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41
* * *
“거참…….”
북경에서 호남으로 돌아온 홍원창은, 오랜만에 집무실에 앉아 그간 밀린 업무를 보고 있었다.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호남일대에서 악명이 자자한 범죄자들의 용모파기였다.
“살인, 강간, 밀수……. 어이구, 웬 도적놈들이 이리 들끓는 건지.”
홍원창이 머리를 벅벅 긁적였다.
장백산이라는 거대한 세력이 사라지자, 호남일대는 그야말로 아수라장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간 장백산의 눈치를 보며 숨을 죽이고 있었던 범죄자와 산적들이 고개를 들어 올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간 많은 일들을 해결하며 치안이 좋아졌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오히려 이리 같은 놈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내니, 곧 호남 일대가 무법지대가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 정도였다.
“응?”
그때, 홍원창이 용모파기 한 장을 뚫어지게 살폈다.
죄명이 상당히 무거운 놈이었다.
살인, 아편 밀매, 인신매매.
살인만으로도 충분히 무거운 형벌을 받는데, 이자는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인신매매와 아편 밀매에도 손을 대고 있다고 한다.
아직까지 잡히지 않은 것이 용할 정도였다.
더군다나 주 활동 지역이 바로 호남일대였다.
“이 녀석도 장백산 탓에 가려져 있었나 보군.”
홍원창은 크게 한숨을 쉬었다. 이런 거물들은 반드시 뒤에 누군가가 있기 때문에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잡는 것도 문제였지만 잡은 뒤에도 문제였다.
골치 아픈 일만큼은 사양하고 싶은데 말이다.
“어디 이 녀석 이름이…… 장삼태?”
홍원창은 두 눈을 비비고 다시금 용모파기를 내려다봤다. 하나, 그 이름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채 똑바로 쓰여 있었다.
“장삼태?!”
잘못 본 것이 아니었다.
정말로 용모파기엔 장삼태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홍원창은 망치로 두들겨 맞은 듯한 표정으로 멍하니 용모파기를 바라봤다.
* * *
“저, 정말로 합니까?”
“그래.”
권무진과 장삼태는 나란히 서서 주변을 훑어봤다.
장원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그곳은 제대로 다듬어지지 않은 나무와 수풀, 그리고 바위들로 빼곡했다.
그곳을 바라보며 네 사람이 서 있었다.
단우현과 단소미, 권무진과 장삼태.
그들의 주위에는 도끼를 비롯한 농기구와 바위를 부수기 위해 거대한 망치도 준비되어 있었다.
“밭을 일굴 것이다.”
권무진과 장삼태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장난 삼아 하는 말이 아니었다.
정말로 단우현은 이곳에 밭을 일굴 심산인 듯했다.
‘장난하냐?’
사방에 나무들이 빼곡하고, 군데군데 바위들이 깊게 박혀 있었다.
나무를 패고, 바위를 부수고, 땅을 평평하게 만들려면 엄청난 고생이 뒤따를 것이다. 그럴 바엔 차라리 인부들을 부리는 편이 나았다.
그럴 돈이 없는 것도 아닌데 단우현은 씩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너희들이 한다.”
권무진과 장삼태가 서로를 멍청하게 쳐다봤다.
‘도망갈까?’
두 사람은 동시에 같은 생각을 떠올렸다.
“소미는요?”
“흠…… 너는 이것을 들어라.”
단우현이 바닥에 떨어져 있는 자그마한 낫을 건네주었다. 작은 손에 딱 맞는 크기였기에 마치 처음부터 단소미를 위해 만든 것 같았다.
“이거요?”
“그래. 그리고 이리로 와 보거라.”
단우현은 근처에 있는 자그마한 수풀로 향했다. 다 자란 잡초는 상당히 질겼다.
워낙 굵기도 했기에 낫을 쓰는 요령을 알지 못한다면 베는 것조차 불가능해 보였다.
“요령은 아주 간단하다. 손목에 힘을 주지 말고, 손끝에만 힘을 줘라. 베이지 않는다고 무작정 힘을 주면 아무것도 베지 못한다.”
“에에? 그러니까 힘을…….”
단소미가 낫을 들고 곰곰이 생각했다.
방금 들은 말을 몇 번이나 되새김질하며 궁리했다. 하지만, 아무리 고민해도 단소미에겐 난해하기 짝이 없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일단 해 보는 것이다.
단소미가 주저앉아 수풀을 베기 시작했다.
하지만, 몇 번을 움직여도 제대로 베이지 않았다.
사실 일곱 살 짜리 어린아이가 하기에는 지나칠 정도로 어려운 일이었다.
“이렇게요? 끄으응!”
“그래, 하다 보면 요령이 생길 거다.”
베이지도 않는 수풀을 베겠다고 열심히 노력하는 단소미를 보며 단우현은 웃었다. 처음에는 어려울 테지만 곧 익숙해진다면 작은 수풀을 베는 것은 어렵지도 않을 것이다.
“장삼태는 나무를, 권무진은 바위를 깨라.”
권무진이 커다란 망치를 들었다. 내공을 이용한다면 바위를 깨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기세 좋게 커다란 바위 앞에 다가가 내공을 일으키며 강하게 내리쳤다.
한데?
툭!
망치가 바위에 도달하기 직전, 단우현의 손이 움직이며 그의 혈도를 찍었다.
그 순간, 권무진은 온몸에서 내공이 쫙!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며 눈을 휘둥그레 떴다.
쾅!
“으아아악!”
권무진은 온몸을 떨었다.
손아귀에서 전해져 오는 저릿한 감각이 전신으로 퍼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뭐…… 뭐하는 짓입니까?”
“난 내공을 쓰라고 하지 않았다.”
“하지만, 내공을 쓰지 않고 어떻게 망치 하나로 저 바위를 부순단 말입니까?”
그가 양손을 부비며 인상을 썼다.
빠르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데 왜 굳이 돌아가야 하는지 그는 도통 이해할 수 없었다.
불평하는 모습을 본 단우현이 피식 웃으며 망치를 받아 들었다.
그러곤 한 손으로 그것을 쥐고 바위를 향해 크게 휘둘렀다.
콰앙-!
쩌저적!
“헉?!”
“힉!”
“와…….”
커다란 바위가 한순간에 박살났다.
내공을 전혀 쓰지 않은 사람의 힘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난 괴력이었다.
“외…… 외공?”
“요즘에는 내공을 우선시하는 경향이 있고, 외공을 천대하는 자들이 많은 것 같은데…… 외공과 내공의 적절한 조화가 이루어져야만 비로소 싸움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법이다.”
“…….”
“네 단점은 쌍도를 휘두를 때, 내공을 사용하는 비중이 너무 크다는 거다. 속도는 빠르지만 도에 제대로 힘이 실리지 않아.”
권무진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단우현의 말대로 무인들 대다수가 외공을 경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본 것처럼 해낼 수 있다면 또 다른 무기를 손에 넣는 것이었다.
‘이건…… 수련이구나!’
권무진은 힐끗 단소미를 바라봤다.
끙끙거리며 낫을 움직이는 손놀림이 단우현이 지난번에 마독진과 그 수하들을 상대했을 때 보여 주었던 것과 비슷했다.
지금 단우현은 단순히 밭을 일구려는 것이 아니었다.
밭을 일구는 것을 빙자한 수련인 셈이다.
권무진의 두 눈이 의욕으로 활활 타올랐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
정열적으로 소리치는 권무진을 보며 단우현은 식은땀을 흘렸다.
권무진을 뒤로하고 고개를 돌리자 장삼태가 보였다. 그가 도끼를 손에 쥔 채 반짝반짝 눈을 빛내는 것이 보였다.
“저는 어떻게 할깝쇼?”
“응?”
“어떻게 나무를 팰 깝쇼?”
“……그냥 패.”
“예?”
“나무를 패라고.”
“바…… 방법 같은 건 안 알려 줍니까?”
“그깟 나무 하나 패는 데 무슨 방법이 있어? 그냥 휘두르면 되는 거지.”
장삼태가 한껏 인상을 썼다.
소미한테는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가르쳐 주고, 권무진에게는 무지막지한 힘을 보여 주기까지 한 사람이 자신에게는 그냥 패란다.
“아까 저 인간 가르쳐 준 것처럼 요령 같은 거 말입니다요. 지치지 않고 나무를 패는 방법이나, 빨리 팰 수 있게 하는 호흡법 같은 건 없습니까?”
“빨리 패라.”
“……예.”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투덜거리는 장삼태를 무시하며 단우현은 뒤로 물러섰다.
한쪽에는 단소미가, 다른 쪽에는 권무진이, 그리고 장삼태까지 열심히 일을 하는 모습이 참으로 마음을 편하게 했다.
‘저쪽에는 옥수수를 키우고, 이쪽에는 수박을 키우면 되겠군.’
사실 굳이 저들이 직접 밭을 일굴 필요는 없었다.
마음먹고 움직인다면 밭 몇 마지기 따위는 일다경조차 걸리지 않고 뚝딱 만들어 낼 수 있는 능력을 지닌 것이 바로 단우현이니까.
한데 굳이 번거롭게 일을 시키는 것엔 의미가 있었다.
남궁소혜를 구하고, 권무진을 살려 주면서 단우현은 이제 사파와 적이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지금은 잠잠하지만 언제 그들의 칼날이 이쪽을 향할지 모르는 일이었다.
그것에 대비하기 위해 이들을 단련시킬 필요가 있었다.
권무진은 앞서 그에게 설명한 대로 외공과 더불어 속도에만 치중된 그의 칼에 묵직함을 담기 위함이었고, 단소미는 앞으로 익히기 시작할 무예의 기초를 다지기 위함이었다.
장삼태는…….
‘흐음.’
단우현은 머리를 긁적이며 장삼태를 보았다.
발이 빠르고 손놀림이 잽싼 건 참 쓸모가 있었다. 하긴 도둑질을 하며 살았던 놈이니 만큼 그 정도는 기본 아니겠는가.
하지만 그 외에는?
‘도무지 쓸데가 없어.’
단우현이 개량해 준 태극권을 익히고 있기는 하지만, 수련 시간이 굉장히 짧고, 재능이 너무 없어서 그런지 성취가 너무 뒤떨어졌다.
만약 소미가 지금보다 나이를 대여섯 살 정도 더 먹은 상태에서 대련을 시킨다면, 장삼태는 필시 일각도 버티지 못할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 낸 특단에 대책이 바로 이것이다.
커다란 나무를 패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자연히 체력과 힘이 붙을 것이다.
그러면 무공을 익히는 시간도 늘어나고, 초식을 펼치는 것도 조금 더 수월해질 터였다.
그런 생각을 하며 만족스런 웃음을 짓고 있는 순간.
“단 대협-! 단 대협-!”
어디선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선을 돌려 소리가 난 쪽을 바라보자, 오랜만에 보는 홍원창이 서서히 가까워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
“홍 대인 아닙니까?”
장삼태가 저 멀리서 다가오는 홍원창을 보며 화색을 지었다. 북경에 다녀온다 하였으니 좋은 선물 하나쯤은 가지고 왔을 거라 기대했다.
한데 다급하기 짝이 없는 그 모습이 의아했다. 마치 큰일이 일어난 것처럼 얼굴마저 시퍼렇게 질린 채였다.
어느새 코앞에 다가온 그가 몇 번이나 숨을 헐떡이더니, 이내 장삼태를 노려보며 큰 소리를 질렀다.
“네 이놈! 단 대협의 뒤에 숨어서 온갖 패악질은 다 하고 다녔더구나!”
“……예?”
스릉-!
얼굴을 굳힌 홍원창이 칼을 뽑더니, 장삼태를 향해 겨누며 외쳤다.
“죄인은 당장 오라를 받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