에 천무광이 그녀를 날카롭게 쏘아봤다. 어디 비교할 것이 없어서 그런 놈과 비교를 한단 말인가?
생각만 해도 진저리가 날 지경이었다.
“하지만 틀리지는 않군. 미친놈이라는 것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렇죠? 그만한 인간은 또 없다니까요.”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앞서 걷고 있는 두 사람을 남궁소혜는 가만 바라봤다. 저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어도 다름 아닌 저 두 사람 입에서 나오는 자다.
‘천 년 전 인물…… 그렇다면…….’
일단 단우현이 알고 있다는 점에서 그 확률이 가장 높다. 지난번 혈마라는 이를 죽였다 하였으니 그를 제외한다면, 가장 가능성이 큰 것은 바로.
‘팔선!’
사람이라면 천 년 동안 살 수 없다.
지고한 경지에 올라 등선을 한 인물이 아니라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니, 지금 찾고 있는 이가 인간을 초월하여 선인의 경지에 오른 절대자라는 뜻이다.
남궁소혜가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그런 소리를 용케 아무렇지 않게 내뱉네.’
누구라 해도 쉽게 뱉을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반선에 오르는 것을 꿈으로 여긴다.
하지만 그 많은 이들 중 반선의 문턱조차 밟은 이가 없었다.
오황이라 불리는 강자들도 반선이 되지 못했는데, 그 경지를 밟은 이의 실력은 오죽할까?
“그런 사람이 있다는 거죠? 이 호남에…….”
정말로 믿을 수 없는 말을 쉽게 내뱉고 또한 믿을 수 없는 일들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무신 하나만으로도 족한데, 이제는 삼천에 팔선까지.
어쩌면 전설 속에 나오는 영물들까지 나타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니, 그러고 보니 있구나…… 집에 두 마리나.’
남궁소혜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백호와 백묘, 그것까지 따지면 상상 속에서 있을 법한 일들이 전부 벌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남궁소혜가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그 사람을 찾는데 제가 필요한가요?”
“아니, 하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을 테지.”
“맞아, 맞아. 그 녀석 곁에는 항상 귀찮은 놈들이 붙어 있거든.”
천무광이 코를 후벼 파며 내키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류화군은 조심성이 많은 자였다.
과거 팔선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던 자이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약한 편이었고 본디 인간이었을 당시, 측근의 배신으로 인하여 죽을 위기를 몇 번이나 겪기도 했다.
때문에 사람을 믿지 않고 자신의 꼭두각시를 만들어 그림자에 숨기고 다녔는데, 이것들은 상당히 곤혹스러울 정도로 귀찮은 놈들이었다.
“류화군이라…… 그런 이가 있었군요. 그런데 꼭두각시라 해도 두 분이라면…….”
“네 상대로 딱일 것 같으니 데려온 거다. 불만이 있다면 돌아가도 좋다.”
남궁소혜가 화들짝 놀란 눈을 치켜떴다.
무공에 진전이 없다는 것을 안 보는 척하지만 다 알고 있다는 것인가?
그런 생각을 하니 저도 모르게 얼굴이 붉어졌다.
‘하지만 어렵겠지.’
곧 풀 죽은 표정으로 남궁소혜가 하아 하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단우현이 한 말이니 만큼, 보통내기는 아닐 것이고 그런 이가 한 명만 있다고 단정 지을 수 없다.
결국 또다시 생사투가 벌어질 것이다.
“일단 놈이 나타날 만한 장소가 있습니다. 그곳으로 가 봅시다!”
“처음부터 그리해라.”
“하하하. 이렇게 구경하는 재미라도 있어야 사는 맛이 나는 것 아니겠습니다!”
천무광이 껄껄거리며 크게 웃음을 터트렸다.
* * *
단우현과 남궁소혜가 없는 호남단가엔 조용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단소미는 놀다 지쳤는지 정자에서 곤히 잠을 자고 있었으며, 장삼태는 오랜만에 느긋함을 만끽하고 있었다.
그때, 집무실에 있었던 제갈운이 좋지 않은 표정으로 밖으로 나왔다.
그가 슬쩍 주위를 둘러봤다.
남궁천과 사도학, 적무성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세 분이라면 계곡 가셨어요.”
“계곡?”
“네 계곡.”
매향의 말에 제갈운이 인상을 찌푸렸다.
동정호가 바로 앞에 있는데 무슨 계곡에 갔단 말인가? 꼭대기에서 내려오더니 정말로 신선놀음 따윌 즐기고 있는 것 같았다.
제갈운은 서둘러 채비를 하고 계곡으로 향했다.
계곡이라 해도 이 근처에서 그리 멀지는 않았다.
산을 굽이굽이 오르길 일각.
무인으로서 그리 경지가 높지 않은 제갈운의 얼굴에는 흥건한 땀으로 가득했다.
땀을 닦아 내며 길을 따라 한참을 더 들어갔다.
이 근처는 사람의 발길이 잘 닿지 않은 곳인지라 길이 험했으므로, 그만큼 체력을 더 소모해야 했다.
어느새 계곡에 도착한 순간, 제갈운은 지친 표정으로 숨을 고르며 앞을 바라봤다.
“오, 왔는가?”
제일 먼저 제갈운을 발견한 것은 다름 아닌 남궁천이었다. 그는 계곡물에 발을 담근 채 부채질을 하며 술을 마시고 있었다.
어느 누가 보아도 검황이라 불리는 고수의 면모와는 조금 먼 모습이었다.
제갈운이 땀을 줄줄 흘리며 옆을 돌아봤다.
그곳에는 적무성이 훌러덩 옷을 벗은 채로 흐르는 계곡에 누워 있는 것이 보였다. 얼굴만 내민 모양새가 이 인간이 사파의 제왕이라 불린 이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으하하!”
풍덩!
다른 한쪽에는 사도학의 모습이 보였다.
그가 있는 곳은 다소 물이 깊은 모양이다. 높은 나무 위에서 물속으로 풍덩 하며 뛰어들었는데, 그 놀이가 무척이나 재미있는 것인지 몇 번을 반복하고 있었다.
‘저 인간이 마황이라니…….’
무림의 앞날이 슬슬 걱정되기 시작하는 제갈운이었다.
“자네가 이곳까지 오다니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는가?”
“예…… 급한 사항이라면 급한 사항입니다만…….”
“뭐야, 그게?”
풍덩!
한동안 물속을 헤엄치던 사도학이 순식간에 허공으로 뛰어올라 허공을 박차고 나무 위로 올라섰다.
전설의 경공이라 불리는 허공답보를 물놀이하는 것에 쓰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되지 않는 상황이었다.
후룩.
그때, 남궁천이 술을 한 모금 넘기며 다시금 술잔을 채우려 했다. 하지만 더 이상 나오지 않는 것을 보니 이제 술병을 다 비운 모양이다.
힐끗 시선을 돌린 남궁천의 눈에 몇 장 밖에 있는 술병이 들어왔다.
그가 슬쩍 손에 쥐고 있는 부채를 움직이자, 맹렬한 바람이 마치 쏘아낸 화살과도 같이 날아가더니 술병을 툭 하고 건드렸다.
한순간에 마개가 벗겨지고 술이 튀어 올랐다.
그것은 멋진 곡예를 부리는 것처럼 솟구치더니 이내 남궁천의 술잔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
“그래서 무슨 일인가?”
그 모든 상황을 바라보며 제갈운이 할 말을 잃은 가운데, 정작 본인들은 일말의 신경조차 쓰지 않고 제갈운을 바라봤다.
이 정도는 이들에게 있어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다.
현 중원에서도 대적할 자가 없다고 불리는 고수들이다. 이 정도 신위조차 해내지 못한다면 그 이름이 울 것이다.
“그…….”
“같잖은 이야기면 이곳에 파묻어 버린다!”
적무성이 호통을 치며 물 위로 올라왔다. 바지가 반쯤 내려가 있는 것을 보고 있자니, 더욱더 머리에 두통이 날 지경이다.
사실 협박 따윈 귀에 들려오지도 않았다.
제갈운이 영혼 없는 표정으로 웃었다.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호북에 있는 천도회에서 전서가 왔습니다. 현재 혈천 때문에 상황이 좋지 않으니 도와 달라 합니다.”
“…….”
“뻔뻔한 새끼들 같으니라고.”
“흥.”
이야기를 들은 세 사람의 표정은 저마다 달랐다. 남궁천은 굳은 표정으로 침묵하였고, 적무성은 불만을 토했다.
이미 아무것도 대가로 바라지 않고 선진을 구해 준 전적이 있는데, 이번에도 도와 달라 하니 이보다 뻔뻔한 이들이 또 어디에 있겠는가?
무엇을 대가로 주겠다, 혹은 무엇을 해 주겠다는 말조차 하지 않는 것을 보면, 그들의 입장에선 이 도움이 당연시되는 것 같았다.
반대로 사도학은 콧방귀를 뀌었다.
“처음부터 이렇게 될 줄 알았잖아? 그놈한테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말이다.”
사도학의 말에 제갈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선진과 무호에 대한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정말로 깜짝 놀랐다.
하지만 하오문에서 계속해서 들어오는 정보를 확인하고 있자면, 그들이 호북에 고립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혈천은 그만큼 빠르게 세력을 확장하고 있었고, 그들이 주는 달콤한 대가를 거부할 수 있는 이들은 현 중원에 존재하지 않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난장판이로군…… 후우…….”
남궁천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무림맹이 반으로 쪼개진 후부터 벌어진 중원의 혼란. 결국 정도 무림 전체가 혈천의 손아귀로 넘어가기 직전이었다.
한때나마 정사마와 세외를 통틀어 가장 견고하고 강했던 정도 무림의 몰락은, 두 눈으로 보고 있음에도 믿기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예상하지 못했던 것도 아니기에 씁쓸함은 더해 갔다.
“그래서, 자네 생각은 어떠한가?”
“……걸리는 것이 있습니다.”
“당가?”
“사천당문인가?”
“그 버러지 같은 놈……!”
곳곳에서 나오는 당문이라는 이름에 사도학이 이를 갈며 날카롭게 쏘아봤다. 그것은 마치 사천당가에 원한이라도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독성 당사휘, 그 자식을 나는 아직 잊지 않았다!”
쾅!
사도학의 기세가 사방으로 퍼져 올랐다.
당사휘.
전대 사천당가의 가주로 칠성이라는 위치에 올라와 있는 존재였다.
그러나 그 힘이 대단치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며, 일찍 은퇴한 탓에 어느새 그 이름마저 잊혀진 노고수였다.
그런데 왜 저리 사도학은 학을 떼며 난리를 피는 것일까.
사도학이 지그시 남궁천을 바라봤다.
이윽고 상의를 젖히며 자신의 가슴을 드러냈다.
“네놈도 알고 있겠지?”
“…….”
“그 역겨운 자식이 한 짓을 말이다! 무림에서 힘을 숨기는 것이 당연시된다지만 그 새끼는 아니야. 뱀보다 더 지독하고 얍삽한 놈이야!”
사도학은 한때 남궁천과 당사휘를 상대로 일전을 벌인 적이 있었다. 당사휘는 마치 치명상을 입은 것처럼 주저앉아 한참 동안 상황을 지켜보았고, 결국 사도학은 힘이 빠지고 남궁천의 머리통이 날아가려는 순간, 달려들어 독과 암기를 쏟아 내었다.
온전한 내공과 멀쩡한 몸으로 말이다.
물론 정도 무림인 입장에서 본다면 다행인 일이었다. 검황을 잃지 않았으니 당사휘의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하나, 무인으로서 부끄럽게 여겨야 할 행동이라는 점을 생각해 본다면 당사휘는 정당하지 못하였고, 또한 그 사실을 은폐하며 오히려 사도학의 패배로 소문을 몰아갔다.
생각만 해도 지긋지긋한지 사도학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
“자네와 당가의 은원을 풀고자 하는 것은 뭐라 하지 않겠으나, 지금은 무림의 미래를 먼저 생각해 주게나.”
“개자식……!”
사도학이 열불이 난 표정으로 이를 갈았다.
이윽고 남궁천이 제갈운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다 같이…… 호북 유람이나 하는 것이 어떤가? 재미있겠구먼.”
“……알겠습니다.”
제갈운이 깊게 고개를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