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382
“헉, 헉, 계…… 계시오……?”
퉁퉁-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장원 안에 있던 이들의 시선이 하나같이 대문을 향했다. 이곳은 악양에서도 상당한 외지이며 객이라고는 간간이 찾아오는 홍원창 정도가 전부였다.
그런 곳에 느닷없이 소리가 들리니, 대문을 바라보던 사람들의 시선이 또 한 번 자연스럽게 단우현을 향해 돌아갔다.
이내 단우현이 피식 하며 웃었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표정에는 드러나지 않지만, 마치 장난스러운 일을 꾸미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열어 주어라.”
“예!”
단우현의 한마디에 마장강이 서둘러 대문으로 다가갔다. 이윽고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자, 초췌한 노인 하나가 흙투성이 된 몰골로, 숨을 헐떡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꼬…… 꼴이 이래 미안하네……. 내, 내가 오랫동안 밥을 먹지 못해 그런데…… 밥을 얻어먹을 수 있겠는가? 무…… 물론 보, 보답은 하겠네. 이, 이렇게 보여도 할 수 있는 일이 많다네.”
“…….”
마장강이 뚫어지게 노인을 바라봤다.
진흙투성이에 삐쩍 마른 몰골.
척 보기에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몰아쉬는 숨은 당장 넘어간다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으며, 안색마저 좋지 않아 곧 죽을 것만 같았다.
“음…….”
마장강이 잠시 신음을 흘렸다.
무슨 일이 있든 간에 단우현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절로 동정심이 일 만큼 처량한 노인의 몰골이 괜히 마음을 약하게 만들었다.
차라리 푼돈이라도 쥐여 주고 내보내는 것이 나을까, 라는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
“자요.”
쪼르르 달려온 단소미가 손에 쥐고 있던 것을 내밀었다. 매향이 악양에서 사 온 그 만두는 베어 먹은 흔적조차 없는 새것이었다.
아직도 따끈따끈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것이, 절로 주린 배를 자극했다.
“괘, 괜찮으냐?”
“네! 배고플 때는 나눠 먹어야죠.”
단소미가 그렇게 이야기를 하며 싱긋 웃음을 지었다. 먹을 것을 내민 손에는 한 치 의심이 없었으며, 또한 얼굴에는 가식조차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무천풍의 얼굴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지금 눈앞에서 웃고 있는 저 아이.
틀림없이 산에서 보았던 그 아이 중 한 명이었다. 재보를 되찾기 위해 찾아온 곳에서 설마하니 이 아이를 보게 될 줄이야.
무천풍이 어색하게 웃음을 지었다.
“고, 고맙구나.”
슬그머니 손을 뻗어 만두를 쥐었다.
한입 베어 무는 순간 진한 육즙이 흘러넘쳤다. 어찌나 맛있는지 둔해졌던 머리가 새로이 일깨워지는 느낌이었다.
“어, 엄청 맛있군.”
“그렇죠? 악양에서 엄청 유명한 곳이거든요. 저도 이곳 만두를 제일 좋아해요.”
단소미의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만두를 사기 위해 최소 일각, 길면 반 시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면서까지 무언가를 사 먹는 것은 쓸데없는 기력 낭비라 생각하고 있는 단우현 탓에, 이렇게나마 매향이나 혹은 누군가 사 오지 않는 이상 먹는 일이 없었다.
“도…… 도대체 이런 것은 어디에서 파느냐?”
“악양 저잣거리에서요.”
“허허, 이것을 원 없이 먹는다면 소원이 없겠구나.”
“그렇죠?”
두 사람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시작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만두 칭찬은 도무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우두커니 서 있던 마장강이 다소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두 사람을 지켜봤다.
음식도 먹였으니 슬슬 무천풍을 내쫓아야 하는데, 도무지 그럴 시간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선이 단우현에게로 돌아갔다.
“뭐 하는 놈이냐?”
그때, 가장 먼 거리에 있던 단우현이 입을 열었다.
그 한마디는 가장 먼 곳에 있는 무천풍의 귀에 또렷하게 들려왔다. 마치 곁에서 속삭이는 것처럼 들려왔기에, 무천풍은 자연스럽게 고개를 들어 단우현을 바라봤다.
“그냥…… 지나가는 노인입니다만…… 갈 곳이 없이 이리저리 배회하던 중 우연히 보았기에 찾아왔습니다.”
순간 단우현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웃었다.
그것은 남궁천과 적무성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저 갈 곳 없는 노인네로는 절대 보이지 않는다. 초췌해 보이는 몰골이기는 하지만, 아무리 봐도 평범하다 할 수 없는 자였으니까.
“어디서 본 것 같은데?”
남궁천이 단우현을 향해 작게 중얼거렸다.
곁에 있는 적무성만이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방노백이랑 꼴이 비슷해서 그리 생각하는 건 아니고?”
“아니네. 정말로 어디선가 본 것 같은데…….”
남궁천이 뜸을 들이며 생각에 잠겼다.
저 얼굴 형태는 틀림없이 본 적이 있다. 다만 상당히 오래된 탓인지 잘 기억나지 않은 것이 문제였다.
더군다나 무천풍과 남궁천은 고작해야 스쳐 지나가듯 몇 번 본 것이 다였으니, 기억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적무성 역시 노인을 주시하며 바라봤다.
그러나 딱히 떠오르는 이가 없었다.
이는 적무성과 무천풍이 단 한 차례도 맞추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무천풍이 오황 중 한 명이기는 하였지만, 워낙 그 존재가 은밀하였고 사람들 앞에 잘 나서지 않았기에 얼굴을 아는 사람이 지극히 적었다.
같은 오황이라 하여도 무천풍을 알아볼 수 있는 이는 고작해야 사도학 정도일까?
심지어 그 당시 적무성은 오황에 이름조차 올리지 못했다.
“들어와요, 할아버지. 제가 맛있는 거 많이 가지고 있거든요.”
“그, 그래도 되겠느냐?”
“에이, 뭐 어때요? 다 같이 먹고 살자는 건데요.”
단소미는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다.
상대가 누구인지 혹은 어떤 마음을 품고 있는지 이 자그마한 아이는 일절 관심이 없었다.
지금은 자신과 함께 맛있는 음식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존재가 필요하였고, 그것은 다름 아닌 눈앞에 있는 무천풍이었다.
물론 다소나마 동정 어린 손길이기는 하였지만, 애초에 단소미는 이러한 성격이라는 것을 알기에 다들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었다.
그때, 단우현이 웃음을 지으며 매향을 바라봤다.
무언가 꿍꿍이가 있는 눈빛이다.
“차와 먹을거리를 내주거라.”
“괘, 괜찮겠어요?”
“괜찮으니 내와라. 대접 잘해 주도록…… 중요한 손님이 될 테니.”
“네?”
매향은 다소 이해가 되지 않는 표정을 지었지만, 다름 아닌 단우현의 말인지라 차마 거부할 수 없어 고개를 끄덕였다.
* * *
장원에서 그러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두 사람이 있다. 호북에서 호남으로 내려가고 있는 사도학과 장삼태는 신음을 흘리며 눈앞에 있는 이들을 바라봤다.
“끄으응…….”
“으음…….”
산길을 타고 움직인 것은 매우 좋았다.
혈천 무리들도 만나지 않았고 두 사람을 방해하는 이들 또한 없었다.
간간이 산적들과 조우한 것은 산길이니 어쩔 수 없는 일이기에 그렇다 치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이들을 만나는 것은 예상했던 바가 아니었다.
“커흠!”
“흠……!”
두 사람의 눈앞에는 천도회 인물들 몇몇이 있었다.
남궁세가와 사천당가.
도란도란 모여 있는 이들은 좋은 분위기는 아니지만, 함께 어딘가로 향하고 있는 모양새였다.
그런 이들과 이런 곳에서 만나리라고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장삼태와 사도학은 다소 당황스러운 표정이었다.
사도학은 재빠르게 가면을 뒤집어쓰며 얼굴을 숨겼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틀림없이 저들에게 그 정체가 들켰을 것이다.
“또…… 또 보는군.”
남궁용이 어색하게 웃음을 지었다.
설마하니 중경으로 향하고 있는 와중에 보게 될 줄이야. 장삼태만이라면 편하게 대할 수도 있었을 테지만, 그 곁에는 무시무시한 마황이 서 있었다.
그 정체를 알고 있는 것은 남궁세가의 일원들밖에 없었으니, 다들 더욱 조심스러운 표정이면서도 알게 모르게 꺼림칙한 느낌이었다.
“아니, 왜 이런 곳에 있습니까요?”
그때, 장삼태가 기가 찬 표정으로 물었다.
호북을 벗어나게 해 주었다. 호남단가의 사람들이 아니었다면 절반 이상 몰살당할 수 있는 그러한 상황이었으니, 빠져나가게 해 주었으면 빨리 도망을 쳐야 하는 것이 정상 아니던가?
“하, 하하, 지금 여러 갈래로 나뉘어 중경으로 가고 있다네.”
“…….”
남궁용은 기밀이나 다름없는 말을 서슴없이 내뱉었다.
그 상황을 당중악이 좋게 보지는 않았으나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호남단가의 힘을 빌릴 수만 있다면 어떤 일이든 크게 개의치 않는 것이다.
“그래, 자네들은 왜 이곳에 있는가?”
당중악이 장삼태와 사도학을 바라보며 물었다.천도회의 인물들은 중경을 향하고 있으니, 이 산길에 있는 것이 이상할 게 없다.
하지만 사도학과 장삼태는 이미 호남으로 떠났을 사람들이다.
그런 이들이 이곳에서 어슬렁거리고 있으니 괜스레 의심이 들었다.
심지어 장삼태는 마교 쪽 인물이라 판단되는 자가 아니던가?
‘마황의 후계자인가……?’
당중악의 시선이 깊어졌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그렇게 보이지는 않았다. 마기를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무공 자체가 다소 엉성하여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죽일 수 있는 그러한 존재다.
이런 이가 그 마황의 제자라니?
어쭙잖은 상상이었다.
“이 장삼태 님은 죽을 위기를 넘기고서 지금 돌아가는 중이오! 뭐 잘못됐소?”
장삼태가 불만 어린 시선으로 당중악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자신을 훑어보는 당중악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이다.
“이놈! 정녕 죽고 싶어 그러느냐? 고작해야 종놈 따위가 말을 가리지 못하는구나!”
“아이고, 고작해야 종놈한테 구함받은 분은 어느 가문의 누구시더라?”
장삼태가 코를 후벼 파며 어이없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는 정파인들에게 정이 없다.
예전부터 그들이 가지고 있는 정협이라는 것이 얼마나 우스운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으며, 이번 사태로 인하여 정파라는 것들은 그저 허울 좋은 껍데기라는 것 역시 깨달았다.
심지어 자신의 무공이 예전 그 삼류 수준이 아니라는 것 역시 알아차렸으니, 기세등등해지고 콧대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사도학이 어안 벙벙한 시선을 보냈다.
“뭐하는 거냐?”
“보면 모릅니까요? 재수 없는 놈 얼굴에 침 뱉고 있습죠.”
장삼태가 히죽 웃음을 지으며 당중악을 바라봤다. 콧방귀를 뀌며 명백히 상대를 무시하는 얼굴이다. 지켜보고 있는 남궁세가의 사람들조차 당황을 금치 못할 정도였다.
당중악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이미 화가 머리끝까지 나 누군가 말릴 수조차 없어 보였다.
“왜? 해 보려고?”
자신감으로 가득한 장삼태가 손가락을 까닥거렸다. 사천당가라 해 봐야 호남단가만 못하고, 이미 그들의 능력을 밑바닥까지 보아 버린 장삼태는 그저 자신만만함을 드러내며 웃었다.
그때, 사도학이 슬그머니 장삼태의 옆구리를 쳤다.
“왜 그러십니까요?!”
“쟤 못 이겨, 너.”
“예?”
“못 이긴다고. 죽는다고 너.”
“…….”
사도학의 한마디에 장삼태의 표정이 변했다. 처음에는 잘못 들었다고 생각을 하였지만, 계속해서 그 얼굴을 보고 있자니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 않았다.
주륵-
식은땀을 흘린 장삼태가 당중악을 바라봤다. 시뻘겋게 달아오른 그는 당장이라도 한 수를 내뻗어 장삼태를 싸늘한 주검으로 만들 것만 같았다.
다시금 고개를 돌리며 사도학을 바라봤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헤헤헤, 아니, 뭐 말이 그렇다고요. 당가한테 구함받은 게 어디 한두 번입니까요? 당가가 없었으면 우린 벌써 죽은 목숨입죠. 헤헤헤.”
“…….”
순식간에 뒤바뀌는 그의 행동에 모든 이들이 얼빠진 표정으로 장삼태를 바라봤다. 사람이 이리도 한순간에 변할 수 있을까 싶다.
“헤헤헤, 그래서 우리 대협들께선 어디를 그렇게 가십니까요?”
장삼태가 비굴한 표정으로 손을 비비며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