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381
“귀신이 있었다고?”
“네. 정말이에요!”
집으로 돌아온 단소미는 울상을 지으며 단우현에게 매달렸다.
말도 안 되는 일이고 실제로도 믿고 싶지 않은 사실이기는 했지만, 눈앞에서 벌어진 상황은 현실이었고 부정할 수 없었다.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아이는 무슨 일이 있어도 단우현의 곁에서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그것참…… 재미있구나. 귀신이라?”
“허허허, 잘못 본 것이 아니고?”
“아니에요! 정말로 있었다니까요!”
남궁천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되묻자 단소미는 자신의 말을 믿지 않는 남궁천이 밉살스럽게 보였는지, 어느새 다가가 토닥토닥 가슴을 때렸다.
남궁천은 그 행동이 몹시 귀여웠는지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하하, 하지만 재미있군요. 귀신이라? 어디 볼 수 있으면 한번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제갈운이 흥미 솟은 표정으로 눈을 빛냈다.
현실적인 것이 아니라면 조금도 관심이 없지만, 실제로 그런 것들이 눈앞에 나타난다면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났는지 낱낱이 파헤치고 싶은 모양이다.
그의 호기심에 많은 이들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정말로 귀신이 있긴 있어. 내가 본 적이 있거든.”
그때, 마당을 쓸고 있던 적무성이 씩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옛날이야기를 하는 듯하면서도 그 시선은 어린 단소미에게 향해 있었다.
귀신이라는 말에 단박에 겁을 집어먹는 모습이 재미있었던 것인지,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이야기 또한 무서운 것들밖에 없었다.
“어느 날에는 산을 타다가 새하얀 소복을 입은 여인을 보았는데, 아니 이것이 어느새 감쪽같이 사라진 거야. 어찌나 놀랐는지 소름이 다 돋았지.”
“그…… 그래서요?”
“너무 얼떨떨해서 그냥 내려가려고 등을 돌렸는데…… 눈앞에 딱!”
“꺄아아악!”
“아아아아, 아무것도 안 들려요!”
단소미가 소리치고 남궁소혜가 두 귀를 틀어막았다. 더는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다는 듯이 들려오는 적무성의 목소리를 격렬하게 부정했다.
“그러고 보니 저도 있습니다. 무황성에서 있었던 일입니다만…….”
“무황성에서?”
무황성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적무성이 눈을 반짝 빛냈다.
그러고 보니 기이한 이야기가 들렸던 적이 있었다.
“귀곡성 말이지?”
“그렇습니다. 실제로 늦은 밤만 되면 귀곡성이 들려온 적이 있지 않았습니까? 마치 아이의 울음소리처럼 말입니다.”
“아, 알지 알아. 나도 그것 때문에 몇 번 잠을 설쳤지.”
당시를 생각하며 적무성이 인상을 찌푸렸다.
몇 날 며칠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할 정도로 흐느끼며 우는 여인의 목소리였다. 심지어 그 원인을 파악하려 보낸 이들 대부분이 마치 못 볼 것을 보고 온 사람처럼 피폐해져 버린 사건이었다.
“그…… 그런 일도 있었나요?”
“힝…….”
“예, 당시 성주님의 명령으로 저를 비롯해 몇 명이 더 파견되어 그 원인을 조사했습니다.”
“오호, 그때 갔던 이가 자네였는가?”
권무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를 생각하던 그가 잠시 심호흡을 하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한순간이긴 하지만 그의 눈동자가 격렬하게 흔들렸는데, 그것만으로도 두 여인에게 공포를 안겨 주었다.
“그 소리는 무황성에서도 사용하지 않았던 폐건물 쪽에서 났었는데, 그 가는 길이 마치 저승길처럼 스산했습니다.”
적무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쪽 길은 딱 한 번 가 보았다. 그 뒤로는 두 번 다시 가지 않았는데, 이유인즉슨 걷다 보면 마치 자신이 이승에 있는 것인지 저승에 있는 것인지 알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곳에는 사람도 많이 죽었다고 합니다.”
“처형장으로 사용됐던 곳이니까.”
“으으…… 그, 그래서 그 소리는 뭐였는데요?”
권무진이 부르르 떨고 있는 남궁소혜를 재미있는 시선으로 바라봤다. 양팔을 문지르며 상당히 겁에 질려 있는 모양이다.
환골탈태까지 한 고수라고는 믿기 힘들었다.
그러니까 더 재미있는 것 아니겠는가?
“저희가 도착해서 소리가 난 곳의 문을 열자…….”
“여…… 열자…….”
“소리가 점점 멀어져 갔습니다. 안에는 아무도 없었고요.”
“헉……!”
“으음…….”
권무진은 당시를 생각하며 아직도 어이가 없었다. 어떻게 세상에 그런 일이 벌어질 수 있는가 싶었다.
권무진이 크윽 하며 분한 표정을 지었다.
“저희는…… 따라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름 아닌 성주님의 명령이었기 때문입니다.”
“장하다, 장해! 그래, 그래야 사파지!”
적무성이 박수를 쳤다.
사실 그 당시 이야기를 제대로 들을 수가 없었다. 다들 피폐해져 있는 탓도 있었으며, 무슨 이유에서인지 말을 하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 와 그 이야기를 들으니 당시 기분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요?”
단소미가 불안한 시선으로 권무진을 바라보며 물었다. 귀곡성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소름이 끼칠 만한 일인데, 그 귀신을 찾기 위해 나아갔어야 했던 권무진을 안쓰러운 시선으로 바라봤다.
“그날따라 유난히 바람이 세차게 불었고 달빛조차 스며들지 않아…… 벌레 울음소리조차 들리지 않은 적막감은 저희를 더욱 구석으로 몰아넣는 것 같았습니다.”
“허허, 듣기만 해도 소름 끼치는구나.”
남궁천마저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그 또한 권무진과 같은 상황이었다면, 쉽사리 발을 내딛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이윽고 소리가 들린 자리에 멈춰 섰지만 귀신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삭! 삭! 하며 무언가가 저희의 뒤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으으윽…….”
“시, 싫어…….”
모든 이들의 표정이 사색이 되었다. 팔을 문지르고 듣지 않으려 애를 써 보아도 파고드는 권무진의 목소리는 쉽사리 떨쳐 낼 수가 없었다.
이윽고 권무진이 무시무시한 표정을 지으며 단소미를 바라봤다.
“저희가 그 원인을 찾아 고개를 돌리는 순간!”
“수…… 순간?”
권무진이 눈이 매섭게 치켜떠졌다.
표정만 본다면 그야말로 흉신악살과 다를 바가 없다. 당시 기분을 고스란히 보여 주는 그런 경악과도 같은 표정이었다.
“거기에는 발정 난 고양이 한 마리가…….”
“…….”
“……?”
“응?”
모든 이들이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그러나 권무진 또한 어이없는 표정이다.
자신이 발견을 했음에도 아직까지도 허망했다.
귀곡성이라 하며 소란이 일어났고, 심지어 그 탓에 적무성은 며칠 동안 잠조차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결국, 성주의 명령으로 움직여 찾아낸 것이 고작해야 발정 난 고양이었다니?
어이없는 결말이지 않은가?
“바…… 발정 난 고양이? 나는 그런 보고를 들은 적이 없다만?”
“지금이니까 말씀드리는 겁니다만…… 어떻게 그런 보고를 올립니까? 알고 보니 성주가 발정 난 고양이 새끼 한 마리 때문에 잠도 못 자고, 결국 수색대를 보냈다고 말입니다. 다들 그냥 쉬쉬했지요.”
권무진이 이제야 속이 시원하다는 표정으로 숨을 골랐다. 만약 이 사실이 무황성 내에 퍼졌다면, 적무성은 많은 이들에게 비웃음을 샀을 것이다.
“컥…….”
“허…… 참…….”
“기가 막히네요.”
“뭐예요, 진짜!”
모든 이들이 어처구니없는 시선을 보냈다.
그러나 어디 적무성만 할까?
그가 아픈 뒷골을 붙잡으며 신음을 흘렸다.
속 시원해 보이는 권무진의 표정과는 다르게, 적무성의 얼굴은 어느새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 * *
“이게 뭐야?”
배를 채운 무천풍은 기억을 더듬고 더듬어 재보가 묻힌 장소를 찾아왔다. 그곳은 동정호가 바로 앞에 있었으며, 주변은 개인 땅이 아닌지라 사람들조차 쉽게 오가지 않는 곳이었다.
그래, 틀림없이 무언가가 세워질 리 없는 완벽한 장소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도착한 그곳에는 떡하니 집이 세워져 있었다.
심지어 악양이나 장사 한복판에서도 이런 화려하고 넓은 집은 찾아볼 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웅장한 장원이 말이다.
그곳에 현판을 지그시 바라봤다.
호남단가.
쓰여 있는 네 글자는 그 용사비등한 필체만으로도 상당한 달인이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 들 정도였다. 전체적인 것을 확인해 보아도 안에 사람이 살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아니…… 도대체가…….”
잘못 온 것은 아닌가 하며 다시금 기억을 더듬었다.
하지만 주변 풍경이 낯이 익었다.
그렇기에 틀림없이 이곳이 맞다.
저 웅장하게 세워져 있는 장원 아래에 자신의 모든 재산이 숨겨져 있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깊은 땅속에 말이다.
먼 거리이기는 하지만 확실하게 사람들의 기척이 느껴졌다. 그들 중 제법 한가락할 법한 이들마저 있는 것 같았기에, 무천풍은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아이고, 내 돈이…….”
눈물을 집어삼켰다.
혹, 누군가 자신의 돈을 발견하여 이 장원을 지어 놓은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하지만 이내 그 생각을 부정하였는데, 이는 재보를 숨겨 놓은 깊이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성인 남자를 수직으로 세워 머리통까지 들어갈 정도였으니, 미친 듯이 땅을 파지 않는 이상 쉽사리 찾을 수 없었다.
몰래 들어가 훔쳐 나올까?
그런 생각을 해 보았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본디 도둑질은 그의 취미가 아니다.
또한, 안에는 상당한 공력을 지닌 자들이 있는 것 같았으며, 아직 본래의 힘을 되찾지 못한 무천풍에게 있어 그러한 행동은 도박과도 같은 것이다.
심지어 만약 저곳에 황족이라도 있다고 한다면, 무천풍에 대한 것들이 알려지며 수많은 군관이 다시금 그의 뒤를 쫓기 시작할 것이다.
그것만큼은 사양하고 싶은 무천풍은 땅에 주저앉았다.
“어찌해야 할까?”
무천풍은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하지만 쉽사리 답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 동안 골머리를 썩이고 있는 도중, 그의 머릿속에 하나의 생각이 스치듯 지나갔다.
“옳거니!”
무릎을 ‘탁’ 치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굳이 몰래 들어갈 필요는 없지 않은가?
저 정도 큰 장원이라면 시종이나 종놈들 또한 상당히 많을 터이니, 안에 들어가 일을 시켜 달라고 하면 조금이나마 가능성이 생긴다.
그러다 틈을 봐서 재보를 가지고 도망을 치면 되는 것이다.
이리도 간단한 일에 골머리를 썩다니.
오랫동안 갇혀 있던 탓에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무천풍은 씩 하며 웃음을 지었다.
다시금 재산을 찾고 이 중원 땅을 뜬다. 돈만 있으면 어디를 간다고 한들 떵떵거리며 잘 살 수 있으니, 굳이 이 중원에 있을 필요도 없었다.
‘저 먼 동방으로 가면 되겠군…… 그 전에 그놈을 잡아 족치고 말이야.’
거기까지 생각을 한 무천풍은 기분 좋은 웃음을 지었다. 복수도 하고 돈도 되찾고, 뇌옥에 갇혀 보낸 이십 년 세월의 보답이라 하기에는 다소 모자란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지금 무천풍의 목적은 오로지 그 두 가지밖에 없었다.
결심하였으니 무천풍은 망설이지 않았다.
조금 더 허름해 보여야 동정심을 가질 것이니, 바닥을 뒹굴며 더욱 옷을 더럽히고 얼굴에는 덕지덕지 흙을 발랐다.
본래 얼굴조차 알아볼 수가 없을 정도였다.
동정호 물결에 보이는 자신의 얼굴을 확인한 무천풍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면 완벽하다.
“자! 가 볼까!”
준비를 끝낸 무천풍이 당당하게 호남단가를 향해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