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onicles of the Martial God’s Return RAW novel - Chapter 410
“정말로 가지 않으십니까요?”
“그래.”
“왜?!”
당사휘와 당중악이 물러간 후, 단우현이 있는 그 방은 높은 목소리가 오갔다.
금왕수가 포달랍궁으로 향했다는 것을 알았으니, 무천풍의 입장에선 응당 그 뒤를 따라야 했고, 장삼태는 스승의 의도가 무엇인지 확인을 하고 싶었다.
그러나 단우현은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설령 포달랍궁에 무언가 있다 한들 이미 털고 나온 지 오래일 테지. 혹은 붙잡혀 죽었거나. 고작해야 그것을 확인하기 위해 서장까지 갈 생각은 없다.”
“끄응…….”
단우현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포달랍궁은 서장에서도 제일가는 곳.
그 힘이 마교와 맞먹는다는 복마전이었다. 아무리 금왕수라 하여도 쉽게 침입하여 물건을 가지고 나오지 못할 것이다.
운이 좋아 성공을 했다면 이미 물건과 금왕수는 없을 테니, 가 봐야 그저 단순한 헛걸음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단우현 역시 금왕수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몹시 궁금하기는 하였으나, 괜한 일에 시간을 낭비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하지만…… 금왕수의 흔적이 있을지도…….”
“그럼 혼자 가서 찾아봐라.”
단우현의 허락이 떨어졌다.
그러나 무천풍은 혼자 움직일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포달랍궁이 얼마나 무서운지 그 역시 알고 있었고, 제법 몸이 정상으로 돌아왔다고는 하지만, 이십여 년의 세월로 인하여 쇠퇴해 버린 몸은 그의 뜻대로 움직여 주지 않았다.
평범한 고수들이야 어찌어찌 제압할 수 있겠지만, 포달랍궁을 구성하고 있는 절대 고수들과 만나게 된다면 오히려 낭패를 볼 것이다.
그러한 것은 절대 바라지 않았다.
고로 단우현이 함께 가 준다면 어찌어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머릿속에 있었는데, 아무래도 단우현은 그의 뜻대로 움직여 줄 생각이 없는 것 같았다.
“다…… 다녀왔습니다-.”
그때, 밖에서 어린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렸다.
평소 활기찬 느낌과는 조금 다른 소리다.
단우현이 슬쩍 창밖을 바라보자, 세 명의 아이들이 쪼르르 무언가를 안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왜 저러는 겁니까요? 마치 숨기는 것이라도 있는 것처럼.”
장삼태가 그 모습을 기이한 표정으로 바라봤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아이들은 주변을 살피며 경계를 하고 있었다. 특히 사도학이 머무르는 거처를 지그시 바라보고 있었다.
그 행동 하나하나가 의구심을 낳았다.
단우현이 피식 웃었다.
“정말이지, 바람 잘 날 없구나.”
“예?”
“아니, 아무것도 아니다.”
단우현이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창문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에 익숙한 기운이 섞여 있다. 피 냄새가 다소 짙게 배어 있는 것이, 결코 가벼운 일은 아닌 것으로 보였다.
단우현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이들을 불러 밥을 먹이거라.”
“벌써 말입니까요? 아직…… 저녁까진 시간이 남았습니다만……?”
“이른 저녁도 괜찮겠지.”
장삼태가 고개를 끄덕이곤 부엌으로 향했다.
그렇지 않아도 오늘은 저녁을 일찍부터 준비를 해야 했다. 내일이면 남궁천과 적무성을 비롯하여 호남단가의 대부분이 혈천과 결전을 치르기 위해 나간다.
덕분에 오늘 저녁은 다소 화려한 만찬이어야 했다.
부엌으로 향하고 있는 그의 머릿속에 온갖 진미들이 스쳐 지나갔다.
“뭘 만들어야 할까……?”
고민의 늪에 빠진 장삼태였다.
* * *
식탁을 가득 채운 음식들은 장삼태가 얼마나 고민을 하며 요리를 만들었는지 알게 해 주었다.
사천요리들은 물론이고 평소 호남에서 먹었던 것들마저 즐비하니, 젓가락이 쉼 없이 움직이며 입을 향했다.
아무런 말조차 하지 않고 음식을 먹는 이도 있었다.
그만큼 오늘 장삼태가 솜씨를 발휘하여 요리를 만들어 냈으며, 많은 이들의 입을 만족시킬 만큼 진미였다.
“허허, 이렇게 맛있는 음식들이 있거늘, 장주는 어디를 가고 없는 건가?”
남궁천이 하나둘 젓가락질을 하며 물었다.
호남단가의 식구가 한자리에 모여 있는 상황인데, 기이하게도 단우현의 모습만이 보이지 않았다.
“조금 늦게 오신답니다.”
장삼태가 마지막 요리를 내놓으며 말했다.
기실 단우현에게 가장 먼저 맛보게 해 주기 위해 찾았거늘, 나중에 가겠다는 소리만 한 채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음식들이 다 식으면 어쩌나, 다시 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스멀스멀 몰려들었다.
“제가 가 볼까요?”
“아니다. 곧 있으면 오겠지.”
단소미가 당장이라도 일어나 단우현을 찾으러 갈 것 같았다. 남궁천이 그것을 말리며 너털너털 웃었다.
아비 걱정만큼은 누구보다 먼저 하는 아이다.
“그건 그렇고, 네놈들 이번 천도회의 일…… 정말로 괜찮은 거냐?”
그때, 사도학이 남궁천과 적무성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는 단우현보다 천도회의 일이 더욱 마음에 걸렸다.
“뭐 문제라도 있는가? 이미 단 장주는 허락을 했네.”
“그런 건 아니다만…… 혈천을 몰아내기는 해야 하는 게 맞는데 왠지 놈들에게 이용당하는 것 같아서 말이다.”
“이용당하는 것이 맞다네.”
“…….”
남궁천의 말에 젓가락을 놀리던 이들이 손을 멈췄다.
지금까지 그런 생각을 하지 않았는데, 남궁천이 확답하니, 괜한 찝찝함이 몰려들었다.
특히 남궁소혜나 제갈연은 같은 정도였으니 어느 정도 힘을 빌려줘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이용당하는 것이라고 하니 저도 모르게 인상이 찌푸려졌다.
“할아버지, 그건 또 무슨…….”
“남궁 놈의 말이 틀리지는 않지. 결국 제 놈들 피를 덜 흘리기 위해 우리를 부르는 것이니까. 안 그러냐?”
적무성이 피식 웃으며 남궁천을 바라봤다.
그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적무성은 적무성 나름대로, 남궁천은 남궁천 나름대로 의의가 있는 싸움이기도 했다.
혈천에는 만후량이 있고 남궁천은 만후량에게 갚아 줘야 할 것이 있다. 적무성은 혈천에게 복수하는 것이 주목적이니, 이들은 목적과 이해가 일치된 상황이었다.
“하는 김에…… 만금상단도 손봐 줄 생각이신 것 같습니다만.”
제갈운이 대수롭지 않게 입을 열었다.
그의 말에 남궁천은 어색하게 웃음을 지었다. 혈천의 모든 자금이 만금상단에서 흘러나왔고, 만후량이 모용혁문의 일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었다면, 그것 역시 남궁천에게 있어 쉬이 넘어갈 수 없는 문제였다.
“단 공자의 목적은 아마도 거기에 있겠죠. 이번 사천 여정의 손해를 만금상단으로 만회하려는…….”
“끄응…….”
“크큼!”
남궁소혜의 추측에 저마다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돌렸다. 단우현이 천도회의 일을 쉽게 받아들인 이유를 궁리해 본다면, 만금상단이 가지고 있는 재력을 조금이나마 얻으려는 심산일 것이다.
“이러나저러나 혈천이 사라진다면 만금상단은 존속하지 못할 테니 아무래도 상관은 없을 거다.”
사도학의 말에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혈천과 만금상단의 관계는 알려진 것이나 다름없으니, 정도무림을 천도회가 되찾는 순간 만금상단 역시 몰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제아무리 돈이 많고 큰 권력을 가지고 있다 하여도, 압도당하는 힘 앞에는 무력한 법이다.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거야?”
“모르겠어.”
“뭘 부수려는 것 같은데?”
그때, 세 명의 아이들이 소곤소곤하며 저들끼리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 이야기를 들은 몇몇 어른들이 식은땀을 흘렸다.
그들은 한동안 아이들을 위해 분위기를 바꾸려 애를 써야 했다.
* * *
떠들썩한 식당과는 반대로 단우현은 조용히 단소미의 방으로 향했다. 복도를 걷는 소리가 크게 들릴 정도로 주위는 조용하다.
이제 곧 짙은 어둠이 깔릴 시간이고 식당을 제외하면 소음조차 들리지 않는 곳이니, 그의 발걸음 소리는 더욱더 크게 귀를 울렸다.
어느새 단소미의 방 앞에 선 단우현이 천천히 그 문을 열었다.
순간, 기이한 기세가 뻗어 오더니 그의 목을 노렸다.
하지만 가볍게 고개를 트는 것으로 피해 냈고, 또다시 한 걸음을 옮긴 단우현의 손이 앞으로 뻗어 나가며, 어둠 속에 있는 무언가를 붙잡았다.
“윽!”
“다친 몸으로 용케 그런 수를 펼치는구나.”
“다, 당신…….”
들려오는 목소리에 여인은 상대가 누구인지 깨달았다. 어찌하여 그가 이런 곳에 있는지 알 수 없으나, 눈앞에 있는 이는 분명 단우현이었다.
저도 모르게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어떻게……?”
“내가 할 소리다.”
단우현이 그녀를 스치고 안으로 들어섰다. 침상 앞에 조심스레 앉아 여인을 응시하자, 마치 알고 있다는 듯이 자리에서 일어선 그녀가 다가와 앉았다.
“붕대와 질 좋은 금창약을 조금 가져왔다. 상처가 심하더구나.”
“…….”
여인은 말이 없었다.
그러고는 입술을 꾹 깨문 채 억울하단 시선을 보냈다.
천무광만 아니었다면 이렇게까지 당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 애초에 단우현이 그를 그렇게 키워 놓지 않았더라면 있을 수조차 없는 일이었다.
원망스러운 마음이 눈빛에 머금어졌다.
“윽!”
“아파도 참아라.”
“안…… 아파요.”
“그래, 다행이로구나.”
말과는 다르게 표정은 그렇지 않다.
억지로 고통을 참으려 하는 모습이 눈에 선했다. 단우현은 이 어둠 속에서 그 얼굴을 확인하고는 웃음을 지었다.
“뭐가 웃기죠?”
“예전 생각이 나서 말이다. 자주 이렇게 다쳐서 나를 찾아왔었지.”
“……이번만큼은 다치고 싶지 않았어요.”
“잘 도망다니더니…….”
“상대가 그 천무광이었다고요!”
여인은 눈을 붉히며 억울하다 소리쳤다.
천무광은 한때 팔선에 올라 그 경지를 더욱 높였으며, 천무제의 곁에서 그를 섬기는 것으로 더 큰 힘을 얻어 성장해 나갔다.
한때는 혈마의 상대조차 되지 않았던 천무광이었으나 어느새 그마저도 뛰어넘은 강자가 되었으니, 여인은 결코 이길 수 없었다.
“노린 이유는?”
“구슬…….”
“그렇군.”
단순한 한마디에 단우현은 앞뒤 상황 파악을 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물 중에서도 구미호는 용과 같은 취급을 받는 귀한 존재였다.
그리고 용에게 여의주가 있다면 구미호에겐 여우 구슬이 있었다.
그것을 손에 넣으면 오행의 이치를 모조리 받아들일 수 있는 몸이 된다고 한다.
물론 확인된 사실이 아닌지라 확실하다곤 할 수 없으나, 조금이라도 더 높은 경지에 오를 가능성이 있으면 무엇이든 저지르고 보는 것이 무인이라는 작자들이다.
이는 천무제나 천무광 역시 마찬가지.
“고생이 많구나.”
“누구 때문인데……!”
“조금 더 강해지지 그랬느냐.”
단우현은 그 앙칼진 시선마저 가볍게 받아넘겼다.
누군가에게 목숨을 빼앗길 뻔했다는 것은 곧 본인이 그보다 약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다른 사람의 책임으로 넘길 수는 없는 법.
여인의 눈빛이 더욱 가늘어졌다.
이죽거리는 단우현의 표정이 꼴 보기 싫었다.
금창약을 바른 후 붕대를 감아 준 그가 자리에서 일어서는 모습을 지그시 지켜봤다.
그녀의 눈빛과 시선은 단 한 번도 단우현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이윽고 방을 나서기 위해 문을 열려는 단우현을 향해, 여인은 조소(嘲笑)를 입에 머금은 채 청천벽력과도 같은 말을 입에 담았다.
“아는지 모르겠지만…….”
“뭐가 말이냐?”
단우현이 자연스레 문을 열고 한 걸음 밖으로 내디뎠다. 여인의 입에서 어떠한 말이 나온다 한들 큰 흥미를 느끼지 않는 것 같다.
그러나.
“죽었어요…… 태공진.”
“……!”
귀를 파고드는 한마디가 단우현의 발을 붙잡았다. 우두커니 멈춘 단우현이 여인을 바라봤다. 그의 깊은 눈동자가 잠시 흔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질끈 감겼고, 곧 눈빛에 맺힌 감정을 지웠다.
“그렇군…….”
무뚝뚝한 한마디가 방 안에 울려 퍼졌다.