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393
마차는 중경이 아닌 귀주를 거쳐 사천을 향해 올라가고 있었다.
중경은 이미 혈천과의 싸움으로 수많은 시신들이 널브러져 있을 것이니, 그러한 것들을 보고 싶지 안항 귀주를 선택한 것이다.
여정은 그리 고단하지 않았다.
길은 순탄하며 하늘도 맑고 시비 거는 산적들 또한 없다.
이미 녹림십팔채가 박살이 난 상황에서 그다음 권력을 노리는 이들끼리 분쟁이 일어나고 있는지라, 녹림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러한 것들은 다소 지루함을 안겨 준다.
여정이라는 것은 무슨 일이 터지고 그것을 해결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재미이지 않은가?
처음에는 들떴던 아이들도 시무룩해졌다.
생각했던 것과는 너무나 다른 느낌이기 때문이었다.
성도인 귀주성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다시금 이동을 시작한 지 어언 사흘, 어느새 그들은 귀주와 사천 경계에 들어섰다.
“이곳부터 조심하셔야 할 겁니다.”
“무슨 이유로?”
마차 안에서 제갈운이 운을 뗐다.
귀주를 넘어 사천 경계로 들어섰다. 그 말인즉, 그들이 있는 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혈천과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는 장소가 있다는 것이다.
“하오문에 따르면 이곳에서 삼 일 거리에 싸움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퇴각을 하는 그들을 혈천 무리가 쫓고 있다는 정보입니다.”
하오문의 정보는 믿을 만하다.
전적으로 모든 것을 신뢰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는 하지만, 정도와 사파 무리들이 퇴각을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인 듯 보였다.
“퇴각을 한다고? 막아 내지 않고?”
남궁천이 물었다.
사천으로 진입하는 것을 막아야 하는 상황에서 퇴각을 한다는 것을 도무지 믿을 수가 없었다. 만약 혈천의 후발대가 도착이라도 하는 날에는 결코 좋은 꼴을 보지 못할 것이다.
“듣기론 그곳에 제갈현이 있다 합니다. 무슨 생각이 있을 테지요.”
“허…… 그래도 그렇지, 어찌하려고…….”
제갈운이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남궁천의 걱정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다. 또한 제갈현의 생각 또한 그의 머릿속에 들어 있었다. 퇴각을 하며 기습하기 좋은 곳으로 끌어들인 후 단박에 박살을 내려 하는 것.
이것이 현재 정도인들이 할 수 있는 해결책 중 하나였다. 물론 상대가 수를 읽으면 오히려 역공을 당할 것이고, 그렇다면 결코 좋은 꼴을 보지 못할 터.
그런데도 이 계획을 진행한 것은…….
‘사천당가의 영향력이 컸겠지.’
사천당가는 교묘하고 교활하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자신들의 이권을 챙기려 한다. 하여 제갈현을 강하게 압박했을 것이고, 결국 계획이 만들어진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이 제갈운이 추측이었다.
“그럼 뭐 하는 거야! 당장 가야지! 가서 박살을 내야지!”
적무성이 언성을 높이며 주먹을 말아 쥐었다.
쫓아가 혈천 놈들을 모조리 잡아 죽일 기세다. 단 한 놈도 남겨 놓지 않을 것 같은 살기가 넘실넘실 흘렀다. 그가 가진 혈천에 대한 증오심이 얼마나 큰지 보여 주고 있었다.
“아이들이 먼저다.”
그때, 단우현이 중얼거렸다.
동시에 네 사람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아이들이 먼저라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저 말을 들어 본다면 마치 이 싸움에 끼어들 생각이 있다는 것 같지 않은가?
무슨 심경의 변화인가?
사도학이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무슨 생각이냐? 싸울 생각이 가득한 것 같은데?”
“너무 시끄럽구나.”
단우현은 그런 말을 하며 한숨을 쉬었다.
가만히 내버려 두면 자연스럽게 부딪치다 소멸할 것으로 생각했다.
기실 혈마신교를 신경 썼던 것은 혈마 때문이었지, 그 머리가 사라진 혈천 따위는 단우현의 안중에도 없는 것들이다.
하지만 너무나도 시끄럽다.
호북에서만 두 번.
사천과 하남을 비롯하여 여기저기에서 터지는 문제들은 곧 호남까지 몰아닥칠 것을 예고하고 있었다.
이번 사천행을 결정한 이유 역시 이러한 것이 한몫했다.
남궁천이 허허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만…… 잠시만 참도록 하겠네. 그럼 목적지는 사천 성도로군.”
저마다 고개를 끄덕였다.
다만 무천풍은 의아한 시선을 보냈다.
“싸우러 가는 겐가?”
“그래.”
“금왕수를 찾으러 온 것이 아니라?”
“둘 다다.”
으음- 하며 무천풍이 신음을 삼켰다.
그의 목적은 엄연히 금왕수이다.
그놈을 잡는 것이야말로 일생일대의 목적이라 할 수 있으니, 괜한 시간 낭비를 하는 것은 원치 않았다. 더군다나 혈천이라는 놈이 중원을 지배하든 그렇지 않든 간에 그에게는 일말의 관심도 없는 사항이었다.
누가 이 중원을 지배한다 한들 시끄러운 것은 똑같으니까.
“그럼 나는 금왕수를 잡으러 가겠네. 다들 힘내게나.”
무천풍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을 하며 웃었다.
놈의 얼굴을 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괜스레 웃음이 흘렀다.
그러나 여기저기에서 기이한 눈빛을 보냈다.
무천풍은 자신이 무언가 잘못 이야기를 한 것인가 싶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틀린 말을 한 것이 없었기에 오히려 의문스러운 표정으로 되물었다.
“왜들 그러나?”
“너야말로 무슨 소리 하냐?”
“응?”
“자네도 왔으면 함께 가야지.”
“으허? 노부는 금왕수를…….”
느닷없는 말에 무천풍이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서로 목적이 다르면 목적에 맞게 찢어지는 편이 낫지 않은가.
“일하지 않는 자, 먹지도 말라 했다.”
“응?”
무천풍은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단우현의 시선이 꽂혔다.
그가 음흉한 미소를 짓고 있는 것이 보였다. 괜스레 불안한 마음에 저도 모르게 몸을 움츠렸다.
“노, 노부는 일을 했네만……?”
“네놈은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한 것이지. 먹고 자고 이곳까지 오는 데 들인 비용이 얼마인 줄이나 아느냐?”
“그…… 글쎄?”
“밀린 것만 이백 냥이 넘고 여행 비용만 백 냥이다.”
“무…… 무슨 소리를 하는가! 그, 그렇게 큰돈이 들었을 리가 없지 않은가!”
“원래 파는 놈이 부르는 게 값이지.”
사도학이 곁에서 코를 파며 거들었다.
무천풍이 황망한 표정으로 남궁천을 바라봤다. 이들 그나마 정상이고 정도인이다 보니 바른말과 옳을 행동을 할 것이라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그의 눈빛에는 도와 달라는 시선이 가득했다.
“뭐…… 그렇다네. 속은 놈이 등신이고 당한 놈이 병신이라 하지 않은가?”
“뭘 속았다는 말이야?! 나는 아무것도 속은 게 없는데!”
“당장 돈을 낼 게 아니면 일을 해라.”
“억……!”
“몸으로 갚아라.”
무천풍은 자신의 몸을 감싸 안았다. 그러고는 불안한 시선으로 단우현을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그의 말뜻이 이러한 것이 아님을 깨달은 것이다. 멋쩍은 표정으로 머리를 긁적이며 한숨을 쉴 수밖에 없었다.
마차 안에 있는 이들의 표정은 마치 역겨운 이를 바라보고 있는 것 같았다.
“아, 알겠네, 알겠어!”
결국 두 손을 든 것은 무천풍이었다.
그때, 밖에서 장삼태의 목소리가 들렸다.
“장주님-! 슬슬 날이 저물어 갑니다만…… 이 근처에서 노숙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요.”
장삼태는 영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날이 저무니 비라도 오려는 것인지 사방에 운무가 끼어 있었다. 심지어 이곳은 사람의 흔적조차 없는 곳이다 보니, 마치 귀신이라도 나올 것 같은 스산한 분위기였다.
이런 곳에서 노숙하는 것은 내키지 않았지만, 근방에 마을이 있을 것 같지도 않았다.
그때, 단소미의 목소리가 들렸다.
“앗-! 저기! 저곳에 마을이 있어요!”
뒷마차에 타고 있지만 그것은 자연스럽게 모든 이들의 귀를 파고들 만큼 컸다. 단우현이 창밖을 바라보며 단소미가 말한 곳을 찾아보았다.
“있긴 있구나.”
그의 눈에도 보였다.
그리 크지는 않지만 확실히 마을이 있었다. 한데,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는 것 같지 않았다.
“일단 저곳으로 가자.”
단우현 또한 그리 내키지 않은 마을이었으나, 노숙을 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니 천천히 그곳을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마을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작았다.
살고 있는 사람들 또한 고작해야 스물이 넘지 않는 것 같았으며, 좋은 집으로 보이는 곳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당연한 말이지만 작은 마을임에도 저잣거리는 있었는데, 기이한 것은 객잔은 물론이고 물건을 사고파는 곳은 문을 열지 않았다는 것이다.
결국 다른 사람 집을 빌려 묵어야 하는 상황이었기에, 권무진과 마장강이 앞서 가장 큰 집의 문을 두드렸다.
“아이고, 미안하게 되었네. 우리는 외지인을 받지 않는다네…….”
“그렇습니까? 혹, 이만한 인원이 묵을 수 있는 곳을 알려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만.”
권무진이 조심스레 물었다.
하지만 노인은 내키지 않는 표정으로 인상을 썼다.
그의 말대로 외지인을 경계하는 시선이 역력했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권무진은 먼저 이야기를 꺼내는 노인 탓에, 차마 그것을 묻지 못했다.
“아이들까지 있으니 어쩔 수 없군그려. 하지만 분위기가 좀 뒤숭숭할 것이네…… 사람이 죽은 곳이니.”
“사람이 죽은 곳…… 입니까?”
“그렇다네. 그래도 멀쩡한 곳도 있고 넓으니 충분히 하룻밤을 보낼 수 있을 것이네.”
권무진이 슬쩍 단우현을 바라봤다.
그가 아무렇지 않게 고개를 끄덕였다.
“거기라도 괜찮습니다.”
“으음…… 이 길을 따라 쭉 나가 보게. 일각 정도만 가면 큰 장원이 하나 세워져 있네. 물론 대부분 불타 폭삭 가라앉았지만 말이지…….”
“감사합니다.”
권무진이 고개를 숙이며 등을 돌렸다.
이내 쾅 하며 문이 닫혔다. 겹겹이 문을 걸어 잠그는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외부인을 극도로 싫어하는 것 같았다.
일행들은 그 모든 상황을 바라보며 인상을 찌푸렸으나, 차마 아무런 말을 하지 못한 채 움직여야 했다. 사방에서 그들을 향해 쏟아지고 있는 시선들을 느낀 탓이다.
“무슨 동물이 된 기분이로군.”
“나도 그렇다네, 허허.”
단우현의 한마디에 남궁천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온갖 곳에서 사람들의 시선이 쏟아지니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무공조차 모르는 평범한 자들이었다.
만약 그렇지 않았다면 누군가 나서서 이야기를 해 볼 것인데, 두려움 가득한 시선을 보내는 사람들은 좀처럼 나올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렇게 약 일각 정도를 길을 따라 움직였다.
노인의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는지 그들 앞에 커다란 장원 한 채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마도 저곳을 말하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 불을 지른 것 같습니다만……?”
불에 탄 흔적들이 역력했다. 남궁소혜의 등 뒤에 숨어 있는 아이들의 얼굴이 시퍼렇게 변했다.
이런 곳에서 하룻밤을 자야 한다니?
생각만 해도 진저리가 쳐질 정도로 소름이 돋았다.
이는 제갈연이나 남궁소혜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 다른 곳으로 가지 않을래요? 차라리 노숙을 하는 편이 낫겠어요.”
“곧 비가 올 거다. 노숙은 좋은 선택이 아닐 것 같군.”
단우현이 말을 하며 대문 앞에 섰다.
삐딱하게 걸려 있는 그 현판을 바라봤다.
녹각문(鹿角門).
“문파였던가? 아는 사람 있는가?”
남궁천이 현판을 바라보며 물었다. 무수히 많은 문파들을 알고 있다고 생각을 하였는데도, 녹각문이라는 것은 처음 들어 보았다.
이는 적무성이나 사도학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천풍은 말할 것도 없었다.
“없는 모양이구먼…… 허, 어찌 이런 곳의 문파가 이리도 폭삭 내려앉았단 말인가?”
끼익 대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여기저기 부서지고 무너진 흔적들이 그들의 시선을 자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