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373
걷고 있는 단우현은 많은 생각들을 했다.
천무광을 눈앞에 두고 느낀 모든 것, 과거 잔재가 아직까지도 남아 있다는 기쁨과 동시에 많은 것들이 변했다는 것.
그러한 느낌 하나하나가, 단우현을 옭아매고 혹은 쥐고 흔드는 것 같았다.
“세월이란 많은 것들을 변하게 만든다고 하더니…….”
그렇다고 한숨짓지 않는다.
그렇다 하여 낙담하지 않는다.
단우현의 마음은 고작해야 그런 것으로 흔들리기에는 너무나도 단단하여 부수고 짓밟으려 하여도 어떨 때는 강철과도 같으며 어떨 때는 금강석과도 같다.
하여 흔들리지 않으며 무너지지 않는다.
하지만 한 가지 마음에 남아 있는 것만큼은 풀어내지 못하였다.
팔선(八仙).
중원을 수호한다는 선인들.
그런 이들에게 겪은 고통만큼은 어떻게 해서든 해소가 되지 않았다.
걷는 발걸음에 힘이 들어가는 이유 또한 그러했다.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단우현의 표정이 서서히 뒤바뀌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평온하다 이내 부드럽게 변한다. 하지만 상대와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험악하고 조금 더 흉악하게 바뀌었다.
마치 과거 무신을 보는 듯한.
그를 소환해 내는 것 같은 느낌.
이윽고 도착한 그곳에서 우두커니 서 있는 한 사내를 바라봤다.
“뭐……?! 처…… 천무광이 아니었던가?”
나타난 이를 바라보며 류화군은 깜짝 놀랐다. 분명 천무광을 노리고 찾아온 것이었는데, 전혀 다른 이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심지어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은 얼굴.
다소 먼 거리였기에 시야를 좁히며 바라보는 순간.
류화군의 몸이 경직되었다.
“오랜만이구나. 천 년 만이라 해야 하나?”
들려오는 소리에 류화군이 사시나무 떨듯이 떨었다. 팔선이라 함은 선경에 오른 절대자들. 이들 하나하나 한때 중원에서 혹은 이 대륙에서 명성을 떨치던 영웅들이었다.
하지만 그런 이들조차 두려워하는 이가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단우현이라는 절대자이자 결코 넘어설 수 없고 죽음이라 생각되는 자였다.
“자, 자네가 어찌 여기……?”
“네놈을 찾아왔으니 이곳에 있는 것일 테지.”
“끅……!”
류화군은 당황스러운 시선을 보냈다.
목적은 천무제에게 붙은 천무광을 붙잡거나 죽이는 것이었다. 어려운 임무이기는 하였지만 해내지 못할 것도 아니었기에 아무렇지 않게 움직인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최악이라 할 수 있는 무신을 보게 될 줄이야?
떨리는 몸은 주체하지 못하고 시선은 저도 모르게 내려갔다.
절대자의 존안을 쳐다보는 것조차 불경스럽다.
마치 그런 말을 하는 것 같았다.
“처, 천무광 이놈! 함정을 팠구나!”
“오호? 그 함정에 놀아날 정도였던가? 팔선이라는 것들은?”
“큭!”
“많이 저급해졌구나.”
스르르릉!
단우현의 칼날이 검집에서 빠져나왔다.
우웅!
검명을 터트리는 그 울음소리는 마치 단우현이 가지고 있는 복수심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당장 눈앞에 있는 이를 베어 내고 피를 뿌려라.
그런 말을 하는 것처럼 격렬한 울음을 터트렸다.
“네, 네놈은 천무광에게 속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더…… 더 이상 무제를…….”
“아무래도 좋다. 천 년 동안 날 그 안에 가둔 것이 네놈들이란 것은 변치 않으니 말이다.”
“우, 우리는 천무제의 명령으로…….”
“아무래도 좋다니까?”
단우현이 피식 웃으며 검을 휘둘렀다.
콰콰쾅!
쏟아지는 검기가 땅을 훑고 지나갔다. 검기에 맺혀 있는 바람이 땅을 들썩이게 했으며, 온갖 흙과 돌들을 맹렬히 빨아들이며 류화군을 향해 쏟아져 나아갔다.
난색을 표한 것은 류화군이다.
다짜고짜 한 수라니?@손을 쓰다니?
말이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는 예상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막아서는 안 된다.
막는 순간, 온몸이 두 동강 날 것이다.
그런 맹렬한 힘이 느껴졌다.
류화군은 훌쩍 날아올랐다. 높이 떠오르는 순간, 단우현을 향해 손을 뻗었다. 손가락 끝에서 뻗어 나온 지풍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날아들었다.
쾅쾅쾅!
그러나 맞지 않았다.
단우현은 미동조차 하지 않았건만, 류화군의 지풍은 마치 처음부터 그렇게 쏘아 낸 것처럼 단우현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 모든 현상이 참으로 기이했다.
심지어 류화군마저 당황했다.
‘이유를 모르지는 않지만…… 정말…… 답이 없군.’
류화군은 인상을 찌푸렸다.
선경에 올라 팔선에 이름을 올린 이라 할지라도, 오행의 기운을 이렇게까지 확실하게 다룰 수 있는 이는 없다.
한때나마 팔선의 우두머리라 하였던 천무제라 할지라도, 오행의 기운을 특히 바람을 이리도 자유자재로 다루지는 못하였다.
그러한 생각을 해 본다면 눈앞에 있는 것은 틀림없는 무신.
그 본인이 분명했다.
쾅!
그때, 다시 한번 단우현의 칼이 휘둘러졌다.
묵직한 기세가 거대한 파도처럼 몰아쳤다. 피할 수 있는 곳도 없었으며 막아 낼 수 있는 기세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정공법으로 파고들어 공격하느냐?
공격하는 순간, 온몸이 갈가리 찢겨 나갈 거다.
류화군이 이를 갈며 뒤로 물러섰다.
손을 뻗어 장력을 날렸다.
펑펑!
수차례 쏟아지는 장력이 무섭게 뻗어 나가 단우현의 기세와 부딪쳤다. 연이어 들리는 폭음이 귀를 울렸고 땅은 마치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흔들렸다.
하지만 단우현의 기운은 멈추지 않는다.
애초에 장력으로 막아 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류화군의 행동은 실로 정확한 판단이기도 했다.
쏟아져 오는 기세가 다소 약해졌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 류화군이 호신강기를 몸에 걸치며 안으로 파고들었다. 부드럽게 흐르는 바람들이 온몸을 감싸는 것을 깨달으며 쏜살과도 같이 단우현을 향해 내달렸다.
또다시 격한 소리가 들렸다.
먼지가 자욱하게 떠오르고 사방은 한 치 앞도 볼 수가 없었다.
“커억!”
들려오는 것은 미약한 신음.
울컥하며 토혈하는 격한 울림.
바람이 불어오며 그 먼지를 걷어 내자, 엉망진창으로 얻어터진 류화군이 멱살이 잡힌 채 축 늘어져 들어 올려진 모습이었다.
“예전 같지도 않군.”
그러나 단우현 또한 다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의 뺨에서 주룩 피가 흘러내렸다. 류화군의 한 수가 스쳐 지나간 흔적. 천하의 무신에게 상처를 낼 수 있다는 것만 보아도 류화군의 실력 역시 무시할 것이 못 되었다.
단우현이 흐르는 피를 핥으며 웃었다.
그러는 사이, 류화군은 마치 이러한 것을 노렸다는 듯이 세차게 몸을 굽히며 발을 뻗었다.
순간적으로 뻗어 나오는 각법은 수십 차례 단우현을 후려쳤다.
퍼퍼퍼퍽!
강렬한 기세를 머금고 있는 발길질은 강철조차 쉽사리 부술 것 같았으며, 누구라 한들 무사하지 못할 것 같았다.
단우현이 주룩 뒤로 물러섰다.
그의 옷깃에는 류화군의 각법을 막아 낸 흔적이 가득했다.
“이런 것은 또 오랜만에 느껴 보는군.”
누군가 자신의 몸에 상처를 낸다.
누군가의 공격을 막아 낸다.
눈앞에 있는 존재가 팔선이 아니었다고 한다면 결코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보니, 단우현은 오랜만에 색다른 경험을 하고 있었다.
그가 게슴츠레 눈을 뜨며 자세를 잡았다.
지금까지 단순히 베고 내지르는 것만으로 사람을 죽였다 한다면, 이제부터가 진짜 무신의 무예가 작렬하는 순간이었다.
‘이제부터가 진짜로군.’
류화군이 흐르는 피를 닦아 내며 어이없이 웃었다.
빠른 다리를 이용하여 도망쳐 볼까? 하는 생각을 하다 이내 고개를 저었다. 잠시 잠깐 목숨을 부지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가 고개를 숙이며 손으로 땅을 짚었다.
동시에 기이한 안개가 끼기 시작했다.
무공도 무공이지만 류화군의 진정한 무예는.
바로 환술에 있다.
순식간에 주변으로 안개가 끼기 시작하며 온 사방을 감싸 안았다. 마치 진법에 빠져든 것처럼 기이한 기류가 온몸을 휘감았다.
단우현이 웃음을 지으며 움직였다.
어느새 류화군 앞에 모습을 드러낸 단우현의 칼날이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빠르게 스쳤다.
사악!
베이는 것은 한순간이다.
어떤 이라 하여도 자신이 베였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류화군은 피를 흘리지 않았으며 베는 감촉조차 없었다. 이윽고 마치 모든 것이 환영이라는 것처럼 스르륵 사라졌다.
단우현이 인상을 좁혔다.
확실한 한 수였다고 생각하였는데, 환술 속에서 그 위치를 정확히 잡아내지 못한 것 같았다.
그와 동시에 기이한 감각이 목덜미를 서늘하게 만들었다.
단우현이 고개를 돌리며 반 보 물러섰다.
동시에 내지르는 일검이 무언가를 후려쳤다. 바람을 머금은 그 칼날이 사방으로 뻗어 나가, 도주하는 이의 발목을 붙잡으려 했다.
촤악!
피가 튄다.
깊은 상처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확실하게 상대를 베었다. 하지만 그 핏자국 또한 곧 사라졌으며 감각 하나하나가, 머지않아 오감을 하나둘 상실해 갔다.
촤악!
단우현의 어깨에 피가 솟구쳤다. 깊은 상처는 아니지만, 그가 천하의 단우현이라는 점에서 굉장히 놀라운 일이다.
이는 아무리 무신이라 하여도 선경에 오른 이를 상대로 피를 볼 수밖에 없음을 증명시켰다.
하지만 단우현은 오히려 그것이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오랜만에 느끼는 칼날에 감촉 때문인지 아니면 단순히 이런 싸움을 하는 것이 오래되었기 때문인지, 그의 얼굴에는 즐거움이 가득하였고 그것은 마치 과거 무신을 보는 듯하였다.
촤촤촤악!
곳곳에서 단우현의 피가 치솟았다.
환술에 걸려 있는 상대를 죽이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처럼, 류화군은 거침없이 단우현의 몸을 베어 냈다. 다만 깊은 상처를 입히지 못하는 것은, 그에게 접근하는 것에 꺼림칙함을 느끼고 있었던 탓이다.
‘이상해…… 그냥 칼에 맞을 자가 아닌데?’
류화군은 칼을 휘두르면서도 불길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저 가만히 다가오는 기척을 느끼고 있는 것인가?
하지만 아무리 무신이라 하여도 류화군이 펼친 환술을 깬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미 오감을 잃었을 테니 어디가 어디인지 알 수 없고, 설령 칼이 날아오는 방향을 안다 하여도 생각했던 곳과는 전혀 다른 곳일 터.
그런 상황에서 무슨 다른 수가 있는 것인가?
류화군이 인상을 쓰며 더욱 칼을 굳게 쥐었다. 이번 한 수로 단우현의 목을 치겠다는 다짐을 하며 더욱 크고 강하게 환술을 걸었다.
오감은 물론이고 당장 눈앞조차 보이지 않을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단우현이 류화군을 공격할 수 있는 수단은 아무것도 없을 터.
마음을 먹은 류화군이 귀신처럼 기척을 죽인 채 서서히 접근했다.
설령 단우현이 지금 무엇을 본다 하여도 그것은 류화군 본인이 아닐 것이다.
그때.
서걱!
“컥!”
지그시 눈을 감고 있었던 단우현의 칼날이 순식간에 뻗어져 날아왔다.
눈을 뜨는 순간 보이는 수십 혹은 수백 명의 류화군을 단박에 파악하고, 그 위치를 깨닫고 휘두른 칼날은 막아 낼 새도 없이 그의 몸을 양단시켰다.
그것은 환영이 아닌 류화군 본인이었다.
양단되어 버린 그의 얼굴에 경악이 서렸다. 어떻게 알아낸 것인지 정녕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단우현이 그것을 바라보며 웃었다.
환술이 풀려 가는 것을 확인하고는 검을 회수했다.
“감각을 잃어도 흐름은 읽는 법이다. 바람이 내 편이니 네놈이 어찌 나를 이길까?”
단우현의 한마디가 이미 죽은 류화군에게 전해졌을까? 경악하며 치켜뜬 류화군의 눈은 좀처럼 감기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