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406
콰콰쾅-!
단우현이 뚫어 놓은 길을 향해 들어가는 순간, 순식간에 천장이 붕괴하며 주저앉았다.
조금만 늦었더라면 이곳이 바로 무덤이 될 뻔했다.
“허…… 헉…… 주…… 죽을 뻔했네.”
“다행이로구나.”
“아니! 할 거면 한다고 말은 해야 하지 않습니까요?”
“무너질 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누가 봐도 무너진다 생각한다네. 자네를 제외하면 말이지…….”
무천풍마저 식은땀을 닦아 내며 허탈한 웃음을 지었다. 그만큼 단우현의 행동은 무식하다는 말이 어울렸다.
동공이라 하여도 그간 쓰지 않았으며, 수많은 비를 견디며 지금까지 세월을 버텨 냈다.
그런 상황에서 충격을 준다면 어떤 것이 버틸 수 있을까?
버티는 것만으로도 용하다 할 것이다.
“그런데 벽에 이런 길이 있다는 건 어찌 아신 겁니까?”
“감이다. 한때 그 감을 무시했다가 큰일 난 적이 있었거든.”
“…….”
장삼태는 쥐죽은 듯 입을 다물었다.
앞서 걷고 있는 단우현은 대놓고 말을 하지는 않지만, 은연중 과거의 일을 언급했다.
장삼태는 괜스레 마음이 무거워져 저도 모르게 식은땀을 흘렸다.
“쪼잔한 새끼 같으니…….”
앞서 걷고 있던 단우현이 우뚝 걸음을 멈췄다.
장삼태가 입을 틀어막고 창백하게 질렸다. 속으로 말을 한다는 것이 생각지 못하게 입에서 나온 것이다.
“헤헤헤, 자…… 장주님! 이 삼태가 앞서갈까요?”
“…….”
단우현은 아무런 말 없이 장삼태를 응시했다.
어떠한 말이라도 해 주었으면 했으나, 장삼태의 생각대로 따라 줄 용의는 없는 것인지, 지그시 응시하며 손을 치켜들 뿐이었다.
서서히 다가오는 그의 모습은 실로 저승사자와 닮았다.
“으아아아악!”
장삼태의 괴성이 크게 울려 퍼졌다.
* * *
“어이고…….”
장삼태는 아픈 머리를 부여잡으며 앞서 걸었다.
오랜만에 얻어맞은 탓인지 평소보다 더한 고통이 느껴지는 것은 결코 착각이 아닐 것이다. 장삼태가 머리를 매만지며 힐끗 단우현을 바라봤다.
“평소보다 더 아픈 것 같습니다요…….”
당장 울음이라도 터트릴 것 같은 목소리였다.
얼얼한 머리통은 아무리 쓰다듬어도 좀처럼 아픔이 가라앉지 않았다.
“평소보다 세게 때렸기 때문이다.”
“아니, 왜요!?”
거세게 고함을 치는 장삼태를 단우현은 가만 바라봤다. 사도학의 해석으로 무신도경을 익혔다.
완벽한 천일조화공은 아니지만 그 티끌이나마 익히고 있는 탓인지, 가볍게 내지른 주먹에 다소나마 반발이 일었다.
그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단우현은 결국 조금 더 강하게 힘을 준 것이다.
“나쁘게 생각하지 마라. 이 또한 수련이니.”
“얻어맞는 수련 따위 하고싶지 않습니다만…….”
장삼태가 어이없는 시선으로 단우현을 바라봤다.
어느 그런 수련을 하고 싶을까?
만약 그런 이가 있다고 한다면, 매 맞는 것 자체를 즐기는 종류의 인간이 아닐까 싶었다.
“그만하게나. 그보다 여긴 어디인가?”
“나도 모른다.”
벽 너머로는 길이 나 있었다.
한 사람이 파 놓은 것으로 추정되는 좁은 길이다. 삐쩍 마른 성인 한 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을 정도였으니, 그곳을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상당히 곤혹스러운 일이었다.
“이런 길을…… 끅…… 만들어 놓다니…… 미친 영감탱이……!”
앞서 가고 있는 장삼태는 점점 좁아지는 길을 지나며 인상을 썼다. 왜 이렇게 꼭꼭 숨겨 놓았는지도 모르겠고, 또한 굳이 이렇게 좁은 길을 만든 이유 역시 궁금했다.
심지어 이곳으로 도망치는 와중에 횃불마저 떨어트렸으니, 장삼태의 눈앞엔 그저 암흑만이 가득하여 한 치 앞조차 제대로 볼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그…… 그러게나 말이네. 왜 굳이, 끄응…… 이런 길을…….”
무천풍 역시 힘든 상황임은 마찬가지다.
장삼태보다 살집이 없는 탓에 나름 수월하다 생각할 수도 있는 상황이지만, 가면 갈수록 길이 좁아지고 또한 벽면이 상당히 날카로워 조심하지 않으면 살갗이 베일지도 모른다.
“앞쪽에서 바람이 분다. 조금만 더 가면 밖으로 나가겠군.”
“일종의 탈출구 같은 겁니까요?”
“글쎄?”
세 사람은 한 가지만을 생각했다.
이것을 만들어 놓은 이는 틀림없는 금왕수이다.
천하의 둘도 없는 도둑이니만큼 결코 허투루 만든 것은 아닐 것이다. 만약을 대비한 탈출구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하나, 이 좁은 통로는 도망치는 데 그리 유리해 보이지 않았다.
“억?! 다…… 다 왔습니다요!”
그때, 앞쪽에서 걷고 있던 장삼태가 소리쳤다.
그 목소리를 따라 두 사람이 조금 더 힘으로 내며 앞으로 나아가자, 장삼태의 말 대로 좁은 통로는 끝이 나고 제법 큰 공간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둠 탓에 보이지 않는 장삼태는 허둥지둥 손으로 주변을 더듬어 불을 붙일 수 있는 무언가를 찾기 시작하였지만, 단우현과 무천풍은 자연스럽게 주위를 둘러보며 무언가 확인을 시작했다.
“바람이 들어오는군.”
단우현이 한쪽을 바라봤다.
미세하지만 벽을 이루고 있는 곳에 균열이 생겨 그곳에서 바람이 스며들고 있었다. 잘 숨겨 놓기는 하였지만, 아마도 저곳이 이곳을 벗어날 수 있는 통로인 듯했다.
“당최 이해할 수 없는 영감탱이네.”
그때, 장삼태가 어디선가 주워 온 횃불에 불을 붙이며 주변을 확인했다. 어두웠던 공간이 단박에 밝아지니 지금까지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하나둘 그 존재를 드러냈다.
성인 대여섯 명이 한꺼번에 들어와도 넉넉할 공간의 가운데에는 돌로 만들어 놓은 탁자 같은 것이 있었고, 주변에는 헌책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그것을 하나하나 살펴보았으나, 대부분 저잣거리에서 흔히 파는 책들이었다. 한데, 사이사이 구하기 힘든 것들 역시 있었다.
대부분이 무공 비급이었고 심법도 다수였다.
한쪽에는 영약들에 대한 책이 보였다.
장삼태는 이러한 것들을 가져다 놓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그가 알고 있는 금왕수는 이러한 것에는 일절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있으라는 보물은 없고…… 잡동사니들만 가득하네. 정말로 이곳을 금왕수가 파 놓은 곳이 맞는가?”
“맞는지 안 맞는지는 모르겠다만…… 누군가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이는군.”
틀림없이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 있다.
그것이 금왕수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어찌 되었든 장삼태가 파 놓았던 굴에 비밀 공간이 있었다는 것만큼은 사실이었다.
“그게 맞다면 이곳에서 금왕수의 흔적을 발견할 수도 있겠군.”
무천풍이 눈을 반짝 빛냈다.
처음부터 목적은 금왕수였다. 하다못해 그 재보라도 발견하였으면 억울함이 덜했을 테지만, 아무것도 없는 이곳에서 그러한 것을 찾기란 어려운 일 같았다.
그렇다면 최소한 흔적이라도 찾는다.
녀석이 있을 것 같은 곳.
그러한 것만 찾아도 이 사천까지 온 의미가 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만…… 왜 이런 곳을 만들었을까요? 숨겨 놓기까지 하고…….”
장삼태의 기억 속에 있는 스승은 결코 책을 읽는 자가 아니었다. 그렇기에 이 많은 책들을 쉽게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무언가를 연구하고 있었나 보군.”
그때, 단우현이 주변을 살피다 무언가를 발견했다.
“낡은 책 아닙니까?”
그것은 제목조차 쓰여 있지 않은 낡은 책이었다.
장삼태는 서슴없이 손을 뻗어 책을 펼쳤다.
“심법?”
내용을 확인하는 순간 장삼태가 고개를 갸웃했다.
금왕수가 장삼태에게 가르쳤던 심법이 중심을 이루었고, 이런저런 잡다한 것을 섞어 새로운 것을 창안해 낸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은 안목이 높지 않은 장삼태가 보아도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는 수준의 심법이었다.
애초에 익히는 것이 가능할까 싶었다.
“이게 뭡니까요?”
“심법이다.”
“그거야 저도 압니다만…….”
그런 것을 묻는 게 아닌데…… 하며 장삼태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이제는 제법 고수라고 할 수 있는 장삼태인 만큼, 책에 적힌 내용이 어떤 건지는 알고 있었다.
‘무시를 해도 정도껏 해야지?’
장삼태가 불만 섞인 표정으로 책을 탁자 위로 내던졌다.
그것을 단우현이 집어 들었다.
책을 펼쳐 한 장 한 장 넘기던 단우현의 얼굴에 흥미가 깃들었다.
“없어, 없어! 왜 없어?!”
그때, 무천풍의 격렬한 외침이 들렸다.
주위를 뒤지고 헤집었다.
그런데도 금왕수에 대한 단서를 찾을 수가 없었다.
있는 것이라곤 헌책뿐.
그것 역시, 무천풍에겐 그저 쓸모없는 것들이다.
“아니, 어르신. 애초에 있을 거라 생각하고 찾아온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요?”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뭔가 단서가 될 만한 것을 찾아야 하지 않겠느냐!”
무천풍이 침울한 표정으로 인상을 썼다.
“영 소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예?!”
“뭐라!”
단우현이 다 읽은 책을 장삼태를 향해 던졌다. 툭 하고 받아 든 장삼태가 의아한 시선을 보냈다.
“네 스승은 심법을 연구하고 있었던 것 같더군.”
“그렇습니까요? 왜?”
“네 사문이 가진 특성 때문이다. 선천진기를 끌어다 경공으로 사용하니 수명도 줄어들지. 그것을 고치기 위함이다.”
“에에? 그럼 스승님도 그 부작용을 알고 있다는 거 아닙니까!?”
“그렇지.”
“그런데도 저에게 익히게 했다는 겁니까?”
장삼태가 어이없는 표정으로 부리나케 화를 냈다. 수명이 줄어든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 응당 다른 사람에게 가르치지 말아야 하지 않은가?
“너를 위한 연구였다. 다 늙은이가 뭘 위해 그것을 연구하겠느냐? 네 수명을 조금 더 늘리고 평범한 심법으로 대체하려는 심산이었을 테지.”
“……?”
단우현의 말에 장삼태가 이해되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그 괴팍한 늙은이가 다른 사람도 아닌 장삼태를 위해 심법을 연구하고 있었다는 말인가?
다른 사람을 위해?
자기 자신이 아닌?
장삼태가 고개를 갸웃했다.
“사실인지 아닌지는 나도 모른다. 단순한 추측이지만 그 밖에 생각할 만한 답은 없는 것 같군.”
“마, 말도 안 됩니다요…… 그 늙은이가…….”
“그 연구를 위해 가진 돈도 다 퍼붓는 것 같더군. 이 안에 있는 책들은 싼 것도 있지만 비싸 보이는 것도 제법 있다.”
“…….”
“허?”
“그리고 주위 흔적으로 보아 얼마 전까지 이곳에 있었던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받지 않고 연구를 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니까.”
단우현이 주위를 둘러봤다.
자신들이 들어온 곳은 입구가 아니었다. 밖에서 보았던 그 지도가 바로, 이곳으로 통하는 입구가 아닌가 싶었다.
만약 자신이 죽어 완성된 심법을 직접 건네주지 못한다면, 그 지도를 보고 찾아오라는 스승의 마음이 아니었을까.
장삼태가 입을 뻐끔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당최 믿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그가 이곳을 떠난 이유는…… 도움이 될 만한 새로운 심법을 얻기 위함인 듯하군.”
단우현이 입을 열며 책을 가리켰다.
얼어 있던 장삼태가 천천히 책장을 넘겨 보니, 가장 뒤편에 어느 한 곳을 그려 놓은 지도 한 장이 있었다.
“포달랍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