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371
홀로 남겨진 남궁소혜는 인형들을 바라보며 숨을 골랐다. 유유히 자리를 잡고 앞으로 나서지 않는 인형들, 마치 상대를 살피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인형들의 손에는 온갖 병기들이 들려 있었는데, 이는 저마다 사용하는 무공이 다르다는 의미일 것이다.
남궁소혜가 주룩 식은땀을 흘렸다.
‘진짜 사람 같잖아?’
이 많은 인형을 조종하는 것도 그렇지만, 그들 하나하나가 펼치는 무공마저 다르다고 한다면, 이들을 조종하고 있는 자는 도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 자일까?
남궁소혜의 머릿속에 궁금증이 가득 찼다.
하지만 단순히 웃으며 받아들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는 것만큼은 확실했다.
그녀가 낮게 자세를 잡았다.
‘한 번에 모든 힘을 소진해서는 안 돼.’
상대의 수는 상당하다.
언뜻 보기에만 스물이며 주변에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는 숫자들 또한 상당했다. 한 번에 큰 힘을 사용하게 된다면 남궁소혜는 결코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촤악!
그때, 인형 하나가 검을 뿌렸다.
쏟아지는 검기가 매섭게 날아들었다.
강렬함이 그대로 살아 있는 힘은 모든 것을 베어 내고 날아들 것 같았다.
그와 동시에 무수히 많은 인형들이 달려들었다.
상대를 완벽히 파악했다고 여긴 것인지, 아니면 파악하기 위함인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인형이라고 생각되지 않을 만큼 매서운 검진을 짜며 달려들었다.
“윽?!”
남궁소혜가 검기를 피해 냈다.
막아서는 안 된다.
막는 것조차 힘을 낭비하는 일이다.
가벼운 몸놀림으로 피해 내는 것과 동시에 칼날이 날아들었다. 단검의 속도는 그야말로 쏜살, 날 끝이 시퍼렇게 달아올라 있는 것을 보니, 틀림없이 독이 발라져 있음을 깨닫게 했다.
남궁소혜의 얼굴에 낭패감이 서렸다.
피하느냐, 막느냐.
피하는 것은 수월하다. 하지만 단검의 움직임이 다소 묘한 것으로 보았을 때, 이미 그쪽 수가 읽혔다는 것을 느꼈다.
상대는 오히려 피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일 터.
그렇다면 막느냐?
휘둘러진 것은 오른손이다.
하지만 묘하게 무공을 펼치고 있는 모습이 무언가 다른 한 수를 준비해 두고 있는 것 같았다. 아마도 왼손에 다른 단검이 쥐어져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면 막아서는 것과 동시에 다른 손에 있던 칼날이 날아 들어올 거다.
거기까지 생각한 남궁소혜가 다급하게 검을 뻗었다.
피하는 것도 막는 것도 되지 않는다고 한다면,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공격이다.
카카카카캉!
뻗어진 칼날이 순식간에 수 합을 만들어 냈다. 남궁세가의 절기가 그대로 뻗어 나가 정신없이 상대를 후려쳤다.
인형이기에 표정이 존재하지는 않지만, 만약 살아 있는 사람이었다 한다면 그녀의 결정에 다소 놀란 눈빛을 보냈을 것이다.
“무시하지 말라고!”
사삭!
치고 들어오는 다른 두 명의 검과 도가 뻗어졌다. 빈틈이 생겼다고 생각을 한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고개를 숙여 피해 내더니 안으로 파고들어 정면에 있던 인형의 가슴을 향해 검을 내질렀다.
폭발적인 한 수.
본디 유(流)했던 검은 강(强)을 머금었다.
그 인형의 가슴을 후려치는 순간.
쾅!
엄청난 폭음과 함께 인형의 가슴이 산산이 조각났다.
그와 동시에 남궁소혜의 뒤로 물러섰다.
그녀가 서 있던 곳을 향해 수많은 암기와 칼날이 쏟아졌다.
“사람이 아니니까 검을 꼽는다 해서 죽일 수 있을 리가 없잖아?”
털썩!
쓰러지는 인형을 바라보며 남궁소혜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의 한 수가 통한다는 것은 살 수 있는 확률이 조금 더 높이 올랐다는 말과 같다.
또한, 인형이라 해도 부술 수 있다는 것.
다시 일어서면 어쩌나 싶어 쳐다보았는데, 인형은 그대로 죽은 듯 고요히 누워 있었다.
남궁소혜가 다시금 호흡을 가다듬었다.
아직까지도 눈앞에는 무수히 많은 인형이 있다.
이제 그 수를 세는 것조차 지겨울 정도이니, 그녀가 씁쓸한 웃음을 지으며 다시금 전의를 가다듬었다.
절대 이 앞으로 보내지는 않겠다고 마치 그런 다짐을 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상한데.’
카카캉!
쏟아지는 검날을 막아 내며 남궁소혜는 묘한 표정을 지었다. 류화군이라는 존재를 쫓고 있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물론 그 쫓는 과정이 사람을 쫓고 있다기보다는 그저 아무렇지 않게 놀고 있었다는 것이 더욱 맞을 테지만, 어찌 되었든 추격을 하고 있었던 것만큼은 사실이다.
그런데 쫓기는 이가 역습을 해 온다?
삼천의 천무광이 두려워 도망을 치고 있는 자가?
다소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이 그녀의 뇌를 자극했다.
그러나 생각은 거기서 멈춰야 했다.
검진을 짜며 다가오는 인형들의 느낌이 더욱 살벌해졌다.
반드시 남궁소혜를 죽인다.
인형이기는 하지만 마치 그것을 조종하고 있는 이의 살심을 그대로 품은 것처럼, 그들의 모습이 조금 변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처음과는 매우 다를 것 같은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 * *
한편 그사이.
천무광은 느긋하게 산길을 걷고 있었다.
인형술사를 붙잡기 위해 움직인 것치고는 제법 걸음이 늦었으며, 행동은 느긋하다 못해 여유가 흘러넘쳤다. 어디서 구한 것인지 입에는 장죽을 물고 있었는데, 뻐금뻐금 피워 대며 걷는 그의 모습은, 결코 누군가를 죽이기 위해 움직이는 자 같지 않은 모습이었다.
단우현과 헤어진 지 벌써 이 각여 정도.
“죽었으려나?”
상당히 거리가 떨어져 있어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목각 인형들의 실력이라면 이 각을 버텨 살아남은 것 또한 대단한 수준이다.
남궁소혜의 실력은 그들의 검진을 당해 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으니까.
하품하고는 장죽을 길게 빨아들였다.
후우 하며 연기를 내뱉자 자욱한 구름처럼 그의 전신을 감싸 안았다. 한순간 시야가 사라지고 눈앞은 그저 새하얀 연기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윽고 미약한 바람이 불어오며 그 연기를 걷어 내는 순간.
“오랜만이다?”
눈앞에 세 명의 인물들이 우두커니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들은 느닷없이 등장한 천무광의 모습을 바라보며 깜짝 놀란 표정이 역력했다.
천무광이 이곳에 있다면 인형을 상대하고 있는 것은 누구인가?
오로지 천무광의 기척만을 느끼고 찾아왔던 이들에게 있어서는 기이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형님이야 어차피 네놈들 따위가 느낄 수 있는 수준이 아닐 테고…… 그 계집 기운이야 내가 감싸 안으면 그만이지.”
“큭!”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세 사람은 깨달았다.
그렇다면 천무광 한 사람만 있었던 것이 아니란 말인가? 인형을 상대하고 있는 자, 심지어 천무광이 형님이라 부르는 자가 더 있다는 것이다.
그들의 얼굴에 낭패감이 서렸다.
“그렇게 노려보지 마. 눈알을 뽑아 버리고 싶으니까.”
“천무광…… 네 이놈……!”
“살려 보내지 않겠다!”
후우 하며 연기를 내뱉은 천무광이 바위에 걸터앉았다. 적이 눈앞에 있다는 사실조차 잊어버린 것처럼, 혹은 코앞에 있는 이들을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은 것처럼, 눈빛마저 시큰둥했다.
길게 하품을 한 천무광이 천천히 자세를 잡은 이들을 바라보며 피식 웃음을 지었다.
“미친놈들…….”
* * *
남궁소혜는 숨을 헐떡이며 검을 쥐었다.
반 시진.
눈앞에 있는 이들을 막아 내는 데 걸린 시간이다. 그녀의 주변으로는 무수히 많은 인형의 잔해가 흩어져 있었으며, 그것들은 하나같이 조각이 난 채 움직이지 않았다.
이 많은 것들을 부수고 살아남은 남궁소혜는, 마치 비 오듯 땀을 흘리며 숨을 헐떡였다. 온몸에는 여기저기 검상이 나 있었다.
여인의 몸에 상처가 웬 말이냐 할 수도 있었지만, 기실 그녀는 당장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중상을 입었다.
독이 묻어 있는 칼날을 수차례 받았으며 깊은 상처 또한 곳곳에서 보였다.
그런데도 버티고 서 있는 것은, 믿어 준 단우현의 한 마디가 그녀의 마음을 붙잡고 있는 것이었다. 또한 이런 곳에서 쓰러진다면 검황의 대를 이을 여인이라 말할 수 없지 않은가?
그녀의 어깨에는 무수히 많은 것들이 짊어져 있었다.
결코, 죽을 수 없다!
그것이 바로 남궁소혜가 아직 버티고 서 있는 이유이기도 했다.
울컥!
“윽!”
남궁소혜가 피를 토해 내며 휘청였다.
그 순간 칼로 땅을 짚고 억지로 버티고 섰다.
결코 적 앞에서 쓰러지지 않는다. 그것이 그녀가 가지고 있는 무인의 긍지이기도 했다.
“하아, 하아…….”
숨을 내쉬며 앞을 바라봤다.
아직도 스물이 넘는 인형들이 눈앞에 서 있다. 지치지도 않는다. 살아 있기에 체력적으로 한계가 있는 남궁소혜에게 있어 좋지 않은 상대라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그녀가 다시금 검을 고쳐 쥐었다.
서서히 눈앞이 흐릿해지고 있었다.
이대로 조금만 더 시간이 흐른다면 틀림없이 목숨을 잃을 것이다.
하지만 그러한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음이 없고 생각이 존재치 않는 인형들은 오로지 남궁소혜를 죽이기 위해 터벅터벅 다가오고 있었다.
절대 죽지 않을 것이라며 다짐하고 검을 치켜든 그 순간.
털썩털썩!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멀쩡하게 서 있었던 인형들이 하나둘 쓰러지기 시작했다. 마치 인형을 움직이고 있던 이가 사라진 것처럼 맥없이 쓰러져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그것을 바라보며 남궁소혜가 털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느…… 늦어…….”
주저앉은 그녀의 숨결이 다소 격해졌다.
눈앞이 점점 더 흐릿해지더니 머릿속이 점차 어지러워졌다.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혹은 생각지 않는 것인지, 손가락은 움직이는지 말은 하고 있는지.
모든 것이 암흑에 빨려 들어가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하아…… 하아, 아, 안 되는데…….’
눈을 감으면 안 된다.
아직 해 보고 싶은 일도 많고 해야 할 일도 많다. 단우현의 지랄 맞은 성격도 뜯어고쳐 주고 싶고, 단소미가 자란 모습도 보고 싶었다.
사도학과 남궁천이 다투는 모습도 그러하였고, 매일같이 겁 없이 덤벼드는 장삼태나 불여우처럼 행동하는 제갈연이나.
그런 이들의 모습을 더욱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밖에도…… 누구였지?’
그런 생각을 하다 저도 모르게 실소를 흘렸다. 존재감이 없다고 하더니 죽는 순간까지도 그들의 이름과 모습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는 점점 더 힘이 빠져나가고 정신이 흐릿해졌다.
“엉? 아직 살아 있네.”
그때, 목소리가 들렸다.
죽어 가던 정신이 그 말투에 퍼뜩 깨어났다. 마치 회광반조(回光返照)를 겪는 것 같았다. 고개를 들어 올리는 순간, 어느새 시뻘건 피를 온몸에 덕지덕지 묻히고 있는 천무광이 보였다.
얼굴 또한 피로 흥건했다.
마치 사람을 잡아먹은 것처럼 보일 정도다.
입술에 맺혀 있는 혈흔 역시 더욱 기묘했다.
“이야! 대단하네. 진즉 죽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직 버티고 있을 줄은 몰랐네.”
“느…… 늦었어요…….”
남궁소혜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웃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천무광이다. 그가 운공을 도와준다면 독을 몰아내는 것 정도는 수월할 것이다.
벼랑 끝에서 한 줄기 빛을 만난 느낌이었다.
“하하하, 좀 늦었지? 찾는 데 애를 먹어서 말이야.”
천무광이 터벅터벅 다가왔다.
그러고는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검을 주워들었다. 그 모습을 확인한 남궁소혜가 무엇을 하나 주시하는 그 순간.
천천히 다가온 천무광의 칼날이 아무런 예고도 없이, 혹은 망설임조차 없다는 듯이 순식간에 남궁소혜의 머리를 향해 쏟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