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397
“한 고비 넘겼습니다.”
제갈현은 당사휘를 향해 고개를 숙이며 예를 표했다. 그가 나타나지 않았다면 아무리 당가가 대단하다 해도 큰 피해를 보았을지도 모른다.
당사휘의 압도적인 존재감이 정사 연합의 압승으로 이어진 것이다.
사파인들은 내심 불만스러운 모습이었지만, 적무성과 사파를 대표하는 고수 대부분이 죽어 버린 지금 상황에서 그들 역시 당사휘에게 기대야 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흥, 저런 것들에게 쩔쩔매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는구나.”
당사휘가 주변을 바라보며 콧방귀를 뀌었다.
구파일방, 팔대세가의 모든 이들을 바라보고 있는 시선은 마치 아랫사람을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오만하기 그지없었다.
무당의 한 도사가 울컥하며 앞으로 나섰다.
“그런 말 마십시오. 저들의 힘은 그 정도가 아닙니다.”
“그렇다 하여도 막아 내지 못하고 무너진 것은 너희들 아니더냐? 그것이야말로 한심한 것이지! 정도 무림을 이렇게까지 뒤흔들어 놓다니…… 쯧쯧.”
“큭……!”
“검황 녀석이 살아 있었으면 참 보기 좋다 하였을 거다.”
당사휘의 한마디에 많은 이들이 움찔하며 고개를 숙였다. 검황의 이름이 나오는 순간, 아직도 그를 경외하는 이들이 숨을 죽였다.
정말로 당사휘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검황이 살아 이 상황을 보았다면 무슨 말을 했겠는가?
생각만 해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
“해서, 이제 어찌할 생각이냐? 여기서 지키고만 있을 셈은 아닐 테지?”
당사휘의 질문에 제갈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험한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것처럼 애써 웃음을 지어 보였다.
“고비는 넘겼으니 다시 찾으러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일단 호북을 되찾기만 하여도 반 이상은 성공한 것이라 보아야 할 것입니다.”
“반 이상? 고작 호북을 되찾는 것으로 말이냐?”
제갈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많은 이들이 혈천에게 고개를 숙인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이들도 있다. 아직도 많은 이들이 숨을 죽이며 때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나서고 싶지만 차마 그 힘이 미력하여 숨은 자들. 혹은 현 무림 정세에 회의감을 느끼고 검을 내려놓은 자들.
그러한 이들을 끌어모을 수 있는 것은 바로 호북을 되찾음으로써 정사 연합의 기세를 보이고, 할 수 있다는 의지를 심어 주는 것이다.
만약 그것만 가능하다면 밀리던 판을 다시금 팽팽하게 돌릴 수 있다.
거기가 모든 것을 되찾기 위한 새로운 출발점이다.
당사휘가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제갈현의 말이 딱히 틀려 보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지 제갈현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데, 왜 네가 이곳에 있느냐? 가주는 어디 가고?”
제갈운을 말함이다.
제갈현은 한순간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이미 모든 것을 알면서 묻고 있음을 안다. 천하의 당사휘다. 아무리 은거를 하고 있다 하여도 귀를 닫고 사는 인간이 결코 아니다.
“형님은 잠시…… 일이 있어…….”
“머저리 같은 놈들, 쯧쯧. 무림이 이 지경이 된 것도 제갈운과 검황 그놈의 책임이야. 아느냐?”
“…….”
제갈현은 차마 대답을 할 수 없었다.
절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당사휘는 마치 이 많은 사람이 모여 있는 자리에서, 두 사람을 깎아내리기로 한 것처럼 보였다.
“어찌 대답이 없는 것이야!”
당사휘는 제갈현이 자신의 말을 무시한다. 생각하였는지, 언성이 다소 높게 올라가 마치 위협하는 것처럼 보였다.
많은 이들이 그 광경을 바라보며 이를 갈았다.
그러나 누구 하나 나서는 이가 없었다.
그만큼 현 사천당가의 힘이 압도적인 탓에, 그들에게 밉보일 수 없었다.
“어르신, 말씀이 조금 심하십니다.”
그때, 나선 것은 다름 아닌 남궁용이었다.
한 걸음 앞으로 움직이며 똑바로 당사휘를 바라봤다. 지그시 쳐다보는 그 시선은 마치 반항하는 아이를 보는 것 같았다.
남궁세가의 사람들 대부분이 그러했다.
눈빛이 날카로워 당장이라도 이 자리에서 남궁세가와 사천당가의 싸움이 벌어진다 하여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았다.
“뭐라?”
“말씀이 다소 지나치십니다. 그간 이 무림을 지켜왔던 아버님을 모욕하신다면…… 남궁세가는 목숨을 걸고 그 명예를 지킬 것입니다.”
그 한마디에 힘이 실렸다.
동시에 남궁세가 전원이 검을 잡아 쥐었다.
적이 코앞에 있는 상황이다.
아무리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었다 하여도 남은 적들은 여전히 많았으며, 당장 전투가 벌어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남궁세가는 물러서지 않았다.
그 시선에 당사휘가 콧방귀를 뀌며 고개를 돌렸다.
“흥, 의지는 가상하구나.”
“…….”
남궁용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나 그 역시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싸우지 않는 것이야말로 최선. 당사휘가 한 걸음 물러나 주었으니 남궁용 또한 그 예를 갖춰 한 걸음 물러서는 것이 맞다.
그때 누군가 그들이 있는 곳을 향해 빠르게 뛰어왔다.
“큰일났습니다!”
달려온 사내의 모습이 심상치 않았다.
틀림없이 정찰을 보낸 이가 분명한데, 다른 이들은 어쩌고 혼자 돌아왔단 말인가? 또한 온몸이 피투성이가 되어 있는 그 모습은 실로 끔찍할 지경이었다.
“혀…… 혈천의 무리들이…… 다시금 몰려오고 있습니다!”
사내의 말에 모든 이들이 칼을 쥐었다.
당사휘가 있으니 이번 역시 이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을 하는 것인지, 전보다는 다들 한결 나아진 표정이었다.
그러나 제갈현의 생각은 달랐다.
놈들은 물러선 지 얼마 되지 않았다.
기습은 완벽했고 혈천의 무리들에게 상당한 피해를 주었다. 하여 그들은 추스르는 데만 보름 정도의 시간이 걸릴 터였다.
한데 녀석들의 움직임은 너무나도 빨랐다.
‘설마…….’
제갈현의 머릿속에 불안감이 가득 몰려들었다.
* * *
“쓰레기들만 모아 놓은 느낌인데?”
“……그래 보이는군.”
모여 있는 다섯 명의 사내들은 눈앞에 있는 이들을 바라보며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굳이 다섯 명이 전부 나설 필요도 없이, 수하들을 지휘하는 것만으로도 단박에 판도를 바꿔 놓을 자신이 있었다.
정사 연합의 힘이 결코 약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너무 강한 것 또한 아니었다.
이번 기습으로 인하여 상당히 많은 수가 당했다고는 하지만, 그것들 역시 사내 중 한 사람만 있었더라면 그러한 상황으로 내몰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섯 사내는 지루한 시선을 보냈다.
여기저기에서 피가 튀고 사람의 괴성이 귀를 울렸다.
사지가 잘려나가고 바닥을 뒹구는 시체들은 점점 쌓여만 갔다.
그야말로 전쟁터나 다름없는 곳이라 할 수 있는데, 기이할 정도로 다섯 사내에게는 여유가 흘러넘쳤다.
그것은 그들이 가지고 있는 힘에 대한 자신 덕분이었다.
“하지만 별로 내키지는 않는군.”
“내켜서 했나? 따라야 하니까 한 것이지.”
“망할…….”
도란도란 이야기하기도 하며 웃기까지 했다.
전쟁터에서 보이는 몰골이라 할 수 없을 정도로, 그들은 태연하며 또한 여유가 있어 보였다.
“으아 아악!”
한 무리의 사내들이 겁없이 이 사내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기습이라 생각을 한 것인지, 아니면 많은 수보다 적은 수를 상대하는 것이 좋다 여기고 있는 것인지는 몰라도 달려드는 이들의 얼굴에는 자신감이 가득했다.
촤아악-!
가볍게 손을 내지르는 것만으로 시체로 변했다. 후드득 떨어지는 사지 파편들은 끔찍하다 못해 역겨울 정도였다.
진득하게 퍼져 나가는 피 냄새에 사내들이 인상을 썼다.
“아무래도 좋다. 지루하니 빨리 끝내고 돌아가도록 하지. 이런 곳에 있는 것은 별로 좋은 기분이 아니다.”
“그렇지……. 그런데 당사휘라는 놈이 있다고 하던데…….”
한 사내가 주위를 슥슥 둘러봤다.
달려드는 정사 연합의 인물 중에서도 강한 이를 찾으려 하는 것인지, 매서운 눈빛으로 주위를 바라봤다.
그러나 문득 발견하였는지 반짝 눈을 빛냈다.
“저곳인가?”
“대부분 고수가 모여 있으니 저곳일 테지.”
굳이 검을 마주하지 않아도 안다.
그들은 마치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상대의 강함을 파악할 수 있는 것으로 보였다.
다섯 사내가 옅은 미소를 지으며 유유히 걸었다.
그들을 향해 달려드는 이들은 여지없이 시체가 되어 버리고, 그들이 가는 길은 오로지 시체와 피만이 가득했다. 어느 순간부터인지, 그들을 향해 달려드는 이들이 없을 정도다.
이윽고 다섯 사내가 한자리에 멈춰 섰다.
정사 연합의 고수들이 모여 있는 곳.
그리고 그 중심에는 당사휘가 있었다.
“뭐 하는 것들이냐?”
그 사내들을 향해 물은 것은 다름 아닌 당사휘다.
여전히 오만한 시선으로 사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진다는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는 것이, 과연 사천당가의 피를 잇고 있는 이라 할 수 있었다.
사내 중 한 명이 피식 웃었다.
너무나도 어이가 없는 것인지 조소가 가득했다.
그가 남은 이들 사이를 헤치고 나와 가장 앞에 섰다.
“네놈이 당사휘냐?”
“그러는 네놈은 누구더냐.”
“유각.”
“……처음 듣는 이름이로구나.”
“마지막으로 듣는 이름이 될 거다.”
사내의 한마디에 당사휘가 인상을 썼다.
마치 사도학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은 성격. 그것만으로도 당사휘의 마음을 자극하여 물러서지 못하게 만들었다.
“당차구나. 내가 누구인지 알고도 그런 소리가 나오다니.”
“웃기는 놈일세.”
“하하하.”
“시답잖은…….”
다섯 사내가 하나같이 비웃음을 지었다.
틀림없이 당사휘는 강하다. 이 자리에 있는 정사 연합의 인물 중에서 말이다.
그러나 사내들로선 그저 한없이 낮은 자다.
개가 짖는다 하여 호랑이가 반응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들은 당사휘의 말에도 그저 웃음을 지었고, 결코 화를 내지 않았다.
짖어 봐야 개이고 개가 호랑이 앞에서 까불어 봐야 죽음뿐이다. 결코, 넘을 수 없는 격차라는 것이 개와 호랑이 사이에 있다.
당사휘는 정녕 그것을 모르는가?
앞서 나선 사내가 힐끗 뒤에 있는 이들을 바라봤다. 남궁세가를 비롯하여 하북팽가, 팔대세가 전체를 둘러보고, 남아 있는 구파일방의 인물들과 사파의 무인들을 번갈아 바라봤다.
마치 어떤 장난감을 가지고 놀까 하며 기대에 찬 표정이다.
채채채챙-!
그때, 모든 이들이 검을 뽑았다.
평범하지 않다.
당사휘 혼자 저 다섯을 상대하기에는 다소 불안한 느낌이다.
얼마나 강한지 알 수 없지만, 하다못해 저들의 발목을 붙잡을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은 된다고 믿는 것 같았다.
그러나 당사휘는 그것이 영 못마땅한 눈치였다.
하지만 말리지는 않는다.
힘을 아낄 수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것은 없다.
당사휘는 자신이 힘이 있다 하여 혼자 모든 것을 도맡을 정도로 바보가 아니었으며, 또한 그런 성격이 있기에 지금의 명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방해만은 하지 말도록.”
“걱정하지 마십시오!”
가주들이 하나같이 눈을 빛내며 자세를 잡았다. 또한, 몇몇 이들은 다른 곳으로 움직이며 다른 격전지를 향했다.
강한 이들이 한데 모여 있어 봐야 피해만 입는다.
또한 고수와 고수의 싸움에서는 다수가 모여 있는 것 자체가 발목을 잡는 행위나 다름없다.
어느새 남아 있는 것은 중심이 되는 이들.
그들이 다섯 사내를 바라보며 기수식을 취했다.
이에, 당사휘 또한 기세를 뿜어내며 힘을 주었다.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고 죽어라.”
“미친놈…….”
사내 중 한 명이 더욱 앞으로 나서며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