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367
소림의 기세는 실로 대단했다.
혈천에게 봉문당하고 정도가 무너지는 것을 두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던 자들이다. 그 참담함을 이루 말할 수 없을진대, 힘이 미약하여 달려들어 물어뜯지 못하였다.
그만큼 소림의 힘이 약해졌기 때문이었는데, 이번 선진 사태로 인하여, 자신들의 목숨을 걸고 이렇듯 나선 것이다.
그들이 가지고 있던 울분이 터져 나오니, 그야말로 천 년소림의 기세가 하늘을 찌르듯이 치솟아 올랐다. 정도의 태산북두라는 말이 결코 괜히 나온 것은 아니었다.
‘대단하군.’
마장강이 그것을 확인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힘없이 무너진 탓에 소림도 그저 말뿐이라 생각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만 있었던 무당과 동급이라 여겼다.
하지만 지금 보이는 소림인들의 모습은 실로 금강야차와도 같았으며, 또한 그 누구도 그들을 막을 수 없다는 듯이, 폭풍과도 같은 힘을 토해 내며 달려들었다.
“질 수야 없지!”
그들이 소림의 이름을 짊어지고 있다고 한다면, 마장강은 호남단가를 짊어지고 있다. 이런 곳에서 소림보다 못한다면 단우현을 볼 면목이 없지 않은가.
‘하긴, 저 녀석 덕에 그런 생각을 하는 이들도 없을 테지만…….’
마장강의 시선이 장삼태를 향해 돌아갔다.
그는 우두머리로 보이는 이를 상대로 격렬한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장삼태는 숨을 골랐다.
순간 번뜩이는 칼날이 코앞을 스치고 동시에 옷깃이 잘려나갔다. 한 치 오차도 없이 날아 들어오는 칼날은, 그의 칼날이 절대 얕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었다.
피했다고 생각을 하였는데 검은 어느새 눈앞에 있다.
이 사내의 칼이 이상한 것인지 검술이 이상한 것인지.
장삼태는 칼날이 휘둘러질 때마다 덜컥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보이지도 않는 것을 용케 피하는군.”
“안 피하면 죽잖아.”
사내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장삼태를 바라봤다. 본능적으로 칼날의 위치를 파악하며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해 내고 있다.
이 모든 상황이 단순히 웃을 수 없는 이유는, 한참이나 격 낮은 이를 상대로 벌써 일각 가까이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내가 자세를 잡으며 쏜살같이 뛰어왔다.
그대로 장삼태를 베어 넘기고 그 곁에 있는 마장강을 후려칠 것 같은 기세다. 하지만 경공만큼은 장삼태의 상대가 되지 못하는 것인지, 휘둘러진 칼날은 어이없이 허공만을 갈랐으며 그 기세는 허망하게 죽어 땅에 틀어박혔다.
콰쾅!
육중한 힘이 바닥을 향하는 순간을 장삼태는 놓치지 않았다.
빠른 움직임 하나만큼은 누구보다 자신 있는 그다.
단박에 치고 들어오며 손을 뻗었다.
천마회천공(天魔回天功).
천마신공의 한 자락이자 사도학의 절기 중 하나였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이것을 맞고 살아난 이가 없다는 것을 떠올려 봤을 때, 직격한다면 사내 역시 무사치 못할 것이다.
“놈! 사술을!”
“사술이라니. 미친놈! 네놈 칼이 더 사술이다!”
콰콰쾅!
사내가 급하게 몸을 틀며 회천공을 피해 냈다. 하지만 완벽하지는 못하였는지, 귀를 울리는 굉음과 함께 몸이 날아올랐다.
옷은 넝마처럼 찢어졌으며 울컥 한 사발 피를 토해 냈다. 땅으로 떨어지는 그의 모습을 보는 순간, 혈천의 무리들이 휘둥그레 눈을 치켜떴다.
구파일방의 장문이나 혹은 팔대세가의 가주들에게 당한 것도 아니고, 이름조차 없는 이에게 일격을 허용한 것은 저 사내에게 있어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촤악!
그때, 장삼태의 옷자락이 크게 갈라지며 피가 솟구쳤다. 회천공의 일격이 작렬하는 그 순간 교차하듯 뻗어진 칼날이 장삼태의 가슴을 베어 낸 것이다.
한 차례 크게 휘청인 장삼태가 그대로 쿵 하며 바닥으로 엎어졌다.
“제…… 제기랄…….”
주저앉은 장삼태가 배를 매만지며 인상을 썼다. 시뻘겋게 물든 피는 누가 보아도 좋지 않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몸이 베였다는 것을 인지한 순간, 지금까지 느끼지 못했던 통증마저 치솟는 것 같았다.
골수를 관통하는 통증보다 더욱 무서운 것은, 엎어져 있던 사내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털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입가에 묻은 피를 닦아낸 그가 씩 웃었다.
“천마회천공……. 네놈, 마교 쪽이었나?”
그의 한마디가 자리하고 있던 모든 이들의 귀를 자극했다.
검을 휘두르고 있던 정파인들의 시선이 힐끗 장삼태를 향했다.
가주들은 물론이고 구파일방에서도 어느 정도 위치가 되는 이들 또한, 조금 전 장삼태가 펼쳤던 회천공을 알아보았다.
대부분이 호남단가가 마교와 연관이 있다고 생각을 하는 모양이다.
그때, 사내가 칼을 쥐고 기수식을 취했다.
“회천공이라면 천마신공…… 그렇군, 네놈이 다음 대 천마라는 건가? 그 명성 자자했던 마교도 이제 한물갔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왜 그딴 걸 해?”
장삼태가 인상을 찌푸리며 소리쳤다.
그렇지 않아도 아파 죽겠는데 상대의 개소리를 듣고 있자니 괜스레 짜증이 났다. 언성을 높이며 슬그머니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순간.
사내의 신형이 흐릿해졌다.
동시에 눈앞에 나타났다. 번뜩임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더니 눈에 보이지도 않을 만큼 빠른 속도로 칼날이 후려쳐 내려왔다.
장삼태의 머리가 쪼개지려는 그 순간.
캉!
어디선가 날아온 칼날이 그 검을 쳐 냈다. 검과 검이 부딪치는 앙칼진 소리가 들려왔으며, 이윽고 무언가가 반으로 쪼개져 훨훨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
사내가 묘한 표정으로 검이 날아오는 곳을 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눈동자가 크게 흔들리며 손아귀가 부들부들 떨렸다.
가면을 쓴 세 사람.
호남단가를 아는 사람들이라 한다면 이들을 모를 리가 없다.
군자검, 마천군, 귀면자.
현재 호남 천지를 진동시키고 있는 고수들이며, 이들이 있기에 호남단가가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단한 자들이다.
그런 자들이 동시에 등장했다.
그들은 여유롭게 움직이며 칼을 휘둘렀다.
특히 가장 앞서 있는 군자검의 칼날은 이 자리에 있는 누구라 한들 보지 못하고 휘둘러진 날은 눈앞에 있는 모든 적들을 가볍게 썰어 내었다.
서걱. 서걱!
그 움직임은 너무나도 가볍고 우아했다.
바라보고 있는 모든 이들이 넋을 잃고 말았다.
특히 남궁세가의 사람들의 표정이 더욱 묘했는데, 그것은 군자검이 펼치는 검술이, 그들이 알고 있는 검술과는 판이하게 달랐던 탓이다.
보다 정교하고 마치 왕을 바라보고 있는 압박감.
위엄 있는 그 검술은 한 수 한 수가 사람을 경악케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절로 위축이 되며 고개를 숙여야 할 것 같은 감각.
남궁용이 부들부들 몸을 떨었다.
“드…… 드디어…….”
완성하셨는가?
차마 그 말을 입에 담지 못하고 속으로 삼켰다. 반드시 사도학을 넘어서고 말겠다는 의지를 담아 창안한 검술.
제왕검형.
실로 그것이 눈앞에서 펼쳐지자 남궁용은 감격을 금치 못했다.
이는 남궁세가 모두 마찬가지였다.
군자검이 시뻘건 혈우를 뿌리며 주위에 있는 모든 이들을 베어 냈다. 그 압도적인 힘은 결코 이 자리에 있는 누구라 한들 따라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때, 군자검이 천천히 걸으며 정도인 사이를 지나갔다. 그가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사람들은 절로 길을 터 주었다.
그 자존심 강한 당중악마저 마치 절로 몸이 위축되었다는 듯이 한 걸음을 물러섰다. 이윽고 그가 스쳐 지나가자 고개마저 숙이는 경악스런 일이 벌어졌다.
군자검의 시선이 힐끗 당중악을 향했다.
고개를 숙인 그가 주먹을 쥔 채 바들바들 떨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내심 아무렇지 않은 표정을 짓고 있기는 하지만, 등장한 그 순간부터 느껴지는 기세에 저도 모르게 기가 죽은 것 같았다.
그러나 남궁천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선진이 있는 곳을 향했다. 그리고 그 앞에 우뚝 선 채 선진을 바라보며 잠시 시선을 떨었다.
초췌한 몰골.
단전을 잃은 것이 눈에 확연히 보일 만큼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다. 그 건장했던 몸마저 이제는 여위였으니 바라보는 것이 너무나도 애타고 눈빛에 슬픔이 깃든다.
“괜찮은가?”
이윽고 천천히 그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입에서 나온 목소리는 부드럽다. 짧게 내뱉은 말이기는 하지만, 선진은 무언가를 눈치챘는지 휘둥그레 눈을 치켜떴다.
퍼걱!
그때, 수박 깨지는 격렬한 소리가 들렸다.
마천군.
어느새 그가 군자검과는 다른 느낌으로 가볍게 손짓했다. 그럴 때마다 곁에 있는 이들이 날아가 바닥과 나무에 처박혔다.
사람이 이렇게도 죽을 수 있구나 하는 모습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어느새 그곳에는 격렬했던 전투가 아닌 그저 일방적인 살육만이 행해지고 있었다.
“어…… 엄청나군…….”
“말로만 들었는데 정말로 오황과 견줄 만한 거 아닌가?”
칼부림을 멈춘 이들이 입을 열었다.
생사가 오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데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모든 것들이, 너무나도 현실적이지 않은 탓에 싸우고 있다는 것 자체도 잊어버렸다.
“사…… 살려…… 끅!”
“으아아아악!”
형문파의 사람들이 무작정 도주를 시작했다.
혈천은 물론이고 자신들이 그렇게나 강하다고 믿었던 자들조차, 한 수를 버티지 못하고 주검이 되어 버리니, 그 공포스러운 광경을 어찌 보고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사도학.
무슨 이유에서인지 심기 불편한 눈빛으로 걸었다. 그의 시야에 들어오는 이들은 누구 하나 남김없이 주검이 되어 바닥으로 엎어졌다.
세 사람 중 가장 많은 시체를 만들어 낸 것 또한 사도학이다. 그는 거침없이 걸으며 어느새 장삼태의 앞에 섰다.
피를 흘리며 험악하게 표정을 구기고 있는 그를 바라보고 있는 시선에는, 다소 어이가 없다는 듯 혹은 한심하다는 눈빛이 담겼다.
“뭐 하는 거냐?”
“보…… 보면 모릅니까? 거하게 한판하고 있습죠.”
“하아…… 네놈 꼬락서니가 참 보기 좋구나.”
“무슨 말을 그리하십니까요? 나름으로 열심히 했는데 말입니다요!”
사도학이 절레절레 고개를 저었다.
이윽고 힐끗 눈앞에 있는 사내들을 바라봤다. 세 사람의 등장으로 어느새 소강상태에 빠져 있는 탓에, 권무진은 물론이고 마장강마저 기수식을 취할 뿐 더 부딪치지 않았다.
그런 이들의 시선이 사도학을 향해 있었다.
그의 몸에서 흐르는 죽음의 냄새라도 맡았는가?
한 사람 한 사람 사도학의 시선이 꽂히는 순간, 저도 모르게 바들바들 몸을 떨었다.
“네놈들이 혈천이라는 개밥들이냐?”
아무렇지 않게 혈천을 내리까는 사도학의 가면 안 얼굴에는, 한껏 비웃음이 가득했다. 자신이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나도 다른 느낌이었기 때문인가?
그것이 아니라면 다른 이유가 있던가?
“뭐 하는 자냐? 혈천을 욕하고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는가?”
“아아, 걱정하지 마. 내가 보기에는 네놈들과 우린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는 놈들이니까.”
그런 이야기를 입에 담은 사도학이 손을 뻗었다.
그의 손아귀에 검붉은 기운이 한데 모이기 시작했다. 비록 그것은 크지 않아 다른 이들이 볼 수 없었으나, 정면에 있는 사내들의 눈에는 확연히 들어왔다.
“설마!?”
“닥쳐.”
무언가를 눈치챈 이가 소리를 내지르며 경악성을 터트렸다. 그러나 사도학은 기세를 뿜어 그의 입을 틀어막고 자리에서 사라졌다.
사아악!
거친 바람이 스쳐 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