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362
커다란 마을 안에 있는 관아에 들어선 남궁천과 일행들은, 열렬히 환영하는 현령의 모습에 애써 웃음을 지어 보였다.
홍원창의 힘이 이렇게까지 강했나 싶기도 하였으며, 이런 식으로 권력을 이용해도 되는가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아무런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강 모가, 여러분이 있는 동안 모든 것을 책임질 생각이니 말입니다. 하하하!”
“허허, 그것참 고맙네. 누누이 말하지만 우리가 이곳에 들어왔다는 것을 알려서는 아니 될 것일세.”
“이미 홍 대인께서 보내 주신 서찰을 확인했습니다. 대인의 명령으로 중요한 임무를 하고 계신다고요? 성심성의껏 도울 것이니 심려치 마시기 바랍니다. 하하하!”
남궁천은 인상을 찌푸렸다.
단순히 방 하나를 빌리는 것에 불과한데 그런 말을 했던가? 왠지 모르게 홍원창의 수하가 된 것 같은 더러운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관부만큼 안전한 곳은 없다.
혈천과 형문파가 아무리 막 나간다 하여도 관부를 건들 만큼 간덩이가 크지 않을 것이며, 또한 영친왕부와 홍원창의 권력을 등에 업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이상, 눈앞의 현령 역시 허튼짓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 별채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현령이 기분 좋은 표정으로 웃음을 지으며 안내했다. 별채라 해 봐야 그리 크지 않은 곳이기는 했지만, 모든 이들이 머물기에는 충분해 보였다.
다소 허름하다는 것이 단점이다.
“그건 그렇고, 분위기가 뒤숭숭한 것 같은데 어찌 된 일인가요?”
“아! 그것 말씀이십니까? 요즘 혈천과 형문파에서 죄인들을 찾고 있다고 합니다. 현상금까지 걸어 놓고 마을 전체를 들쑤시고 있는데 아주 곤혹스럽습니다.”
그 말에 장삼태가 어이없다는 듯 콧방귀를 터트렸다. 그 소리에 반응한 현령이 등을 돌려 장삼태를 바라봤지만, 무엇 때문인지 알지 못하기에 그저 웃음만을 지었다.
“왜 그래요?”
“뭘 그래?”
“아니, 왜 현령한테…….”
“웃기잖아. 돈 처먹고 모른 척하는 게.”
움찔!
장삼태의 한마디에 현령이 몸을 움찔했다. 되도록 표정 변화를 들키고 싶지 않았으나, 어찌 알았는지 신기하다는 눈빛이 역력했다.
제갈운과 제갈연이 그것을 바라보며 고소를 지었다.
“여, 여기입니다. 저…… 저는 일이 있어서 이만…….”
삐질삐질 식은땀을 흘린 현령이 마치 도망치듯 그 자리를 빠져나갔다.
더 이상 이야기를 듣고 싶지 않았던 것인지 아니면 불리한 이야기가 나오니 황급히 자리를 뜬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도망치는 그의 모습이 제법 우습게 보였다.
“정말인가 보네……?”
매향이 우스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장삼태의 말이 사실이 아니라면 저런 식으로 반응하지 않았을 테니까.
“그야 그러겠죠. 작은 곳도 아니고 이렇게 큰 고을에서 제멋대로 활보하려면 현령 정도는 매수해야 하는 법이니까요.”
제갈연이 어깨를 으쓱했다.
얼마를 주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한 액수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선 이처럼 완벽하게 모르는 체하지는 않을 테니까.
“틀림없이 감시가 붙을 거다.”
마장강이 힐끗 주위를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홍원창, 그리고 영친왕의 배경이 있다 하여도, 자신에게 불리한 일이 된다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것이 바로 사람이라는 족속이다.
그렇기에 현령은 반드시 이곳을 감시하며 상항을 살필 것이다.
“하지만 곤란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건 마치 혈천 뿌리 깊숙이 들어온 느낌입니다.”
제갈운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으며 입을 열었다.
혈천의 영향력이 이렇게까지 급속도로 커지리라 생각지 못했다.
지난번, 선진 대사를 구할 때까지만 해도 아직 정파의 영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던 상황이었는데, 이제 이곳은 혈천의 영역으로 그들의 시선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함부로 움직이는 것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일단 안으로 들어오시지요.”
제갈운이 단소미와 매향을 제외한 이들을 방으로 불러들였다. 커다란 탁자 위에 지도를 펼쳐 낸 그가, 형문산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이곳이 현재 천도회 인물들이 숨어 있는 곳입니다. 물론 정확히 어디에 있는지 추측할 수는 없습니다.”
“장소도 안 알려 줬어? 빌어먹을 것들…….”
“전서구로 날렸으니 혹시 있을지 모를 위험을 피하려 한 것일 테지요.”
제갈운의 말은 타당하다.
전서구는 빠르고 간편하나 그만큼 위험 부담이 컸다. 사냥을 하던 이가 전서를 죽이는 일도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으며, 혹은 적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이 그것을 붙잡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에 숨어 있는 장소를 적어 놓는다는 것은, 미련한 행위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사도학은 내심 내키지 않았다.
형문산은 넓다.
심지어 혈천과 많은 무인들이 그들을 노리고 있으니만큼, 자칫 그곳을 찾아다니다 피를 보아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애초에 그리될 것이라 알고 있다면.
“차라리 전부 죽이자.”
사도학은 일을 단순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도움을 요청한 것은 천도회, 내키지 않으나 이곳까지 왔으니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또한, 호북에 있는 혈천과 그 소속 무인들과의 전투를 피할 수 없다고 한다면, 처음부터 박살을 내고 유유히 찾으러 가는 것이 마음 편할 것이다.
“좋은 생각이구나.”
남궁천마저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그 모습에 다른 이들이 깜짝 놀라 남궁천을 바라봤다. 검황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무거운 말을 너무나도 가볍게 입에 담았기 때문이다.
사도학마저 묘한 표정이다.
“갑자기 왜 그러냐?”
“이건 전쟁이네. 어차피 이들을 몰아내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호남까지 들어올 것이야.”
지극히 당연한 말이다.
혈천의 영향력은 빠르게 늘어 가고 있는 상황.
이대로 간다면 곧 사천, 그 너머 마교에까지 손을 뻗을 것이며, 혹은 온 중원 전체가 그들 손아귀에 떨어질지도 모른다.
그리되는 것만큼은 막아야 했다.
남궁천이 칼을 쥐며 제갈운을 바라봤다.
“자네 생각은 어떠한가?”
“악수…… 이긴 하지만 가장 편한 방법입니다. 하나, 당장 일을 벌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인원도 인원이고 저희에게는 소미가 있지 않습니까?”
“……그렇지.”
“먼저, 그들을 찾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그리고 이 일에는…….”
제갈운이 장삼태와 권무진, 그리고 마장강을 바라보며 웃었다.
“이 셋이 가장 적합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 *
“으하…… 으하하하하!”
“…….”
“…….”
눈앞에서 호랑이 한 마리가 멧돼지를 사냥했다. 그것을 가만 바라보고 있었던 천무광이 끼어들며 호랑이를 위협했다.
녀석이 크르릉거리며 자신의 기세를 뿜어 보지만, 애초에 선인에게 통할 만한 것이 아니다.
그렇게 천무광은 놈을 유유히 무시하며 멧돼지를 짊어졌다. 먹잇감을 빼앗긴 호랑이가 다소 억울한 듯 울음을 터트려 보았지만, 씨알도 안 먹히는 사람 앞에서는 소용조차 없는 일이다.
그 모든 상황을 깨달으며 천무광은 웃음을 터트렸다.
마치 미친놈처럼 박장대소하는 그 모습은, 과연 이 인간이 팔선의 일인일까 싶을 정도로 어이없어 보고 싶지 않은 모습이었다.
“……그걸 꼭 빼앗아야 했어요?”
“호랑이 잡아먹는 것보다는 맛있지 않으냐. 하하하!”
천무광이 슥슥 손을 움직이며 멧돼지를 손질했다. 그 손놀림이 어찌나 빠른지 일각도 걸리지 않아 손질을 끝냈다.
어느새 불을 피워 멧돼지를 그 위에 올려놓았다.
아무리 봐도 먹을 생각이 가득해 보였다.
“우리…… 밥 먹은 지 얼마 안 되었는데요?”
“아이고, 이것이 아무것도 모르네. 사람은 말이다…… 강해지려면 일단 먹어야 해. 처먹고 봐야 한다고.”
그런 말을 하며 노릇노릇 구워지고 있는 멧돼지를 바라봤다. 입가에 가득 침이 고인 것을 보고 있자니, 정말로 배가 고픈 사람처럼 보였다.
‘아까…… 노루 한 마리를 다 먹었잖아요…….’
남궁소혜는 차마 그 이야기를 입에 담지 못했다.
단우현이나 남궁소혜 역시 입이 짧은 편이었다. 두 사람이 얼마 먹지 않았음에도 그 커다란 노루를 뼈만 남기고 전부 먹은 것이 천무광이었는데, 이제는 멧돼지마저 잡아먹고 있으니 이 놀라움을 어찌 말해야 할지 난감할 따름이었다.
남궁소혜가 하아 하며 한숨을 쉬었다.
“우리 사람 찾으러 온 거 맞죠?”
“그래.”
단우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에 목적은 류화군이다. 그러나 그 흔적이 나타나지 않으니 이곳저곳 돌아다니고 있었다.
딴에는 유람 혹은 휴식이라 생각하면 그만이기는 하지만, 천무광과 함께 있는 것 자체에 심신이 피곤해지고 있었다.
“말 좀 해 봐요…….”
“…….”
단우현이 천천히 천무광을 향해 다가갔다.
노릇노릇 구워지고 있는 멧돼지를 바라보며, 신이 난 것 같은 천무광의 표정이 어김없이 눈에 들어왔다. 마치 어린아이를 보는 것 같았기에 저도 모르게 헛웃음을 지었다.
“뱃속에 거지가 들었나?”
“엑?! 형님! 그렇게 말하기 있습니까? 그래도 예전에는 제가 형님 밥상 다 차려 드렸습니다! 제가 없었으면 굶어 죽었다고요!”
그 한마디에 남궁소혜가 실소를 흘렸다.
저 이야기는 장삼태가 단우현에게 했던 이야기와 비슷했다. 애초에 호남단가의 모든 요리를 도맡아 하고 있는 것이 장삼태이니 만큼, 그가 단가를 먹여 살리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네놈…… 류화군을 찾을 생각은 있느냐?”
“아아, 물론 있지요. 있고말고요. 하지만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데 어찌 찾습니까?”
“…….”
단우현의 시선이 조금 더 가늘어졌다.
명백히 화가 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이대로 가다간 사달이 일어날 것 같은 불길한 기분이 드는 가운데, 천무광 역시 지그시 단우현을 바라보고 있었다.
두 사람의 시선이 허공에서 부딪쳤다.
“장난은 이쯤해라.”
“장난이라니…… 그런 것을 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능글맞은 미소가 흘러나왔다.
단우현을 무시하는 것처럼 보이진 않았으나, 그렇다고 조심스러워하는 모양새 역시 없어 보였다.
‘이게 바로 무신과 삼천의 관계인가?’
남궁소혜는 다소 이해되지 않는 상황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난번, 이미 이 년은 더 된 이야기일 것이다. 호남에서 발견한 삼천의 비동에서 보았던 그것들.
무신을 기리며 차디찬 동굴 안에서 죽음을 맞이했던 세 명의 존재.
그들이 써 놓은 글귀들을 생각해 본다면, 지금 천무광의 행동은 다소 이해되지 않는 점이 많았다.
천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기 때문인가?
세월은 사람의 성격마저 바꿔 놓는다고 하지 않던가.
하지만 정작 천무광 본인은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그저 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옆자리를 툭툭 치며 단우현에게 말을 건넸다.
“그렇게 재촉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놈이 어디를 간다고 한들 결국 잡힐 테니까요.”
“수가 있나?”
“아니, 그런 것은 없습니다만…… 결국 천무제 그놈 손아귀에서 놀아나는 놈들 아닙니까?”
“…….”
천무제라는 말이 나옴과 동시에 단우현의 눈썹이 들썩였다.
듣고 싶지 않은 이름인지는 모르겠으나, 남궁소혜가 보았을 때 단우현은 그 이름을 몹시 싫어하는 것 같았다.
어쩌면 무신을 봉인한 장본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스스로 생각하지 못하고 남의 명령만 듣는 놈들은 머리가 굳는다는 거 아시지 않습니까? 그러니 놈의 움직임 또한 이미 제 머릿속에 그려져 있다는 말입니다.”
천무광이 툭툭 자신의 머리를 손가락으로 두들기며 자신감을 표했다. 지금은 쫓겨난 과거 팔선을 붙잡는 것은, 현 팔선들의 의무이자 최우선 사항이라 할 수 있었다.
그들이야말로 최대의 적이라 할 수 있으니까.
결국, 천무광 역시 놀고 있기는 하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생각을 하고 있었다.
천무광이 다시 한번 단우현을 향해 입을 열었다.
“지금은 조금 느긋하게 있으십시오. 머지않아 그놈 얼굴을 볼 수 있을 테니 말입니다. 하하하.”
자신만만한 한마디에 단우현의 눈이 좁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