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385
“네놈이 지금 나를 훈계하느냐?”
장삼태는 당중악을 향해 내뱉는 말투였고, 이에 당중악은 사천당가를 업신여기는 것 같아 자존심이 뭉개져 버렸다.
그는 호남단가를 파헤치려 하였고 장삼태는 그런 이들조차 짓뭉개 버린다 하였다.
명백한 도발에 당중악은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아니, 뭐 틀린 말 하나? 누가 댁 집안 파헤쳐 보쇼, 기분 좋은지?”
“댁?”
“여기까지 왔으니 나도 연기 안 할라오. 아, 썩을, 힘들어 죽겠네.”
장삼태가 우두둑우두둑 몸을 풀며 시원하게 숨을 내뱉었다. 당중악이 무서워, 벌벌 떨며 자신의 성격을 죽이고 있으려니 여간 곤혹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당중악은 그런 장삼태를 이용해 호남단가를 파헤치려 하였고, 결국 그것을 참아 내지 못하면서 장삼태의 성격이 드러난 것이다.
“미쳤구나, 정녕.”
“아, 어르신들이 하는 말이, 이 장삼태는 간덩이가 배 밖으로 나온 거 말고는 장점이 없다 하더이다.”
당중악은 여유로운 장삼태의 모습을 보며 열불이 터져 오르려 했다. 처음 보았을 때도 그렇지만 사람 속을 박박 긁는 무언가를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한껏 인상을 찌푸리며 주먹을 쥐었다.
“죽고 싶은 게지?”
“몇 번 그 이야기 들어 보니 이제는 신물이 나네, 진짜. 죽여 봐, 이 새끼야!”
팟-!
장삼태가 열을 올리며 소리를 내지르는 찰나, 당중악의 손이 움직였다. 뻗어져 나간 암기는 어둠을 틈타 은밀하게 목줄기를 노렸다.
오싹-
소름이 돋았다.
암기를 날리는 행동 하나임이 분명한데도, 기이할 정도로 날카로움이 느껴졌다. 장삼태가 그대로 고개를 뒤로 젖히며 유연함을 선보였다.
암기는 아슬아슬하게 코끝을 스치고 지나갔다.
하지만 끝이 아니라는 듯이 날아 들어온다.
사방으로 뻗어 오는 암기들의 기척이 느껴졌다. 소름이 돋을 정도로 차가운 한기에 장삼태는 인상을 찌푸리며 더욱 날렵하게 몸을 날렸다.
퍽퍽퍽-!
그러나 완벽하다 못해 절대적인 한 수였음에도 불구하고, 암기는 목표를 잃고 허공을 갈랐다. 나무와 돌에 틀어박히며 이것을 맞는 순간 어찌 되는지를 보여 주었다.
장삼태가 식은땀을 흘렸다.
“후우…… 진짜 죽이려 하쇼?!”
“이놈-!”
날렵하다 못해 쫓을 수 없는 경공에 자신의 절대적 한 수를 파훼해 버린 장삼태에게 당중악은 참을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무공이야말로 그의 자존심이고, 그가 익히고 있는 사천당가의 암기술이야말로 중원 최강의 무공이라 자부하고 있던 그다.
그런 이의 한 수가 어이없이 파훼되고, 그것을 파훼한 것이 고작해야 종놈이라는 것에 당중악은 자존심의 상처를 입은 것이다.
또다시 그의 손이 뻗어졌다.
쏟아지는 암기들은 조금 전보다 빠르다.
하지만 장삼태 역시 더욱 빠르게 움직이며 나무 위로 올라섰다.
폴짝폴짝 나무와 나무 사이를 뛰어다니는 그의 움직임은 마치 원숭이를 보는 것 같았으며, 공격을 하고 있는 사람 입장에선 미칠 만큼 약 오르는 일이었다.
“크으윽……!”
“아니 시벌, 도대체 암기를 몇 개나 가지고 있는 거야? 몸 전체가 암기냐, 시벌놈아?”
장삼태는 당황을 금치 못했다.
몇 개 쏘아 내다 보면 응당 떨어질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리저리 쏟아지는 암기의 수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빠르고 날카로우며 매서운 것들이 날아들었다.
하나하나가 살기가 담겨 있는 한 수인지라, 맞는 순간 저승으로 갈 것 같았다.
“경공 하나는 인정해 주마! 하지만 그것만으로 얼마나 버틸 수 있나 보자!”
당중악이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장삼태를 바라봤다.
경공 하나만큼은 자신 있어 보인다.
확실히 저 정도 속도라면 응당 자신 있을 법도 했다. 만약 추격전을 벌였다고 한다면 당중악은 틀림없이 놈을 잡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서 이해되지 않는 것도 있었다.
그럼에도 놈은 도주하지 않고 인근을 돌기만 하며 이 싸움에 응하고 있다는 것.
거기까지 생각한 당중악이 빠득 이를 갈았다.
“네 이놈! 나를 호구로 보느냐?”
“뭔 소리야! 화냈다가 좋아했다가! 어떤 장단에 맞추라는 거야, 미친놈아!?”
장삼태는 당중악의 정신 상태를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화를 냈다가 좋아했다가, 웃었다 울었다 하는 어린아이처럼 그는 다소 이상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어이가 없어 소리를 내지르니 당중악이 또다시 이를 가는 게 보였다.
그의 자세가 변했다.
마치 무언가를 쏘아 낼 것 같은 느낌.
오싹-!
소름이 돋은 장삼태가 그대로 몸을 날리며 당중악을 향해 내달렸다.
피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다면 선공을 취하는 것이 최선이다.
단숨에 거리를 좁히자 당황한 것은 당중악이었다. 놈의 빠른 경공은 눈으로 보았기에 익히 알고 있었지만, 설마하니 이렇게 신속할 줄은 몰랐다.
어느새 지근거리까지 다가온 것을 본 순간.
장삼태의 각이 섬전처럼 뻗어 들어왔다.
팟-!
바람을 가르는 한 수가 당중악의 코앞으로 몰아쳤다. 그 속도와 함께 밀려 들어오는 힘은 웃으며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당중악은 자연스럽게 뒤로 물러서며 그 힘을 흩어 내었다. 그러고는 어느새 손에 쥔 단검을 횡으로 강하게 그었다.
촤악!
검기가 솟구치며 뻗어 나갔다.
맹공의 한 수임이 깨달을 정도로 강인함이 느껴졌다.
깜짝 놀란 장삼태가 그것을 피해 내려 했다. 하지만 너무나도 가까운 거리인지라, 설령 경공이 아무리 빠르다 한들 피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장삼태의 얼굴이 사색이 된 순간.
-힘으로 부딪쳐라.
느닷없이 귓속에 익숙한 음성이 들렸다.
힘으로 부딪쳐라?
그 의미를 깨닫는 것은 정말로 한순간이었다. 장삼태가 손을 뻗어 천마회천공을 시전했다. 이윽고 뻗어 오는 검기를 향해 회천공을 쏟아 내는 순간.
쾅-!
육중한 폭음과 함께 거센 폭풍이 몰아쳤다.
장삼태는 물론이고 당중악마저 그 영향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두 사람의 몸이 어이없이 땅으로 뒹굴었다.
그만큼 거센 힘이 집어삼킨 것이다.
당중악이 벌떡 일어섰다.
그의 얼굴은 마치 악귀나찰과도 같았다. 고작해야 종놈과 싸움에서 이러한 일을 당했다는 것을 도무지 납득 할 수 없었다.
“아아아-! 시벌! 진짜 겁나 세네!”
그때, 장삼태 역시 자리에서 일어섰다. 온몸에 묻은 먼지를 털어 낼 생각조차 없는 것인지, 그저 침을 뱉으며 당중악을 노려봤다.
“역시 천마회천공! 틀림이 없구나!”
“어쩌라고 새끼야!”
먼저 달려간 것은 다름 아닌 장삼태다.
그가 손을 뻗었다.
보이지도 않는 실이 매섭게 쏟아져 나아갔다. 처음에는 단순한 암기라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기이한 느낌이 들자 당중악이 경악하며 몸을 틀었다.
촤락-!
쏟아진 실 자락이 그의 옷깃을 베었다.
“강사?”
당중악은 놀랐다.
강사라는 것은 쉽게 만들 수 있는 무기가 아니다. 끊어지지 않도록 제조를 하는 과정이 굉장히 어려운 탓에, 사천당가에서도 몇 번이나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하였지만, 번번이 실패하였다.
‘이 녀석!’
저러한 물건까지 들고 있는 이가 정말로 종놈이란 말인가?
저러한 물건은 결코 종놈이 가질 수 없는 것이다.
당중악은 호남단가에 대한 의문이 더욱 깊어졌다.
“네 이놈! 종놈이라 거짓말을 하였구나!”
“또 뭔 소리야!?”
장삼태가 당황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당중악의 성격을 맞춰 주기가 너무나도 어렵다.
싸움을 하면서 무슨 말이 저리도 많은지, 또한 왜 이렇게 성격이 오락가락하는지 정녕 이해할 수 없는 부류에 속해 있다.
“종놈이 그러한 물건을 가지고 있을 수 있느냐?”
“어쩌라고 나보고!”
장삼태가 어이없이 소리치며 달려들었다. 각을 뻗는 순간 칼날이 치고 들어옴을 느꼈다. 상당히 빠른 그 속도에 기겁하며 다른 손을 뻗었다.
펑!
쏟아져 나간 장력이 매섭게 당중악의 몸을 파고들었다. 그가 비틀거리며 반보 물러서더니 휘둥그레 눈을 치켜떴다.
“대수인?! 포달랍궁의 무공을? 네놈은 대체 뭐 하는 놈이냐!”
천마회천공만이 아니라 대수인까지.
심지어 조금 전 뻗어진 각법은 무당의 기초 무공이라 할 수 있는 태극권이었다. 이러한 것들을 종합해 보았을 때, 장삼태는 결코 하나의 무공만을 익히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당중악이 당황한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본디 하나의 무공만을 익힌다 하여도 대성을 하기 어렵거늘, 녀석은 무수히 많은 무공을 익혔음에도 이 정도 파괴력을 보였다.
이는 결코 평범치 않은 일이다.
“그러니까…… 호남단가의 종놈이라고…….”
장삼태가 지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종놈이라고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듣겠는가?
답답함이 이를 데가 없었지만, 그런데도 당중악이 경악하는 이유를 조금도 알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만. 거기까지만 해라.”
그때, 목소리가 들리며 두 사람 사이로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마천군의 가면을 뒤집어쓴 사도학.
이미 이들의 싸움을 진즉부터 알고 있었음에도 나서지 않다가, 다소나마 소강상태에 접어들자 그제야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목소리에 제법 흥이 돋아 있었다.
“말리지 마시오! 내 저놈의 목을…….”
“그만하라 했다?”
사도학의 시선이 당중악을 슥 향했다.
매섭기 짝이 없는 시선.
마치 한 자루의 칼날을 보는 것처럼 날카롭다.
당중악은 한순간이지만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칼날이 등을 스치고 지나가는 감각. 마치 말을 듣지 않는다면 당장이라도 파고들어 숨통을 끊어 놓을 것만 같았다.
‘도대체가…….’
당중악은 당황하며 고개를 숙였다.
똑바로 쳐다볼 수가 없다.
시선을 마주하는 순간 목이 끊어질 것 같았다.
“아버지!”
그때, 당문혜가 달려오며 숨을 헐떡였다. 주위에 보이는 흔적들을 눈에 담고 놀란 시선을 보냈다. 그것은 다름 아닌 이 정도까지 격전을 벌였음에도 아직까지 장삼태가 멀쩡하게 서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어찌…….”
“말하지 마라.”
당중악을 이를 갈며 등을 돌렸다. 이야기를 꺼내면 화가 치밀어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고작해야 종놈하나에 이렇게까지 놀라움을 금치 못한 적은 없었으며, 밀린 적 또한 없었다.
그의 머릿속이 더욱 복잡하게 돌아갔다.
‘마황의 후계자라 생각했다…….’
천마회천공은 그러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무공이다. 그런데 장삼태는 대수인을 비롯하여 장파의 무공까지 펼쳤으니 도무지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인상을 찌푸리며 당문혜를 바라봤다.
“중경으로 출발한다!”
“네에?!”
당중악이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이대로 노숙을 하지 않고 중경으로 향할 심산이다. 같은 공간 안에 자신이 죽이지 못한 장삼태와 있다는 것이 그의 자존심상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당중악이 당문혜를 이끌고 자리를 떠나자, 장삼태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주저앉았다.
“더, 더럽게 세네.”
“생각보다 잘 버텼구나.”
“진짜 죽는 줄 알았습니다요!”
“하하, 안 죽었으니 된 거지. 그건 그렇고, 어떻더냐? 할 만하더냐?”
장삼태가 끄응 하며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본신절기를 모두 쏟아내지 않고도 큰 상처 없이 일각 이상을 버텨 내었다.
장삼태가 주먹을 움켜쥐었다.
“할 만합니다!”
“흐흐흐, 그래, 그래. 그래야지.”
무엇이 그리 재미있는지 사도학은 장삼태를 바라보며 웃었다.
마치 흥미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시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