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384
늦은 밤, 중경으로 가는 길목에서 남궁세가와 사천당가의 일행들은, 사도학과 장삼태를 만나며 노숙을 결정했다.
깊은 산속인지라 해가 빨리 떨어지는 것도 하나의 이유였고, 최대한 빨리 이동을 하고 싶기는 하지만 비가 많이 온 탓에 땅이 질퍽하여 더 이동할 수 없다는 이유도 있었다.
모닥불을 피우는 것 역시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다.
사방에 있는 나무들이 전부 비에 젖은 탓에, 불을 피우는 것 자체가 꽤 곤혹스러운 상황이 되어 버렸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도 장삼태는 용케 불을 피웠다.
활활 타오르는 불 사이로 사람들이 도란도란 모여드는 것은 당연했다. 젖은 몸을 말리고 추위를 몰아내기 위함이다.
“헤헤, 어떻습니까요? 맛있습니까요?”
장삼태가 주변에 있는 풀과 물가에서 건져 올린 물고기를 가지고 죽을 끓였다. 많은 이들이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양은 되지 않았지만, 간단하게 저녁을 때울 수 있을 만큼은 되었다.
“음…… 괜찮군.”
당중악이 맛을 음미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남궁용은 무엇이 그리 불만인지 인상을 찌푸린 채 힐끗힐끗 무언가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것은 남궁세가의 사람 대부분이 그러하였는데, 이유인즉, 다 같은 그릇임에도 들어가 있는 죽의 양이 달랐던 탓이다.
남궁용이 어이없는 표정으로 장삼태를 바라봤다.
“이보게, 어찌 당 가주의 것과 내 것의 양이 다른 것 같네만?”
“아, 참 진짜, 사내가 뭐 그리 쪼잔하십니까요? 그냥 먹으면 되지. 그래 봐야 한두 숟가락 차이입니다요.”
“쪼…… 쪼잔?”
거침없는 장삼태의 말에 남궁용은 당황했다.
더욱이 이건 한두 숟갈 정도 차이가 아니었다.
최소 다섯 숟가락에서 최대 열 숟가락 정도의 차이였다. 이건 결코 적은 양이 아니다.
무엇보다 남궁용의 심기를 건드는 것은 다름 아닌 장삼태의 태도였다.
따지고 보면 사천당가보다 남궁세가가 호남단가와 더욱 깊은 인연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인데, 장삼태의 행동에는 마치 남궁세가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 같지 않은가?
“이보게, 나는……!”
결국, 화가 난 남궁용이 항의를 하려 하자, 그보다 먼저 당중악이 입을 열었다.
“내 것을 더 주겠네. 드시겠는가?”
“아니…… 그런 게 아니고 당 가주, 나는…….”
“고작해야 먹을 것 아니던가? 나는 그만 먹을 터이니 자네나 더 들게.”
“…….”
남궁용은 순간 바보가 된 기분이 들었다.
심지어 당중악의 말이 더욱 화가 났다.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말리는 시누이가 더 밉다는 말이 이런 것인가 싶을 정도로, 당중악의 행동이 얄밉게 보였다.
“아니, 나는 되었네. 자네가 들게나.”
“큼…… 그렇다면야…….”
당중악은 기분 좋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치 남궁세가와의 싸움에서 승리라도 한 표정이다. 심지어 곁에서 장삼태가 아부까지 떨어 주니, 제아무리 당중악이라 하여도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요리 솜씨가 좋네요. 사천에서도 이 정도 솜씨는 흔하지 않은데 말이죠.”
당문혜 역시 기분이 좋았다.
아니, 그 자리에 있는 사천당가인 대부분이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천하의 남궁세가의 가주를 눈앞에 두고 당가를 띄워 주니 어찌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당문혜는 묘한 미소를 지으며 장삼태를 바라봤다.
“하하하, 아가씨! 이 삼태는 말입니다요, 호남단가에서, 아니 호남에서도 제일로 요리를 잘합니다요! 요리로 이 삼태를 따를 자는 없지요.”
“으음-? 그래요? 하지만 정말 맛있네요.”
당문혜가 죽을 음미하며 또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장삼태의 말이 사실인지 아닌지는 관심 없지만, 이 죽이 맛있다는 것만큼은 틀림없었다.
“…….”
그러나 그 모든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한 사람 역시 배알이 꼴렸다. 가면 탓에 보이지는 않지만, 눈빛이 사나운 것이 여간 화가 난 게 아닌 것으로 보였다.
“삼태야.”
“예?”
목소리에서 좋지 않은 기운을 느꼈을까.
장삼태가 생존 본능을 발휘하며 즉각 대답했다.
고개를 돌려 보니 사도학이 눈을 치켜뜨고 있는 게 보였다.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깨달은 장삼태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 남은 죽을 박박 긁어 그릇에 담았다.
“헤헤헤, 제가 또 어르신 챙겨 드리려고 가져왔습죠.”
“…….”
사도학이 어이없는 시선을 보냈다.
딱히 배가 고픈 것은 아니었다.
또한 가면을 쓰고 있는 탓에 맨얼굴을 보이지 못하니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하는 상황 때문에 화가 난 것도 아니었다.
그저, 장삼태의 꼴이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네놈, 그 빌어먹을 성격은 당최 고쳐지지 않는구나.”
“헤헤, 사람이 갑자기 바뀌면 안 된다고 하지 않습니까요? 이 삼태는 천천히 바뀌렵니다.”
“…….”
“…….”
장삼태와 사도학이 서로를 마주 보며 아무런 말이 없었다.
식은땀을 흘리는 장삼태는 어떻게 해서든 이 위기를 넘어가기 위해 머리를 굴려야 했으며, 사도학은 어찌해야 이놈을 파묻을 수 있을까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이제 그만 자는 게 어떻소?”
그때, 당중악이 두 사람의 분위기를 깨듯이 입을 열었다. 그것을 깨달은 사도학이 영 못마땅한 시선을 보냈지만, 그렇다고 당중악에게 호통을 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결국 자리를 깔아야 했다.
비가 그친 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으니 다소나마 편하게 잠을 잘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여기저기 모닥불을 피워 놓았기에, 어느 곳에서 자든 추위에 떨 것 같지 않았다.
그러나 사도학은 마치 저들과 섞이지 않으려는 듯 나무에 몸을 기댄 채 눈을 감았다.
자고 있는 듯하지만, 기이할 정도로 빈틈이 없어 누군가 사도학을 노린다 하여도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당중악은 그것을 바라보며 신음을 흘렸다.
‘정말 대단한 자로군. 이쪽에선 손도 댈 수 없겠어.’
상대의 역량을 파악해 놓는 것이 싸움의 기본이라 할 수 있다.
당중악은 빠르게 호남단가의 전력을 알아내고 싶었고, 지금이 바로 더할 나위 없는 기회였다.
“나무가 조금 모자란 것 같군. 자네, 나와 나무를 좀 하러 가지 않을 텐가?”
결국 당중악이 장삼태를 바라보며 물었다.
이리저리 자리를 깔고 있던 장삼태가 묘한 표정으로 당중악을 바라봤다.
“나무라면 지천에 널려 있는뎁쇼?”
“킥!”
“크큭.”
단순히 농담으로 하는 소리가 아니라, 정말로 지천에 널려 있는 것이 나무다. 이곳은 산이니 나무가 없는 곳이 없다.
때문인지 당돌한 장삼태의 대답에 곳곳에서 비웃음이 터졌다.
특히 남궁세가 쪽에서 말이다.
당중악의 얼굴이 시뻘겋게 물들었다.
말속에 담겨 있는 의미를 파악하지 못하는 장삼태가, 너무나도 어리석어 보여 헛웃음을 내질렀다.
파르르 눈초리를 떤 당중악이 다시금 입을 열었다.
“나무만이 아니네. 내일 먹을 것들도 좀 구해야 하니 말일세. 왜? 나와 함께 가는 것이 싫은가?”
‘너라면 좋겠냐, 이 새끼야?’
장삼태는 속으로 욕을 뱉었다.
사도학이 절대 이길 수 없는 상대라 말을 했기에 당중악에게 굽실거린 것이지, 좋아서 굽실거린 것이 절대 아니다.
사천당가가 본디 당하면 열 배로 갚아 준다는 그 귀신보다 독한 가문이지 않은가?
그런 이와 함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장삼태에겐 여간 곤혹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갔다 와라.”
그때, 지그시 눈을 감고 있던 사도학의 허락이 떨어졌다. 순간 저도 모르게 사도학을 바라보며 죽일 듯이 쏘아봤다.
절대 싫다고 말하고 싶지만 당중악의 시선이 너무나도 아픈 탓에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아, 알겠습니다요…….”
장삼태가 마지못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터벅터벅 걸어가는 그의 모습은 마치 죽으러 가는 사형수를 보는 것 같았다.
“쯧쯧, 간덩이가 배 밖으로 나온 놈도 사천당가는 무서운 모양이로군.”
사도학이 그런 소리를 하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 * *
주섬주섬.
장삼태는 나무를 챙겼다. 자그마한 것들만을 골라 최대한 가볍게.
그나마 조금 무거워 보이는 것은 은근슬쩍 당중악이 있는 곳을 향해 던져 놓았다.
애초에 나무를 하러 가자고 이야기를 한 것은 당중악이었으니 조금 무겁게 들고 간다 하여도 별 이상은 없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하하, 생각보다 나무가 많군.”
“헤헤헤, 내일 아침까진 거뜬하겠습니다요.”
장삼태는 당장 돌아가자는 말을 에둘러 했다. 더 이상 나무를 할 필요가 없는데 괜한 시간 낭비를 하지 말라는 의미다.
그러나 그 뜻을 알아들은 것인지, 모르는 체하는 것인지 당중악은 그저 웃음을 지었다.
“그러고 보니 자네, 호남단가의 종놈이라고 했던가?”
“예예, 그렇습죠. 이 삼태야말로 호남단가의 종놈입죠.”
장삼태의 대답에는 영혼이 없었다.
둘이 함께 있다는 것 자체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으니, 조금이라도 빨리 벗어나고픈 마음만이 간절하게 들었다.
“종놈이라는 것에 꽤 자부심이 있는 것 같구나.”
“당연한 것 아닙니까! 이 삼태! 호남단가의 종놈으로 살고 종놈으로 죽습니다!”
가슴을 팡팡 치며 대답하는 장삼태에겐 거짓이 느껴지지 않았다. 눈빛에는 자부심이 가득한 탓에, 그는 정말로 종놈이라는 것이 좋아 보이는 것 같았다.
당중악은 어이없는 시선을 보냈다.
호위 정도라면 이해라도 해 보겠지만, 고작해야 마당이나 쓸고 뒤치다꺼리나 하는 종놈이 무에 그리 자부심이 가득한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이런 멍청한 놈이니 불러낸 것이다.
가면을 쓴 이에게 접근하는 것보다 효율적이지 않은가?
당중악이 나무를 하나 주우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아, 지난번 보았던 이가 호남단가의 가주였지? 나이가 어떻게 되더라?”
“나이는 무슨…… 삭아 빠진 인간이…… 뱃속에 구더기만 가득 찼습죠.”
“…….”
뜻 모를 대답에 당중악이 고개를 돌려 장삼태를 바라봤다. 구시렁거리며 말을 하는 모양새가 상당히 불만이 많은 것 같았다.
심지어 지금 내뱉은 말에 거짓이 느껴지지 않았다.
“하, 하하, 추…… 출신 성분이나 문파 같은 것이 있지 않은가? 그 정도로 강하면 응당…….”
“아, 그 인간 출신은 동정호 밑바닥이고…… 문파는 잘 모르겠습다요. 아, 사람 패는 게 전문이니 어디 가서 개싸움이나 좀 배웠을 테죠, 그 인간.”
“…….”
당중악은 얼빠진 표정으로 장삼태를 바라봤다.
호남단가 종놈이라는 자부심이 가득했던 표정과는 다르게, 진심으로 욕을 하고 있었다.
투덜거리며 내뱉는 말에는 오로지 그의 진심만이 전해지고 있었기에 당중악은 저도 모르게 식은땀을 흘렸다.
그러다 문득 무언가를 떠올리고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군자검과 마천군…… 귀면자는 도대체 누구인가? 내 너무나도 궁금하더군.”
“아, 그 사람들 말입니까요?”
투덜거리던 장삼태가 자연스럽게 입을 열었다.
아무렇지 않게 당중악의 말을 귀에 담았는지, 대답 또한 꽤 수월하게 흘러나왔다.
내뱉어진 말 한마디 한마디에 당중악이 귀를 기울이는 순간.
“노망난 노친네들입죠. 나이가 몇인데 가면 쓰고 영웅 놀이를 하는 거야, 대체?”
“…….”
빠각-!
당중악이 손에 쥐고 있던 나무를 부러트렸다.
기대했던 대답과는 전혀 다른 것이 흘러나왔다. 귀를 기울이고 있던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졌는지, 그의 표정은 새삼 험악하게 굳어져 있었다.
그때, 장삼태가 아무렇지 않게 당중악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호남단가에는 엄청난 비밀이 있습죠. 이건 아주 중요한 것인데 말입니다요.”
당중악이 다시금 귀를 곧추세웠다.
이번에 헛소리를 했다간 그냥 끝나지 않겠다는 듯, 그의 눈이 사납게 치켜 뜨였다.
또한 흘러나오는 기세가 강하게 장삼태를 자극하니, 말을 내뱉는 장삼태의 얼굴에는 어느새 식은땀이 흥건했다.
하지만 장삼태는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당중악을 바라보며 말했다.
“단가를 건드리거나 파헤치고 모욕하는 개새끼들은 모조리 쳐 죽입니다요. 그게 누구라 해도 말입니다.”
장삼태가 뚫어지게 당중악을 바라보며 이죽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